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이지만 서평을 남기고 싶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서평을 읽고 혹시라도 많은 사람이 그 내용을 이해하게 되면 서평을 쓴 사람에게 유리해지지 않는 경우입니다. 주식 투자는 포지티브 섬 게임이기에, 투자자의 평균 투자 실력이 높아질수록 개개인이 시장 대비 초과 수익을 얻을 가능성은 낮아집니다. 국민 개개인의 지적 수준이 높아지면, 국가 전체의 부도 함께 커지는 경우와 다릅니다.
책의 저자라면 인세라도 받을 수 있지만, 서평을 쓴 사람에게 돌아오는 것은 간간이 올라가는 '좋아요' 횟수뿐입니다.
대상이 되는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의 구체적인 그리고 정말 효용이 있는 투자 기법을 책이나 강연으로 손쉽게 구할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투자 전략을 소개한다는 시중에 나온 책들은 대부분 거짓이라 보면 됩니다. 나는 이러한 방식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는 자서전일 뿐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 이야기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착각하는 투자자가 많을수록 투자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됩니다. 사실이든 아니든 본인이 유용하다고 믿는 투자 비기가 있다면, 2천원 정도의 인세를 받고 남에게 알려줄 수 있을까요? 저라면 꽁꽁 숨겨둡니다. 성공할 거라 예상하는 신제품 설계도를 경쟁사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회사는 없습니다. 신제품이 실제 성공하든 그렇지 않든 감추는 게 유리합니다.
임성준과 조셉 H. 리의 <소수의 법칙>은 투자 철학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철학이라고 하니 다소 거창하지만, 투자를 바라보는 거시적인 관점 정도라고 보면 됩니다. 구체적인 투자 방법은 소개되어 있지 않습니다.
저자들의 투자 관점은 저와 흡사합니다. 이 때문에 이 책의 서평을 쓰고 싶지 않은 것입니다. 저자들의 투자 관점이 유용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알려져서 이득이 되지 않다는 뜻입니다.
주식 투자는 남의 실수를 이용하여 초과 수익을 거두는 게임입니다. 누군가 본인의 투자 전략을 공개하면, 남들이 따라 하거나, 그 약점을 공략하게 됩니다. 어느 경우에나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줄어들게 됩니다.
다만, 이미 충분히 알려져 있거나, 그 시장의 수익이 나눠 먹어도 될 만큼 충분히 거대하거나, 어떤 이유로든 실수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원인이 있는 경우라면 투자 전략을 공개해도 크게 불리하지 않을 뿐입니다.
시장 수익률을 추종하는 ETF에 장기 투자하는 전략이나, 증시가 급락하면 추가 매수하라는 전략은 공개해도 무방한 범위에 속합니다.
이 책은 투자 철학 소개서라고 볼 수 있기에 지식을 습득하는 방식으로 읽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독자도 어떤 투자 철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본인의 생각과 어떤 부분이 다르고, 왜 차이가 나며, 무엇이 좀 더 본인에게 알맞은지 곰곰이 생각하면서 읽는 것이 좋습니다.
다행스럽게도 2013년에 출판된 이 책은 절판되었습니다. 제 경우에는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습니다. 무제한 공급이 가능한 전자책으로도 출판되어 있다는 점이 아쉬울 뿐입니다.
이 정도 경력을 가진 활동적인 저자들이라면, 지금도 어디선가 무슨 일이든 하고 있을 듯한데, 근황을 찾을 수 없습니다. 저자들의 블로그 글도 모두 내려간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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