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AI(인공지능)가 ETF를 운용하면 성과가 좋을까? (AI 운용 ETF 성과 분석)

오렌지사과키위 2024. 2. 25. 17:49

알파고가 2016년 이세돌 9단을 4승 1패의 전적으로 이긴 이후로, 인공지능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최근에는 ChatGPT로 촉발된 인공지능 열풍이 조금씩 생활 속으로 침투하는 게 피부로 느껴집니다.

제 경우에는 블로그 글을 쓸 때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Copilot) 디자이너(Designer)로 생성한 그림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1번 실행하면 최대 4장씩 나오는데, 10 ~ 20번 정도 돌리면 마음에 드는 그림이 한두 장 정도 있습니다.

ETF 중에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하여 운용한다고 홍보하는 상품이 있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도 척척, 그림도 쓱쓱, 최근에는 영상까지 뚝딱 만들어주는 기술의 진보를 보면, 왠지 저보다는 잘할 듯합니다.

인공지능 기술로 운용한다는 ETF의 성과를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주식에 투자하는 WALL-E, 한국 만화스타일 (디자이너)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한 수치는 과거에 그랬다는 의미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분석 기간이나 분석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ETF는 대부분 상장 기간이 길지 않아, 분석 결과의 신뢰성이 높지 않습니다.

인공지능이란 무엇일까?

인공지능은 사람을 흉내 내는 것입니다. 문제에 따라 사람보다 훨씬 빨리 결과를 냅니다.

  • 계산: 100 자릿수 숫자 두 개 곱하기를 계산기보다 빨리 계산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은 없습니다. 누군가 신비하게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요.
  • 검색: 100만개의 문서 중에서, 특정 키워드와 관련된 문서 10개를 구글보다 더 빨리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매일 사용하는 인터넷 검색 기능입니다.
  • 번역: 페르시아어로 적힌 1페이지 문서를 구글 번역기보다 더 빨리 한국어로 번역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 그림: 인상파 스타일 그림 100장을 마이크로소프트 디자이너보다 더 빨리 그려낼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여기서 '빨리'에는 두 가지의 시간 개념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문제가 주어졌을 때 결과가 나오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입니다. 대개 빠르다고 하면 이를 의미합니다.

두 번째는 이 문제를 적절한 수준으로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기초 지식을 쌓는 데 걸리는 시간입니다.

  • 계산: 곱하기 계산을 하려면 곱하는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초등학생이면 할 수 있습니다 
  • 검색: 해당 언어를 알아야 합니다. 한국어라면 초등학생도 할 수 있고, 외국어라면 배워야 합니다.
  • 번역: 해당 언어를 꽤 잘 알아야 합니다. 초등학생이면 대개는 어려울 듯하고, 해당 언어를 어느 정도 학습한 사람이라야 가능합니다.
  • 그림: 그림을 그리는 법을 배우고, 어느 정도 경험이 쌓여야 가능합니다. 제 경우에는 초중고 미술시간에 배운 게 전부라서, 남에게 보여줄 수준으로 그릴 수 있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성인이라면 계산과 검색을 컴퓨터가 잘하더라도 신기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본인도 시간만 주면 충분히 할 수 있으니까요.

번역과 그림은 조금 다르게 느껴집니다. 성인이지만 잘 못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페르시아어로 된 문서를 읽을 수 있는 분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지금부터 최소 몇 달간 페르시아어를 공부한 후에야 가능할 수 있습니다.

그림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래는 디자이너로 1분 동안 (2번 실행) 그린 8장의 그림 중 하나입니다. 저는 아마도 10년이 지나도 이 정도 수준의 그림을 그리지 못할 것입니다.  

선책하는 여자, 인상파 스타일 (디자이너)

투자는 어떻까요?

인공지능은 문제에 따라 다르지만, 상당 기간 동안 경험을 쌓은 사람이 만들 수 있는 수준의 결과를 순식간에 생성합니다. 투자도 10년간 현업에 종사한 전문가 수준으로 가능하다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투자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그렇다고 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앞에서 예로 든 4가지 문제는 결과에 대한 절대적인 평가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과가 올바르냐 또는 충분한 수준으로 만족스러우냐는 것입니다.

투자는 어떻까요? 전문가의 투자 성과가 나보다 좋을까요? 만일 그렇다면, 전문가의 투자 성과가 가장 높아야 합니다. 또한, 투자 공부를 많이 할수록 투자 성과는 나아져야 합니다.

투자 성과는 상대적입니다. 주식 투자는 일종의 포지티브 섬 게임입니다. 한정된 수익을 투자자들이 나누어 가지는 것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내가 시장 이상의 수익률을 거두었다면, 누군가는 같은 기간에 시장 이하의 수익률을 거두게 됩니다.

그러니 장기적으로 꾸준히 시장 수익률을 상회하는 투자 전략이 존재하기란 극히 어렵습니다. 누구나 그 전략을 사용하려고 할 테니까요.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인공지능을 이용한 투자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물론, 어느 순간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기술적 진보가 이루어질 수도 있습니다. 시장 대비 초과 수익을 꾸준히 거두는 인공지능 기술이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일부 투자자만 해당 기술을 사용하면서 노출을 최대한 자제할 것입니다.

인공지능 기술로 운용한다는 ETF의 성과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한다는 ETF 중에서 상장 기간이 어느 정도 되는 종목만 추렸습니다. 시장 평균이라 할 수 있는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SPY와 비교합니다. 개별 비교에 대한 보다 자세한 데이터와 설명은 링크에 걸린 퀀트강의 슬기로운 주식 생활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AIEQ vs SPY

AIEQ는 비교 분석한 ETF 중에서 상장 기간이 가장 깁니다. AIEQ는 재무제표뿐 아니라 기술적 분석을 포함하여 뉴스나 SNS 데이터도 참고한다고 합니다.

연평균수익률(CAGR)은 SPY에 비해 연 -5.8% 낮았습니다. 2022년을 기점으로 SPY와 성과 차이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KOMP vs SPY

KOMP는 상장된 지 5년 3개월이 된 ETF로, 혁신적인 기술 업종 내에서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주요 종목을 선별한다고 합니다.

성과는 SPY에 비해 연 -5.0% 낮았으며, 상당히 높은 변동성이 눈에 띕니다.

QRFT vs SPY

QRFT는 국내 기업인 크래프트 테크놀로지스사가 미국에 상장한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ETF입니다. 퀀트 투자에서 종목을 계량화하여 구분하는 주요 팩터(factor)인 퀄리티(quality), 시총(size), 가치(value), 추세(momentum), 저변동성(low volatility)을 고려하여 투자한다고 합니다.

QRFT는 SPY에 비해 연 1.5% 높은 수익률을 보였습니다. 

얼핏 보기에 괜찮아 보이지만, 위의 그래프를 보면 QRFT의 변동성이 조금 더 높아 보입니다.

이 글을 작성하는 데이터의 출처인 퀀트강의 슬기로운 주식 정보에서는, 일별 수익률 변동 데이터에 기반하여 연단위 표준편차를 추정합니다. QRFT의 표준편차는 21.6%로 SPY의 21.2%와 유사했습니다.

하지만 연단위 수익률로 표준편차를 계산하면, QRFT의 표준편차가 상당히 높게 나옵니다. 샤프 비율도 SPY에 낮아서, 투자 효율이 조금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종목 1년 수익률 표준 편차 샤프 비율
QRFT 15.8% 22.5% 0.70
SPY 14.0% 14.0% 0.78

QRFT와 SPY와 1년 수익률 차이를 보면, 2021년 중반 이후로 SPY에 비해 지속적으로 성과가 미흡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AMOM vs SPY

AMOM 역시 QRAFT사의 ETF입니다. 이 상품은 추세 즉 모멘텀을 이용하는 ETF입니다. SPY에 비해 CAGR은 1.0% 높았지만, 한눈에 보기에도 상당한 변동성이 눈에 보입니다.

1년 수익률과 표준 편차, 샤프 비율을 보면, SPY에 비해 투자 효율이 상당히 낮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종목 1년 수익률 표준 편차 샤프 비율
AMOM 16.4% 30.2% 0.54
SPY 14.0% 18.1% 0.78

NVQ vs SPY

NVQ QRAFT사의 가치투자 스타일의 ETF입니다. 이상하게 QRAFT사 홈페이지에서는 이 상품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없습니다.

변동성이나 성과는 SPY와 유사했는데, 그 세부 특성은 꽤 다른 듯 듯합니다.   

AIIQ (상장폐지) vs SPY

AIIQ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하여 전 세계 주식을 대상으로 종목을 선별하여 투자하는 ETF입니다. SPY에 비해 연 -12.4% 낮은 수익률을 보였습니다. 이 때문인지 2022년 7월 29일을 상장폐지되었습니다.

HDIV (상장폐지) vs SPY

HDIV는 미국 시장에서 고배당주를 선별하는데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한 QRAFT사의 ETF입니다. HDIV는 2023년 1월 24일 자로 상장폐지되었습니다. SPY에 비해 연 -3.3% 낮은 성과를 보였습니다.

HDIV의 변동성은 SPY 대비 낮은 편이라, 이를 고려하면 SPY에 크게 떨어지지 않았던 ETF입니다.

정리하며

인공지능 기술을 ETF 운영에 활용한다는 ETF들의 성과를 살펴보았습니다. 아직까지는 오랜 기간 상장 유지된 ETF가 드물어 면밀한 분석은 어렵습니다.

비교한 대부분의 ETF는 SPY와 큰 차이가 없거나 낮은 성과를 보였습니다. 일부 상품은 상장폐지된 것으로 미루어보아, 이들 ETF에 대한 시장에서의 인기는 아직까지 그다지 높지 않은 듯합니다. 

환상적인 성과를 보여 줄 ETF가 나타날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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