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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성과 분석의 기초 - 7. CAGR은 왜 불완전한 비교 지표일까? 위험 고려의 필요성 (자기! 실망이야!)

오렌지사과키위 2024. 10. 17. 16:27

이전 글에서 기간 내 최종 수익률의 기하 평균인 CAGR로 자산의 성과를 비교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하였습니다. 분석 대상 기간 중에 특정 자산의 수익률이 다른 자산보다 높거나 낮은 기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래 수익률 추정에 도움이 되는 추가 정보가 없다면, 과거 수익률 특성이 미래에도 유지될 거라 가정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습니다. 지금 결정해야 하는 투자는 과거 어느 시점과 유사한지 알기 어려우며, 경우에 따라서는 얼마나 오래 투자를 지속할지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지난 글: 투자 성과 분석의 기초 - 6. 비교: 투자 성과는 왜 비교하기 어려울까? (자기야! 다른 매장에 가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수익률 격차가 어느 정도 일관성이 있게 나타나고, 그 원인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이 가능하다면, CAGR은 투자 자산을 선택하는 주된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참고: 과거 투자 성과를 비교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향후 어떤 자산이 투자에 유리할지 추정하기 위함입니다.

수익률 격차에 장기적 일관성이 관찰되더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CAGR이 선택의 주된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CAGR은 투자 기간에 제약이 없다고 가정했을 때의 평균 복리 수익률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언젠가 쓰기 위해서 여유 자금을 투자합니다.

아래는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주식형 ETF SPY와 평균 듀레이션 1.83년의 미국 단기 국채에 투자하는 채권형 ETF SHY의 장기 수익률 그래프입니다. 배당 재투자가 가정되었으며, 채권은 금리 변동에 따라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참고: 기준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왜 떨어질까?

SPY vs SHY
SPY vs SHY

나신입씨는 이 그래프를 보고 SPY와 SHY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점선으로 표시된 SPY의 CAGR은 10.8%였고, SHY는 1.9%였습니다. 장기 수익률 차이가 워낙 크기에 SPY가 장기 투자에 적합한 선택일 것입니다. 

나신입씨의 여유 자금 1,000만원은 1년 뒤 전세금을 올려주기 위해 모아둔 돈이라면 어떻까요? SPY는 2008년쯤에 반토막이 난 이력이 있습니다.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면 직장인인 나신입씨에게 큰 문제가 발생할까요?

나신입씨는 내년에도 월급을 받을 것입니다. 혹시나 모자라면 대출을 받거나 전세금 증액분을 월세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이도저도 여의치 않으면 조금 더 저렴한 집으로 옮길 수도 있습니다. 참고: 나신입씨가 근무하는 제일유통은 고용이 안정적인 기업입니다.

나신입씨는 SPY에 투자해도 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습니다. 불편한 상황을 아예 만들고 싶지 않다면 몰라도 SPY의 달콤한 수익률을 기대한다면, SHY를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전대리씨는 작년에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었습니다. 여자 친구와 결혼해서 들어가 살 집입니다. 1년 뒤에 납입할 잔금 2억원은 주식 등으로 이미 모아 두었습니다. 전대리씨는 단기 여유 자금이라 볼 수 있는 2억원을 굴리고 싶어 합니다. 전대리씨도 나신입씨처럼 SPY에 투자하는 것은 합리적일까요?

투자 성과 분석에서 수익률과 함께 큰 축을 차지하는 위험에 대해 알아봅니다.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 또는 특정 전략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수치는 과거에 그랬다는 기록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분석 대상, 기간,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 가공, 해석 단계에서 의도하지 않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부 설명은 편의상 현재형으로 기술하지만, 데이터 분석에 대한 설명은 모두 과거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나신입씨와 전대리씨의 투자 위험

투자 성과 분석에서 위험은 CAGR과는 달리 보편적으로 정형화하기 어려운 지표입니다. SPY에 투자해서 똑같이 반토막이 나더라도, 나신입씨와 전대리씨에게 미치는 영향은 각기 다르기 때문입니다. 나신입씨에게는 별 문제가 없는 상황이 전대리씨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투자 성과 분석에 앞서 본인에게 위험이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대리씨의 위험은 잔금 2억원을 마련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결혼까지 맞물려 있기에 계획이 틀어지면 곤란합니다. 아파트 청약 계약금과 중도금 납부를 위해 이미 적정 수준까지 대출을 받았다면, 전대리씨는 1년 뒤 잔금으로 낼 2억원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1년 동안 전대리씨가 월급을 아껴 2,000만원을 추가로 모을 수 있다면, 현재 보유한 2억원에서 -10% 이상 손실이 발생하는 상황은 가능한 피해야 합니다. 전대리씨는 -10% 이상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극히 낮은 자산에 투자해야 합니다. 참고: SPY에 100%에 투자하는 포트폴리오와 SPY 50% + 예금 50%로 투자하는 포트폴리오는 각기 다른 자산으로 볼 수 있습니다.

나신입씨는 어떻까요? 투자한 1,000만원에서 -50% 손실이 발생하면 부족한 전세금은 500만원입니다. 1년간 월급을 아껴 쓰면 1,000만원을 더 모을 수 있습니다. 월급으로 모은 돈의 용도가 이미 정해져 있다 하더라도,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서 500만원을 대출받고, 매달 100만원씩 갚아 나갈 수도 있습니다. 나신입씨에게 -50% 정도의 일시적인 손실은 심각한 위험이 아닌 셈입니다.

SPY와 SHY의 위험

투자 상품의 위험은 기간에 따라 달라집니다. 엄밀하게는 투자 상품의 위험이라기보다 투자자에게 미치는 위험입니다. 나신입씨와 전대리씨는 1년 투자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SPY와 SHY의 지난 투자 성과에서 240거래일 (대략 1년) 수익률의 분포를 히스토그램(histogram, 도수분포표)으로 그려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SPY와 SHY의 240거래일 (대략 1년) 수익률 분포
SPY와 SHY의 240거래일 (대략 1년) 수익률 분포

얼핏 보기에도 SHY는 -10% 이상 손실이 발생한 적이 없습니다. 따라서 SHY는 나신입씨와 전대리씨 모두에게 안전성이 높은 투자 자산입니다.

SPY는 다릅니다. -40% 근처에 수익률 분포가 흩어져 있습니다. 나신입씨는 -50% 정도까지는 별 문제가 없기에 SPY도 고려해 볼만한 투자 자산이지만, 전대리씨에게는 그렇지 않습니다.

전대리씨가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살펴보기 위해 위의 그래프를 누적 확률 그래프로 변환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SPY와 SHY의 240거래일(대략 1년) 수익률 누적 분포 (SPY와 SHY의 240거래일(대략 1년) 수익률 누적 분포 (확대)
(SPY와 SHY의 240거래일(대략 1년) 수익률 누적 분포

왼쪽은 전체 구간에 대해 누적 확률 분포를 그린 그래프입니다. 오른쪽은 수익률 [-10%, 0%] 사이 구간을 확대한 그래프입니다. 전대리씨에게 위험이 될 수 있는 SPY가 -10% 이상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8%를 조금 넘습니다.

전대리씨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마음 편하게 SHY에 투자하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92%의 성공 확률을 믿고 SPY에 투자해도 괜찮을까요?

전대리씨의 투자가 실패하더라도 어떻게든 좋게 해결될 수도 있습니다. 여자 친구가 숨겨둔 쌈짓돈을 보태줄 수도 있고, 단기적으로 연체 이자를 물면서 기다렸더니 SPY의 주가가 회복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 "자기! 실망이야!"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습니다. 가장 큰 위험입니다.

정리하며

수익률이 높은 투자 자산은 가격 변동도 큰 경향이 있습니다. 장기 수익률이 높았기에 호기롭게 투자를 시작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단기적으로 큰 손실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아찔해집니다. 설상가상으로 다음 달에 큰 지출이 갑작스레 발생합니다. 

동일한 자산의 가격 변동에 대해 투자자마다 느끼는 위험은 강도는 천차만별입니다. 투자자는 각자 자신에게 무엇이 위험인지 구체적으로 정리하고, 이를 투자 전략에 반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글에서 소개하지 않았지만 전대리씨는 SHY에 투자하는 방법 이외에 다른 대안이 있습니다. SPY를 SHY와 섞어 분산 투자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가상의 사례는 다음 글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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