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중급 11] 투자자는 왜 분석 방법을 공부해야 할까? (평균-분산 그래프를 사용하는 이유)

오렌지사과키위 2025. 4. 9. 14:49

제가 올리는 투자 관련 분석은 평균-분산(Mean-Variance) 그래프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평균-분산 그래프는 투자 자산의 분석에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기초 도구입니다. 이 글에서는 평균-분산 그래프를 만들고 해석하는 방법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정리해 봅니다. 이해가 아니라 공부를 말합니다. 제 쓴 여러 글과 책에서도 직간접적으로 강조한 이야기입니다.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 또는 특정 전략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수치는 과거에 그랬다는 기록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분석 대상, 기간,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 가공, 해석 단계에서 의도하지 않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부 설명은 편의상 현재형으로 기술하지만, 데이터 분석에 대한 설명은 모두 과거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철수의 시험 성적

투자는 1차원적이지 않습니다. 철수가 수학 시험을 친다면, 수학 점수를 잘 받을수록 좋습니다. 영어 점수도 마찬가지입니다. 철수는 왜 수학과 영어를 공부해야 할까요? 살아가면서 필요한 지식을 얻으려는 것이 근본적인 이유겠지만, 조금 더 단기적으로 그리고 현실적으로 본다면, 진학이나 취업 때문일 것입니다.

진학이나 취업에서 수학과 영어 두 과목 점수를 중요하게 본다면, 한 과목만 잘하는 것은 목표 달성에 유리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대개는 총점 또는 가중 평균으로 지원자 간의 순위를 가리기 때문입니다.

철수는 이상적으로는 수학과 영어 모두 잘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공부 시간 대비 점수를 보다 많이 높일 수 있는 과목에 조금 더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습니다. 만일 개별 과목 과락이 60점이라면, 각 과목 점수를 60점 이상 받을 수 있도록 최소한의 공부 시간을 배정해야 할 것입니다.

철수의 시험 점수 높이기 작전을 합리적으로 수립하기 위해서는 1차원적으로 접근할 수 없습니다. 고려해야 하는 과목이 수학과 영어로 이미 두 가지이기에 2차원입니다. 과목수가 늘어나면 3차원, 4차원, 5차원, ..., 이렇게 차원수가 증가합니다.

사람은 고려해야 하는 요소가 많아지면 복잡하고 불편하다고 느끼게 됩니다. 어느 순간 "아! 도무지 모르겠다. 이게 그거 같고, 저게 요거 같다. 그냥 대충 결정하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철수와 같은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이렇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자녀의 시험 점수를 높이기 위한 현실적이면서 합리적인 방법을 찾으려고 다방면으로 노력할 것입니다.

투자의 성과 분석

투자로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상당수 투자자들은 이러한 노력을 충분히 기울이지 않습니다.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시험 점수는 공부 시간을 늘릴수록 높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수학을 공부하면 수학 점수가, 영어를 공부하면 영어 점수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 학부모라면, 전체 공부 시간을 늘림과 동시에, 각 과목을 공부하는 시간을 어떻게 배분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총 공부 시간을 어느 정도까지는 늘릴 수 있고, 과목에 대한 공부 시간을 늘릴수록 해당 과목 시험 점수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는 수학과 영어와는 달리, 투자는 총투자금이 정해져 있습니다. 일부 자산만 주식에 투자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머지는 예금이라는 자산에 투자하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더해 개별 투자 자산이 가지는 독특한 특성이 있습니다. 기대 수익률이 높은 자산은 위험도 커지는 경향이 발견되는 것입니다. 투자자는 수익률은 높이고 싶고, 위험은 낮추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 두 가지가 양의 상관성이 있습니다.

철수가 수학 또는 영어를 공부하면 해당 과목의 성적이 높아질 것입니다. 자산을 과목에 비유하면, 수학을 공부하면 영어 성적이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영어를 공부하면 이번에는 수학 점수가 낮아집니다. 둘 다 공부하면, 두 과목 모두 어정쩡하게 성적이 올라갑니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머리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과락을 면하고 총점을 높여 진학이나 취업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어떻게 공부할지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평균-분산 그래프는 이러한 자산의 특성을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는 도구의 하나입니다. 각 자산의 특성을 시각적으로 비교할 수 있도록 나타내고, 자산 혼합 효과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도와주는 유용한 분석 도구입니다. 철수와 같은 자녀를 둔 머리가 복잡한 학부모를 위해 만들어진 진학 상담용 체계적 분석 도구의 하나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프에는 평균(주로 연평균 수익률)과 분산(주로 연평균 수익률의 표준 편차)이라는 두 축을 사용하는데, 투자자에 따라서는 익숙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평균-분산 그래프는 확률 분포의 특성을 표시하는 것이고, 사람은 통계적(확률적) 사고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평균-분산 그래프를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초적인 통계학 지식을 쌓아야 합니다.

투자자마다 다른 직관적 지표

x축인 표준 편차는 위험, y축인 평균 수익률은 수익이라고 대충 이해하고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이 그래프에 자산을 위치시켜 보는 이유는 투자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두 가지 사항을 일목요연하게 표시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개의 평균-분산 그래프는 (표준 편차, 연평균 수익률) 그래프이며, 이 그래프는 (위험, 수익) 그래프의 하나입니다. 위험과 수익 더 구체적으로 표준 편차와 연평균 수익률은 투자자가 투자에서 중요하게 고려하는 두 가지 요소의 구체적인 예일뿐입니다.

갑돌이가 은퇴를 한다고 하겠습니다. 국민 연금, 퇴직 연금, 월세 등 여러 방식으로 받을 수 있는 고정 수입이 월 200만원이라고 하겠습니다. 생활비로는 월 300만원이 필요합니다. 금융 자산으로 2억원을 마련해 두었고, 매월 100만원씩 현금 흐름을 만들어 생활비에 보태 쓰고 싶다고 하겠습니다.

대략 연 6%에 해당되는 현금 흐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연 6%는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주식에 투자했을 때, 투자금의 현재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최대 현금 흐름 비율에 가깝습니다. 장기적으로 주식 위주 자산의 연평균 명목 수익률은 8 ~ 10%라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 8 ~ 10% - 6% = 2 ~ 4%입니다. 2 ~ 4%가 물가 상승률 즉, 인플레이션을 헤지 하기 위해 재투자해야 하는 비율입니다.

갑돌이는 투자 가능한 여러 자산을 비교하고 있습니다. 평균-분산 그래프에 각 자산을 나타내고,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도 함께 표시하면 적절한 판단에 도움이 될까요?

다음은 SPY, TLT(미국 장기 국채 ETF), GLD(실물 금 ETF)와 이들 간의 자산 배분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 그린 평균-분산 그래프입니다. 구글 시트로 그렸습니다. 출처: [데이터 분석 9] 세 자산의 혼합 포트폴리오를 평균-분산 그래프에 나타내 보자 (구글 시트 편)

SPY + TLT + GLD 혼합 포트폴리오의 형태

평균-분산 그래프에서 각 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충분히 알고 있다면, 갑돌이의 결정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갑돌이가 현실적으로 보고 싶은 항목은 사실 다른 것입니다.

갑돌이는 생활비로 사용할 현금 흐름이 어느 정도 되고, 얼마나 안정적인지 알고 싶을 수 있습니다. 10년 후에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는 자산이 어느 정도 남을지도 중요할 수 있습니다. 갑돌이는 평균과 표준 편차라는 통계량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고 있지만, 본인의 투자 목적에 보다 적절한 직관적인 지표를 선호할 수 있습니다.

제가 갑돌이 입장이라면 이렇게 분석하겠습니다.

  1. 모든 계산은 인플레이션을 반영하여 분석합니다. 
  2. 매월 배당 또는 자가 매도로 보유 자산의 0.5%에 해당하는 현금 흐름을 만듭니다. 월 5%는 투자금 2억원에 대해 연 6%인 1,200만원에 해당됩니다. 월 100만원 정도에 현금 흐름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3. 10년간 이렇게 투자한다고 가정하고, 과거 데이터를 이용하여 백테스트를 합니다. 투자 시작 시점이나 조건을 달리 가정하면, 복수의 백테스트 결과가 나옵니다. 백테스트 결과를 종합하면, 모든 수치는 모두 확률 분포로 나타납니다. 
  4. 현금 흐름의 확률 분포 중에서 x축은 1년(12개월) 평균 월 생활비 중에서 최저치에 가까운 90% 순위(하위 10%)를 찾아 적습니다. 자산 가격이 크게 하락했을 때, 월 0.5%로 만들 수 있는 최저 현금 흐름이 어느 정도 될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현금 흐름이 조금 많거나 작은 달도 있을 테니 12개월치 평균으로 살펴봅니다. 
  5. y축은 10년 후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는 잔여 자산이 원금 대비 얼마인지 표시합니다.

이렇게 보면 x축은 현금 흐름이 어느 정도까지 줄어들 수 있는지를 표현하게 됩니다. 만일 필요한 추가 월 생활비 100만원에서 빼면, 숫자가 클수록 나쁜 것으로 나타낼 수도 있습니다. y축은 현금 흐름을 만들고 남은 자산이니 수익 지표가 됩니다.

갑돌이와 같은 은퇴자라면 이렇게 분석하는 것이 평균 수익률과 표준 편차보다 좀 더 현실적이면서 직관적일 수 있습니다.

x축과 y축은 같은 은퇴자라도 다르게 설정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은퇴자는 다른 방식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충분하기에, 용돈으로 사용할 수 있는 월 0.3% 수준의 현금 흐름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은퇴자는 최소 현금 흐름이 중요해서 12개월 평균치가 아닌 3개월 평균치의 95% 순위를 살펴보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투자자마다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요소는 각자의 투자 환경과 목적에 따라 달라집니다. 모든 투자자에게 적합한 x축과 y축 지표는 없습니다. 이 때문에 1년 평균 수익률과 표준 편차라는 통계적으로 무난한 지표를 사용한 평균-분산 그래프는, 투자자마다 본인의 사정에 맞춰 알아서 변형해서 해석해야 하는 것입니다.

평균 수익률과 표준 편차만으로는 투자 결정 참고에 충분하지 않은 투자자라면, 직접 데이터를 분석해서 원하는 지표를 추출하여 그래프를 그려 보아야 합니다. 갑돌이처럼 (최저 월 현금 흐름, 잔여 자산)인 위험-수익 그래프일 수도 있고, 보유 자산이 충분해서 (월 100만원 이상의 생활비를 만들 수 있는 달의 비율, 1년 평균 수익률)을 나타내는 수익-수익 그래프를 보는 투자자도 있을 수 있습니다.

투자자마다 직관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표는 저마다 다르기에, 평균-분산 그래프 그 자체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 직접 데이터를 가공하여 합리적인 지표를 추출하고, 이를 그래프에 표시하여 비교 분석하는 방법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정리하며

투자에서 평균-분산 그래프를 참고하는 이유를 살펴보았습니다. 복잡한 투자 자산의 특성을 단순하게 표현하여 투자 결정에 도움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또한 투자자는 평균-분산 그래프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평균 수익률과 표준 편차 대신, 각자의 투자 환경과 목적에 맞춰 적절한 지표를 데이터에서 추출하여 직접 그래프로 그려 비교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음을 설명하였습니다.

이 모든 것은 손쉽게 또는 거저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영어 단어나 문장을 외워야 외국인과 대화가 가능하듯, 분석 도구의 기초가 되는 투자 철학 또는 이론부터 구체적인 분석 방법까지 차근차근 쌓아야 유의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앗! 인공지능 서비스)

장기 투자 특히 시장 전반에 대한 ETF 투자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이 주제에 대한 책이나 참고 자료를 찾아 진지하게 공부해 보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참고 도서에는 제가 쓴 책을 나열하였습니다.

이어지는 글: [중급 12] 레버리지는 왜 위험할까? (평균-분산 그래프를 이용한 분석)

목차: [연재글 목차] 투자 성과 분석 (기초편, 초급편, 중급편): 순서대로 차근차근 읽으면 좀 더 이해가 쉽습니다.

참고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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