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원리 하나를 설명합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이번 이야기를 하기 위한 배경 설명이 될 수 있습니다. 기대 위험(변동성)이 높더라도 기대 수익률이 높은 자산에 장기 투자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수학적 설명입니다. 직장인과 같이 본업이 있고, 장기로 투자하는 투자자가 해당됩니다. 중단기적으로 투자 자산의 평가 금액이 크게 하락하더라도 생계에 지장이 없는 경우입니다. 참고: 일반적인 개인 투자자의 투자 목적은 펀드 매니저처럼 투자가 본업인 분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 분들은 투자 성과가 저조하면 본업에 문제가 생깁니다. 전문 투자자가 쓴 투자서를 읽을 때 이를 고려해야 합니다. 관련 글: 자산 배분 투자는 왜 하는 것일까? (직장인은 국내 주식, 원화 채권에도 투자해야 하는 걸까?)
철수네 반은 매주 직업 탐방을 갑니다. 학생들에게 어떤 직업이 있는지 소개하고,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 현장에서 관찰하고, 일하는 분께 궁금한 점을 질문합니다. 철수네 반은 총 5명이 있는데, 5명 모두 참가하기도 하지만, 4명만 참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5명이 모두 참가할 확률과 1명이 빠진 4명이 참가할 확률이 반반이라고 하겠습니다. 4명 또는 5명이 참가하니 참가자 수에 불확실성이 있습니다. 확률 분포로 나타내면 [4명 × 50%, 5명 × 50%]입니다.
매 직업 탐방의 참가자 수는 독립(independent)이라고 하겠습니다. 투자로 보면 주가가 무작위로 변하거나, 수익률 변화에 어떤 패턴도 관찰되지 않는 것입니다.
직업 탐방을 2회 실시하면, 누적 참가자 수의 확률 분포는 어떻게 변할까요? 두 번째 직업 탐방의 참가자 수도 앞서와 동일한 확률 분포인 [4명 × 50%, 5명 × 50%]입니다. 숫자 둘을 더하듯, 확률 분포도 더할 수 있습니다.
[4명 × 50%, 5명 × 50%] + [4명 × 50%, 5명 × 50%] = [8명 × 25%, 9명 × 50%, 10명 × 25%]
계속 더해 나가면 어떻게 될까요? 직업 탐방을 10회까지 하면 아래와 같은 누적 참가자 수의 확률 분포가 나타납니다.
누적 참가자 수를 보면 첫회의 확률 분포는 [4명 × 50%, 5명 × 50%]입니다. 4회째가 되면 [16명 × 6.25%, 17명 × 25%, 18명 × 37.5%, 19명 × 25%, 20명 × 6.25%]가 됩니다. 10회째가 되면 [40명 × 0.1%, 41명 × 1.0%, 42명 × 4.4%, ..., 50명 × 0.1%]가 됩니다.
횟수가 늘어날수록 누적 참가자 수의 확률 분포가 점점 퍼지기에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첫 회의 최소/최대 누적 참가자 수의 차이는 5명 - 4명 = 1명이었지만, 4회째에는 4명으로 늘어나고, 10회째가 되면 10명으로 불어납니다.
누적 참가자 수의 확률 분포가 점점 더 퍼진 형태가 되니, 직업 탐방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하면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일까요?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 또는 특정 전략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수치는 과거에 그랬다는 기록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분석 대상, 기간,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 가공, 해석 단계에서 의도하지 않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부 설명은 편의상 현재형으로 기술하지만, 데이터 분석에 대한 설명은 모두 과거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불확실성이 누적되면 불확실성이 점차 늘어나는가?
누적 참가자 수가 아니라 평균 참가자 수의 확률 분포를 그려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4회차까지의 평균 참가자 수는 빈 막대로 표시했습니다. 10회차까지의 평균 참가자 수는 채워진 막대로 표시했습니다. 10회차까지의 평균 참가자 수의 가짓수는 11가지로 늘었지만, 평균값인 4.5명에 좀 더 가까이 모입니다. 기대와는 다르게 불확실성이 줄어든 것입니다.
불확실성이 누적되면 더 불확실해진다고 생각하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습니다. 확률 분포 모델이 고정되어 있으며, 조금씩 더 확실해질 수 있습니다. 투자는 조금씩 더 확실해지는 불확실성에 가깝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장기로 투자할수록 기대치에 가까운 수익률을 얻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통계학에서는 이를 큰 수의 법칙이라고 합니다. 동전 던지기를 많이 하면 할수록, 앞면과 뒷면이 나왔던 확률은 기대치인 반반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S&P 500의 경우
아래는 1988년 1월 4일부터 2024년 10월 24일까지의 S&P 500 지수의 PR 및 TR과 미국 기준 금리 추이입니다.
배당 재투자를 하는 TR이 PR보다 수익률이 높았고, 미국 기준 금리의 평균은 3.1%였습니다.
장기 투자 시 불확실성이 어떻게 줄어드는지 S&P 500 TR 지수로 살펴봅니다. 아래는 임의의 시점에 거치식 투자 수익률 그래프입니다. 예를 들어 x축이 5년이면, 임의의 시점부터 5년간 거치식으로 투자한 결과입니다.
기간이 동일한 투자 결과는 여럿입니다. 투자 시작 시점에 따라 결과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분위수를 이용하면 결과의 분포를 간결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확률 분포를 요약하는 것입니다.
그래프에는 5개의 수익률 곡선이 그려져 있습니다. 1% 분위수(quantile)는 상위 1% 순위의 수익률입니다. 9년을 투자했을 때, 상위 1% 순위의 수익률은 400%였습니다. 90% 분위수는 상위 90% 순위 즉, 하위 10% 순위의 수익률입니다.
분위수에 표시된 %는 확률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90% 분위수라면 90% 확률로 이보다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었다 또는 10% 확률로 이보다 낮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었다고 해석합니다. 50% 분위수는 절반의 확률에 해당됩니다. 반반의 확률로 이 이상 또는 이 이하의 수익률을 얻었다는 의미입니다. 참고: 50% 분위수는 중앙값(median)이라고 합니다.
모든 분위수의 수익률이 투자 기간에 따라 우상향 하고 있습니다. 장기 투자일수록 최종 수익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었다는 뜻입니다.
투자 시기를 잘못 잡아 운이 매우 나빴다고 할 수 있는 99% 분위수(하위 1% 순위)의 21년간 수익률은 200% 정도였습니다. 평균 기준 금리는 3.131%였습니다. 21년간 복리로 예금을 했다면, 91% 정도의 수익률을 얻었을 것입니다. 운이 정말 나빴던 S&P 500 투자자의 수익률과 비교하면 절반 정도입니다.
위의 그래프에서 수익률은 로그 스케일입니다. 분위수 곡선의 간격은 10년 정도까지는 넓어졌다가 다시 좁아지고 있습니다. S&P 500 지수는 장기 우상향 추세였지만, 중간중간 평균 추세에 벗어나는 중단기 추세가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중단기 추세가 있었기에 좋은 시기에 투자를 시작한 투자자와 나쁜 시기에 투자를 시작한 투자자의 수익률 차이가 커질 수 있는 것입니다.
S&P 500 지수에 대한 거치식 투자에서 큰 수의 법칙 현상이 발견되는지, 수익률을 CAGR로 변환해서 살펴봅니다.
거치 기간이 길어질수록 분위수 그래프가 수렴하듯 모여듭니다. 파란 수평 점선은 미국 평균 기준 금리입니다. 이 선 위에 있다면 S&P 500에 투자하여 예금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아래에 있다면 예금보다 더 낮은 수익률을 얻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주의: 시기에 따라 기준 금리가 다르지만, 여기서는 평균 기준 금리와 비교합니다.
1년을 투자하더라도 연 3.1% 예금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얻을 가능성이 절반(초록색 50% 분위수) 이상이었습니다. 대략 14년 이상을 투자하면 예금보다 수익률이 높을 확률이 90% 이상이 되고, 15년 이상을 투자하면 99% 이상의 확률이 됩니다.
좀 더 긴 기간으로 S&P 500 지수를 살펴보면
지난 수십 년간 S&P 500 지수가 우상향 했기에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좀 더 긴 기간을 살펴봅니다. 아래는 1928년부터 2024년 10월 24일까지 96년치 S&P 500 지수입니다. 주의: 배당이 고려되지 않은 PR 지수입니다.
이 그래프에는 미국 대공황 시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래프 왼쪽 아래의 큰 하락 부분입니다. 최대 40년 거치식 투자 수익률을 살펴봅니다.
왼쪽은 수익률을 선형 스케일로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운이 좋았던 투자자와 운이 나빴던 투자자 간의 수익률 차이가 점점 커집니다. 예: 1% 분위 vs 99% 분위, 10% 분위 vs 90% 분위.
오른쪽은 수익률을 로그 스케일로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간격이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유지됩니다. 투자 시기의 유불리를 떠나 장기적으로 비슷한 정도의 우상향 추세가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CAGR로 비교하면 큰 수의 법칙 효과가 나타납니다. 주의: 배당과 인플레이션이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대공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인지 원금을 회복하는데 꽤 오래 걸린 경우도 있습니다. 90% 분위수(하위 10%)의 경우 대략 10년 정도가 필요했고, 99% 분위수의(하위 1%)는 대략 25년이 필요했습니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손실이지만, 배당도 고려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정리하며
투자자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는 동시에 불확실성을 줄이려고 합니다. 3년 후 큰 수익일지 큰 손실일지 애매하다면, 선뜻 투자하기 망설여집니다. 하지만 수익률이 높으면서 불확실성이 낮은 투자 자산을 찾기란 극히 어렵습니다.
불확실성이 높은 주식 투자 자산이라도 장기 투자하면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습니다. 큰 수의 법칙이 어느 정도 적용되어 기대 수익률에 근접하기 때문입니다. 어느 정도라고 말하는 이유는 주식 수익률은 수학으로 완전무결하게 모델링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장기간에 걸친 S&P 500 지수를 살펴보면 큰 수의 법칙 현상이 나타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제 일반적인 개인 투자자의 장기 투자 방향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은퇴 자금 마련을 위해 20년간 투자한다면,
- 장기 기대 수익률이 높은 자산(또는 포트폴리오)을 선택한다.
- 큰 수의 법칙 효과가 가능한 일찍 나타날 수 있도록 변동성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적용한다.
첫 번째는 기대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고, 두 번째는 기대 변동성을 낮추는 것입니다.
좋은 장기 투자 전략은 높은 기대 수익률을 낮은 기대 변동성으로 달성함으로써, 가능한 한 빨리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을 기대 수익률로 수렴시킬 수 있는 전략입니다. 투자 성과 분석은 이를 달성하기 위한 기초의 하나입니다.
에필로그
15편의 글을 통해 투자 성과 분석의 기초를 소개하였습니다. 가능한 쉽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부족한 부분도 있었을 것입니다. 아직 남은 이야깃거리가 있지만, 기초라는 제목으로 소개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듯해서 다음 기회로 미루었습니다.
연재 전개가 처음 생각과 달라진 부분도 있습니다. 본래는 10편의 전사적 과장 이야기 이후로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으로 넘어갈 계획이었습니다. 이 분은 나중에 승진을 하고 고무신 시장 조사를 위해 미국으로 출장을 보낼 계획입니다.
연재 과정에서 수식으로 모델링하는 통계 접근 대신 백테스트에 기반한 통계 접근이 이해하기 쉽다고 판단했습니다. 다소 난이도가 높은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을 다음 기회로 넘긴 이유의 하나입니다.
지금까지의 연재가 투자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어지는 글: 투자 성과 분석의 초급 - 1. (첫 편) 미국으로 출장간 전사적 차장 (왜 통계학을 알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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