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추세(모멘텀)는 존재하는 것일까? (추세가 있다면 시장 대비 초과 수익을 얻을 수 있을까? SPY의 경우)

오렌지사과키위 2024. 5. 19. 15:13

투자에는 얼핏 보기에 상반된 두 가지 기본 투자 전략이 있습니다. 추세 매매와 역추세 매매입니다. 추세 매매는 오르고 있는 자산은 계속 오르고, 내리고 있는 자산은 계속 내릴 거라 예상하고 투자합니다. 역추세 매매는 오르고 있는 자산은 내릴 것이고, 내리고 있는 자산은 오를 거라고 예상하고 투자합니다.

같은 상황이라면 두 전략은 반대 방향으로 매매하니, 하나는 맞고 하나는 틀린 것으로 느껴집니다. 한편으로는 둘 다 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상승만 본다면, 증시는 장기적인 상승 추세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전제가 맞다면, 단기적으로 하락하면 역추세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전제인 장기적인 상승 추세가 만들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추세 또는 역추세 매매는 기술적 분석에 기반한 투자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기업의 순이익이 증가하는지를 따져 투자한다면, 추세 매매라 할 수 있습니다. 적자에서 흑자 전환 가능성이 높은 종목에 투자하는 것은 역추세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기술적 분석과는 달리 추세나 역추세를 간접적으로 활용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추세 또는 역추세는 구체적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단어입니다. 시기, 기간, 종목을 달리하면 결과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찰리 채플린의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는 말처럼 보는 각도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참고: 찰리 채플린이 이런 의도로 한 말은 아닙니다. 

이 글에서는 자기 상관(autocorrelation) 분석을 통해 추세와 역추세라는 것이 존재하는지 살펴보고, 이를 이용하면 시장 초과 수익을 얻을 수 있는지도 SPY를 통해 가늠해 봅니다.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수치는 과거에 그랬다는 의미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분석 대상, 분석 기간이나 분석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 가공, 그리고 해석 단계에서 의도하지 않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부 설명이 편의상 현재형으로 기술되어 있지만, 데이터 분석에 대한 설명은 모두 과거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상관관계와 상관계수 그리고 자기 상관

통계학에서 상관관계는 두 변수 간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설명하는 용어의 하나입니다. 두 변수가 아무런 관계가 없다면 독립(independent)이라고 이야기하고,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으면 양의 상관관계,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으면 음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말합니다.

상관관계는 어디까지나 관계가 있다는 의미이지, 어느 하나가 원인이고 다른 하나가 결과라는 뜻은 아닙니다. 참고: 우산이 많이 보이면 비가 올까? (상관관계와 인과관계, 그리고 화물 신앙)

추세는 조금 특이한 상관관계입니다. 같은 변수인데 비교하는 시점이 다릅니다. 과거와 미래를 비교하는 것입니다. 통계학에서 동일한 변수의 과거와 미래의 관계를 자기 상관이라고 합니다. 주가 흐름과 같은 데이터에 대한 시계열 분석(time-series analysis)의 기초적인 방법의 하나입니다.

참고: 넓게 보면, 추세를 동일한 변수에 대한 시간상의 비교로 한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기업의 과거 순이익 변화가 미래의 주가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는 추세 분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변수와 시점 모두 다른 경우에는 추세 대신 선행/후행이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상관관계의 정도는 상관계수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상관계수를 계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대개는 1에 가까우면 강한 양의 상관관계가, -1에 가까우면 강한 음의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0이면 독립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상관계수는 두 변수를 정규화하여 비교합니다. 주식과 채권이 음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해서, 듀레이션이 20년인 채권의 상관계수가 듀레이션이 1년인 채권의 상관계수에 비해 20배 큰 값을 가지지 않습니다. 상관계수는 변동 방향의 일치 정도만 설명하지 그 강도를 표현하는 것은 아닙니다. 

SPY의 자기 상관관계

아래는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SPY의 자기 상관계수를 컬러맵으로 나타낸 그림입니다.

SPY의 기간에 따른 자기상관 계수 컬러맵

x축은 과거 며칠을 볼 것인지, y축은 미래 며칠을 볼 것인지를 나타냅니다. x가 10이고, y가 20이라면, 지난 10거래일의 수익률과 미래 20거래일의 수익률을 비교하는 것입니다.

그래프에서 색상은 상관관계의 정도를 나타냅니다. 빨간색은 양의 상관관계이며, 파란색은 음의 상관관계입니다. 색상이 진할수록 상관관계의 강도가 높아집니다. 상관관계가 거의 없으면 흰색으로 표현됩니다.

SPY의 경우 자기 상관계수의 절댓값이 최대 0.1 정도입니다. 이 정도면 의미 있는 수준의 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추세가 있다 하더라도 약합니다. 

그래프는 크게 두 영역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왼쪽 아래에 조그맣게 자리 잡은 파란 영역과 나머지 빨간 영역입니다. 파란 영역은 왼쪽 아래에 있으니, 단기로는 역추세 경향이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빨간 영역은 오른쪽 위에 있으니, 상대적으로 장기로는 추세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프가 대각선을 기준으로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대칭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과거 10일과 미래 50일의 관계는 과거 50일과 미래 10일의 관계와는 다릅니다. 실제 상관계수도 달라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동일한 형태를 보이고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였습니다.

주의: 대각선을 기준으로 하는 대칭 분포는 예상하지 못한 결과입니다. 데이터 처리 및 분석에 오류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SPY의 자기 상관관계 분석을 분석하기 위한 모델의 정의에 의해 강제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프를 칼로 자르듯 직선을 그으면, 단면도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아래는 대각선으로 잘라 동일한 기간의 과거와 동일한 기간의 미래 간의 상관계수를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음의 상관관계를 가지는 저점이 5일 정도에 형성되어 있습니다. SPY의 과거 5일(1주일 정도)의 주가 변동률과 미래 5일의 주가 변동률이 반대인 경향이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35일 정도에도 저점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양의 상관관계를 가지는 고점은 100 ~ 150일 사이에 형성되어 있습니다. SPY의 과거 6개월(125거래일 정도) 주가 변동률과 미래 6개월 주가 변동률이 같은 방향인 경향이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SPY의 추세/역추세와 투자 수익률

SPY의 단기 역추세와 장기 추세를 이용하여 투자하면 어떤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지 살펴봅니다. 추세와 역추세를 자기 상관관계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방향만 다르고 동일한 구조입니다. 그러므로 따로 구분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래는 SPY의 과거 5일, 35일, 100일의 수익률이 양이나 음이냐에 따라, 미래 5일, 35일, 100일의 수익률의 평균을 나타낸 것입니다. 참고: 일수는 모두 거래일수를 의미합니다. 표에서의 수치는 1년을 250거래일로 가정하여 산술 평균으로 연율화한 것입니다.

기간 평균 과거 상승 시 평균 (1회) 과거 하락 시 평균 (1회) 
5일 (역추세) 11.1% 2.8% 22.8%
35일 (역추세) 10.9% 9.1% 14.4%
100일 (추세) 11.0% 12.6% 6.4%

역추세 경향이 있는 5일과 35일의 경우, 과거 상승 시 미래 수익률의 평균이 11.1% → 2.8%, 10.9% → 9.1%로 낮아집니다. 추세 경향이 있는 100일은 과거 상승 시 미래 수익률의 평균이 11.1% → 12.6%로 높아집니다.

얼핏 보기에는 5일과 35일은 역추세로, 100일은 추세로 투자하면, 시장 대비 초과 수익이 날 듯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과거에 상승한 경우와 하락한 경우가 모두 양의 수익률이기 때문입니다. 두 경우가 SPY 수익률을 나누어 가지지만, 한쪽이 평균적으로 좀 더 많이 가져갈 뿐입니다. 

과거 수익률을 보고 투자한 경우의 1년 수익률을 계산하면 다음과 같이 됩니다.

기간 평균 과거 상승 시 평균 (1년) 과거 하락 시 평균 (1년) 
5일 (역추세) 11.1% 1.7% 9.5%
35일 (역추세) 10.9% 6.1% 4.8%
100일 (추세) 11.0% 9.1% 1.8%

각각 해당 기간에 유리한 추세 또는 역추세를 선택해서 투자해도 1년 수익률은 평균에 미치지 못합니다. 추세 또는 역추세가 존재한다고 해서, 이를 활용하면 항상 시장 대비 초과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래는 위의 표를 각 일자별로 계산해서 평균 수익률을 어떻게 나누어 가지는지 나타낸 것입니다.

단기로 하락(Down)했을 때 투자하면, SPY 전체 수익률의 80%까지 가져갈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장기로 상승(Up)했을 때 투자하면, 역시 80% 정도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100%를 넘어서는 즉 시장 수익률을 초과한 경우는 없었습니다.

SPY의 경우 약한 추세/역추세 경향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간단한 투자 전략으로는 시장 대비 초과 수익을 얻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며

추세 매매 또는 역추세 매매는 투자에서 기초가 되는 투자 전략입니다. 기술적 분석으로 주가의 추세나 역추세를 파악하여 투자하는 전략이라 한정할 수도 있지만, 기본적 분석도 세부적으로는 추세 또는 역추세 경향을 파악하여 투자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배당성장주 ETF는 배당금이 꾸준히 상승하는 종목 위주로 투자합니다. 배당금에 대해 추세를 파악하여 투자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 PER 투자는 기업 순이익에 비해 주가가 낮게 형성되어 있어, 역추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은 종목에 투자하는 전략입니다. 역추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선별하기 위해, 기업 순이익의 추세를 확인합니다. 

추세 또는 역추세가 있다고 해서 시장 대비 초과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1차적으로 추세 또는 역추세 경향이 미래에도 반복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강도도 충분히 강해야 합니다. 또한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매매 전략이 필요합니다.

사례로 분석한 SPY의 경우 단기적으로는 역추세 경향이, 장기적으로는 추세 경향이 있었지만, 그 강도는 높지 않았습니다. 발견된 추세와 역추세를 이용하더라도, 간단한 투자 전략으로는 시장 대비 초과 수익을 얻는 것은 쉽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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