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서 채권 ETF의 수익률과 위험을 2차원 평면 위에 표시해 보았습니다. 채권 ETF마다 수익률과 위험이 달랐고, 수익률이 높은 상품은 위험도 높은 경향이 있습니다. 비교가 쉽지 않습니다. 아래는 평균 듀레이션이 다른 채권 ETF의 수익률과 위험을 그래프에 표시한 것입니다. 이전 글: 투자 성과 분석의 기초 - 8. 수익률과 위험을 함께 고려해 보자! 왜 어려울까?
왠지 비슷한 형식의 그래프를 본 적이 있는 듯하다면, 눈치가 빠른 분입니다. 나신입씨가 상담받은 제일은행의 예금 상품 특성을 나타낸 그래프와 비슷합니다. 참고: 투자 성과 분석의 기초 - 3. CAGR ← 수익률의 정규화, 수익률 ← 수익의 정규화
왼쪽 그래프는 제일은행이 판매하는 예금 상품의 만기와 수익률입니다. 예금 상품마다 만기와 수익률이 다릅니다. 비교하기 쉽지 않습니다.
오른쪽 그래프는 수익률이 복리를 따른다고 가정하고, 가상의 임의 만기 상품을 상상해서 선으로 이은 것입니다. 1년짜리 예금이라면, 만기 후 재가입하면 2년 만기 수익률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한번 더 재가입하면 3년 만기 수익률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임의의 예치 기간에 따른 기대 수익률을 추정할 수 있으니, 상품을 비교할 수 있습니다. 18개월 후 각 상품의 기대 수익률은 빨간 점선과의 교차점을 살펴보면 됩니다. 8% 수익률을 얻기 위해 필요한 예치 기간을 알고자 한다면 파란 점선과의 교차점을 보면 됩니다.
참고: 나름 쉽게 설명하려고 하지만, 제 기대와는 다르게 어렵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연재하고 있는 투자 성과 분석의 기초는 이전 글을 이해해야 진도 나가기 수월합니다.
수익률-위험 그래프도 가상의 선을 그을 수 있다면 자산 간의 우위를 비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 또는 특정 전략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수치는 과거에 그랬다는 기록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분석 대상, 기간,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 가공, 해석 단계에서 의도하지 않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부 설명은 편의상 현재형으로 기술하지만, 데이터 분석에 대한 설명은 모두 과거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임의의 위험에 대한 기대 수익률을 추정해 보자
예금 상품의 경우 x값에 해당하는 임의의 기간에 대해 y값에 해당하는 기대 수익률을 추정해서 선을 그었습니다. 기간에 관계없이 수익률이 복리로 일정하다고 가정했기 때문에 추정이 가능합니다. 참고: 이러한 가정은 자산의 특성에 따라 합리적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채권 ETF의 경우 x축은 위험 지표의 하나인 MDD(Maximum Drawdown; 최대 손실률)입니다. TLT의 MDD는 대략 -50%입니다. 기대 수익률이라 할 수 있는 CAGR로 y축을 구성했고, TLT의 경우 3.5%입니다. TLT는 (-50%, 3.5%) 위치의 점에 해당됩니다.
TLT의 MDD가 -30%일 경우 기대 수익률은 얼마일까요? 이를 추정할 수 있다면 TLT와 선을 그어 이을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점 TLT는 처음부터 TLT에 100% 투자하고, 마지막까지 지속해서 보유한 경우입니다. 거치식으로 TLT에 투자한 것입니다. 거치식이 아닌 다른 투자 전략을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요? CAGR과 MDD가 바뀔 것입니다. 그렇다면 좌표상 어딘가에 그 점을 표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누구나 시행할 수 있는 무난한 변형된 투자 전략의 한 종류는 자산의 일부만 TLT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자산의 60%만 TLT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현금으로 보유하는 포트폴리오를 만듭니다. TLT가 -50% 하락하면, 포트폴리오는 -50% × 60% + 0% + 40% = -30% + 0% = -30% 하락할 듯합니다.
수익률도 같은 방식으로 추정이 가능합니다. TLT의 CAGR이 3.5%이니 60%만 투자하면 3.5% × 60% = 2.1%가 될 듯합니다. 이제 TLT의 위치인 (-50%, 3.5%)에서 (-30%, 2.1%)로 선을 그으면 됩니다. 참고: MDD는 손실 개념이므로 좌표상에 표기할 때 MDD가 클수록 오른쪽 또는 아래쪽에 위치하도록 그립니다. MDD는 본래 음수값이나 설명의 편의를 위해 양수로 변환해서 사용하기도 합니다.
TLT 비중을 계속 줄여서 0%가 되면 현금만 보유하니 (수익률 0%, MDD 0%)인 원점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각 채권 ETF의 점에서 원점까지 직선을 그을 수 있습니다. 아래는 이러한 방식으로 그린 채권 ETF의 가상 수익률 직선입니다.
그래프를 해석해 봅니다. 연 1% 복리 수익률을 기대한다면, 그래프에서 파란 수평 점선에 해당됩니다. BIL < SHY < IEF < TLT 순으로 기대 MDD가 높아집니다. 파란 수평 점선과의 교점은 각각 4가지 채권 ETF 중 하나와 현금으로 분산 투자하는 포트폴리오입니다.
세로로 볼 수도 있습니다. 동일한 기대 MDD에 대해서는 평균 듀레이션이 짧은 채권 ETF가 유리해 보입니다. 빨간 수직 점선과 같이 -20%까지 MDD를 허용한다면, TLT보다 IEF가 더 나은 선택입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그래프는 가능하면 단기 채권을 보유하라고 권하고 있는 것입니다. 수익률과 MDD를 추정하는 방식에 몇 가지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자산에 1년간 투자하고, 최종 수익률이 100%, MDD가 -50%를 얻었습니다. 투자하는 중간에 지난 최고점 대비 반토막이 났지만, 최종적으로는 원금 대비 2배가 된 것입니다. 이 자산에 절반만 투자하면 앞의 방식으로 계산 시 MDD는 -25%, 최종 수익률은 50%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투자하자마자 반토막이 났습니다. 원금이 100만원이라면, 포트폴리오는 (자산 50만원, 현금 50만원) → (자산 25만원, 현금 50만원) → (자산 100만원, 현금 50만원)으로 변합니다. 100만원 → 75만원 → 150만원이 되었으니, MDD는 (75만원 - 100만원) / 100만원 = -25%이고, 최종 수익률은 50%로 추정치와 동일합니다.
마지막날에 반토막이 났습니다. (자산 50만원, 현금 50만원) → (자산 200만원, 현금 50만원) → (자산 100만원, 현금 50만원)이 됩니다. 100만원 → 250만원 → 150만원이 되었습니다. 최종 수익률은 50%로 이전과 동일합니다. 하지만 MDD는 (150만원 - 250만원) / 250만원 = -40%입니다.
자산 가격의 변화 형태에 따라서 추정한 MDD와 괴리가 발생합니다. 수익률도 마찬가지입니다.
매년 2배로 증가하는 가상의 자산이 있습니다. CAGR은 100%이고, 10년간 투자하면 1024배가 됩니다. 50% 비중으로 투자하면, (1만원, 1만원) → (1,024만원, 1만원)이 됩니다. 자산에 투자한 1만원은 연복리 100%로 10년간 1,024만원이 되었습니다.
CAGR을 계산해 봅니다. 원금은 2만원이고, 최종 금액은 1,024만원 + 1만원 = 1,025만원입니다. 1,025만원 / 2만원 = 512.5배입니다. CAGR은 ¹⁰√512.5 - 1 ≒ 86.7%입니다. 예상한 50%와 큰 차이가 납니다.
현금을 아무런 조치 없이 그대로 보유하는 것도 적절해 보이지 않습니다. 현금은 CMA와 같이 고정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안전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리밸런싱을 이용한 수익률과 위험 추정
이러한 문제점을 완화하는 방법의 하나는 현금을 무위험 또는 위험도가 극히 낮은 자산에 투자하고, 다른 자산과 매일 리밸런싱을 한다고 가정하는 것입니다. 참고: 어떤 방식으로 추정하든 오차 또는 괴리가 발생할 수 있기에 완화라고 표현했습니다.
4가지 채권 ETF 중에서 BIL의 변동성이 가장 낮습니다. TLT 70% 포트폴리오라면, 매일 TLT : BIL 비중이 7 : 3이 되도록 리밸런싱 하는 포트폴리오를 가정할 수 있습니다. 이 포트폴리오를 시뮬레이션하여 수익률과 MDD를 추정합니다. TLT 비중을 바꿔가며 만든 복수의 포트폴리오로 추정한 수익률과 MDD에 해당되는 점들을 이어 그리면 아래와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앞의 그래프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이기도 하고, 꽤 달라 보이기도 합니다. 먼저 SHY와 IEF를 비교해 봅니다.
평균 듀레이션이 짧은 SHY와 평균 듀레이션이 긴 IEF는 대략 -6% 이하의 MDD 공유 구간에 내에서는 거의 동일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6% 이하의 MDD를 원한다면, SHY에 투자하나 IEF에 투자하나 별 차이가 없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참고: 엄밀하게는 이 설명은 문제가 있습니다. MDD가 비슷하다고 위험도 비슷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MDD는 위험을 매우 단순화한 데이터입니다. KODEX 200과 KODEX 코스닥150의 연(250 거래일) 최고 수익률이 110%와 103%로 거의 같으니, 두 상품의 수익률은 비슷하다고 말하는 셈입니다.
만일 투자자가 연 2% 수익률을 기대한다면 어떻까요? BIL과 SHY로는 얻을 수 없었던 수익률입니다. 파란색 수평 점선과의 교차점을 보면, IEF 또는 TLT에 일부 투자하고 나머지는 BIL에 투자해야 합니다. 둘 중에서는 MDD가 낮은 IEF가 더 나은 선택이었습니다. 참고: BIL 대신 SHY를 혼합하는 포트폴리오도 가능합니다.
SPY vs TLT (미국 기준 금리 인상에 의한 성과의 큰 변화)
사실 이런 결론이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TLT가 SHY나 IEF와 유사하거나 살짝 우위일 거라 기대했습니다. 전체 데이터 기간은 17년이 조금 넘는데, 채권 ETF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금리의 변동은 충분히 빈번하지 않았고, 최근까지 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상태로 유지되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아래는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SPY와 미국 장기 채권 ETF인 TLT의 수익률과 MDD 변화 그래프입니다.
왼쪽 그래프를 보면 TLT는 2020년까지 SPY와 수익률이 비슷하면서 수익률 변동은 낮았습니다. TLT는 비슷한 수익률을 SPY보다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더 좋은 상품으로 보입니다. 오른쪽 그래프의 MDD 추세를 보더라도 2022년 이전까지는 TLT의 MDD가 현저하게 낮았습니다.
아래 두 그래프는 2021년 마지막 거래일까지 그리고 전기간 (2024년 10월 17일까지) 데이터로 만든 가상 포트폴리오의 수익률과 MDD를 추정한 결과입니다.
왼쪽 그래프를 보면, 불과 3년전까지만 해도 최대 연 7% 이하의 수익률을 기대한다면 TLT + BIL이 더 나은 선택이었습니다. 물론 그 이상의 수익률을 원한다며 SPY를 편입해야 했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미국의 기준 금리는 2022년 3월부터 인상되기 시작했습니다. 급격한 금리 인상은 장기 채권 ETF의 수익률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왼쪽 그래프와 오른쪽 오른쪽 그래프를 비교해 보면, 기준 금리 인상이 TLT 성과에 미친 영향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TLT가 오른쪽 아래로 이동한 것입니다. MDD는 높아지고, 수익률은 낮아졌습니다. 지난 20년 정도의 기간 동안 쌓아 왔던 수익의 절반 이상이 날아갔으며, SPY 대비 더 위험하면서 수익률은 오히려 낮은 자산으로 바뀌었습니다.
앞서 참고 항목에서도 잠시 소개했지만, x축으로 사용한 MDD는 자산의 위험을 비교하기에 충분히 좋은 지표가 아닐 수 있습니다. TLT의 경우처럼 MDD가 증가하면 수익률은 낮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위험한 자산에 대해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것이라는 가정과는 잘 맞지 않는 듯합니다. 참고: MDD가 의미 없는 지표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y축으로 사용한 CAGR도 수익을 대표하는 합리적인 지표인지 충분히 파악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투자 성과를 비교하기 위해서는 어떤 성질을 가진 수익과 위험 지표를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정리하며
자산의 투자 성과 비교를 위해 고려해야 하는 요소가 두 가지라면, 각각을 x축과 y축으로 하는 2차원 좌표계를 상상할 수 있습니다. 각 자산은 좌표 평면상 어딘가 점으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각 자산을 포트폴리오로 간주하고, 포트폴리오를 합리적으로 변형한다면, 고려하는 요소의 값이 다른 추가의 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1년짜리 예금이라도 6개월 또는 3년에 투자하면 어떤 수익률을 거둘 수 있을지 추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수익과 위험을 축으로 하는 2차원 좌표상에 대표 자산에 현금이나 다른 자산을 혼합하여 투자 성과가 다른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생성한 포트폴리오 역시 좌표상에 점으로 표현할 수 있기에, 혼합 방식에 따라 선 또는 평면 도형으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좌표 평면에 가상의 포트폴리오로 선을 긋거나 면으로 표현하면, 동일한 기대 위험이나 기대 수익을 달성하는데 적합한 자산의 혼합 방식 즉 포트폴리오를 여럿 발견할 수 있습니다. 위험이나 수익 둘 중에 하나를 고정했기에, 이들 간에는 대소 비교가 가능해집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이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의 기반입니다.
이어지는 글: 투자 성과 분석의 기초 - 10. 데이터의 요약 (전사적 과장의 비밀 전보 - 고무신 몇 켤레를 생산해야 할까?)
목차: [연재글 목차] 투자 성과 분석 (기초편, 초급편): 순서대로 차근차근 읽으면 좀 더 이해가 쉽습니다.
책 안내: 연재를 정리하여 수정 보완한 <왜 위험한 주식에 투자하라는 걸까? (장기 투자와 분산 투자에 대한 통계학적 시각)>이 출간되었습니다. 종이책(교보문고), 전자책(Yes24,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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