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평균-분산(Mean-Variance) 그래프에서 레버리지와 공매도 포트폴리오를 나타내는 방법을 살펴보았습니다. 레버리지와 공매도는 자산과 예금을 혼합한 포트폴리오의 확장이라 볼 수 있습니다. 예금 대신 대출을 허용하면 레버리지 포트폴리오가 되고, 전체 투자금 이상으로 예금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공매도가 됩니다. 레버리지 배율을 높일수록 보다 큰 수익을 안전하게 얻을 수 있는 것처럼 그래프에서 묘사될 수 있지만, 이는 위험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난 글: [중급 10] 분산 투자에서 체계적 위험은 무엇을 의미할까? (무서운 수식과 나신입씨의 경품 뽑기)
현실에서 레버리지 투자는 크게 두 가지 위험이 있습니다. 첫 번째 위험은 예금 이율보다 대출 이율이 높기에 발생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이전 글에서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그러더라도 레버리지 투자 결과가 비레버리지에 비해 높아 보입니다.
두 번째는 과소 표현된 위험입니다. 대출을 이용한 레버리지 투자는 위험을 증폭시키고, 위험은 수치에 비례해서 선형적으로 커지지 않습니다. 평균-분산 그래프를 포함한 수치로된 지표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눈에 띄게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비선형 성격을 가지는 위험을 평균-분산 그래프에 나타내어 레버리지 투자의 위험을 살펴보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 또는 특정 전략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수치는 과거에 그랬다는 기록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분석 대상, 기간,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 가공, 해석 단계에서 의도하지 않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부 설명은 편의상 현재형으로 기술하지만, 데이터 분석에 대한 설명은 모두 과거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주의: 이 글은 레버리지 투자를 권하지 않습니다. 분석 방법을 소개하기 위해 레버리지 투자를 설명하는 것입니다. 이 글에서 설명하는 레버리지 투자 방식은 은행 대출을 이용하여 추가 투자금을 마련하고, 만기(1년)에 원금과 이자를 갚는다는 단순하면서 비현실적일 수 있는 가정하에서 모델링한 것입니다. 또한 ETF 등으로 투자 가능한 레버리지 상품은 이 글에서 소개하는 레버리지 투자와는 달리 추세 추종이 가미된 다른 방식의 레버리지 투자 전략입니다.
평균-분산 그래프로 본 레버리지 투자 결과
다음은 이전 글에서 살펴본 SPY, SPY + 예금, SPY 레버리지 포트폴리오를 평균-분산 그래프에 나타낸 그림입니다. 일부 색상만 바꾸었습니다.
파란색 점이 SPY의 위치이고, 오렌지색 점이 예금의 위치입니다. SPY와 예금을 분산 투자하면, 비중에 따라 초록색 작은 점으로 이루어진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습니다. 선형으로 표시한 평균-분산 그래프에서는 변동성이 없는 예금을 다른 자산과 혼합하면, 이처럼 직선의 형태가 됩니다.
진한 보라색 작은 점들은 SPY에 레버리지로 투자한 포트폴리오입니다. 최대 3배까지 레버리지를 가정한 포트폴리오가 그려져 있습니다. 레버리지 포트폴리오는 초록색 SPY + 예금 포트폴리오를 연장한 직선의 형태가 됩니다.
그 아래 연한 보라색 작은 점들은 예금 이율보다 높은 6% 대출 이율을 가정한 조금은 더 현실적인 레버리지 포트폴리오입니다. 왼쪽으로 계속 연장하면 대출 이율에 해당되는 (0%, 6%)점과 만나게 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SPY의 경우 지난 33년간 레버리지로 투자했다면, 비레버리지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 말 자체는 사실입니다. 레버리지 포트폴리오의 평균 수익률이 비레버리지에 비해 높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그래프는 위험이 명시적으로 표현되어 있지 않습니다. 투자자가 수익과 함께 고려해야 하는 위험을 쉽게 인지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프에서 각 점은 수익률 확률 분포의 대표값 위치이기 때문입니다.
참고: 연재 글을 통해 꾸준히 이야기하고 있지만, 평균-분산 그래프와 같은 통계적 분석을 용어 수준으로 간단하게 이해하면 자칫 비합리적인 투자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평균-분산 그래프는 확률 분포를 간략하게 표현하는 한 가지 방법입니다. 자연히 많은 정보가 누락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모든 분석 방법은 어떤 데이터에 기반하여 무슨 목적으로 이러한 그래프를 그리는 것인지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래프의 구성 요소가 무엇인지 아는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 서적에서 이에 대한 자세한 해설이 있습니다. 평균-분산 그래프를 소개하는 과정까지 수십 페이지에 달합니다.
위험을 함께 나타낸 평균-분산 그래프
다음은 하위 10% 순위에 해당되는 수익률도 함께 표시한 그래프입니다.
작은 초록색 점들과 상하 대칭에 가까운 위치에 작은 오렌지 색 포트폴리오들이 있습니다. 이 포트폴리오들도 SPY + 예금 포트폴리오입니다. 동일한 예금 비중을 가진 포트폴리오 중에서 하위 10%에 해당되는 포트폴리오를 찾아 그 위치에 점을 찍은 것입니다.
큰 파란색 점 아래에 있는 큰 초록색 점은 SPY에 100% 비중으로 투자하고 하위 10% 순위의 수익률을 거둔 경우를 의미합니다. SPY에 1년간 투자했다면, 얻을 수 있었던 수익률의 평균은 11.8%였습니다. 하위 10% 투자 수익률은 -12.9%였습니다. 큰 초록색 점은 이 하위 10% 수익률을 의미합니다.
그림에서 하단의 포트폴리오들은 집합이 아니라 개체의 개념입니다. 각각 1개씩이기에 표준 편차 개념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상단에 있는 대응하는 평균 포트폴리오와의 관계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동일한 표준 편차 위치에 그려 놓은 것입니다.
SPY + 예금 포트폴리오 중에서 하위 10% 순위 수익률 포트폴리오도 예금과 SPY 하위 10% 지점을 연결하는 작은 오렌지색 점으로 표현됩니다. 선형으로 표시한 평균-분산 그래프에서 직선의 형태가 됩니다.
진한 작은 빨간색 점은 대출 이율을 예금 이율과 같다고 가정했을 때의 하위 10% 레버리지 포트폴리오입니다. 그 아래 연한 작은 빨간색 점은 대출 이율을 6%로 가정한 경우입니다. 왼쪽으로 연장하면 (0%, 6%)점까지 이어집니다.
만일 3배 레버리지로 투자했다면, 대출 이율 6% 가정 시 평균적으로 23.5% 수익률을 거두었고, 하위 10% 수익률은 -50.8%였습니다. 10% 이상의 확률로 반토막이 날 수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위험의 비선형성
얼핏 생각하기에는 큰 문제가 아닌 듯 보입니다. 한 해 반토막이 났더라도, 다음 해가 있기 때문입니다. 계속 투자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비레버리지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을 거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 말 자체는 맞지만, 그래프로 보는 위험이 작게 표현되어 덜 위험해 보이는 것도 위험을 과소 평가하는 한 가지 이유입니다. 위험은 선형적이지 않습니다.
-20% 손실이 생긴 자산 A와 -50% 손실이 발생한 자산 B가 있습니다. -50% / -20% = 2.5이니 자산 B는 자산 A보다 2.5배 위험했던 것일까요? 아니면 자산 A는 0.8배가 되었고 자산 B는 0.5배가 되었으니 0.8 / 0.5 = 1.6배 위험했던 것일까요?
예금과 분산 투자를 한다고 가정하면, 2.5배 위험한 것이 맞습니다. 자산 A에 250만원 투자한 것과 자산 B에 100만원을 투자하고 나머지 150만원은 예금에 투자했다면, 첫 번째 포트폴리오는 -20% × 250만원 = -50만원 손실이 생겼을 것입니다. 두 번째 포트폴리오는 자산 B에서 -50% × 100만원 = -50만원 손실이 생깁니다. 예금으로 약간의 수익이 생기니 첫 번째 포트폴리오보다는 손실이 조금 줄겠지만, 대략적인 위험은 동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산 A 또는 자산 B에 100% 투자했다면 어떻까요? 자산 A가 다시 원금을 회복하려면 25% 상승해야 합니다. (1 - 20%) × (1 + 25%) = 0.8 × 1.25 = 1. 자산 B가 다시 원금을 회복하려면 100% 상승해야 합니다. (1 - 50%) × (1 + 100%) = 0.5 × 2 = 1. 이 관점에서는 자산 B가 자산 A보다 4배 위험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지수를 이용하여 계산할 수도 있습니다. 자산 A는 0.8배가 되었고, 자산 B는 0.5배가 되었습니다. 자산 A에 몇 번을 투자하면 자산 B와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요?
로그(log)로 계산하면 됩니다. log(0.8) / log(0.5) ≒ 3.1이 됩니다. 자산 B의 1회 손실률은 자산 A의 3회 연속 손실률에 해당되니, 자산 B는 자산 A보다 3.1배 위험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위험 배수는 1.6 ~ 4까지 다양합니다. 투자 전략과 위험 비교 방식에 따라서 위험의 상대 크기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로그 스케일로 본 평균-분산 그래프
평균-분산 그래프에서 로그로 계산한 위험 배수로 표현하는 방법은 y축인 수익률을 로그 스케일로 변경하는 것입니다. 앞에서 본 자산 A와 자산 B의 경우 3.1배 위험이 있다고 보는 경우입니다.
왼쪽이 앞에서 본 선형 스케일이고, 오른쪽이 로그 스케일입니다. 위험이 보다 현실적으로 나타나기에, 레버리지 투자의 위험을 조금 더 쉽게 인지할 수 있습니다. 지수로 표현하면 조금 더 이해하기 쉬울 수 있습니다.
그림에서 세로 눈금이 손실률에 해당됩니다. 3배 레버리지의 하위 90% 순위 손실률의 위험 정도는 로그로 추정 시 비레버리지의 5.1배였습니다.
평균-분산 그래프에서 로그 스케일 그래프를 쓰지 않는 이유의 하나는 예금과 같은 변동성이 없는 자산과의 혼합 결과도 비선형처럼 보이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림을 보면 포트폴리오가 이루는 선이 모두 표준 편차가 증가할수록 아래 방향으로 굽어집니다. 결과를 표현하고 해석하기 불편해지니 위험의 증폭을 이미 알고 있다고 가정하고 선형으로 표시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참고: 수익률이 좌우대칭인 정규 분포를 띄는 자산에 단리로 투자한다고 가정하기에, 선형 스케일이 분석에 보다 적절한 것이 주된 이유입니다.
정리하며
장기 우상향해온 자산에 대해 평균-분산 그래프로 특성을 살펴보면, 레버리지 투자를 하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었던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수익률이 높았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프에는 위험이 충분히 표현되지 않을 수 있음도 고려해서 판단해야 합니다. 수익률을 로그 스케일로 바꾸어서 살펴보면, 보다 현실적인 위험 정도를 인지하기 편리합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결과적으로 레버리지 배율을 높일수록 장기 평균 수익률이 항상 조금씩이라도 더 높아지지 않았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는 대부분의 평균-분산 그래프가 1회 투자로 기대할 수 있었던 과거 수익률의 산술 평균을 이용하여 그리기 때문입니다.
현실의 투자자는 과거 투자 성과 위에 새로운 투자 성과를 쌓아나가는 복리 투자를 합니다. 이를 고려하면 평균-분산 그래프가 어떻게 그릴 수 있고, 왜 레버리지 투자 배율이 일정 이상 높이면 문제가 생기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글에서 살펴봅니다.
이어지는 글: [중급 13] 레버리지 비율은 무한정 높여도 될까? (복리 수익률을 평균-분산 그래프에 나타내 보자)
목차: [연재글 목차] 투자 성과 분석 (기초편, 초급편, 중급편): 순서대로 차근차근 읽으면 좀 더 이해가 쉽습니다.
참고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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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급 11] 투자자는 왜 분석 방법을 공부해야 할까? (평균-분산 그래프를 사용하는 이유)
- [중급 10] 분산 투자에서 체계적 위험은 무엇을 의미할까? (무서운 수식과 나신입씨의 경품 뽑기)
- [중급 9] 평균-분산 그래프로 살펴 본 레버리지와 공매도 (저 선 너머 무엇이 있을까?)
- [중급 8] 리밸런싱 빈도에 따라 결과의 불확실성은 어떻게 변하는가?
- [중급 7] 백테스트 결과의 불확실성을 살펴보자 (확률 분포로 보는 CAGR의 불확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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