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인적 자산의 가치는 얼마일까? - 제일유통에 입사한 나신입씨

오렌지사과키위 2024. 10. 10. 14:49

자산은 크게 인적 자산과 비인적 자산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비인적 자산은 다시 실물 자산과 금융 자산으로 나누어집니다. 대표적인 실물 자산으로 부동산이 있으며, 주식과 채권은 금융 자산에 속합니다. 투자 관점에서 귀금속이나 미술품은 실물 자산이지만, 투자자가 적거나 투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원자재 ETF와 같은 상품을 이용함으로써 일부는 금융 자산으로 취급할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개인에게 비중이 높은 자산은 인적 자산, 부동산, 그리고 금융 자산입니다. 시중에 출판된 투자서라고 하면 부동산 또는 금융 자산(주로 주식)에 관한 책이 대부분입니다.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서도 있습니다. 자기개발서라고 부릅니다. 따지고 보면 교과서나 수험서도 자기개발서입니다. 학교와 학원에서 받는 수업은 자기개발을 위한 효과적인 교육 방법입니다.

개인이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는 자산은 인적 자산입니다. 주식에 대한 책 100권을 정독했다는 분도, 교과서만 세어도 그 보다 더 많은 책을 읽었을 것입니다. 하루 8시간 주 5일 근로를 하듯 적어도 10년간 공부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들인 자원(시간과 노력)을 생각해 보면, 개인은 인적 자산이 가장 중요합니다. 인적 자산으로 근로 또는 사업 소득을 만들어서 부동산이나 금융 자산으로 전환합니다. 참고: 인적 자산은 지식만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운동도 인적 자산을 늘리는 투자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적 자산은 생애 전반에 걸쳐 중요하지만, 투자서에서 언급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몇 가지 이유를 들 수 있습니다.

  • 누구나 인적 자산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미 충분히 알고 있다.
  • 개인마다 인적 자산의 구축 규모와 구축 방향이 다르며, 인적 자산으로 얻을 수 있는 미래 수익(또는 편익)을 예측하거나 정형화하기 어렵다.
  • 투자서의 주제는 특정한 종류의 자산으로 한정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 인적 자산으로 소득을 얻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근로가 필요하기에, 다른 투자 자산과는 수익 구조가 다르다.

이런저런 이유로 자산 배분 관점에서 접근하는 투자서 중에서도 일부를 제외하면 인적 자산을 설명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인적 자산은 개개인마다 차이가 많이 나기에 정형화가 어렵지만, 이 글에서는 인적 자산이 투자 자산으로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 한 번 생각해 봅니다.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 또는 특정 전략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분석 가정, 분석 대상, 분석 기간, 분석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데이터 가공, 해석 단계에서 의도하지 않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연봉의 가치와 연봉 상승률

자산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있습니다. 인적 자산도 적절한 가정하에 돈으로 환산이 가능합니다. 이해와 설명의 편의를 위해 나신입씨가 아래와 같은 조건으로 제일유통에 신규 입사했다고 하겠습니다.

  • 제일유통은 안정적인 회사이며, 일반적인 수준의 복리 후생이 적용된다.
  • 30세에 취업해서 60세까지 30년간 근무할 수 있다.
  • 첫 해 연봉은 실수령 3,000만원이다.
  • 매년 물가 상승률 3%와 실질 상승률 2%가 적용되어, 연봉은 명목 5%씩 상승한다.

나신입씨의 실수령 연봉 3,000만원은 월 250만원입니다. 2025년 최저 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세전 210만원이니, 많이 받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실수령한 월급 이외에 부가적인 혜택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민 건강 보험, 국민 연금, 퇴직 연금은 세금이나 비용이 아닙니다. 국민 건강 보험은 큰 위험을 헤지하기 위한 필요한 최소한의 투자이며, 연금은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장기 투자 상품입니다. 수출 기업이 환율 변동 위험을 피하기 위해 지출한 환헤지 비용은 투자입니다. 이를 불필요한 비용으로 생각한다면, 환헤지를 하지 않으면 됩니다.

식대, 휴대폰 요금, 교통비, 자기개발비, 회식비처럼 직원의 업무 편의와 업무 능력 향상을 위해 기업이 지불하는 비용이 있습니다. 직장에 다니지 않으면 적게 지출할 수는 있지만 완전히 없어지는 비용은 아닙니다.

성과급과 같이 실적에 따라 추가 지급되는 임금이 있으며, 복리 후생으로 단체 보험이나 자녀 교육비 지원과 같은 혜택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것저것 다 합해보면, 기업이 직원에게 지출하는 비용은 명목 임금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퇴사를 하게 되면, 이런 자잘한 혜택이 얼마나 많았는지 체감할 수 있습니다. 은행에서 신용 대출을 받아도 대출 이자가 높아집니다.

일반적인 기업은 연봉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높습니다. 연봉 상승률은 물가 상승률만 포함하지 않습니다. 연차가 올라가면서 업무 경험이 누적되면, 업무 능력도 높아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연봉 상승률이 어느 정도인지는 해당 기업의 연봉 테이블로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연 2% 실질 상승률은 1년차 직장인의 연봉이 3,000만원이라면, 11년차 직장인은 3,656만원, 21년차 직장인은 4,457만원입니다. 업종이나 기업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무리한 가정은 아닙니다.

유치원, 초중고 교원의 호봉에 따른 월급은 아래와 같습니다. 표에서 연 인상률이 실질 연봉 상승률이라 볼 수 있습니다. 3% 정도입니다. 출처: 2024년 직종별 공무원 봉급표

호봉 봉급 연 인상률
1 1,806,700 NA
10 2,285,900 2.6%
20 3,265,300 3.2%
30 4,527,800 3.2%
40 5,821,200 3.0%

2025년 공무원 연봉의 인상률은 물가 상승률 수준인 3%입니다. 하지만 연차도 함께 올라가기에 명목 연봉 상승률은 6%라 볼 수 있습니다. 실질 연봉 상승률은 3%가 됩니다. 

인적 자원의 현재 가치

나신입씨의 경우 미래에 벌 수입을 모두 알고 있기에 인적 자원의 현재 가치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연봉의 명목 상승률은 연 5%이지만 실질 상승률은 2%입니다. 인적 자산을 은행 예금 또는 국채와 같은 무위험 자산으로 두고, 물가 상승률 수준인 연 3%만큼 이자가 발생한다고 가정하면, 실질 상승률만 고려하면 됩니다.

연봉의 합 = 3,000만원 + 3,000만원 × (1.02) + 3,000만원 × (1.02)² + ... + 3,000만원 × (1.02)²⁹

이러한 수식은 등비급수이기에 쉽게 계산할 수 있습니다.

연봉의 합 = 3000만원 × (1 - 1.02³⁰) / (1 - 1.02) = 121,704만원

나신입씨는 제일유통에 입사함과 동시에 12억원이 입금된 통장을 받은 셈입니다. 이 통장이 유지되는 조건은 까다로울 수 있습니다. 기업이 기대하는 수준의 성과를 지속적으로 보여야 보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잔액 여부와 관계없이 회사는 통장을 회수합니다.

인출도 조금 까다롭습니다. 나신입씨는 12억원짜리 통장에서 매년 연봉만큼 자동 이체를 받습니다. 연봉의 실질 상승률을 고려해서 첫 해에는 3,000만원, 두 번째 해에는 3,000 × (1.05) = 3,150만원을 받습니다. 마지막 30년 되는 해에 현재 가치로 5,327만원을 받으면, 통장 잔액은 0원이 됩니다.

나신입씨는 성실하고 일머리가 좋습니다. 보수적인 회사라 승진이 잘 되지 않지만, 그간의 성과를 인정받아 10년차 되는 해에 남들보다 1년 일찍 진급했습니다. 나신입씨의 통장은 어떻게 바뀔까요?

10년차에는 현재 가치로 3000만원 × (1 + 1.02⁹) = 3,585만원을 받아야 하지만, 11년차 연봉인 3000만원  × (1 + 1.02¹⁰) = 3,656만원을 받게 됩니다. 3,656만원 - 3,585만원 = 71만원 늘어납니다. 월 6만원인 셈입니다.

겨우라고 생각하지만, 다음 해에도 그다음 해에도 더 받게 됩니다. 이 세상 모든 자산은 복리로 움직이고, 인적 자산도 예외가 아닙니다. 참고: 단리는 없다 (세상은 복리로 움직인다)

나신입씨는 10년차 연봉을 건너뛰고, 한해씩 당겨서 연봉을 받게 됩니다. 마지막 30년차에는 31년차 연봉을 받습니다. 10년차에 1년 일찍 진급해서 받게 되는 돈의 총합은 3000만원 × (1 + 1.02³⁰) - 3000만원 × (1 + 1.02⁹) = 1,848만원입니다. 결코 작은 돈이 아닙니다.

정리하며

개인 투자자는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금융 자산 이외에 인적 자산과 부동산(적어도 자기 집)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특히 인적 자산은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투자서 이외에는 언급하는 경우가 드물기에 간과하기 쉽습니다.

나신입씨는 입사 1년차에 받은 3,000만원을 아껴서 1,000만원의 종잣돈을 마련했습니다. 종잣돈을 효과적으로 불리기 위해 주식 공부를 시작합니다.

주식 투자로 큰 성공을 이루었다는 전설적인 투자자들의 투자 철학과 경험을 소개하는 책을 반복해서 정독합니다. 경제 상황과 증시 변화를 재미있고 쉽게 해설하고 전망하는 몇몇 유명 유튜버의 채널도 구독해서 매일매일 30분씩 짬을 내어 시청합니다.

인터넷 투자 카페에 가입해서 회원들의 분위기는 어떤지 살펴보고, 궁금한 점도 물어보고 알고 있는 지식을 나누기도 합니다. 주말에는 서점에 들러 신규 투자 서적이 출간되었는지 둘러보기도 합니다. 투자에 진심인 셈입니다.

나신입씨는 입사하면서 받은 12억원짜리 통장은 까맣게 잊은 채, 1000만원 잔고의 증권사 계좌를 매일 아침저녁으로 확인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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