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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자금에서 얼마씩 꺼내 써야 할까? (갑돌이의 은퇴 자금 관리)

오렌지사과키위 2024. 4. 21. 15:34

갑돌이는 10년 전인 50세에 은퇴 자금 마련을 위해 주식 ETF에 2억원을 투자했습니다. 60세인 현재 계획대로 당시 가치로 3억원으로 불렸습니다. 주택 대출금은 모두 상환했고, 은퇴를 했기에 더 이상 정기적인 수입은 없지만, 다음 달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참고: 갑돌이가 1961년생이라면 국민연금은 2024년인 63세부터 수령합니다. 여기서는 이전 이야기와 이어지기에 60세부터 연금을 받는다고 가정합니다.

갑돌이의 은퇴 자금 마련을 위한 투자 분투기는 아래 글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갑돌이가 은퇴 후 안정적인 생활비 마련을 위해 고민했던 내용은 아래 글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갑돌이가 90세까지 바라보고 있다면, 은퇴 자금에서 매달 얼마씩 꺼내 쓰는 것이 좋을까요?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수치는 제시한 가상의 가정하에서 그렇다는 의미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분석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갑돌이가 은행에 예금을 한다면

갑돌이와 배우자 갑순이가 매달 받는 연금과 부수입은 현재 가치로 200만원입니다. 기대하는 수준의 생활을 위해서는 매달 100만원이 추가로 필요합니다.

갑돌이가 은퇴 자금 3억원을 모두 은행에 예금하면, 물가 상승률인 3% 만큼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예금에 투자한 자금은 현재 가치로 변하지 않는 셈입니다. (아래에서는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서 모두 현재 가치로 설명합니다.)

갑돌이가 매달 100만원씩 사용한다면, 3억원 / 100만원 = 300개월이 지나면 은행 예금이 바닥나게 됩니다. 은퇴 후 25년이 되는 해입니다. 90세까지 사용하려면 매달 3억원 / 360개월 = 83만원씩 꺼내 써야 합니다.

갑작스레 큰 돈이 필요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1억원 정도를 비상금으로 남겨두려면, 2억원 / 360개월 = 55만원씩 꺼내 써야 합니다. 월 100만원 - 55만원 = 45만원은 갑돌이에게 꽤 큰 생활 수준의 차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갑돌이는 월 100만원 정도씩 꺼내 써도 무리가 없기를 바랍니다.

정규분포와 로그 정규분포

갑돌이가 투자 가능한 다른 자산으로는 주식 ETF가 있습니다. 연 9%의 명목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으니, 실질 수익률은 6%입니다. 연수익률이 로그 정규분포를 따르고 평균은 6%, 표준편차 10%라고 가정합니다. 참고: 자산 배분은 장기 투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투자 포트폴리오, 갑돌이의 은퇴 자금 마련 #3)

앞의 글과는 달리 로그 정규분포를 이용하는 이유는 정규분포로 모델링할 때 손실 확률을 과도하게 추정되기 때문입니다. 은퇴 자금에서 매달 생활비를 꺼내 써야 하기에, 자산은 꾸준히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일종의 손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손익비대칭성을 반영하지 않고 수익률 분포를 가정하면, 추정한 손실이 증폭될 수 있습니다.

아래는 평균이 0%, 표준편차가 30%인 정규분포와 로그 정규분포를 비교한 예시입니다.

정규분포로 모델링한 수익률은 비현실적인 -100% 이상의 손실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로그 정규분포로 모델링 한 경우에는 -100% 이상의 손실이 불가능합니다.

로그 정규분포는 좌우 대칭이 아닙니다. 오른쪽으로 조금 더 늘어져 있으며(양의 왜도; positive skew), 가운데가 조금 더 뾰죡(첨도; kurtosis)합니다. 이전 글에서 본 주식 ETF의 1년 수익률 분포는 로그 정규분포에 조금 더 가깝습니다. 참고: 주식 수익률은 어떤 분포일까? (KODEX 200, SPY 환헤지/환노출, 그리고 정규분포, 갑돌이의 은퇴 자금 마련 #1)

갑돌이가 주식 ETF에 투자한다면

갑돌이가 연 6%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주식 ETF에 투자하고, 한 푼도 쓰지 않는다면, 30년간 아래와 같이 자산을 불릴 수 있습니다. 

그래프에서 파란선은 확률이 50%가 되는 중앙값(평균이 아닙니다)을 이은 것입니다. 연 복리 6% 수익률에 해당됩니다. 갑돌이는 해당 선보다 더 많은 자산을 가질 가능성이 절반, 더 적은 자산을 가질 가능성이 절반입니다.

매달 100만원(연 1,200만원)씩 꺼내 쓴다고 가정한 경우를 추가하여 그래프를 그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은퇴 자산이 더디게 증가하긴 하지만, 연 6%의 수익률은 인출금액보다 평균적으로 크기에 장기적으로 우상향 합니다.

초기 3억원에 대한 기대 수익은 3억원 × 6% = 1,800만원입니다. 매년 1,800만원(매월 150만원)을 초과하여 인출하면 은퇴 자산은 점차 줄어들 것입니다.

매달 50만원, 100만원, 150만원, 200만원에 해당하는 매년 600만원, 1,200만원, 1,800만원, 2,400만원씩 인출할 때 자산 변화의 중앙값은 아래와 같이 됩니다.

연 1,800만원(월 150만원)씩 인출하는 경우 은퇴 자산이 유지될 수 있지만, 그 이상 인출하는 경우에는 자산이 점차 줄어듭니다. 연 2,400만원(월 200만원)씩 인출하게 되면 절반 이상의 확률로 85세가 되기 전에 은퇴 자산이 바닥나게 됩니다.

얼마씩 인출해야 위험이 낮아질까? (정액 인출, 정률 인출)

얼핏 보기에는 월 100만원이 아닌 월 150만원(연 1,800만원)씩 인출하여도 안전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앙값은 절반의 확률이 되는 지점입니다. 중앙값 이상으로 은퇴 자산이 불어날 가능성과 그렇지 않은 가능성이 반반입니다. 

아래는 매년 1,800만원씩 인출할 때, 자산의 확률이 상위 50%(중앙값), 60%, 70%, 80%, 90%(하위 10%)인 경우를 그린 것입니다.

초록선은 상위 70%(하위 30%) 지점입니다. 30% 확률로 초록선 이하로 자산 규모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빨간 선은 상위 80%(하위 20%) 지점입니다. 매년 1,800만원씩 인출하면 20% 이상의 확률로 90세가 되기 전에 은퇴 자산이 모두 소진될 수 있습니다. 원금에 대한 기대 수익과 동일한 금액을 정액으로 인출하는 것은 은퇴 자산 관리에 있어 상당히 위험한 방법입니다.

원금 3억원에 대한 기대 수익인 1,800만원씩 인출하면, 중앙값은 원금으로 유지될 거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파란 선의 상위 50%(중앙값)을 보면 장기적으로 우하향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정액으로 인출하면, 손익비대칭성이 강화되기 때문입니다. 참고: -50% 손실은 왜 100% 수익과 같은 것일까? (손익 비대칭성)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액이 아닌 정률로 인출해야 합니다.

아래는 갑돌이가 본래 생각했던 월 100만원(연 1,200만원)씩 인출하는 경우입니다. 원금에 대한 기대 수익률이 6%인데, 그 2 / 3인 4%에 해당되는 금액을 정액 인출하는 경우입니다.

은퇴 자금이 90세까지 조금이라도 남아있을 확률은 99% 이상입니다. 또한 95% 이상의 확률로 90세까지 1억원 이상의 비상금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갑돌이가 정액이 아닌 정률로 인출하면 어떻게 될까요? 1,200만원은 3억원의 1,200만원 / 3억원 = 4%입니다. 매년 자산의 4%를 인출한다면 아래와 같이 됩니다.

정률로 인출하면, 투자 성과가 좋지 못할 때에는 인출 금액이 줄어들게 됩니다. 갑돌이는 비상금으로 남겨두고자 하는 1억원보다 많은 1.5억원 이상을 99% 이상의 확률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며

갑돌이가 은퇴 자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방법을 살펴보았습니다. 은퇴 자산을 모두 은행 예금에 넣어 물가 상승률 정도만 회피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방법이 아닐 수 있습니다. 위험 부담이 있더라도, 기대 수익률이 높은 자산에 일부라도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갑돌이가 자산의 기대 수익률 이상으로 인출하게 되면, 은퇴 자산은 점차 줄어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정액으로 인출하는 경우, 은퇴 자산이 줄어들면, 그 감소속도는 가속화될 수 있습니다.

기대 수익률보다 어느 정도 낮은 수준으로 정액 또는 정률로 인출해야 은퇴 계획에 큰 무리가 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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