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트. 킵. 바잉.; Just Keep Buying (닉 매기울리) - 방향은 동의하지만 근거는 부실한 책 - 아파트 vs 주식, 무엇이 좋을까? (서평)

오렌지사과키위 2024. 9. 23. 18:52

어떤 주장을 하는 책이나 글을 읽으면, 주장에는 동의하지만 주장의 근거에는 동의할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동의할 수 없는 이유는 대개 두 가지 중 하나입니다. 첫 번째는 근거 자체가 합리적이지 않다고 느끼는 경우입니다. 두 번째는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중요하지 않기에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느끼는 경우입니다. 참고: '동의'와 '느낌'이라 표현하는 이유는 인간이 관여된 판단/제도는 완벽히 옳거나 그르지 아닐 수 있으며, 시대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닉 매기울리의 <저스트. 킵. 바잉. (Just Keep Buying)>은 첫 번째 부류에 속하는 책입니다. "망설이지 말고 계속해서 주식을 매수해라"는 주장에는 동의하지만, 근거라고 제시하는 데이터와 논리는 부실하기 때문입니다. 참고: 책과 이 글에서 주식은 개별 종목이 아니라 주식 시장 전체인 자산으로서의 주식(예를 들어 S&P 500)입니다.

데이터가 잘못되었기에 부실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데이터는 수치 그 자체로는 옳을 수 있지만, 주장에 대한 근거로 들 수 있을 만큼 합리적으로 분석/평가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증권사 같은 기관에서 주식 투자의 우월함을 보이기 위해 자주 드는 예가 있습니다. 지난 수십년간 서울 아파트 시세보다 삼성전자(또는 코스피) 주가가 더 많이 올랐기에, 주식이 아파트보다 더 나은 투자 자산이라고 소개(주장)하는 것입니다.

이런 글을 찬찬히 살펴보면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사용 가치인 월세를 고려하지 않는 것은 기본입니다. 간혹 전세금을 받아 은행 예금에 넣는다고 가정하는 경우는 있습니다.

위험(risk)도 고려하지 않습니다. 경제 위기 상황이 닥치면 더 많이 하락하는 주식을 수익률만으로 아파트와 비교합니다. MDD -75%는 MDD -50%의 1.5배가 아닙니다. 반토막이 난 이후에 다시 반토막이 나야 -75%가 됩니다. 위험이 2배인 셈입니다.

비합리적인 분석을 근거라면서 연구소 이름을 걸고 발표하는 것을 보면, 솔직히 저 회사에서 파는 상품에 내 돈을 맡겨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 갈 정도입니다. 장사하는 사람은 본인이 파는 상품의 품질이나 가성비를 과장하는 경향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금융 상품은 이렇게 홍보하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책을 읽을 때 나중에 눈여겨볼 문구나, 이해가 잘 되지 않거나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으면, 페이지 귀퉁이를 접어 둡니다. 서평을 쓸 때 다시 살펴보기 위해서인데, 대개는 저자와 생각이 다른 경우입니다. 제가 읽어본 책 중에서 이 책만큼 귀퉁이가 많이 접힌 책은 거의 없었습니다. 

(책의 주요 내용은 책 목차나 다른 서평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저자와 생각이 다른 부분 위주로 서평을 작성하지만, 책의 전반적인 방향은 훌륭합니다. 오해 없으시길 바라겠습니다.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은 주식을 중심으로 자산 배분 관점에서 투자를 바라봅니다. 흔하지 않게 인적 자산도 서술하고 있습니다. 대개의 투자 서적은 인적 자산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관 투자자가 아닌 개인 투자자라면 인적 자산을 고려해서 투자해야 합니다.

제가 읽어 본 투자 서적 중에서는 리처드 번스타인의 <소음과 투자>가 유일하게 인적 자산에 대해 서술하고 있었습니다. 참고: [서평] 소음과 투자 (리처드 번스타인)

이 책은 약간의 자기개발서 성격이 가미되어 있습니다. 투자와 자기개발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책으로는 올웨더 포트폴리오를 소개한 토니 로빈스의 <Money 머니>가 있습니다. 참고: [서평] MONEY 머니 : 부의 거인들이 밝히는 7단계 비밀 (토니 로빈스)

저자와 생각이 다른 부분

저자와 생각이 다른 부분을 정리합니다. 제 생각이 옳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대개는 결론을 도출하는데 충분히 적합한 데이터가 아니기 때문이지, 데이터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 두 가지는 완전히 다른 의미입니다.

지난 20년간 서울 아파트는 연 5%, 주식은 연 10% 올랐다는 데이터는 사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근거로 주식이 더 좋은 투자 자산이라고 결론 내리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앞서 설명과 같이 거주 비용과 위험이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참고: 결론이 잘못되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결론을 내리는 과정이 잘못되었다는 뜻입니다.

고정 비율로 저축하라는 저축에 대한 조언들은 잘못된 가정에 기반하고 있다.

저자는 소득의 20% 또는 30%를 저축하라는 조언을 마치 잘못된 것처럼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람마다 상황이 다른데 어떻게 동일한 비율을 제시할 수 있느냐는게 주된 이유입니다.

사람은 구체적인 수치가 주어지면 목표를 보다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습니다. 체크카드에 1달 생활비로 100만원만 넣어두고, 그 카드만 쓰겠다고 다짐하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데 효과적입니다.

예기치 않은 상황이 발생하면 당연히 예비비나 저축을 헐어서 써야 합니다. 저축률 20%, 30%, 또는 생활비 100만원은 강제 사항이 아닙니다. 목표치입니다. 1달이 지나 생활비가 5만원 남았다고 아무거나 사서 소비하지 않습니다. 잔액은 저축을 합니다. 그 사람에게 일반적인 상황에서 달성 가능한 생활비의 목표치를 100만원으로 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축 습관을 기르고 실천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목표치를 설정하라는 조언을 누구에게는 동일하게 적용되는 강제적인 규칙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씀씀이만 줄이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어느 누구도 씀씀이만 줄이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불필요한 생활비를 줄이면 저축을 더 많이 할 수 있기에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빛을 내야만 생활이 가능한 사람에게 씀씀이를 줄이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누가 이야기하겠습니까. 당연히 소득도 함께 늘여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저축률이 높은 사람은 은퇴를 위해 더 많이 저축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어느 정도의 기간까지는 승진 등으로 인해 수입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수입이 증가하면 본래 계획했던 은퇴 시점에 필요한 자금을 만들기 위해, 기존 저축률보다 더 높은 비율로 저축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100만원을 받던 사람이 50%인 50만원을 저축하고 있었는데, 수입이 200만원으로 늘어났다고 하겠습니다. 기존 저축률 50%를 그대로 적용하면 100만원으로 저축이 늘었지만, 소비도 100만원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은퇴 후 필요한 소비가 월 50만원에서 월 100만원으로 늘어났으니 필요한 은퇴 자산 규모도 늘어납니다. 따라서 기존 저축률 50%로는 예상했던 시점에 은퇴가 어려워지게 됩니다.

이건 그냥 말장난입니다. 어느 누가 월급이 2배로 늘어났다고 소비도 2배로 늘이겠습니까. 저축률로만 해석하니 그렇게 보이는 것입니다. 애초에 발생하기 어려운 상황을 가정해서 논리를 전개하고 있는 것입니다.

(책을 꼼꼼히 읽어보면 이런 식의 말장난에 가까운 논리 전개가 여기저기에서 눈에 띕니다. 논리는 맞지만, 별 의미는 없습니다.)

신용카드 빚은 항상 나쁜 것만이 아니다

미국의 신용 카드는 리볼빙(Revolving; 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 방식입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신용 카드사에서 단기 대출을 받아 물건을 사고 할부로 갚는 방식입니다. 자연히 이자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의 신용 카드보다 박한 조건이고, 재테크 서적에서 공통으로 하는 말은 "체크카드 하나만 남기고 모두 가위로 잘라라"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어떤 이유로든 신용 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나쁘진 않겠지만, 이를 투자 서적에서 변호하듯 말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습니다.

투자로서의 주택

미국 주택시장지수 데이터를 제시하면서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실질 수익률이 연 0.6%로 낮기에 주택은 투자 자산으로 가치가 낮은 것처럼 설명하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헤지 되면서 거주 비용만큼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자산이 투자 자산으로 무엇이 부족한 것일까요? 책에서 한 번씩 언급하는 채권보다 나은 것입니다.

피터 린치는 <피터 린치의 투자 이야기>에서 분명하게 주요 투자 자산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피터 린치의 투자 이야기>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가능한 일찍부터 집(자가)과 주식으로 투자를 시작해라. 마켓 타이밍을 고려하지 말고 꾸준히 장기 투자하면, 누구나 노년 생활을 안정적으로 누릴 정도로 자산을 불릴 수 있다.

더군다나 책 중간쯤에는 투자 부동산의 수익률을 12% ~ 15%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현금에 대한 오해

책 전반에서 걸쳐 나타나는데, 현금과 채권을 구분하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투자 자산으로서의 현금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현금은 은행 또는 증권사 계좌에 넣어 두고, 단기 채권 수준의 이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순수 현금을 다른 자산과 비교할 필요가 없습니다.

책의 예처럼 2년간 매월 1,000달러씩 모아 24,000달러를 만들고자 한다면, 집 안의 금고가 아니라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적금에 가입하는 게 합리적인 행동입니다.

대부분의 주식시장은 대부분의 기간에 상승한다.

100만 달러가 생겼을 때, 당장 모두 투자할지, 1년에 1만 달러씩 100년에 걸쳐 투자할지 선택하는 걸 상상하는 사고 실험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1년에 1만 달러씩 투자하는 이유는 당장 100만 달러가 없기 때문입니다. 비교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닙니다.

지금 투자할 것인가, 때를 기다릴 것인가

투자금으로 바로 주식에 투자할지, 1년에 걸쳐 나누어서 투자할지 비교를 하고 있습니다. 주식은 장기적으로 상승하기에 바로 투자하는 것이 유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반대급부로 변동성이 높아집니다. 책에서도 변동성을 비교하고 있지만 설명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거치식으로 들어갈지 적립식으로 들어갈지는 투자 목적과 환경에 따라 선택하는 문제입니다. 참고: 미국장으로 바로 갈까? 나누어서 갈까? (미국장으로의 이전 - 일시 매수와 분할 매수)

장기투자의 결과로 치러야 하는 대가

매년 초에 그 해의 MDD를 미리 알 수 있다고 가정하고, MDD가 기준 이상으로 높다면, 그 해에는 투자를 하지 않는 위험 회피 전략을 거치식과 비교하고 있습니다. 비교 대상이 아닙니다. 당해 MDD는 연말 수익률이 아니며, 당해 MDD가 높다는 것을 정말 알 수 있다면, 하락했을 때 사서 연말에 파는 전략을 사용해야 합니다.

매입 재조정

리밸런싱(재조정)을 보유 자산으로 하지 않고, 투자금을 추가하여 부족한 자산을 매입하는 방식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MDD가 줄어든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평단가를 낮추기 위해 물타기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MDD만 줄어들지, 손실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원금이 늘어나기에 MDD가 줄어드는 착시입니다.

정리하며

닉 매기울리의 <저스트. 킵. 바잉. (Just Keep Buying)>은 장기적으로 꾸준히 주식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책입니다. 개인적으로 일반적인 개인 투자자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투자 전략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아쉽게도 이 책은 적절하지 않은 데이터를 주장의 근거로 제시하는 빈도가 높은 편입니다. 논리 전개가 합리적이지 않은 부분을 직접 찾아보고, 그 이유를 고민해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논리 훈련에도 상당한 도움이 되는 특이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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