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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드콜 ETF는 왜 장기 투자에 적합하지 않은가? (효율적 투자선과 50% 오렌지 주스)

오렌지사과키위 2024. 5. 15. 16:34

지난 글에서 커버드콜 ETF는 기초 자산의 수익률을 콜옵션 매수자와 나누어 가지기에, 장기적으로 기초 자산의 수익률을 넘기 어렵다고 설명하였습니다.

또한, 커버드콜 ETF를 매수하면서 기대하는 하락장에서의 손실 방어 효과와 횡보장에서의 수익 획득 효과는,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사라진다고 설명하였습니다. 기초 자산 대비 상승률과 하락률이 비대칭을 이루기 때문입니다.

해외 상장 커버드콜 ETF는 분배율이 높을수록, 한국인에게 불리한 방식으로 세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점도 소개하였습니다.

종합하면, 커버드콜 ETF는 투자 심리의 안정성을 높이거나, 높은 분배금을 자주 받아 투자의 재미와 관심을 유지하거나, 소비(재투자가 아닌)를 위한 현금 흐름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장기 투자에 적합한 상품이 아닙니다.

본 글에서는 효율적 투자선 관점에서 커버드콜 ETF가 어떤 상품인지 살펴봅니다.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 또는 투자 전략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수치는 과거에 그랬다는 의미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분석 기간이나 분석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 가공, 그리고 해석 단계에서 의도하지 않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투자 목적에 따라 특정 상품의 유불리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효율적 투자선과 변동성 상쇄

자산을 위험과 수익률 두 가지 척도로 바라보면, 각각을 xy축으로 하는 2차원 좌표평면상에 위치시킬 수 있습니다. 위험으로는 변동성 지표의 하나인 표준편차를, 수익률은 복리 수익률인 연평균 성장률(CAGR)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투자 대상으로 선택 가능한 자산이 둘 이상이라면, 적절히 혼합하여 분산투자하면 여러 가지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습니다. 각각의 포트폴리오도 위험과 수익률을 가지기에 좌표평면상에 위치시킬 수 있습니다.

두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은 동일하다면, 위험이 낮은 포트폴리오가 우월(dominant)합니다. 두 포트폴리오의 위험이 동일하다면, 수익률이 높은 포트폴리오가 우월합니다.

국어와 수학 점수가 (80점, 70점)인 영희가, (80점, 60점)인 철수보다 성적이 더 좋다고 할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영희와 철수의 국어 점수는 동일하지만, 영희의 수학 점수가 높기 때문입니다.

철수의 점수가 (90점, 60점)이라면, 철수가 영희보다 성적이 더 좋은지 알 수 없습니다. 국어 점수로 보면 철수가 높고, 수학 점수로 보면 영희가 높기 때문입니다. 

현실에서는 과목별 점수에 가중치를 부여하여 합산하기에 총점으로 비교가 가능하지만, 수익률과 위험은 다른 척도이기에 어떤 기준을 세우지 않으면 비교할 수 없습니다. 참고: 개별 점수의 가중 합산도 이러한 기준의 하나입니다.

우위에 있는 포트폴리오만 남겨서 선으로 이은 것을 효율적 투자선(Efficient Frontier)이라고 합니다.

주의: 일부 설명은 이해의 편의를 위해 현재형으로 표현했습니다. 데이터 분석에 대한 설명이기에 과거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예: SPY의 수익률이 BIL보다 높다. → SPY의 수익률이 BIL보다 높았다.

아래는 미국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SPY와 미국 장기 국채를 편입한 TLT의 효율적 투자선을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데이터 출처: 포트폴리오 비주얼라이저

오른쪽 위에는 파란 점으로 표시된 SPY가 있고, 오른쪽 아래에는 빨간 점으로 표시된 TLT가 있습니다. 다. x축이 년표준편차입니다. y축은 연평균 성장률입니다.

참고: 포트폴리오 비주얼라이저의 효율적 투자선 그래프는 x축과 y축 모두 일일 변동률을 연율화하여 계산한 값입니다.

여러 자산에 분산 투자하면, 개별 자산의 변동성이 일부 상쇄됩니다. 이 때문에 분산 투자한 포트폴리오는 좌표평면상의 각 자산을 잇는 직선 위에 위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른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돛이 부풀어 오르듯, 왼쪽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위의 주식과 채권처럼 변동성이 일부 상쇄될 수 있는 자산을 혼합하면, 2가지인 경우에는 직선인 / 기호 형태가 아니라 ( 기호와 비슷한 모양이 됩니다. ( 기호의 윗부분은 아랫부분에 비해 우위에 있으므로, 효율적 투자선은 ( 기호의 상단 부분만 남게 됩니다.

참고: 분산 투자의 효과에 대한 기하학적 설명 (효율적 투자선과 변동성 감소)

변동성이 상쇄되지 않는 경우

여러 자산에 분산 투자하더라도 변동성이 상쇄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개별 자산의 변동성이 너무 작거나, 높은 양의 상관관계를 가진 경우입니다.

아래는 SPY와 미국 초단기 국채인 BIL에 분산투자한 경우입니다. 데이터 출처: 포트폴리오 비주얼라이저 

BIL은 평균 1.5개월 듀레이션(채권 만기의 하나)을 가진 채권 ETF입니다. BIL은 듀레이션이 짧아 기준 금리 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변동성이 낮은 ETF인 셈입니다.

SPY와 BIL에 분산투자한 포트폴리오는 두 자산을 이은 직선처럼 분포하게 됩니다. BIL의 변동성이 너무 작아서 SPY의 변동성을 거의 상쇄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림의 왼쪽 아래 부분을 자세히 보면, BIL에 SPY를 조금 섞으면 미세하게 수익률이 높아지기는 합니다.

BIL은 현금(단기 예금)과 유사한 성격을 가지기에, 각 포트폴리오는 SPY에 얼마나 투자하느냐에 의해 결정됩니다. BIL과 SPY의 중간쯤에 위치한 포트폴리오는, SPY에 절반을 투자하고 나머지는 현금으로 보유하는 포트폴리오가 되는 셈입니다.

현금 비중이 높아지면, 수익률이 낮아지는 대신, 변동성이 줄어들게 됩니다. BIL과 SPY에 분산투자한 포트폴리오는 상승장에서 SPY보다 적게 오르지만, 하락장에서는 적게 떨어지는 효과가 납니다.

아래는 나스닥 100 지수를 추종하는 QQQ와 2배, 3배 레버리지 ETF인 QLD, TQQQ로 효율적 투자선을 그려본 것입니다. 데이터 출처: 포트폴리오 비주얼라이저

QQQ, QLD, TQQQ에 분산투자하면 포트폴리오가 직선을 이루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세 가지 자산은 1에 가까운 양의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2배 레버리지 ETF인 QLD는 QQQ와 TQQQ를 절반씩 담은 포트폴리오와 동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참고: 현실에서 QLD, TQQQ의 1년 수익률과 표준편차는 QQQ의 2배 또는 3배가 아닙니다. 위의 그래프는 일일 수익률을 연율화해서 그래프로 표현했기 때문입니다. QLD와 TQQQ는 나스닥 100 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2배 또는 3배로 추종하기에 직선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SPY vs XYLD

아래는 SPY, BIL, XYLD, XYLG입니다. 데이터 출처: 포트폴리오 비주얼라이저

XYLD는 S&P 500 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커버드콜 ETF입니다. XYLG는 절반만 커버드콜로 노출시키는 ETF입니다. 그래프에서 보듯 XYLG는 XYLD와 SPY의 중간쯤에 위치하게 됩니다.  

XYLD와 XYLG는 모두 SPY와 BIL로 만든 효율적 투자선보다 아래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XYLD의 투자 효율이 BIL과 SPY 조합보다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XYLD의 투자 효율은 백테스트로 확인이 가능합니다. 배당재투자와 월단위 리밸런싱을 가정하였습니다. 데이터 출처: 포트폴리오 비주얼라이저

SPY에 80%, BIL에 20% 정도를 투자하면, XYLD의 표준편차(Stdev)11.79%와 비슷한 11.91%를 가진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습니다. CAGR은 XYLD의 6.93%보다 높은 10.83%가 됩니다.

다르게 말하면 XYLD보다는 SPY 80% + BIL 20%가 더 나은 선택이었습니다. 

QQQ vs QYLD

동일한 방식으로 나스닥 100 지수의 커버드콜 ETF인 QYLD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아래는 QQQ, BIL, QYLD, QYLG의 그래프입니다. 데이터 출처: 포트폴리오 비주얼라이저

XYLD처럼 QYLG는 QQQ 50% + QYLD 50%인 ETF이지만, 특이하게 QYLD와 QQQ의 중간이 아닌, QQQ와 BIL로 구성한 포트폴리오에 가깝게 위치하고 있습니다.

어떤 이유인지는 불분명하지만, 지난 3년 정도의 기간 동안 QYLG는 QYLD에 비해 투자 효율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QQQ + BIL 조합보다 더 나은 포트폴리오라 볼 수는 없습니다.

아래는 QQQ 65% + BIL 35% 포트폴리오를 QYLD와 비교한 그래프입니다. 데이터 출처: 포트폴리오 비주얼라이저

QQQ 65% + BIL 35%는 QYLD와 비슷한 변동성으로 더 높은 수익률을 (11.94% vs 7.14%) 보였습니다.

QYLD에 비해 최근 3년간 성과가 좋았던 QYLG는 아래와 같이 QQQ 80% + BIL 20% 포트폴리오와 성과가 비슷합니다. 데이터 출처: 포트폴리오 비주얼라이저

SPY vs JEPI

JEPI는 기초 자산이 S&P 500이 아닙니다. JEPI는 안정성이 높은 종목으로 자산을 구성한 액티브 펀드입니다. 콜옵션을 직접 발행하지 않고, 최대 20% 비중으로 ELN(ELS의 한 종류로 보면 됩니다)을 매수해서 콜옵션 발행 효과를 냅니다.

주의: JEPI는 상장된 지 오래되지 않았고, 액티브 펀드이면서 커버드콜 비중도 낮기 때문에, SPY와 성과 차이 원인을 추정하기 어렵습니다. 참고로만 보시기 바랍니다. 

아래는 JEPI를 포함하여 SPY, BIL, XYLD, XYLG로 효율적 투자선을 그린 그래프입니다. 데이터 출처: 포트폴리오 비주얼라이저

JEPI는 BIL과 SPY를 잇는 효율적 투자선 보다 조금 위에 있습니다. XYLD, XYLG와는 달리 JEPI가 살짝 위로 올라가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JEPI의 투자 효율이 BIL과 SPY 조합보다 더 높았다는 의미입니다. 

JEPI의 투자 성과를 SPY 65% + BIL 35% 포트폴리오와 비교해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 출처: 포트폴리오 비주얼라이저

JEPI와 SPY 65% + BIL 35% 포트폴리오는 비슷한 표준편차(11.36% vs 11.24%)를 가졌지만, CAGR은 11.66% vs 10.91%로 약간 차이가 납니다. MDD의 경우 -12.99%와 -15.73%로 JEPI가 상당히 우수했습니다.

이를 JEPI가 장기 투자에 좋은 상품이라 해석하는 것은 성급할 수 있습니다. SPY에 비해 지난 3년간 JEPI가 변동성 대비 수익률이 조금 높았다는 의미이지, SPY에 비해 장기 투자에 더 유리하다는 뜻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QQQ vs JEPQ

JEPI의 나스닥 버전이라 할 수 있는 JEPQ의 경우를 살펴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 출처: 포트폴리오 비주얼라이저

JEPQ는 QQQ 70% + BIL 30% 포트폴리오와 성과가 유사합니다. 표준편차(16.70% vs 16.29%)와 CAGR(14.79% vs 15.02%)은 비슷합니다. 앞서 JEPI와는 반대로 MDD는 -13.53%와 -10.59%로 이번에는 QQQ + BIL 포트폴리오가 더 좋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JEPI와 JEPQ가 동일한 전략을 사용하는 상품이라면, 하나는 기초 자산 + BIL보다 조금 낫고, 다른 하나는 조금 떨어졌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JEPI와 JEPQ가 기초 자산 + BIL보다 더 나은 상품이라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정리하며

특별한 필요가 없다면, 커버드콜 ETF는 장기 투자에 적합한 상품이 아닙니다. 이 글에서는 효율적 투자선 관점에서 이를 살펴보았습니다.

상장된 지 가장 오래된 커버드콜 ETF라 할 수 있는 XYLD와 QYLD에서는 이러한 경향을 뚜렷하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기초 자산과 단기 채권 ETF를 혼합하여 수익률을 조금 희생하는 대신, 변동성을 낮추면 XYLD나 QYLD보다 더 나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기초 자산의 일부만 커버드콜로 노출하는 ETF가 각광받고 있습니다. XYLG와 QYLG는 50%의 자산을 커버드콜로 노출시키는 상품입니다. 커버드콜 비중이 달라진다고 상품의 특성이 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주식 + 채권 포트폴리오 입장에서는 주식의 비중을 좀 더 높인 경우이기 때문입니다.

JEPI, JEPQ와 같이 액티브 펀드에 기반을 두고 최대 20%와 같이 낮은 비중으로 커버드콜 전략을 사용하는 ETF라 해서 예외는 아닙니다. 이들 상품의 장기 성과는 커버드콜에 의한 효과보다는 액티브 펀드의 효과가 더 강하게 작용할 뿐입니다.

부분적으로 커버드콜 전략을 사용하면, 기초 자산을 따라잡는 효율을 높이면서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변동성을 줄여주는 효과는 작아지게 됩니다. 커버드콜의 두 가지 효과인 변동성 축소와 프리미엄 누적 중에서, 변동성 축소 효과를 줄이면서 프리미엄 누적에 주안점을 둔 것입니다. 

커버드콜 ETF는 50% 오렌지 주스와 비슷한 상품입니다. 오렌지 주스 원액이 가장 비싼 원재료라면, 100% 오렌지 주스보다 50% 오렌지 주스가 오렌지 원액 가격 변동에 덜 민감합니다. 하지만 주스 병과 같은 부가 비용을 포함해서 원가를 산출하면, 오렌지 원액 대비 원가는 50% 오렌지 주스가 더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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