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성과를 비교하기 위해서는 수익률 변화를 비교해야 합니다. 투자 수익률 또는 자산 가격의 변화는 그래프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아래는 KOSPI 200 지수를 추종하는 KODEX 200과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SPY의 수익률 그래프입니다.
2002년 10월 14일부터 2019년 12월 30일까지 17년이 조금 넘는 기간의 데이터입니다. 짧은 기간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KODEX 200과 SPY의 CAGR은 각각 10.05%와 10.21%로 거의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참고: 이 글에서는 환율 효과를 고려하지 않습니다.
투자 성과 비교란 그래프에 표시된 두 선을 보고 투자 목표를 고려하여 우위에 있는 상품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KODEX 200과 SPY 중에서 과거 어디에 투자하는 것이 본인(일반적인 투자자가 아닌)의 목표 달성에 더 적절했는지 판단하는 것입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도 있고, 하나는 60점, 다른 하나는 40점과 같이 점수를 매길 수도 있습니다.
과거 성과에 대한 분석이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합리적인 투자 결정을 위해서는 과거 성과 분석 결과와 미래 예측을 종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확실한 것은 이 경우에는 CAGR만으로 우위를 판별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두 자산의 CAGR은 거의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더 필요할까요?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 또는 특정 전략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수치는 과거에 그랬다는 기록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분석 대상, 기간,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 가공, 해석 단계에서 의도하지 않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부 설명은 편의상 현재형으로 기술하지만, 데이터 분석에 대한 설명은 모두 과거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투자 성과 비교의 어려움
주식 투자를 하는 친구 세 명이 이 그래프를 보며 어느 자산의 투자 성과가 더 좋았는지 토론을 합니다.
- 나미주: 2018년부터 보면, 최근 2년간 KODEX 200은 하향세이고 SPY는 상승세야. 그러니 SPY가 더 좋다고 볼 수 있어.
- 전국주: 지금까지 성과를 비교해 보자는 것이지, 앞으로의 예측을 말하는 게 아니잖아. 2008년 기준으로 보면 KODEX 200이 더 좋게?
- 양반반: 맞아. 그리고 최근의 추세가 지속된다는 보장도 없어. 추세가 항상 지속되는 거라면, 한 자산이 다른 자산에 비해 계속해서 우위를 보여야지. KODEX 200과 SPY의 상대적 우위가 계속 바뀌었으니 최종 수익률이 동일해진 거지.
- 전국주: KODEX 200의 MDD는 -53%였고, SPY는 -55%였어. 그뿐이 아니야. KODEX 200은 원금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어. 그러니 조금이라도 더 안전한 KODEX 200의 성과가 더 좋은 거야.
- 나미주: 그렇게 따지면 변동성을 봐야지. KODEX 200의 표준편차는 21.3%였고, SPY는 18.3%였어. SPY가 더 안전한 거야.
- 양반반: 최종 수익률이 같은데 뭐가 다르겠어. 수익률이 같으니 차이가 없는 거야.
- 전국주: 투자를 왜 하는데. 결국 돈 불려서 쓰려고 하는 거잖아. 은퇴 시점에 투자하면서 생활비를 꺼내 썼다고 생각해 봐. 지금 누가 돈이 더 많겠어? KODEX 200은 초기에 크게 상승했기에 마지막에 돈이 더 많이 남아있어. 그러니 KODEX 200이 더 좋은 거야.
- 나미주: 왜 은퇴 생활자만 따지는데? 적립식으로 투자할 수도 있잖아. 그러면 정반대 결과가 나와.
- 양반반: 끝이 없네. 밥이나 먹자.
누구의 말이 맞을까요? 사실 정답이 없습니다. 이렇게 보면 KODEX 200이 좋아 보이고, 저렇게 보면 SPY가 좋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야기에 나온 투자 전략에 따라 성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거치식이었다면 KODEX 200과 SPY의 수익률은 거의 동일했을 것입니다.
- 적립식이었다면 초기에 상대적으로 열세였던 SPY의 수익률이 더 높았을 것입니다.
- 은퇴 자금으로 투자하고 생활비를 꺼내 썼다면, KODEX 200이 더 좋은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투자 전략에 따른 성과의 변화
투자 전략에 따라 성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봅니다. 참고: 계산의 편의를 위해 인플레이션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왼쪽 그래프는 정액 적립식으로 투자한 결과입니다. 각 시점까지 투입한 투자금 대비 자산비를 보여줍니다. 점선은 앞의 그래프에서 본 거치식의 원금 대비 자산비입니다. KODEX 200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횡보했기에 이 기간 동안 추가된 투자금은 수익이 거의 없었고, 투자금 대비 자산비는 조금씩 낮아졌습니다.
거치식의 경우에는 두 자산의 최종 수익률이 비슷했지만, 정액 정립식으로 투자했을 때에는 SPY의 최종 수익률이 더 높았습니다. SPY는 초반 가격이 더 낮았고, 후반에는 더 많이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오른쪽 그래프는 은퇴 후 생활비 마련을 위해 투자했다고 가정하고, 매년 초기 투자금의 5%에 해당되는 금액을 인출한 경우입니다. 초기에 1억원을 투자했다면 연 250거래일을 가정했을 때 매일 2만원씩 인출했을 때의 결과입니다.
정액 적립식과는 반대로 정액 인출식은 KODEX 200의 최종 자산이 더 많이 남았습니다. KODEX 200의 초반 수익률이 SPY보다 높았기 때문입니다.
이제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투자 성과를 비교하려면 구체적인 투자 전략을 적용한 결과여야 합니다. 어떤 자산의 수익률 추이를 그린 그래프가 있다면, 해당 자산에 거치식으로 투자했다고 가정하고 비교해야 합니다. 정액 적립식이든 정액 인출식이든 다른 전략을 가정하면서 해당 그래프를 보면 정확하게 비교할 수 없습니다.
다른 전략을 사용했을 때의 성과를 비교하고 싶다면, 해당 전략을 적용했을 때의 성과를 다시 그려서 비교해야 합니다. 앞의 세 그래프는 각각 거치식, 정액 정립식, 정액 인출식으로 투자했을 때의 성과 그래프인 것입니다.
투자 기간에 따른 성과의 변화
투자 기간은 어떻까요? 모든 투자자가 동일하게 KODEX 200이 상장된 2002년 10월 14일에 투자를 시작해서 데이터의 마지막 날인 2019년 12월 30일에 투자를 종료한다고 보는 것은 합리적일까요?
그런 투자자도 있겠지만, KODEX 200의 수익률을 3년간 지켜보고 괜찮아 보여서 투자를 시작한 투자자도 있을 것입니다. 2010년에 입사를 해서 KODEX 200에 투자를 시작하고, 5년 뒤에 SPY로 갈아탄 투자자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임의의 시점에 투자를 시작해서 임의의 시점에 투자를 종료한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요?
투자 성과 분석에서 최대한 긴 기간의 데이터를 살펴보는 이유는 가능한 많은 데이터를 이용하여 조금이라도 더 합리적인 분석을 하기 위함이지, 투자 기간을 수집한 데이터의 기간으로 고정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S&P 500 지수의 경우 100년치에 가까운 데이터를 구할 수 있지만, 100년 동안 투자하기 위해 과거 성과를 분석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래는 투자 전략을 기간까지 구체화하여 임의의 시점에 투자를 시작해서 250거래일(약 1년)간 거치식으로 운용한다고 가정했을 때의 수익률 분포입니다.
왼쪽 그래프는 1년 투자 수익률의 분포입니다. 파란색의 KODEX 200의 수익률 분포는 오렌지색의 SPY에 비해 조금 더 퍼져 있습니다. 세로 점선은 두 자산의 1년 산술 평균 수익률입니다.
1년 기하 평균 수익률인 CAGR은 SPY가 미세하게 높았지만, 1년 산술 평균 수익률은 KODEX 200이 살짝 높습니다. KODEX 200의 수익률 분포가 더 퍼져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 CAGR을 보아야 하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투자 전략에서 1년간 투자한다고 가정했기 때문에 1년 수익률의 산술 평균으로 계산했습니다.
오른쪽 그래프는 1년 수익률의 누적 확률입니다. x축에 표시된 수익률 이하를 얻을 가능성을 y값으로 표시해 줍니다. 1 - y를 보면 해당 수익률 이상을 얻을 확률이 됩니다.
원금 손실을 피하고 싶었다면, x = 0%를 살펴보면 됩니다. SPY의 y값이 더 낮으니 SPY가 유리했습니다. -30% 이상 큰 손실이 발생할 확률을 낮추고 싶다면 KODEX 200이 유리했습니다. 참고: 환율 효과가 고려되면 확률 분포가 달라집니다.
40% 이상의 고수익률을 기대했다면, 1 - y값이 큰 KODEX 200이 유리했고, 자산의 변동성을 낮추고 싶었다면 SPY가 유리했습니다. 자산의 변동성 정도는 왼쪽 그래프에서 수익률 분포가 모여 있는 정도나 오른쪽 그래프에서 수익률 누적 곡선의 기울기를 비교하면 추정할 수 있습니다.
투자 기간을 달리해 보겠습니다. 아래는 2,000거래일(약 8년)간 거치식으로 운용한다고 가정했을 때의 수익률 분포입니다.
앞의 그래프와 양상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10년 산술 평균 수익률은 SPY가 더 높았습니다. SPY는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없어졌지만, KODEX 200은 원금 수준의 수익률을 얻을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참고: 더 긴 기간의 S&P 500 지수 데이터로 분석하면, 8년 투자 시 손실 발생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1년 거치식의 경우에는 위험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KODEX 200이 좋았던 경우도 있었고, SPY가 좋았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손실 가능성만 따지면 SPY가 유리했지만, -30% 이상의 큰 손실에 대해서는 KODEX 200이 유리했습니다.
8년 거치식의 경우에는 대체적으로 SPY가 더 우위에 있었습니다. SPY의 산술 평균 수익률이 더 높았고, 손실 가능성은 더 낮았으며, 안정성은 더 높았습니다.
상황에 따라 이게 좋아 보이네, 저게 좋아 보이네라면서 말을 바꾼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투자 성과는 조건에 따라서 우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투자 성과를 비교하기 위해서는 투자 기간을 포함하여 투자 전략을 구체적으로 정의해야 합니다. 또한 피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고, 달성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투자 목표도 함께 설정해야 합니다.
구체화된 투자 전략과 투자 목표가 설정되어야 투자 성과를 비교할 수 있습니다. 투자 목표는 투자자마다 다르고 전체 투자 목표는 복수의 세부 목표가 종합된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투자자마다 그리고 세부 목표별로 유불리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투자 성과 비교는 한 사물을 여러 관점에서 바라보고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입니다. 투자자는 왼쪽의 그림처럼 어느 뱡향에서나 미인의 아름다움이 일관성 있게 거울에 비칠 거라 기대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오른쪽 그림처럼 왜곡된 거울상이 가득 얻는 것과 비슷합니다.
정리하며
투자 성과를 비교하기 위해서 구체화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투자 전략과 투자 목표입니다. 이 두 가지가 정해지지 않으면, 동일한 자산의 가격 변동을 다르게 해석할 수 있고, 투자 자산의 유불리도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투자 전략은 상대적으로 정형화하기 쉬우며, 여기에는 기간도 포함됩니다. 투자 목표는 투자자마다 다를 수 있고, 하나가 아닌 복수의 세부 목표가 종합되어 구성되는 경우도 흔합니다.
누구나 동의하듯 미래의 성과는 불확실성이 있으며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이에 비해 과거의 성과는 이미 일어난 확정된 사건에 대한 데이터를 가공한 것입니다. 이 때문에 과거 투자 성과를 분석한 결과는 확실한 수치로 표현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한 투자자가 10년간 SPY에 적립식으로 투자하겠다는 투자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과거 투자 성과를 분석합니다. 과거 어느 기간을 기준으로 성과를 측정해야 할까요? 최근 10년일까요? 아니면 2000년부터 10년일까요?
임의의 기간에 대해 10년간 투자했을 때의 평균이 무난할 수 있습니다. 투자 시작 시점에 따라 성과가 달라지니, 과거 10년 투자 성과는 특정한 값이 아니라 확률 분포 형태로 표현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조금 윤곽이 잡히는 듯합니다. 투자 성과가 확률 분포로 나타난다면, 이를 요약할 수 있지 않을까요? 확률 분포를 요약하면 어느 정도 왜곡이 있겠지만 분포의 특성을 소수의 숫자로 간결하게 나타낼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게 가능하다면, 2차원 평면이나 3차원 공간에 위치시킬 수 있을 테니, 비교가 용이하지 않을까요?
이어지는 글: 투자 성과 분석의 기초 - 12. 투자 성과를 비교해 보자 (나신입씨와 한경력씨의 내 집 마련을 위한 선택)
함께 읽으면 좋은 글:
- 투자 성과 분석의 기초 - 10. 데이터의 요약 (전사적 과장의 비밀 전보 - 고무신 몇 켤레를 생산해야 할까?)
- 투자 성과 분석의 기초 - 9. 수익률과 위험을 가상 포트폴리오로 비교해 보자!
- 투자 성과 분석의 기초 - 8. 수익률과 위험을 함께 고려해 보자! 왜 어려울까?
- 투자 성과 분석의 기초 - 7. CAGR은 왜 불완전한 비교 지표일까? 위험 고려의 필요성 (자기! 실망이야!)
- 투자 성과 분석의 기초 - 6. 비교: 투자 성과는 왜 비교하기 어려울까? (자기야! 다른 매장에 가보자!)
- S&P 500 국내 ETF는 무엇이 좋을까? (국내 상장 ETF 9종 비교와 분석)
- 한국인은 커버드콜 ETF에 장기 투자해도 좋을까? - 커버드콜 ETF에 대한 글 모음
- JEPI/JEPQ는 특별한가? (SCHD/QQQ + 현금과의 비교)
- QQQ5(QQQ 5배 레버리지)는 1년간 얼마나 녹았을까?
- 투자 성과 분석의 기초 - 1. 장기 수익과 배당 재투자 (PR과 TR)
'주식투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초 15 마지막 편] 장기 투자는 왜 위험이 줄어드는가? (불확실성이 누적될수록 확실해진다고?) (2) | 2024.10.25 |
---|---|
[기초 14] 투자 효율 = 수익과 위험의 비 (샤프 비율 = 수익률 / 표준편차) (1) | 2024.10.24 |
[기초 13] 어떤 투자 지표가 무난할까? (CAGR과 표준편차) (0) | 2024.10.23 |
[기초 12] 투자 성과를 비교해 보자 (나신입씨와 한경력씨의 내 집 마련을 위한 선택) (0) | 2024.10.22 |
[기초 10] 데이터의 요약 (전사적 과장의 비밀 전보 - 고무신 몇 켤레를 생산해야 할까?) (0) | 2024.10.20 |
[기초 9] 분산 투자를 하면 수익률과 위험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 (0) | 2024.10.19 |
[기초 8] 수익률과 위험을 함께 고려해 보자! 왜 어려울까? (0) | 2024.10.18 |
[기초 7] CAGR은 왜 불완전한 비교 지표일까? 위험 고려의 필요성 (자기! 실망이야!) (2) | 2024.1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