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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 13] 어떤 투자 지표가 무난할까? (CAGR과 표준편차)

오렌지사과키위 2024. 10. 23. 19:38

합리적으로 투자 성과를 분석하고 비교하기 위해서는 저마다 다를 수 있는 투자 전략과 목표를 고려해야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기대에 못 미치는 수익률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적절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별 문제없는 상황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가능한 피해야 하는 큰 위험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맞춤식 분석과 비교는 일반 개인 투자자에게 현실적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쉽게 계산할 수 있으면서, 개개인의 투자 목적에 맞춰 변환해서 쓸 수 있는 무난한 준만능 지표(metric)가 필요합니다.

투자 성과 분석에서 자주 사용하는 두 가지 지표를 이전 글에서 사용하였습니다. 하나는 연평균 복리 수익률을 나타내는 CAGR(Compound Annual Growth Rate; 연평균 성장률)이고, 다른 하나는 가장 크게 하락한 정도를 나타내는 MDD(Maximum Drawdown; 최대 손실률)입니다.

CAGR은 자산의 가격이 고정된 복리 수익률로 변한다고 가정할 때의 수익성 지표입니다. MDD는 자산 보유 기간 동안 최대 어느 정도의 가격 하락이 발생했는지 보여주는 위험성 지표입니다.

CAGR과 MDD만 지표가 아닙니다. 전기간에 걸친 1년 최대 수익률로 수익성 지표를 정의할 수도 있고, 원금 대비 손실 기간으로 위험성 지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지표는 어떻게 만들 수 있으며, 표준편차가 왜 무난한 준위험 지표인지 살펴봅니다.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 또는 특정 전략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수치는 과거에 그랬다는 기록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분석 대상, 기간,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 가공, 해석 단계에서 의도하지 않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부 설명은 편의상 현재형으로 기술하지만, 데이터 분석에 대한 설명은 모두 과거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지표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지표는 자산 가격 그래프에서 추출한 통계량입니다. CAGR과 MDD가 자산 가격 그래프에서 무엇을 추출한 것인지 살펴봅니다.

아래는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SPY의 2002년 10월 14일부터 2019년 12월 30일까지 자산비(원금 대비 가격의 비)를 표시한 그래프입니다. 배당 재투자를 가정하였습니다.

그래프에서 세로축은 로그 스케일입니다. 자산 가격이 복리로 상승한다고 가정한 것입니다. SPY의 첫 가격과 마지막 가격을 직선으로 이으면 오렌지색 점선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점선의 기울기가 CAGR입니다.

2차원 좌표계에서 직선의 기울기는 x값 변화량 대비 y값 변화량입니다. Δy / Δx입니다. 그래프에서 x축은 연도로 표시되어 있기에 1년에 증가한 자산의 비율이 변화량이 됩니다. 편의상 y축의 눈금의 간격이 일정하지 않지만, 로그 스케일에서는 본래 1.5⁰ = 100%, 1.5¹ = 150%, 1.5² = 225%, ... 처럼 지수의 승수에 따라 등간격입니다.

자산 가격이 100만원에서 110만원이 되었다면, 자산은 10% 증가한 것입니다. 다음 해 110만원이 다시 10% 증가한다면 121만원이 될 것입니다. 1년에 10%씩 복리로 증가했기에 CAGR은 10%가 됩니다. y축이 로그 스케일이기에 직선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MDD는 무엇일까요? 아래는 SPY의 이전 최고가 대비 하락률(drawdown)을 그린 그래프입니다.

하락률은 각 시점에서 SPY가 지난 최고가 대비 얼마나 하락했는지 보여줍니다. 세로축은 로그 스케일입니다. 로그 스케일에서는 손익 비대칭성이 선형으로 표현됩니다. 참고: 단리는 없다 (세상은 복리로 움직인다)

하락률 중에서 가장 큰 값이 오렌지색 점선이 MDD입니다. SPY의 MDD는 -50% 이상이지만, 전체 기간을 보면 잠시 나타난 값입니다. 이 때문에 MDD는 최대 위험을 설명하는 지표로는 사용할 수 있지만, 평균적인 위험을 나타내는 지표로는 적절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빨간색 점선은 하락률을 산술 평균한 AvDD(Average Drawdown; 평균 하락률)입니다. 평균적인 위험을 보겠다면, AvDD가 더 적절할 수 있습니다. 참고: 위의 그래프에서는 DD(drawdown)의 산술 평균으로 AvDD를 구했지만, 목적에 따라 기하 평균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단 두 개의 지표만 사용한다면

인간이 생활하는 공간은 3차원입니다. 이보다 차원의 개수가 작은 1차원 또는 2차원 물체나 데이터는 적절한 형식으로 표현하면 인식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3차원이라면 실물을 만들어서 여러 방향에서 관찰하면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3차원 모형을 2차원 좌표계인 화면이나 지면에 투영하면, 머릿속으로 3차원으로 재구성하기 쉽지 않습니다.

공간적으로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지표는 많아야 3개입니다. 2개 정도의 지표가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데 유리합니다. 참고: 데이터를 공간에 나타낼 때, 모양, 크기, 색상 등을 달리하여 차원을 늘리는 효과를 내기도 합니다.

투자 성과를 단 두 개의 숫자로 나타내고 싶다고 하겠습니다.

하나는 거의 확정적입니다. 투자는 미래에 수익을 얻기 위한 것이므로, 기대 수익률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얼마나 오랜 기간 투자하느냐에 관계없이 정규화를 하고자 한다면, CAGR이 적당합니다. 1년 단위로 정규화(normalization)한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남은 하나의 지표로는 무엇을 사용하면 될까요?

위의 그래프는 SPY의 가격 흐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투자자에게 SPY의 CAGR을 알려주면, 오렌지색 점선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그 이외의 다른 부가 정보는 없기에 가장 간단한 형태로 인식하는 게 적절할 수 있습니다.

SPY의 실제 가격 추이와 CAGR로 상상한 SPY (CAGR)은 차이가 있습니다. 그 차이가 연한 녹색 영역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이 영역의 특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두 번째 지표를 만들어야 합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녹색 영역의 넓이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넓이가 크면 SPY (CAGR)에 비해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이고, 넓이가 작으면 차이가 적게 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녹색 영역을 분포로 나타내 보겠습니다. 아래는 SPY의 1년(250거래일) 수익률 분포입니다.

빨간 세로 점선이 CAGR입니다. SPY의 1년 수익률이 CAGR과 비슷할수록, CAGR 주변으로 수익률 분포가 모이게 됩니다. SPY가 매년 동일한 복리 수익률을 거둔다면, 빨간 점선과 중첩됩니다.

수익률 분포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형태지만, 꽤 달라 보이기도 합니다. 오렌지색으로 그려진 곡선이 정규 분포 곡선입니다. SPY의 1년 수익률 분포는 정규 분포와는 상당히 달라 보입니다. 혹시 충분히 비슷한 것일까요?

아래는 SPY의 일일(1년이 아님) 수익률 순서를 임의로 바꾸어서 만든 5개의 랜덤 주가 그래프를 표시한 것입니다.

SPY와 나머지 5개의 랜덤 주가는 초기 자산 가격과 최종 자산의 가격 동일합니다. 일일 수익률을 임의 순서로 재배치했기 때문입니다. 일일 수익률 분포는 이전과 같습니다. 수익률이 발생하는 순서만 다를 뿐입니다.

예를 들어 수익률이 (+20%, -10%, +15%)였다면, 임의로 순서를 바꿔 (-10%, +15%, +20%)와 같이 순서를 바꾸고, 그래프를 그린 것입니다. 수익률 분포는 여전히 {-10% ×1, +15% ×1, +20% ×1}입니다.

5개의 랜덤 주가의 흐름은 SPY와 확연히 달라 보이지만, 일일 수익률 분포는 동일합니다. 다르게 말하면, 매일매일의 수익률은 이전 수익률에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independent)이라 가정했을 때 생성될 수 있는 주가 흐름입니다.

아래는 독립을 가정하여 만든 랜덤 주가의 1년 수익률 분포를 SPY 및 정규 분포와 비교한 그래프입니다.

랜덤 주가의 1년 수익률 분포는 SPY와 달라 보입니다. 하지만 정규 분포에는 조금 더 가까워 보입니다. SPY의 1년 수익률 분포가 정규 분포와 차이가 나는 이유 중 하나는 일일 수익률 변화에 추세가 있기 때문이라 추정할 수 있습니다. 주의: 통계적으로 엄밀한 설명은 아닙니다. 참고: 추세(모멘텀)는 존재하는 것일까? (추세가 있다면 시장 대비 초과 수익을 얻을 수 있을까? SPY의 경우)

정리하며

인간은 투자 성과를 비교하기 위해 고려해야 하는 지표가 한 번에 셋 이상이면 어려워합니다.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2개의 지표를 메인으로 삼고, 나머지 지표를 보조적으로 활용하거나, 한 번에 2개씩 짝을 지어 살펴보는 것이 적절할 수 있습니다.

투자의 특성상 메인 지표 중 하나는 CAGR과 같은 수익률 지표일 수 있습니다. 나머지 하나는 수익률만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정보를 담고 있는 것이 적절합니다.

투자자마다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지표는 다를 수 있지만, 수익률이 흩어진 정도를 표현하는 표준 편차는 상당히 유용한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정규 분포와 같은 특정 분포를 가정하면 추가적인 정보를 이끌어 내기도 수월합니다.

투자 자산의 수익률 분포는 정규 분포와 같이 일반화된 분포와 크게 다를 수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현실적으로 무난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애초에 수익률 분포가 특정한 분포가 아닌 자산의 가격 변화를 단 두 개의 수치로 요약한다는 것이 무리한 시도이기 때문입니다.

이어지는 글: 투자 성과 분석의 기초 - 14. 투자 효율 = 수익과 위험의 비 (샤프 비율 = 수익률 / 표준편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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