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중급 10] 분산 투자에서 체계적 위험은 무엇을 의미할까? (무서운 수식과 나신입씨의 경품 뽑기)

오렌지사과키위 2025. 4. 8. 12:29

지난 몇 편의 글을 통해 분산 투자에서 체계적 위험(systematic risk)이란 무엇인지 살펴보았습니다. 분산 투자를 하면, 개별 종목의 변동성(위험; risk)이 일부 서로 상쇄되어 포트폴리오 전체의 변동성이 낮아집니다. 하지만, 개별 종목 간에 동조화 현상이 있기에 아무리 많은 수의 종목에 분산 투자하더라도 일정 이상으로 낮출 수 없는 변동성이 있습니다. 이를 체계적 위험이라 부릅니다. 이 글에서는 체계적 위험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 살펴봅니다. 이전 글을 읽고 이 글을 보면 보다 이해하기 쉽습니다.

마지막 [중급 4]에서 개별 종목의 수익률 분포를 정규 분포로 모델링하여, 포트폴리오의 체계적 위험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수식으로 살펴보았습니다. 다음과 같은 수식이었습니다.

N(5%, 20%²) + N(5%, 40%² / √k) = N(10%, 20%² + (40% / √k)²)

이 수식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수식은 확률 분포(또는 확률 변수)를 표현한 것입니다. 수익률과 변동성이 함께 나타나 있습니다. 수식은 A + B = C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변동성 부분을 보면, 첫 번째 A항은 체계적 위험을 의미합니다. 두 번째 B항은 개별 종목의 변동성에서 체계적 위험을 뺀 나머지에서 종목 간 일부 서로 상쇄되고 남은 변동성을 의미합니다.

그 설명이 체계적 위험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같은 말을 다시 한번 조금 다르게 쓴 것처럼 느껴집니다. [중급 4]에서도 살짝 언급했지만, 이 수식은 하나하나 따져보면 당연하면서도 무시무시한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왜 그런지 살펴봅니다.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 또는 특정 전략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수치는 과거에 그랬다는 기록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분석 대상, 기간,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 가공, 해석 단계에서 의도하지 않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부 설명은 편의상 현재형으로 기술하지만, 데이터 분석에 대한 설명은 모두 과거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시장 수익률과 변동성 vs 포트폴리오 수익률과 변동성

확률 분포로 모델링 된 해당 수식에서 수익률과 변동성을 나누어서 하나씩 살펴봅니다. 먼저 변동성을 살펴봅니다.

주의: 해당 수식은 시장과 개별 종목의 수익률 분포를 체계적 위험을 이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매우 단순하게 가정하여 모델링한 것입니다. 모든 개별 종목의 수익률에 동일한 수준으로 시장 수익률이 포함되어 있고, 시장 수익률을 제한 나머지 수익률은 동일한 분포를 띄면서 서로 독립이라고 가정했습니다. 좀 더 현실에 가깝게 모델링하려면, 개별 종목의 수익률이 시장이 미치는 영향은 베타(beta) 계수로 모델링해야 하고, 잔여 수익률 분포 또한 종목끼리 상관성이 남아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충분히 많은 수의 종목에 분산 투자하면 B항인 N(5%, 40%² / √k)의 변동성 40%² / √kk가 충분히 커져 0에 가까운 값이 됩니다. 따라서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는 왼쪽 A항인 N(5%, 20%²)의 변동성 20%²만 남습니다. A항은 체계적 위험을 의미하는 동시에 시장 변동성입니다. 시장 전체에 투자하는 ETF를 매수했다면, 비록 투자 상품은 하나이지만, 해당 상품 하나로 이루어진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은 시장 전체의 변동성과 동일합니다.

B항의 변동성은 40%² / √k은 항상 0보다 큽니다. 해당 수식을 유도할 때, A항과 B항은 서로 독립이라 가정하고 분해했습니다. 따라서 포트폴리오 전체의 위험은 항상 A항의 변동성과 B항의 변동성보다 커지게 됩니다. 다르게 말하면, 포트폴리오의 위험은 시장보다 항상 같거나 높습니다.

이 해석을 절대적인 것으로 해석하면 안 됩니다. 위의 수식은 확률 변수를 이용한 표현이기에 확률적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분산 투자한 포트폴리오는 평균적으로 시장보다 높은 변동성을 가진다는 의미이지, 모든 가능한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이 시장보다 높다는 뜻이 아닙니다.

수익률 역시 동일한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A항이 시장 수익률이고, B항은 복수의 종목에 투자하여 얻은 시장 대비 초과 수익률 또는 손실률이 됩니다. B항을 구성하는 개별 종목의 수익률은 시장 수익률을 제하면 서로 독립이라 가정했기에, 평균은 0이 됩니다.

이 두 가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해석할 수 있습니다. 임의로 선정한 종목에 분산 투자하는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은 평균적으로 시장과 동일하고, 변동성은 평균적으로 시장과 같거나 더 높다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시장보다 확실히 더 잘할 자신(또는 능력)이 없는 투자자가 소수의 종목에 분산 투자하는 것은 평균적으로 시장보다 더 높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평균적으로 시장 수준의 수익률을 얻기 때문에, 합리적인 투자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자신 없으면 지수에 투자하라는 뜻이 됩니다. 여러분이 투자하는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ETF 포함)가 만들어지고, 여기에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는 이론적 근거는 여기에 있습니다.

나신입씨의 경품 뽑기

이러한 설명에 대해 주식 시장은 효율적 시장 가설(Efficient Market Hypothesis)이 완벽하게 성립한다고 볼 수 없기게, 시장보다 낮은 변동성으로 시장보다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포트폴리오 구성이 가능하니, 수식 모델링이 잘못된 것이 아니냐고 물을 수 있습니다.

그런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만들 수 있는 투자자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수식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수식은 효율적 시장 가설과 관계없이 성립하는 포트폴리오의 평균적인 특성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일유통이 봄을 맞아 직원 및 가족들과 봄나들이 겸 단합회를 가졌습니다. 맛있는 것도 먹고, 재미있는 게임도 진행했습니다. 사장님이 제시하는 제일유통의 올해 비전에 대해 직원과 가족들 모두 열렬한 박수를 보냈습니다. 이제 행사의 백미가 남았습니다. 바로 경품 추첨입니다.

총 100명의 직원이 참여한 이 행사를 위해, 제일유통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100개의 플라스틱 카드를 준비했습니다. 1등부터 5등까지 숫자가 적힌 카드입니다. 1등은 계열사인 제일전자에서 만든 최신형 노트북을, 2등은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 휴대폰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가장 낮은 등수인 5등도 고급 호텔에서 가족들과 1박을 하면서 저녁 뷔페와 조식을 즐길 수 있습니다. 정말 푸짐한 경품입니다. 사장님 만세! 제일유통 만세!

제일유통의 전통대로 최근 입사한 사원부터 추첨합니다. 나신입씨는 올해 입사했기에 첫 추첨자입니다. 나신입씨가 경품 추첨함으로 가려고 일어서니, 옆에 있던 나신입씨의 사수이자 사내 주식 전문가인 전대리씨가 귓속말을 합니다.

나신입씨, 제가 조금이라도 등수가 높은 경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 드릴게요. 카드를 고르기 전에 잘 섞은 후에, 카드를 손끝으로 만져보세요. 미세하지만 글자를 인쇄한 부분이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시간이 없어 확실하지는 않겠지만, 몇 장을 만져보고 등수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카드를 선택하세요.

나신입씨는 전대리씨의 조언대로 경품함에 손을 넣고 카드 몇 장을 만져 보았습니다. 살짝 다르게 느껴지긴 했습니다. 긴가민가 하지만, 숫자 1이 적힌 것으로 느껴지는 카드가 한 장 있었습니다. 카드를 뽑았습니다. 1등입니다. 나신입씨 만세!

나신입씨는 투자에서 어떤 합리적인 투자 전략을 사용하는 투자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항상 1등에 당첨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숫자 2라고 생각했지만, 숫자 5일 수도 있습니다. 2와 5는 방향을 뒤집으면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숫자 1처럼 느껴지는 카드를 찾는다면, 간혹 숫자 4일 수는 있겠지만, 1등일 가능성도 꽤 높을 것입니다.

이 경품 추첨을 투자에 비유한다면, 효율적 시장 가설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나신입씨를 포함하여 전대리씨에게 추첨 요령을 들은 영업 1팀의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다른 팀에 비해 높은 등수의 경품을 얻을 것입니다. 다른 팀이 요령을 눈치채거나, 다음 해에 플라스틱 카드 대신 색상으로 구분하는 공으로 바꾸지 않는 한 그럴 것입니다.

영업 1팀이 높은 등수에 많이 당첨되었다고 해서, 즉 효율적 시장 가설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해서, 제일유통이 준비해야 하는 경품의 수가 변할까요? 아닙니다. 1등부터 5등까지 각각 20명이었다면, 경품 마련을 위한 비용은 변하지 않습니다. 이 비용을 직원수로 나눈 금액이 시장 수익률입니다.

정리하며

체계적 위험을 수식으로 표현했을 때 투자자에게 가지는 의미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수식은 투자자가 가질 수 있는 자기 과신에 대한 엄중하게 경고하고 있습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본인은 시장보다 다르게 말하면 남들보다 더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 확신하며 투자에 뛰어듭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얻는 수익은 시장 평균으로 귀결되고, 위험은 평균적으로 시장보다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시장보다 높은 성과를 얻고자 하는 노력이 무의미하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시장은 분명히 비효율적인 요소가 있기에, 시장보다 높은 성과를 꾸준히 쌓을 수 있는 투자 방법을 사용하는 투자자들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초과 성과는 시장보다 낮은 성과를 얻은 투자자가 있기에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제일유통의 경품 행사에서 모두가 1등을 뽑을 수 있을까요? 있습니다. 1이 적힌 카드만 경품함에 넣어 추첨하면 됩니다. 그렇게 하면 모두가 1등에 당첨됩니다. 그 대신 초과 성과는 사라지게 됩니다.

이어지는 글: [중급 11] 투자자는 왜 분석 방법을 공부해야 할까? (평균-분산 그래프를 사용하는 이유)

목차: [연재글 목차] 투자 성과 분석 (기초편, 초급편, 중급편): 순서대로 차근차근 읽으면 좀 더 이해가 쉽습니다.

참고 도서: 왜 위험한 주식에 투자하라는 걸까? - 장기 투자와 분산 투자에 대한 통계학적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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