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는 미래의 경제적 이득을 얻는 것이 목적입니다. 효율적인 투자를 위해서는 사용 가능한 투자 전략의 향후 성과를 합리적으로 추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향후 10년간 미국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SPY에 투자하는 것이 나을지, 한국 KOSPI 200 지수를 추종하는 KODEX 200에 투자하는 것이 더 좋을지 결정하기 위해서는, 여러 제약 조건(투자 기간, 기보유한 자산과의 관계 등)을 감안하여 미래 성과를 예상하고 비교해야 합니다.
특정 투자 전략으로 상당 기간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면, 기대에 부합하는 성과를 얻고 있는지, 또는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다른 투자 전략에 비해 불필요한 노력을 쏟고 있는 것은 아닌지 주기적으로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투자 전략을 변경하거나 보완해야 할 수 있습니다.
이 글과 이어지는 글들에서 금융 자산의 투자 성과를 분석하는 기초적인 방법을 소개합니다. 다음과 같은 주제를 다룰 계획입니다.
- 수익률: 장기 수익, 복리와 수익률, 손익 비대칭과 로그 수익률, 거치식과 적립식, 인플레이션과 세금 및 비용
- 성과 비교: 벤치마크, 수익률과 위험, 투자 효율과 레버리지
- 사례: 백테스트를 활용한 개별 전략의 과거 성과 분석
일부 세부 주제는 블로그의 다른 글을 통해 상세히 소개하였기에, 간단하게 정리하고 참고 링크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투자 성과 분석 방법을 소개하는 첫 번째 글로, 장기 수익에 대해 설명합니다. 인적 자산과 부동산은 다루지 않습니다. 개인 투자자는 금융 자산 이상으로 이 두 가지 자산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인적 자산에 대해서는 아래 두 편의 글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 또는 특정 전략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수치는 과거에 그랬다는 의미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분석 대상, 기간,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 가공, 해석 단계에서 의도하지 않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부 설명은 편의상 현재형으로 기술되어 있지만, 데이터 분석에 대한 설명은 모두 과거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장기 수익
장기 투자를 계획한다면, 투자 가능한 자산의 장기 미래 성과를 추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때문에 개별 자산의 과거 성과를 살펴보고 좋은 또는 나쁜 성과를 거두었던 이유를 분석해야 합니다.
기대하는 수준의 장기 성과가 지속될 수 있는 이유가 충분하다고 판단한다면, 신중하게 투자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참고: 자산이라고 설명하지만, 투자 전략 또는 포트폴리오도 자산으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
자산의 장기 가격 변화를 표시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가격을 그래프로 표시하는 것입니다. 아래는 2002년 10월 14일에 상장된 KODEX 200의 거래 가격인 PR(Price Return; 배당 미고려 가격) 그래프입니다. 간결하게 표시하기 위해 20 거래일 이동 평균으로 나타냈습니다.
닷컴 버블 이후 KOSPI 200은 꾸준히 상승해 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PR과 TR
PR은 배당이 고려되지 않은 거래 가격입니다. 자산의 종류에 따라서는 배당금(분배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오피스텔 한 채를 매입하고 지난 2년간 월세로 임대했다면, 오피스텔의 가치를 현재 거래 가격으로 평가하는 것은 불합리합니다. 지난 2년간 월세를 받아왔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오피스텔을 매입한 이유 중 하나는 안정적인 월세 수입인데, 월세를 수익에 반영하지 않으면 자산의 기대 수익을 과소 평가할 수 있습니다.
배당금을 고려하지 않는 실수는 의외로 자주 발생합니다. 자기 집을 형편이 되는대로 가능한 일찍 구입하는 게 바람직할 수 있는 이유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지와 함께 사용 가치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자기 집은 소비 자산이면서 투자 자산입니다.
10년간 보유한 아파트(자기 집을 말합니다)의 거래 가격이 물가 상승률 수준인 연 3%씩 올랐다고 하겠습니다. 예금을 한 것과 다를 바가 없다거나, 월세로 살면서 그 돈을 주식에 투자했다면 훨씬 높은 수익률을 거두었을 거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세나 월세로 지출하는 비용은 아파트 가격 대비 기준 금리 또는 물가 상승률 수준의 이자입니다. 5억원에 거래되는 아파트에 3억원의 전세로 살면, 연 3억원 × 3% = 900만원의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예금 금리인 3%가 아니라 대출 금리인 5%로 계산해야 합니다. 연 3억원 × 5% = 1,500만원의 비용이 발생합니다.
전세금을 1억원 낮추면 월세가 1억원 × 3% / 12개월 = 300만원 / 12개월 = 25만원 늘어나지 않습니다. 1억원 × 5% / 12개월 = 500만원 / 12개월 = 42만원이 늘어납니다.
본인이 입주하기 위해 5억원으로 아파트를 매입하면 사용 가치가 연 1,500만원을 발생합니다. 연 3% 배당금이 생기는 셈입니다. 여기에 물가 상승률 3%가 더해져서 아파트의 자산 가치는 연 6%로 증가합니다.
본인이 직접 사용하는 경우 사용 가치는 손에 쥘 수 있는 돈이 아니다 보니 간과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를 고려하지 않으면 자산의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없습니다.
아래는 KODEX 200의 분배금을 재투자했다고 가정한 TR(Total Return; 배당 고려 가격)을 함께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금융 상품의 TR은 최종 거래 가격이 동일해지도록 보정되어 있습니다. 이 때문에 그래프를 보면 혼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배당 재투자를 하면 과거 가격이 낮아진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최종 거래 가격이 아니라, 최초 거래 가격을 동일하게 맞추어 주어야 합니다. 아래는 최초 거래 가격으로 정규화한 그래프입니다.
KODEX 200 (TR)은 꾸준한 배당 재투자를 통해 KODEX 200 (PR)보다 큰 규모의 자산이 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둘의 관계는 월세를 고려한(TR) 오피스텔과 월세를 고려하지 않은(PR) 오피스텔의 투자 성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산의 수익을 비교할 때에는 TR을 사용해야 합니다. PR은 배당률/분배율이 높은 자산이 불리해 보이게 합니다. 아파트의 사용 가치를 고려하지 않으면, 투자 가치를 과소 평가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정리하며
자산마다 배당률/분배율이 다르기에 자산의 가치는 항상 배당 재투자를 고려하는 TR(Total Return)로 평가하고 비교해야 합니다. 자산에 따라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배당금/분배금이 있을 수 있기에, 혹시라도 놓친 게 있는지 살펴보고 합리적으로 추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어지는 글: 투자 성과 분석의 기초 - 2. 수익률, 로그 스케일, 그리고 손익 비대칭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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