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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 절약과 나신입씨의 승진

오렌지사과키위 2024. 10. 11. 17:22

모바일 게임 중에는 방치형이 있습니다. 사용자가 개입(또는 조작)하지 않아도 게임 캐릭터가 스스로 게임을 진행하고 성장합니다. 중간중간 전반적인 흐름을 결정하기 위해 개입하지만, 고전 게임처럼 적극적인 조작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짬짬이 게임을 즐기고자 하는 사용자의 욕구를 겨냥한 상품이라 볼 수 있습니다.

게임의 캐릭터에는 레벨(level)이 있습니다. 캐릭터의 여러 활동으로 경험치가 쌓이면 레벨이 올라갑니다. 레벨이 올라가면 캐릭터가 조금 더 강력해지거나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넓어집니다.

직장인으로 비유하면 레벨은 연차나 직급이라 볼 수 있고, 연봉은 직장인의 능력을 돈으로 환산한 수치입니다. 참고: 게임 캐릭터에 비유했지만, 직장인의 역할을 가볍게 보는 것은 아닙니다.

직장인은 능력을 키우고 그 능력으로 기업의 이익 창출에 기여합니다. 그 대가로 직급 최종적으로는 연봉을 높일 수 있습니다. 다른 동료들도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협력도 하며 경쟁도 합니다.

이전 글에서 나신입씨는 제일유통에 입사하였습니다. 세후 연봉 3,000만원으로 시작해서 30년간 매년 2%씩 연봉이 인상됩니다. 참고: 명목 연봉 인상률은 5%이지만, 물가 상승률을 3%로 가정하였기에 실질 인상률은 2%입니다.

연봉 테이블에 연차별로 지급되는 연봉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연차가 올라가는 것을 승진이라고 하겠습니다. 대리 2년차에서 대리 3년차로의 변동은 승진이라 볼 수 있으며 연봉도 함께 인상됩니다. 회사가 기대하는 수준의 실적을 꾸준히 보이면, 방치형 게임의 캐릭터가 하루에 1레벨씩 자동으로 올라가듯 1년에 한 단계씩 승진합니다.

나신입씨는 돈을 모으기로 하였습니다. 노후에 대한 대비일 수도 있고, 창업을 원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단순히 돈을 모으는 것이 재미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나신입씨는 자기개발을 게을리하지 않고, 업무에 충실하면서 인적 자원을 늘리고 있습니다.

인적 자원은 조금씩 늘어나더라도 즉각적인 보상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게임에서 경험치가 충분히 쌓여야 레벨이 올라가듯, 상당한 시간과 성과가 필요합니다. 이 때문에 자산 가격의 변동이 보다 눈에 잘 보이는 방식을 선호할 수 있습니다. 투자와 절약입니다.

나신입씨는 월 6만원씩 휴대폰 요금을 내고 있습니다. 자취방과 회사에 와이파이가 설치되어 있기에, 월 3만원짜리 요금제로도 충분할 듯합니다. 요금제를 변경하여 월 3만원씩 절약한다면 나신입씨에게 어떤 일이 생길까요?

절약을 해서 모든 돈을 투자하면 얼마나 불릴 수 있는지 소개하는 글은 많이 있습니다. 이 글은 나신입씨의 절약과 승진의 관계를 살펴봅니다.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 또는 특정 전략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분석 가정, 분석 대상, 분석 기간, 분석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데이터 가공, 해석 단계에서 의도하지 않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나신입씨의 연봉 테이블

아래는 나신입씨가 입사한 제일유통의 연봉 테이블입니다. 물가 상승률 3%를 고려하여 모두 현재 가치로 환산한 금액입니다. 물가 상승률이 0%이고, 연봉 인상률은 2%인 셈입니다.

연차 통장 연봉 승진하면?
1 121,704 3,000  
2 118,704 3,060 2,374
3 115,644 3,121 2,313
4 112,523 3,184 2,250
5 109,339 3,247 2,187
6 106,092 3,312 2,122
7 102,780 3,378 2,056
8 99,401 3,446 1,988
9 95,955 3,515 1,919
10 92,440 3,585 1,849
11 88,855 3,657 1,777
12 85,198 3,730 1,704
13 81,468 3,805 1,629
14 77,663 3,881 1,553
15 73,782 3,958 1,476
16 69,824 4,038 1,396
17 65,786 4,118 1,316
18 61,668 4,201 1,233
19 57,467 4,285 1,149
20 53,183 4,370 1,064
21 48,812 4,458 976
22 44,354 4,547 887
23 39,807 4,638 796
24 35,169 4,731 703
25 30,439 4,825 609
26 25,613 4,922 512
27 20,692 5,020 414
28 15,671 5,121 313
29 10,551 5,223 211
30 5,328 5,328 107

나신입씨가 입사 때 받은 통장에는 12억원이 넘는 돈이 들어 있습니다. 매년 당해 연봉만큼 나신입씨 월급 통장으로 자동 이체됩니다. 연봉이 빠져나간 만큼 통장 장고는 줄어들고, 정년인 30년차가 되면 통장이 완전히 비게 됩니다. 참고: 인적 자산의 가치는 얼마일까? - 제일유통에 입사한 나신입씨

표에서 마지막 칼럼은 해당 연차에 남들보다 먼저 승진(특진)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추가 임금입니다. 5년차에 승진을 하면 5년차를 건너뛰고 6년차로 바로 넘어가게 됩니다. 2,187만원을 더 받을 수 있습니다. 참고: 이후 이 글에서 승진은 연차로 인한 자연 승진이 아닌 특진을 의미합니다.

15년차에 승진을 하면 1,476만원을, 25년차에 승진을 하면 609만원을 더 받을 수 있습니다. 승진은 가능한 일찍 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참고: 지금은 관계적으로 종신고용제가 아니기에 이른 승진이 반드시 유리하지는 않지만, 이 글에서는 제일유통은 고용이 안정적인 직장이라 가정합니다.

나신입씨의 절약 - 소비 줄이기

나신입씨는 월 6만원짜리 휴대폰 요금을 월 3만원짜리로 바꾸었습니다. 월 3만원이 절약되는 것입니다. 물가 상승률을 0%로 가정해서, 휴대폰 요금의 변화가 없다고 보면, 나신입씨는 30년간 3만원 × 12개월 × 30년 = 1,080만원을 절약하게 됩니다.

띠링! 20년차에 승진하셨습니다.

내친김에 커피값도 줄이기로 하였습니다. 아침마다 뉴요커 흉내를 내서 커피 한 잔을 들고 멋있게 출근하였는데, 이제 사무실에 비치된 인스턴트 커피를 마시기로 하였습니다. 무려 공짜입니다.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 가격이 3천원이라고 하겠습니다. 30년간 3천원 × 20일 × 12개월 × 30년 = 2,160만원입니다.

띠링! 6년차에 승진하셨습니다.

참고: 엄밀하게는 여러 번 승진을 하게 되면, 복리 효과가 발생해서 2번째 승진부터는 위의 표보다 조금 늦은 연차에 승진하는 효과가 납니다.

신기한 일입니다. 휴대폰에 절약할 목록을 입력하자마자 승진할 수 있습니다. 반값 휴대폰 요금제로 바꾸고, 매일 아침 인스턴트 커피를 타 먹는 정도의 변화로도 2번의 승진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삶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의 하나인 소비를 무리하게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젊은 시절에는 그때만 해 볼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예전에 본 tvN의 <꽃보다 할배>의 유럽 여행편에서 백일섭씨는 할배 출연진 중에서 가장 나이가 어렸지만, 무릎이 좋지 않아 관광을 충분히 즐기지 못했습니다. 시청하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나신입씨의 절약 - 소비 지연

소비 금액 또는 소비 비율을 줄이는 방식으로도 절약이 가능하지만, 소비를 지연하는 방식으로도 절약할 수 있습니다. 나신입씨는 3년전에 구입한 휴대폰을 2년 더 쓰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최신형 휴대폰의 가격은 100만원입니다. 2년 뒤에 신형으로 살 계획입니다.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요?

물가 상승률을 0%로 두었기에 2년 뒤에 성능이 향상된 최신형 휴대폰의 가격은 여전히 100만원입니다. 나신입씨가 당장 지출하지 않은 100만원을 은행 예금에 둔다면, 2년 뒤에도 여전히 100만원입니다. 참고: 물가 상승률이 3%이면, 은행 예금 금리도 3%라 보면 됩니다. 휴대폰의 가격은 연 3%씩 상승했기에 은행 예금을 해지하면 휴대폰을 살 수 있는 돈만 남게 됩니다. 

소비를 지연하면 마치 절약한 것처럼 보이지만, 2년간 잔고가 일시적으로 100만원 더 많아 보였던 것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착시는 가격 상승률이 높은 상품이나 자산에서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참고: 대표적으로 부동산(자가)이 있습니다.

나신입씨가 은행이 아닌 다른 투자처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나신입씨의 연봉 인상률 정도인 연 2%(물가 상승률 고려 시 연 5%)는 안정적인 투자처입니다. 주식에 투자한다면 연 5%(물가 상승률 고려 시 연 8%)를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나신입씨가 주식에 투자했고, 기대 수준의 수익률을 얻었다고 하겠습니다. 100만원은 100만원 × 1.05² ≒ 110만원으로 늘어납니다.

110만원 중에서 새 휴대폰을 사기 위해 100만원을 지출하면 10만원이 남습니다. 10만원을 남은 28년간 다시 주식에 투자합니다. 10만원 × 1.05²⁸ ≒ 39만원을 추가로 얻게 됩니다.

띠링! 30년차에 승진할 확률이 37%p 증가했습니다.

소비 지연은 절약 효과가 미미합니다. 금액이 크지 않고 일회성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나신입씨가 휴대폰으로 절약을 하려면, 가격이 저렴한 휴대폰을 구입하던가, 휴대폰 교체 주기를 늘려야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절약한 금액보다 2년간 신형 휴대폰으로 얻을 수 있는 편익이 더 커서 오히려 손해일수도 있습니다.

금액이 큰 경우에는 소비 지연으로 의미 있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자동차입니다. 3,000만원짜리 새 자동차 구입을 2년 미루면, 3,000만원 × 1.05² ≒ 307.5만원의 여유가 생깁니다.

이를 다시 투자하면, 307.5만원 × 1.05²⁸ ≒ 1,205만원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참고: 자동차는 소모품이고 세금, 유류비 등 각종 부가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기에 자동차 구입 지연은 이보다 더 큰 절약 효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띠링! 19년차에 승진하셨습니다.

정리하며

절약은 투자의 기본입니다. 투자 수익률이 높은 자산이나 종목을 찾기 위해서 시간과 정성을 쏟지만, 절약은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참고: 이 글에서는 절세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았지만, 절세도 절약의 한 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높은 투자 수익률은 실력과 운이 함께 따라야 하기에 결코 쉽지 않습니다. 호기롭게 투자를 시작하지만, 시장 이하의 수익률을 거두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절약은 상대적으로 쉬울 수 있습니다. 습관화가 어려운 것이지 일단 몸에 베이면, 자연스럽게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참고: 과도한 절약으로 구차하게 살자는 이야기는 결코 아닙니다.

당장에는 커 보이지 않는 절약의 효과도 장기간 누적되면 큰 힘을 발휘합니다. 나신입씨가 오늘 결심한 반값 휴대폰 요금과 커피값 절약은 나신입씨의 마음이 변하지 않는 한 거의 확정된 2번의 특진 기회를 제공합니다.

띠링! 띠링! 2레벨 특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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