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 처음공부 (이성수) - 제목대로 기본을 충실하게 소개하는 책 (서평)

오렌지사과키위 2024. 9. 21. 17:44

가치 투자(Value investing)는 기업(종목)의 미래 가격(주가)을 기본적 분석(fundamental analysis)을 중심으로 추정하고, 추정한 미래 가격과 현재 거래 가격과의 괴리를 이용한 매매 기법입니다. 추정 미래 가격보다 현재 거래 가격이 낮으면 매수하고, 반대의 경우에는 매도하는 역추세 매매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치 투자에서 미래 가격을 추정하는 것을 밸류에이션(valuation)이라고 하며, 가치 투자의 핵심이 됩니다. 어떤 가정에 기반하여 무슨 방식으로 밸류에이션 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의 가치 투자가 있을 수 있습니다.

기업의 성장성을 중요시한다면, 매출이나 영업 이익과 같은 지표의 변화를 분석하고, 업종과 기업의 미래를 신중하게 예측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기 민감도가 높으면서, 소수의 기업이 과점하는 업종이라면, 미래보다는 현재 상태에 조금 더 집중할 수도 있습니다. PER 또는 PBR이 과거 평균보다 충분히 낮아졌다면, 앞으로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고 투자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업종의 안정성과 배당 성향이 높은 기업이라면, 시가 대비 배당률을 투자의 주된 근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안정적인 업종의 고배당 기업들의 배당 성향은 크게 바뀌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떤 스타일의 가치 투자이든 투자 목적이나 투자 대상에 따라 적절한 밸류에이션 방법이 다를 수 있습니다. 밸류에이션은 미래를 예측하는 행위이기에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경우는 비일비재합니다.

가치 투자와 퀀트 투자 그리고 솔직함

시중에는 다양한 가치 투자 서적이 출판되어 있습니다. 가치 투자는 특정한 방법이라고 구체적으로 정의하기 어렵습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투자 목적이나 투자 대상에 따라 효과적인 밸류에이션 방법이 다를 수 있고, 미래는 불확실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가치 투자에 대한 책은 투자 철학 및 기본적 분석 방법에 대한 소개와 투자 사례 위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기본적 분석을 이용한 일반화된 투자 전략은 퀀트 투자 서적을 참고해야 합니다.

일반화되었다는 의미는 밸류에이션과 관련한 주요 지표를 이용하여 폭넓은 종목에 대해 오랜 기간 투자했을 때의 얻을 수 있었던 과거 성과를 시뮬레이션(백테스트; backtest)해 본다는 의미입니다. 일반화되었기에 더 정확하던가 투자 성과가 더 높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퀀트 투자의 백테스트에 사용하는 데이터 가짓수는 실제 투자에서 사용하는 데이터 가짓수보다 훨씬 적습니다. 실제 투자에서는 잠정 실적치, 기업의 사업 보고서, 애널리스트의 기업 분석 보고서, 신문 기사, 미래 전망 등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고민해서 투자 결정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백테스트는 이 중에서 구체적인 수치 일부만 사용할 수 있는 경우가 흔합니다.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에 제약이 있지만, 특정 밸류에이션 방법이 효과가 있었는지를 추정하기에는 백테스트가 유용할 수 있습니다. 성장성과 관련된 여러 지표 중에서 무엇이 더 유용했는지, 성장주 위주의 포트폴리오에 고배당 종목을 편입한다면, 어느 정도 비중이 투자 목적에 부합했는지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이를 다르게 말하면 가치 투자 서적은 투자 철학을 알려줄 수는 있지만, 구체적인 투자 기법을 소개할 수 없습니다. 대략 저 방향으로 걸어가면 서울에 도착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지, 중간중간 어디에 지름길이 있고, 숙식은 어디에서 해결이 가능하며, 산과 강을 쉽게 넘을 수 있는 방법까지 알려주지도 못하고 알려줄 수도 없습니다.

행여 구체적으로 세세한 내용이나 특정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비기를 알고 있더라도, 이를 자세히 소개하지 않습니다. 주식 투자는 정해진 총수익을 투자자끼리 나누어 가지는 포지티브 섬 게임입니다. 비기라고 믿는 나만의 지식이 있다면, 이를 남에게 공짜로 또는 적은 비용으로 알려줄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이성수의 <가치투자 처음공부>는 가치 투자에 대한 입문서입니다. 투자 입문자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자세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만의 가치투자 전략을 완성하거나 정말 훌륭한 종목을 발굴했다면 여러분만 아십시오. 절대 남에게 알리지 마십시오.

책의 읽고 덧붙이는 말

(책의 주요 내용은 책의 목차나 다른 서평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책의 내용에 대한 개인적인 부연 설명과 저자와 생각이 다른 부분을 정리합니다.

거시 경제와 분산 투자에 대한 소개

대개의 가치 투자 서적은 상향식(바텀업; bottom up)으로 개별 기업을 분석하는 방법 위주로 서술되어 있습니다. 투자하기에 적합한 종목을 발굴하는 방법을 사례를 통해 소개하는 것입니다.

큰 줄기에서 보면 이 책도 예외는 아니지만, 책 서두에 금리와 환율과 같은 거시 경제 지표의 중요성을 먼저 설명하고 있으며, 책 말미에는 분산 투자에 대한 소개도 덧붙이고 있습니다.

업종의 중요성

사양 업종의 기업은 장기적으로 전망이 불투명합니다. 책에서 영화 <타인의 돈>에 나왔던 대사를 인용하고 있습니다.

한때는 마차용 채찍을 파는 회사가 많았습니다. 마지막 살아남은 회사는 최고의 기술로 마차용 채찍을 만들었겠지만 그 기업 주주였다면 투자 결과는 어땠을까요?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사양 업종보다는 성장 업종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투자자가 업종의 미래를 예상하여 위험을 피하려는 것처럼 기업도 그러합니다. 프랑스 유명 브랜드인 에르메스는 마구 용품과 안장과 같은 말과 관련한 제품을 만들던 회사였습니다. 영화 대사에 꼭 들어맞는 기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워런 버핏의 성과에 대한 과대평가

가치 투자 책은 워런 버핏과 같은 성공한 유명 투자자를 예로 들면서 가치 투자의 우수성을 설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도 그러한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아래 그래프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지난 44년간 그리고 지난 28년간 수익률을 시장 수익률(S&P 500)과 비교한 그래프입니다. 데이터 출처: BRK-A vs US500, BRK-B vs SPY

BRK-A vs S&amp;P 500BRK-B vs SPY
BRK-A vs S&P 500, BRK-B vs SPY

왼쪽 44년간의 그래프를 보면 BRK-A(버크셔 해서웨이 A주)는 S&P 500 대비 연 2배의 높은 수익률을 거두어 왔습니다. 놀라운 성과입니다. 하지만 오른쪽 그래프를 보면 최근 28년간은 연 1.1% 더 높은 수익률을 거두는데 그쳤습니다. 최근 20년 정도만 보면 시장 수익률과 거의 차이가 없었습니다.

제무재표 기준의 변화에 의한 저 PBR 투자 전략의 과대평가

2009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된 K-IFRS(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로 자산과 부채는 취득 원가가 아닌 공정 가치 기준으로 평가하게 되었습니다. 10년 전 부동산을 10억원에 매수했기에 재무제표에 10억원으로 기입해 왔는데, 100억원으로 바꿔 써야 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자산이 많았던 기업은 자산이 이전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평가되었고, 부채 비율은 줄어들었습니다. 주가는 이를 반영하여 크게 상승했습니다. 기업은 순간적으로 저 PBR 상태가 되고, 보유 자산이 주가에 반영되는 과정에서, 저 PBR 투자 전략의 효용이 실제보다 과대 평가되었을 수 있습니다.

주당 현금흐름(CPS)

CPS는 기업의 현금 흐름이 얼마나 양호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지표입니다. 들어오는 돈과 나가는 돈을 비교해서 돈이 순유입되고 있는지 아니면 순유출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입니다. 책에서는 CPS 계산 방법을 아래와 같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CPS = (영업활동에 의한 현금흐름 - 우선주 지급 배당금) / 발행주식수

수식에서 우선주 지급 배당금 항목은 우선주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국내 기업에는 적절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우선주는 만기가 결정되지 않은 회사채에 가깝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은행 대출에 대해 이자를 지급하듯 우선주에 발행가 대비 고정 비율로 배당해야 합니다. 주식이지만 채권에 가깝기에 현금흐름에서 유출로 처리합니다.

헤지 자산

위험을 줄이는 헤지 자산으로 선물, 옵션, 인버스 ETF, 그리고 달러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헤지는 보유 자산의 성과가 기대와 다른 경우, 즉 예상치 못하게 크게 하락하는 경우에 손실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펀드 매니저와 같은 기관 투자자는 운용 자산의 규모가 상당합니다. 증시 하락이 예상되더라도 보유 자산을 단기간에 매도할 수 없습니다. 매도와 재매수 과정에서 참여 효과가 크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선물 또는 옵션을 이용하여 보유 자산의 하락을 헤지 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개인 투자자는 자금의 규모가 크지 않은 이상 선물이나 옵션을 이용할 필요성이 높지 않습니다. 보유 자산을 전부 또는 일부 매도하여 현금 비중을 늘리는 게 더 나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달러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달러는 주식과 음의 상관관계가 높은 자산입니다. 대개의 헤지는 보유 자산 100% 중에서 일부를 이용하여 구성합니다. 주식에 60%를 투자하고 주식에 대한 헤지 자산으로 채권에 40% 투자하는 방식입니다.

한국인은 달러의 경우 100% 헤지 자산으로 편입할 수 있습니다. 달러는 자산인 동시에 자산을 거래할 수 있는 통화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주식에 투자하면, 주식 100% + 달러 100%로 보유하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참고: 자산 배분 투자는 왜 하는 것일까? (직장인은 국내 주식, 원화 채권에도 투자해야 하는 걸까?)

정리하며

이성수의 <가치투자 처음공부>는 가치 투자에 대한 꽤 진지한 소개서입니다. 가치 투자에 대한 개념을 기초부터 자세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지나치기 쉬운 관련 지식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투자 입문자에게 권할만한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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