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서 투자 성과를 비교/분석하기 위해서는 투자 전략과 목표가 구체적이어야 한다고 설명하였습니다. 투자 전략이 명확해야 백테스트를 통해 투자 결과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동일한 투자 기간이라도 투자 시작 시점이 다를 수 있기에, 서로 다른 복수의 백테스트 결과를 얻습니다. 투자 성과는 여러 지표(metric)로 수치화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수익률, 기하 평균 수익률, MDD, 표준편차와 같은 지표가 있습니다. 여러 번 백테스트했기에 지표값은 하나의 수치가 아니라 확률 분포로 표현됩니다. 이전 글: 투자 성과 분석의 기초 - 11. 비교를 위해 투자 전략과 투자 목표를 구체화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투자 목표를 구체화한다는 것은 지표를 이용하여 투자 결과를 평가하는 방법은 명확하게 한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두리뭉실한 투자 목표를 명확한 지표 평가로 바꿀 수 있습니다.
- 목표 1: 높은 수익률을 원한다. → 최종 수익률
- 목표 2: 50% 이상의 수익률을 원한다. → 최종 수익률 >= 50% 여부
- 목표 3: 원금 손실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최종 수익률 >= 0% 여부
- 목표 4: 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원한다. → 최종 수익률 > 예금 기대 수익률 여부
- 목표 5: 투자 기간 동안 원금 대비 -10% 이상의 손실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 min(수익률) >= -10% 여부
- 목표 6: 투자 기간 동안 -20% 이상의 큰 하락이 없었으면 한다. MDD < 20% 여부
- 목표 7: 계좌의 평가 손실 상태가 가능한 적었으면 한다. → days(수익률 >= 0%)
화살표(→) 왼쪽은 두리뭉실한 투자 목표입니다. 오른쪽은 측정 가능한 지표를 이용하여 투자 결과를 평가했습니다. 점수화가 가능한 구체적인 평가 방법입니다. 평가 점수가 높을수록 투자 목표를 좀 더 잘 달성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목표 1은 투자자라면 누구나 원하는 높은 수익률입니다. 최종 수익률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최종 수익률은 개별 백테스트의 최종 수익률을 의미합니다. 100회의 백테스트를 수행했다면, 100개의 최종 수익률이 나오니 최종 수익률은 확률 분포로 나타납니다.
목표 2와 목표 3은 최종 수익률의 구체적인 조건을 지정합니다. 두 번째는 50% 이상, 세 번째는 원금 이상을 기대합니다. 최종 수익률을 50%나 0%와 비교하면 목표 달성 여부를 판별할 수 있습니다.
예/아니오로 판단하는 투자 목표는 단독으로 사용하기 적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원금 손실이 없으면 좋겠다는 투자 목표는 예금에 가입하거나 집안 금고에 돈을 넣어두면 달성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위험 자산에 투자하지 않고도 달성할 수 있습니다.
단독으로 쓰기 애매한 투자 목표는 다른 투자 목표와 함께 사용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목표 3을 목표 1과 합쳐, "높은 수익률을 원하지만, 원금 손실은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새로운 투자 목표를 세울 수 있습니다. "최종 수익률"과 "최종 수익률 >= 0% 여부"를 각각 평가하고 종합하여 점수를 매길 수 있습니다. 참고: 세부 목표별 점수를 어떻게 종합할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위험 자산에 투자하는 주된 이유는 예금과 같이 고정 금리를 주는 자산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목표 4는 투자자라면 누구나 생각해 볼 수 있는 투자 목표입니다. 하지만 예/아니오로만 판별하면, 예금 대비 초과 수익률이 어느 정도인지 고려하지 않기에 보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영업 사원이 초과 실적을 달성하더라도, 추가 인센티브를 지급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목표 2, 3, 4는 동일한 형식입니다. 최종 수익률의 임계값에 따라 투자자가 받는 느낌이 다른 것입니다.
목표 5, 6, 7은 최종 수익률이 아니라, 투자 과정에서 계좌를 계속 확인합니다. 투자 중에 원금 대비 무시하기 어려운 손실이 발생하거나, 평가액이 큰 폭으로 하락하거나, 계좌에 마이너스 수익률이 찍혀 있으면, 가슴이 답답하고 잠을 이루기 힘들어하는 투자자가 고려해 볼 만합니다.
투자 자산은 대개 기대 수익률이 높을수록 위험도 커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니 "투자 기간 중 MDD는 -10% 이하이고, 원금 손실 기간은 가능한 짧고, 1년 최종 수익률이 30% 이상으로 가능한 높기를 원한다"라는 투자 목표는 달성하지 못하거나 달성할 가능성이 극히 낮을 수 있습니다.
마치 한경력씨가 아울렛 매장에서 "화사하면서도 심플하고, 청바지와 줄무늬 치마 모두에게 어울리며, 잘 구겨지지 않고 세탁이 용이하면서, 방한과 방서 기능이 우수하고, 촉감이 부드러우면서 잘 구겨지지 않고, 엘레강스하면서도 시크하며, 가지고 있는 옷과는 차별성이 있으면서, 저렴하지만 명품처럼 보이는 블라우스"를 찾는 것과 비슷합니다.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 또는 특정 전략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수치는 과거에 그랬다는 기록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분석 대상, 기간,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 가공, 해석 단계에서 의도하지 않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부 설명은 편의상 현재형으로 기술하지만, 데이터 분석에 대한 설명은 모두 과거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나신입씨와 한경력씨의 전세 자금 마련을 위한 4년 투자
나신입씨는 이제 입사 3년차로 회사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개인 투자도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2년간 월급을 아껴서 마련한 2,500만원은 전대리씨의 조언을 바탕으로 고배당주 ETF에 적립식으로 투자했습니다. 3,000만원으로 불어났습니다. 적립식인데 2년간 20% 수익률을 얻었으니 괜찮은 투자 성과입니다.
나신입씨는 4년 후에 여자 친구인 한경력씨와 결혼할 계획입니다. 내년쯤 대리로 승진하면 월급도 오를 테니 좀 더 많은 월급을 모을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보유한 3,000만원과 앞으로 모을 4년간의 월급, 그리고 한경력씨의 자금을 보태면 자그마한 전셋집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예상됩니다.
나신입씨는 4년 뒤에 거의 확정적으로 돈을 지출해야 합니다. 나신입씨는 수익률이 좋았던 주식에 계속 투자하고 싶지만 4년은 애매한 기간입니다. 앞으로 4년간의 투자에서 원금 손실 가능성이 희박하다면 주식에 계속 투자할 의향이 있습니다. 과거 성과를 분석해 봅니다.
참고: 과거 투자 성과가 미래에 동일하게 재현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투자자는 과거에 나타난 성과 특성을 기반(base)으로 투자자 자신의 미래 예측을 더해야 합니다. 이 글에서는 이해의 편의를 위해 투자자의 미래 예측은 제외하고, 과거 성과 특성이 미래에도 나타날 거라 가정합니다.
아래는 KOSPI 200 지수를 추종하는 KODEX 200과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SPY의 정규화된 주가 그래프입니다. 2002년 10월부터 2019년 12월까지의 데이터입니다. 연재글에 여러 번 등장했으니 익숙할 것입니다.
두 자산의 전 기간 거치식 수익률은 비슷했습니다. 우위를 가리기 어렵습니다. 아래는 4년간(1,000거래일) 거치식으로 투자한 백테스트 결과에서 최종 수익률의 분포를 정리한 그래프입니다.
왼쪽 그래프의 세로 점선을 보면 KODEX 200과 SPY의 평균 수익률이 50% 정도였습니다. 4년간 50%면 연 10%를 넘어가는 복리 수익률입니다.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평균적으로는 은행 예금보다 나을 거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오른쪽 그래프를 보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 확률을 알 수 있습니다. x = 0%를 기준으로 보면, KODEX 200의 원금 손실 확률은 대략 10% 정도였고, SPY는 20% 정도였습니다. 발생 확률은 낮았지만, KODEX 200의 가장 낮은 수익률은 -17%였고, SPY는 -38%였습니다.
나신입씨의 3,000만원은 4년 뒤에 전세금에 보태 쓸 돈입니다. 원금 손실을 피하고 싶기에 KODEX 200이 더 나은 선택이라 판단했습니다. KODEX 200과 SPY의 기대 수익률은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나신입씨는 분석한 결과를 한경력씨와 의논했습니다. 참고: 미래 수익률 특성이 과거와 동일한 것처럼 설명하지만, 이해의 편의를 위한 것입니다.
- 나신입: 자기야! KODEX 200과 SPY 모두 4년이면 50% 정도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어. 그런데 원금 손실 가능성은 KODEX 200이 10% 정도, SPY는 20% 정도야.
- 나신입: KODEX 200은 최악의 경우 -17%였지만, SPY는 -38%도 가능해. 그러니 KODEX 200에 투자하는 게 나을 듯 해. 혹시라도 -20% 정도 손실이 생겨도 손실 금액은 3,000만원 × 20% = 600만원 정도야. 그 정도는 잠시 마이너스 통장을 쓰면 금방 갚을 수 있어.
- 한경력: KODEX 200이 더 나아 보이기는 하는데, SPY로 -40% 손실이 생기더라도 손실 금액은 3,000만원 × 40% = 1,200만원이니, 600만원과 별 차이 없어 보여. 3,000만원은 우리가 예상한 전세 자금 2억원의 일부잖아. 그리고 우리 둘 맞벌이할 거잖아.
- 나신입: 어 그렇네? 전세자금대출도 있을 테니 어느 정도 손실이 생겨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겠네.
- 한경력: 나는 4년 정도 전세를 살고 집을 샀으면 해. 그러니 손실이 생겨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4년 뒤가 아니라, 8년 뒤 집을 장만하기에 무엇이 더 유리한지 알아봐 줘.
- 나신입: 나에게 맡겨.
- 한경력: 사랑해 ❤️
내 집 마련을 위한 8년 투자
나신입씨와 한경력씨는 4년 뒤 첫 2년을 전세를 살고, 2년 연장한다면 앞으로 결혼 전 4년 + 결혼 후 전세 4년 = 8년간 큰 무리 없이 주식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전월세상한제가 있으니 전세금이 꽤 상승하더라도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면 전세금은 최대 5%까지만 올라갑니다. 참고: 현실은 이런저런 예외 상황이 발생할 수 있지만, 여기서는 단순하게 묘사합니다.
그 이후로는 전세금과 모아둔 돈에 대출을 껴서 내 집 마련을 할 계획입니다. 아래는 8년(2,000거래일)간 투자했을 때의 과거 백테스트 결과입니다.
앞서 4년에 대한 백테스트 결과와는 다릅니다. 이제 KODEX 200과 SPY 모두 원금 손실 가능성이 없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주가 지수는 기간이 충분히 길면 경제의 성장에 의해 우상향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SPY의 최소 수익률은 30%였습니다. 8년간 30%는 연 3.3% 정도의 예금 상품 수익률에 해당됩니다. 3,000만원은 계속해서 주식에 투자하기에 전세자금대출을 받아야 합니다. 대출 이자를 생각하면 약간 손해이긴 하지만, 큰 손실이라 느낄 정도는 아닙니다.
KODEX 200과 SPY의 평균 수익률은 각각 101%와 111%였습니다. CAGR로는 9 ~ 10% 정도에 해당됩니다. 은행 예금 금리의 3배 정도에 달합니다.
수익률의 중앙값은 각각 70%와 79%였습니다. CAGR로 7% 정도입니다. 중앙값은 누적 확률 그래프에서 절반이 되는 지점입니다. 8년간 KODEX 200이나 SPY에 투자하면 CAGR로 7% 이상 또는 이하를 얻을 확률이 반반이라는 뜻입니다.
이 정도면 예금 대신 주식에 투자해 볼 만합니다. 주식 상품 중에서도 KODEX 200보다 SPY에 투자하는 것이 더 좋아 보입니다. SPY에 8년간 투자하면, 은행 예금보다 낮은 수익률을 거둘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투자금 3,000만원은 산술 평균으로 6,300만원 정도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중앙값으로 보면 절반의 확률로 5,300만원 이상이 될 것입니다. 참고: 세금, 인플레이션, 전세금 3,000만원에 대한 대출이자를 고려하면 이보다 수익률이 낮아집니다.
4분위표는 확률 누적 그래프를 25% 확률 단위로 구간을 나누었을 때, 각 구간의 경곗값입니다. SPY와 3.5% 예금을 비교하면 최종 금액은 아래와 같이 추정할 수 있습니다. 참고: 4분위표는 누적 확률 그래프를 간결하게 요약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누적 확률 | 0% | 25% | 50% | 75% | 100% |
SPY | 3,912만원 | 4,859만원 | 5.381만원 | 8,360만원 | 12,666만원 |
3.5% 예금 | 3,950만원 |
3.5% 예금에 8년간 투자하면 원금 3,000만원은 3,950만원이 됩니다. SPY에 투자하면 최악의 경우에도 예금과 별 차이가 없는 3,912만원이 됩니다. 나신입씨와 한경력씨의 운이 좋다면 1 / 4 확률로 8,360만원 이상이 될 것입니다.
정리하며
투자 성과를 비교 분석하기 위해서는 투자 전략과 목표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투자 전략에는 기간이 명시되어야 하고, 투자 목표는 지표를 이용하여 점수 계산이 가능한 형태가 적절합니다. 참고: 최적화(optimization)에서는 이를 목적 함수(objective function)라고 합니다.
나신입씨는 이미 확보한 전세 자금의 일부를 굴리기 위해 여러 자산의 과거 투자 성과를 분석해 보았습니다. 거치식으로 4년간 투자했을 때, 원금 손실 가능성을 최소화하면서 높은 수익률을 얻고 싶었습니다. KODEX 200과 SPY의 4년 기대 수익률은 엇비슷했지만, 원금 손실 가능성이 더 낮은 KODEX 200이 좀 더 적절한 투자 상품이라 판단하였습니다.
한경력씨의 생각은 조금 달랐습니다. 일시적으로 평가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그 금액이 많지 않고 맞벌이를 할 예정이니, 실제 위험은 크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한경력씨는 4년 뒤 전세금보다는 8년 후 내 집 마련에 좀 더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품에 투자하고 싶었습니다.
내 집 마련을 할 때쯤을 고려해서 8년 거치식으로 투자 성과를 분석하니, SPY가 더 나은 상품으로 추정되었습니다. 두 상품 모두 원금 손실 가능성이 사라졌지만, 평균 수익률과 최소 수익률은 SPY가 높았기 때문입니다.
나신입씨와 한경력씨는 투자 목표를 구체화하고 여러 가정하에 분석을 해서 상대적으로 유리해 보이는 상품을 선택했습니다. 일반 개인 투자자는 어떻까요?
투자자는 저마다 다른 투자 전략과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투자 전략과 목표를 구체화하고, 다양한 상황을 가정하여 얻은 시뮬레이션 결과를 분석하는 것이 과연 쉬운 일일까요? 본인만의 미래 예측도 고려하고 싶다면 어떻까요?
아직까지는 이러한 용도로 손쉽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맞춤형 서비스가 없습니다. 직접 하려면 복잡해서 엄두가 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투자 성과 분석 문제를 조금 더 단순화하고, 투자 성과 분석에 널리 쓰이는 지표를 이용하면 어떻까요? 맞춤형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표준화된 분석 결과를 투자자 저마다의 투자 목표에 맞춰 재해석하면 어느 정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어지는 글: 투자 성과 분석의 기초 - 13. 어떤 지표가 무난할까? (CAGR과 표준편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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