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많은 분배금(배당금)을 주는 커버드콜 ETF가 인기를 끌다 보니, 이를 소개하는 글과 동영상이 넘쳐납니다. 커버드콜 ETF는 어떤 수익 구조를 가지고 있고, 상품별 특성은 무엇이며, 분배율(배당률)은 얼마나 되는지 자세히 설명합니다. 최근 출간되는 책은 커버드콜 ETF도 다루고 있습니다. 배당 위주의 투자 전략을 소개하는 책에서 커버드콜 ETF는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커버드콜 ETF를 설명하는 방식은 대개 비슷합니다. 먼저 선물(future), 옵션, 콜옵션, 프리미엄, 기초 자산, 그리고 커버드콜이 무엇인지 소개합니다. 이어서 커버드콜의 수익 구조를 설명하는 아래와 같은 그래프를 보여줍니다. 출처: 커버드콜 ETF - 악마의 계약 (수익률과 변동성, 그리고 투자자의 오해)
그러고 이렇게 해설합니다.
그래프에서 보듯 커버드콜의 수익은 상방으로는 막혀 있고, 하방으로는 열려있습니다. 이러한 비대칭성 때문에 장기 투자 시 기초 자산의 수익률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콜옵션을 발행하여 얻는 프리미엄과 엮어 설명하기도 합니다.
커버드콜 ETF는 기초 자산의 미래 수익 일부를 희생하는 대신 지금 당장의 현금을 프리미엄으로 받습니다. 커버드콜 ETF는 미래의 이익보다 조금 작더라도 현재 받을 수 있는 현금에 중점을 둔 전략입니다. 이 때문에 장기 투자 시 기초 자산보다 수익률이 낮아지게 됩니다.
투자자는 커버드콜 ETF의 장기 수익률이 기초 자산보다 낮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분배금이 매달 따박따박 들어온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위와 같은 설명을 들으면, "아하! 이런 이유였구나!"라고 하면서 무릎을 탁 칩니다. 참고: 사람마다 이런 경우 취하는 행동이 다를 수 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손 딱딱이(핑거 스냅, finger snap)를 합니다.
그런데, 정말 이런 이유일까요?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 또는 특정 전략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수치는 과거에 그랬다는 기록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분석 대상, 기간,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 가공, 해석 단계에서 의도하지 않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부 설명은 편의상 현재형으로 기술하지만, 데이터 분석에 대한 설명은 모두 과거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미래의 수익을 현재로 당겨온다고?
먼저 두 번째 설명을 살펴봅니다. 미래의 수익 일부를 희생하는 대신 프리미엄으로 당장 현금을 받기에 커버드콜 ETF의 장기 수익률이 기초 자산보다 낮다고 해설합니다.
커버드콜 ETF가 1개월 만기인 콜옵션을 발행합니다. 1개월 만기의 콜옵션이라면 2~3% 정도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습니다. ETF 기초 자산이 10,000원이라면, 콜옵션 발행 직전의 ETF 주가도 10,000원입니다.
콜옵션을 발행해서 판매하면 200원 정도의 현금이 프리미엄이라는 명목으로 들어옵니다. ETF 주가는 어떻게 변할까요? 현금 200원이 들어왔으니 기초 자산 10,000원에 더해 10,200원이 됩니다. 주가가 오릅니다.
투자자는 어떻게 하는 것이 합리적일까요? 커버드콜 ETF가 콜옵션을 발행하자마자 가격이 오르면 팝니다. 200원의 시세 차익이 생깁니다. 다음 달 콜옵션 발행 직전에 다시 삽니다. 콜옵션을 발행하면 다시 팝니다. 시세 차익 200원이 또 생깁니다.
1달에 하루나 이틀만 이렇게 투자해도 연 24% 정도의 고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커버드콜 ETF마다 발행 주기와 만기가 다르니, 오늘은 이 ETF, 내일은 저 ETF, 이렇게 번갈아가며 매매하면 연 수백% 수익률도 꿈은 아닙니다.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콜옵션을 발행해서 200원의 프리미엄을 받아도 ETF 가격은 여전히 10,000원입니다. 콜옵션 매수자가 만기에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콜옵션은 만기에 특정 조건이 되면 돈을 받아가겠다는 조건부 차용증입니다.
은행에서 100만원을 빌리면 재산이 늘어날까요? 현금 100만원이 생기지만, 부채 -100만원도 함께 발생합니다. 순자산은 이전과 동일합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이자를 지급해야 하기에 순자산은 이전보다 줄어듭니다.
그러니 커버드콜 ETF가 미래의 수익 일부를 현재의 현금인 프리미엄으로 당겨 온다는 설명은 잘못된 것입니다.
상방은 막혀 있고, 하방은 열려 있기 때문이라고?
첫 번째 설명의 커버드콜 수익 구조를 나타내는 그래프를 보면, 상방 수익률은 한계가 있고 하방 손실률은 계속해서 커집니다. 이 때문에 기초 자산이 상승할 때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기초 자산이 하락할 때 상당 부분 손실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비대칭 구조로 인해 장기적으로 기초 자산보다 수익률이 낮다고 해설합니다.
얼핏 듣기에 그럴싸한 설명입니다. 실제 커버드콜 ETF와 기초 자산의 수익률을 장기간으로 비교해 보면, 상승장에서는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횡보장에서는 약간의 이익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고, 하락장이라고 크게 손실을 줄이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는 명확한 설명이 아닙니다. 콜옵션 수익 구조는 기초 자산의 수익률 대비 커버드콜의 수익률을 나타내는 것뿐입니다. 장기 수익률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참고: 뒤에 설명하겠지만, 기초 자산의 수익률 분포가 고려되어야 합니다.
아래는 프리미엄이 1%인 커버드콜 1과 프리미엄이 2%인 커버드콜 2의 수익 구조를 함께 표시한 그래프입니다.
커버드콜 1과 커버드콜 2는 모두 상방이 닫혀 있고, 하방은 열려 있습니다. 두 커버드콜 모두 기초 자산보다 장기수익률이 낮을까요?
동일한 상황에서 커버드콜 2는 커버드콜 1보다 1% 높은 수익률을 얻습니다. 그렇다면 커버드콜 2는 기초 자산과 같거나 더 높은 수익률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커버드콜 2로는 부족하다면 커버드콜 3, 커버드콜 4, ... 이렇게 프리미엄이 좀 더 높은 커버드콜을 계속 만들 수 있습니다. 언젠가는 기초 자산보다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커버드콜이 나타납니다.
그러니 상방이 닫혀있고, 하방이 열린 구조이기에 커버드콜 ETF가 기초 자산보다 장기 수익률이 낮은 것이 아닙니다.
커버드콜 ETF의 장기 수익률은 왜 기초 자산보다 낮은가?
커버드콜 ETF의 장기 수익률이 기초 자산보다 낮은 이유는 콜옵션 매수자도 수익을 얻기 위해 투자하기 때문입니다. 커버드콜 ETF는 기초 자산을 보유한 상태에서 콜옵션을 발행하고 그 대가로 프리미엄을 받습니다. 아래와 같은 수식으로 쓸 수 있습니다.
커버드콜 = 기초 자산 - 콜옵션 + 프리미엄
콜옵션 매수자는 프리미엄을 주고 콜옵션을 받았기에 다음과 같이 쓸 수 있습니다.
콜옵션 매수자 = 콜옵션 - 프리미엄
콜옵션 발행 시 가격은 프리미엄과 동일한 (- 콜옵션 + 프리미엄) = 0원입니다. 이 때문에 커버드콜 ETF가 콜옵션을 발행해도 가격 변화가 발생하지 않는 것입니다. 은행에서 100만원 대출을 받으면, 그 즉시 부채도 -100만원 생기기에 순자산 변화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커버드콜과 콜옵션 매수자의 수익을 합해보면 다음과 같이 됩니다.
커버드콜 + 콜옵션 매수자 = 기초 자산 - 콜옵션 + 프리미엄 + 콜옵션 - 프리미엄
콜옵션은 한 번 빼지고 다시 더해지고, 프리미엄은 한 번 더해지고 다시 빼집니다. 두 항은 상쇄되어 사라집니다. 아래와 같이 간단하게 표현됩니다.
커버드콜 + 콜옵션 매수자 = 기초 자산
최종적으로 기초 자산에서만 수익이 발생합니다. 이 수익을 커버드콜과 콜옵션 매수자가 나누어 가집니다. 콜옵션 매수자는 본전을 기대하고 콜옵션을 매수할까요? 아닙니다. 수익을 얻으려고 매수합니다. 그러니 콜옵션 매수자의 수익은 장기적으로 플러스입니다.
커버드콜 + 양수 = 기초 자산
커버드콜 = 기초 자산 - 양수
커버드콜 ETF는 장기적으로 기초 자산의 수익 일부를 콜옵션 매수자에게 나누어 주어야 합니다. 다르게 말하면, 커버드콜 ETF의 수익률이 기초 자산보다 낮아지는 구조적인 압력이 발생합니다. 만일 그렇지 않으면, 커버드콜 시장은 붕괴할 수 있습니다. 수익을 얻지 못한다고 판단한 콜옵션 매수자가 떠나가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본 커버드콜의 수익 구조를 그린 그래프를 이해하지 못해도 됩니다. 더하기와 빼기만으로도 커버드콜 ETF의 수익률이 장기적으로 왜 기초 자산보다 낮은지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어떤 현상이 발생하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원합니다. 하지만 그 현상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그럴듯하지만 사실이 아닌 논리가 등장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실이 아닌 논리에 영향을 받아 비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콜옵션 발행의 효과는 무엇일까? 변동성 축소
커버드콜 ETF가 콜옵션을 발행하면 어떤 효과가 발생할까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익률이 아니라 수익률 분포를 알아야 합니다. 확률적 분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0.1%, 1% 또는 2%의 프리미엄을 받고 콜옵션을 발행하는 3가지 커버드콜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기초 자산의 수익률은 -1%, 0%, 1%, 2%, 3%로 변하고, 각각의 확률은 동일하게 20%라고 하겠습니다. 기초 자산과 커버드콜 ETF는 아래와 같은 수익률 분포를 가지게 됩니다. 참고: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앞서 커버드콜 수익 구조 그래프에서 x값에 대응되는 y값을 적은 것입니다.
기초 자산 | 기초 자산 | 커버드콜 0.1 | 커버드콜 1 | 커버드콜 2 |
-1% | -1% | -0.9% | 0% | 1% |
0% | 0% | 0.1% | 1% | 2% |
1% | 1% | 0.1% | 1% | 2% |
2% | 2% | 0.1% | 1% | 2% |
3% | 3% | 0.1% | 1% | 2% |
평균 | 1% | -0.1% | 0.8% | 1.8% |
기초 자산의 평균 수익률은 (-1% + 0% + 1% + 2% + 3%) / 5 = 1%입니다. 커버드콜은 프리미엄이 많아질수록 평균 수익률이 높아집니다.
2% 프리미엄을 받는 커버드콜 2는 기초 자산보다 높은 평균 1.8% 수익률을 얻습니다. 이 상품은 시장에서 퇴출됩니다. 콜옵션 매수자들이 커버드콜 2의 콜옵션을 매수하면 평균 1%(기초 자산 수익률) - 1.8%(커버드콜 2 수익률) = -0.8%(콜옵션 매수자 수익률)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커버드콜 2가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프리미엄을 낮추어야 합니다
커버드콜 0.1은 평균 -0.1% 손실이 발생하는 상품입니다. 이 상품은 반대로 커버드콜 ETF 구매자가 없어집니다. 장기 투자할수록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커버드콜 0.1이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프리미엄을 높여야 합니다.
커버드콜 1은 기초 자산 수익률 1% 중에서 0.2%는 콜옵션 매수자에게 넘겨주고, 남은 0.8%를 가져갑니다. 커버드콜 ETF 투자자와 콜옵션 매수자 모두 그럭저럭 만족할 수 있는 상품입니다.
콜옵션 매수자는 수익이 발생하니 투자한다 치더라도, 커버드콜 ETF 투자자는 기초 자산보다 낮은 수익률에 왜 만족할 수 있을까요? 수익률 분포에 변화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아래는 기초 자산과 커버드콜 1의 수익률 분포입니다.
기초 자산의 수익률은 -1%에서 3%까지 20%의 동일 확률로 발생합니다. 흩어져 있습니다. 커버드콜 1의 수익률은 0%일 확률이 20%이고, 1%일 확률이 80%입니다. 커버드콜 ETF의 수익률 범위가 줄어들었습니다. 수익률의 변동성이 줄어든 것입니다. 참고: 이 예에서는 커버드콜 1은 원금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초 자산의 수익률 범위를 넓히면 손실이 발생하는 상황이 만들어집니다.
줄어든 변동성은 그냥 사라지지 않습니다. 콜옵션 매수자에게 넘어갑니다. 커버드콜 ETF는 콜옵션 매수자에게 기초 자산의 변동성 일부를 전가하는 대가로 기초 자산의 수익률 일부도 함께 넘기는 것입니다.
커버드콜 ETF를 투자하는 분들 중 일부는 이 부분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혼란스러운 것입니다. 콜옵션 발행으로 프리미엄이라는 현금을 먼저 받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은행에서 100만원을 빌린 후에, 만기에 이자 10만원을 더해 110만원으로 갚겠다는 것이 커버드콜입니다. 당장 대출로 현금이 생기니 생활은 조금 더 안정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음 달 월급에 보너스가 지급되면 은행은 통장에서 원금과 고리의 이자를 먼저 인출합니다.
장부상에는 보유한 현금과 부채를 함께 적어야 합니다. 그러니 콜옵션을 발행하고 프리미엄을 받더라도 커버드콜 ETF의 순자산은 늘어나지 않습니다.
커버드콜 ETF는 은행에서 대출로 일시 융통한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의 현금을 어디에 사용할까요? 투자자에게 분배금이라는 명목으로 나누어 줍니다.
정리하며
커버드콜 ETF의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그 구조와 함께 관련 상품을 소개하고 추천하는 글과 영상도 많아졌습니다. 아쉽게도 대부분의 컨텐츠는 커버드콜의 수익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설명합니다. 그러다 보니, 앞뒤가 맞지 않지만 그럴듯한 논리가 나타납니다.
커버드콜 ETF의 장기 수익률이 기초 자산보다 낮아지는 이유라는 두 가지 주된 설명에 어떤 논리적 오류가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커버드콜 ETF의 장기 수익률이 기초 자산보다 낮은 이유를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커버드콜의 수익 구조를 나타내는 그래프는 아예 필요 없습니다. 더하기 빼기만 할 줄 알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커버드콜 ETF가 상품성이 있을 수 있는 이유도 함께 소개하였습니다. 기초 자산의 변동성 일부를 콜옵션 매수자에게 넘기기 때문입니다. 그 대가는 기초 자산의 수익 일부입니다.
프리미엄은 콜옵션 매수자에게 받은 콜옵션 판매 대가가 아닙니다. 콜옵션 매수자에게 나중에 이자를 붙여 되갚아야 하는 조건부 대출금의 다른 이름입니다.
이어지는 글: 커버드콜 ETF 수익 구조의 본질 두 번째 이야기 - 변동성을 전가하려면 돈을 내야 한다고? (투자를 받으려는 엔비디냐의 황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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