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이는 여유 자금을 모두 주식에 투자했습니다. 호기롭게 투자했지만, 손실이 생길까 봐 항상 걱정입니다. 누군가는 인공지능을 포함한 신산업이 크게 발전하고 있어, 지금이 투자 적기라고 이야기합니다. 다른 누군가는 고금리 상황에서 경기가 꺾이면 큰 불황이 올 것이니, 당장 현금화를 권합니다.
투자에 대한 신념을 세우기 위해 투자 공부도 열심히 했지만, 걱정은 좀체 사라지지 않습니다. 앞으로의 장세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이리저리 기웃거립니다. 화려한 경력에 자신 있는 어조로, 증시의 미래를 단호하게 예언하는 소위 전문가를 만나게 됩니다.
걱정이 태산이었던 우한이는 이들 전문가의 예측대로 투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전문가에게 결정을 맡기니 마음이 한결 편해집니다. 전문가의 예측이 얼마나 정확해야 우한이는 투자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 또는 투자 전략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수치는 과거에 그랬다는 의미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분석 기간이나 분석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 가공, 그리고 해석 단계에서 의도하지 않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분석과 설명의 편의를 위해 산술 평균을 사용하였습니다. 예측을 상승 또는 하락으로 단순화하고, 평균 수익률을 이용하여 분석한 결과는 예측의 강도와 신뢰성을 고려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SPY의 기간별 상승 확률
아래는 미국 대표 지수의 하나인 S&P 500을 추종하는 주요 ETF의 하나인 SPY의 투자 기간별 상승 확률을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2013년 6월 24일부터 2024년 5월 10일까지 대략 11년 치 데이터를 이용하여 분석하였습니다.
SPY의 상승 확률은 하루 약 55%, 1달(20거래일) 약 68%, 3달(60거래일) 약 77%였습니다. 1년(240거래일) 상승 확률은 약 85%에 달했습니다. 참고: 분석과 이해의 편의를 위해 1년을 240거래일로 가정하고 설명합니다. 미국의 경우 1년은 252거래일 정도입니다.
증시는 장기 상승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주가가 상승할 확률도 높아집니다. 펀드 매니저인 민수가 1년 뒤에 미국 증시가 올라 있을 거라고 이야기한다면, 85%의 확률로 맞출 수 있습니다. 틀릴 확률은 15%에 불과합니다.
증시 전망 전문가가 되기는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항상 1년 뒤에 미국 증시가 오를 거라고 이야기하면 됩니다. 10년에 한두 번 정도 틀리겠지만, 대부분 맞출 수 있습니다. 증시가 오를 이유는 적절해 보이는 것을 고르면 됩니다. 증시가 오를 이유도, 내릴 이유로 모두 차고 넘치기 때문입니다.
최근 11년은 미국 증시가 활황이어서, 1년 상승 확률이 과도하게 높은 85%가 나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SPY가 처음 출시된 1993년 1월 11일부터 31년이 넘는 기간에 대해 분석해도 약 81%의 수치가 나옵니다.
예측의 적중률에 따른 수익률
SPY의 투자 기간에 따른 평균 산술 수익률을 그려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참고: 분석과 이해의 편의를 위해 기하 평균 대신 산술 평균을 사용합니다.
파란 선은 주어진 기간 동안 투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평균 수익률입니다. 노란 선은 수익이 발생한 경우의 평균이며, 초록 선은 손실이 발생한 경우의 평균입니다.
예를 들어, SPY에 1달간 투자한다면, 평균 1.07% 수익률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수익이 발생한 경우의 평균은 3.17%였고, 손실이 발생한 경우의 평균은 -3.41%였습니다.
손실의 폭이 더 크지만 SPY는 1달간 상승할 확률이 더 높습니다. 평균 수익률은 3.17% × 68.1%(상승 확률) - 3.41% × 31.9%(하락 확률) = 1.07%가 됩니다.
전문가가 1달 후 SPY가 오를지 내릴지 예측한다고 하겠습니다. 전문가의 예측은 50%에서 100%까지 맞출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50% 적중률은 절반은 맞추고 절반은 틀린 경우입니다. 100% 적중률은 모두 맞추는 경우입니다.
우한이는 전문가가 상승으로 예측하면, SPY를 매수하고, 하락으로 예측하면 현금을 보유한다고 하겠습니다. 이렇게 투자하면 전문가의 적중률에 따라 아래와 같은 평균 수익률을 얻을 수 있습니다.
파란 선은 SPY를 계속해서 보유하는 경우입니다. 평균 수익률은 1.07%입니다.
노란 선의 맨 오른쪽은 전문가가 상승을 모두 맞춘 경우입니다. 평균 수익률은 2.16%입니다. 3.17% × 68.1%(상승 확률)과 동일합니다.
노란 선 맨 왼쪽은 전문가의 적중률이 50%인 경우로 랜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상승으로 예측해도 50%만 맞고, 하락으로 예측해도 50%만 맞는 경우입니다. SPY를 20거래일 중 10거래일만 보유한 셈이 됩니다. 20거래일 평균 수익률 1.07%의 절반인 0.54%가 됩니다.
두 선은 67% 지점에서 교차합니다. 전문가의 적중률이 67%보다 높아야 시장 초과 수익이 발생합니다. SPY에 대해 1달 후를 예측한다면, 3번 중에 2번은 맞추어야 하는 것입니다.
적중률이 67%는 달성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계속 보유하라고 하면 됩니다. 의미 있는 수준의 초과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적중률이 좀 더 높아져야 합니다.
참고: 주가 예측에는 강도와 신뢰성이 있을 수 있습니다. 확률 분포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달 뒤 5% 이상 상승할 가능성이 70%라고 나타낼 수 있습니다. 예측의 강도와 신뢰성을 고려하면, 투자 대상 상품의 매수 여부를 결정하는 문제는 투자 비중을 결정하는 문제로 바뀔 수 있습니다.
현금 대신 인버스는 어떻까?
전문가의 적중률이 충분히 높으면 현금화 대신 다른 전략을 사용하여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인버스(inverse)인 SH(Short S&P500)를 매수하는 것입니다.
위의 그래프는 전문가가 하락장으로 예측하면 인버스(SPY+SH)를 사는 경우를 추가한 것입니다. 대략 70% 이상의 적중률이라면, 현금화든 인버스든 시장 대비 초과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의 적중률이 80% 수준이라면, 지속 보유의 경우 1.1% 정도, 현금화의 경우 1.5% 정도, 인버스의 경우 2% 정도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습니다.
커버드콜은 더 좋을까?
걱정이 많은 우한이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전문가의 예측이 어느 정도 맞겠지만, 현금화나 인버스는 불안합니다. 예측이 틀려 주가가 상승하면, 수익을 얻지 못하거나 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리저리 살펴보니 커버드콜 ETF라는 상품이 있다고 합니다. 상승장에서는 기초 자산의 수익률을 충분히 따라잡지 못할 수 있지만, 하락장에서는 손실 방어가 가능하고, 횡보장에서는 오히려 수익을 낼 수도 있다고 합니다. 전문가가 하락장으로 예측하면, 인버스 대신 커버드콜 ETF로 갈아타는 것이 좀 더 안전하게 느껴집니다.
아래는 하락장으로 예측되면, 커버드콜 ETF에 투자하는 SPY+XYLD를 추가한 것입니다. XYLD는 S&P 500 지수에 대한 커버드콜 ETF입니다.
기대와는 다르게 하락장 예측 시 커버드콜 ETF에 투자하면 수익률이 좋지 못합니다. 전문가의 적중률이 70% 이상만 되어서도 의미 있는 초과 수익이 나던 다른 조합과는 달리, 커버드콜 ETF에 투자하면 전문가의 적중률이 80% 정도는 되어야 시장 수익률을 얻을 수 있습니다.
기초 자산 및 투자 기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통념과는 달리 커버드콜 ETF는 하락장과 횡보장에 유리한 상품이 아닙니다. 기초 자산이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커버드콜의 상대적인 성과가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 커버드콜 ETF는 왜 하락장과 횡보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일까? (QYLD의 사례)
좀 더 긴 기간을 예측하면 어떻게 될까?
예측 기간이 좀 더 늘리면 어떻게 될까요? 전문가가 3개월 후 주가가 상승할지 또는 하락할지 예측한다고 하면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1개월 예측은 70% 정도의 적중률이면 초과 수익도 발생했지만, 3개월 예측은 80% 정도의 적중률이 되어야 합니다. 커버드콜 ETF는 전문가의 예측이 아무리 정확하더라도 투자하지 않는 것이 더 낫게 됩니다.
정리하며
증시 전망의 적중률과 투자 수익률의 관계를 SPY를 대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미국 증시는 장기간 꾸준히 상승해 왔기에 지금까지는 앞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하면 잘 들어맞았습니다.
전문가의 예측이 충분히 정확하다면, 하락장이 예상되면 현금화 또는 인버스에 투자하는 전략을 통해 수익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하락장이 예상된다고 커버드콜 ETF에 투자하는 전략은 상대적으로 그 성과가 좋지 못했습니다.
전문가가 다른 사람이 아닌 본인이라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나의 증시 전망의 적중률은 얼마나 높을까요? 전망에 따라 현금화하거나 다른 상품에 갈아타도 좋을 만큼 충분히 높을까요? 충분히 높다면 어디에 투자하는 것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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