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전반에 투자하는 가장 쉬운 방법의 하나는 시장 대표 지수를 기초 지수로 두는 인덱스 펀드를 매수하는 것입니다.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면 적은 자금으로 수십수백 종목에 분산 투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장기적인 경제 성장을 기대한다면, 인덱스 펀드는 무난한 투자 방안의 하나입니다.
ETF(Exchange Traded Fund; 상장 지수 펀드)는 인덱스 펀드를 포함한 공모펀드를 주식처럼 쉽게 거래할 수 있도록 거래소에 상장한 상품입니다.
HTS/MTS로 종목을 검색하다 보면, ETN(Exchange Traded Note; 상장 지수 증권)이라는 이름이 붙은 상품도 볼 수 있습니다. ETN은 종목명에 ETN이라는 단어가 끝에 붙어 있습니다.
ETF와 ETN은 주식과 동일한 방식으로 거래합니다. ETN은 상장 제약이 다소 덜하기에 ETF로는 없는 상품도 있고, ETF와 같은 기초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도 있습니다. KODEX 미국S&P500TR과 삼성 S&P500 ETN은 둘 다 S&P 500 지수를 추종합니다.
동일한 지수를 추종하니 성과를 비교하기 용이합니다. 어떤 경우에 ETF가 유리하고 어떤 경우에는 ETN이 유리할까요?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 또는 특정 전략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수치는 과거에 그랬다는 의미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분석 대상, 분석 기간, 분석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 가공, 해석 단계에서 의도하지 않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부 설명은 편의상 현재형으로 기술되어 있지만, 데이터 분석에 대한 설명은 모두 과거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ETF와 ETN의 차이
ETF와 ETN의 차이를 간단히 설명하면, RP(Repurchase Agreements; 환매조건부채권)와 발행어음 정도의 차이라 할 수 있습니다.
RP와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판매하는 고정 금리를 지급하는 단기 채권 상품입니다. RP는 신용도가 높은 국공채나 금융채를 증권사가 도매로 떼와서, 고객에게 소매로 파는 상품이라 볼 수 있습니다. 증권사는 마트처럼 유통사 역할을 하면서 유통 마진을 챙깁니다. 참고: 외화 RP는 위험한가? (증권사가 RP를 운용하는 방법)
발행어음은 해당 증권사의 단기 회사채라 볼 수 있습니다. 증권사가 직판장을 열고 생산한 물건을 직접 파는 것과 유사한 구조입니다. 자연히 RP에 비해 위험도가 높기에, 발행어음의 금리가 더 높게 책정됩니다.
다른 비슷한 예를 든다면, ETF는 은행의 예금, ETN은 직접 대출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예금은 일종의 간접 대출입니다. 은행은 예금자의 자금을 모아 대출하면서, 예금자에게 고정 금리를 보장합니다. 그 대가로 예대 마진을 챙깁니다. 자금이 필요한 사람에게 직접 대출하면 조금 더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겠지만, 위험은 더 높아집니다.
ETF와 ETN도 마찬가지입니다. ETF는 독립된 여러 기관이 역할을 나누어서 관리하며, 각종 안전장치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ETN은 발행 증권사가 모든 책임을 집니다. 따라서 ETF의 유지 비용은 ETN보다 높아지게 됩니다. 장기 수익률만 따진다면, ETN이 더 높을 수 있습니다. 참고: 그렇다고 ETN이 위험한 상품인 것은 아닙니다.
ETN이 무엇이고, ETF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글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 하마터면 ETF와 ETN 차이도 모르고 투자할 뻔했다.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
- ETN 이해, ETN 스쿨 [한국투자증권]
ETF와 ETN의 수익률 차이
아래는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KODEX 미국S&P500TR과 삼성 S&P500 ETN의 성과를 비교한 그래프입니다. KODEX는 삼성자산운용사의 ETF 상표명이고, 삼성 S&P500 ETN은 삼성증권의 상품입니다. 데이터 출처: 삼성 S&P500 ETN (530112) vs KODEX 미국S&P500TR (379800)
상장된 지 1년이 조금 지난 삼성 S&P500 ETN은 KODEX 미국S&P500TR에 비해 연 0.3% 정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하단 보조 그래프를 보면, 그 차이가 일시적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수익률 차이가 꾸준히 누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연 0.3% 정도의 차이는 ETN의 유지 비용이 낮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KODEX 미국S&P500TR은 기초 지수 대비 연 0.4% 정도의 비용이 발생하는 상품입니다. 참고: 국내 상장 해외 ETF의 비용 (TR ETF를 이용하여 숨은 비용과 환헤지 비용을 추정해 보자)
나스닥 100 지수를 추종하는 삼성 나스닥 100 ETN은 상장된 지 2개월이 되지 않았기에, 경향을 확인하기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S&P 500처럼 약간의 수익률 차이가 발생할 거라 예상됩니다. 데이터 출처: 삼성 나스닥 100 ETN (530120) vs KODEX 미국나스닥100TR (379810)
KOSPI 200 지수와 KOSDAQ 150 지수를 추종하는 삼성 코스피 200 TR ETN과 삼성 코스닥 150 TR ETN은 상장된 지 8개월이 지났지만, 뚜렷한 경향을 확인하기는 어렵습니다. 데이터 출처: 삼성 코스피 200 TR ETN (530117) vs KODEX 200TR (278530), 삼성 코스닥 150 TR ETN (530118) vs KODEX 코스닥150 (229200)
국내 주요 지수를 추종하는 ETF는 기초 지수와 수익률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두 ETN의 상장 시점 가격이 불안정하여 ETF 대비 수익률이 높게 나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단 그래프를 보면 60일 이동 평균선의 변화가 뚜렷하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ETF 대신 ETN에 투자하는 것이 좋을까?
ETF 대신 ETN에 투자하면 장기 수익률이 조금 더 높을 수 있습니다. ETN의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장기 투자한다면 의미 있는 수익률 차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 살펴본 S&P 500의 경우, 연 0.3% 정도의 수익률 차이가 발생했으니, 10년을 투자한다면 약 3%가량의 추가 수익률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ETN에는 미리 설정된 만기가 있으며, 조기 상장 폐지 가능성이 ETF보다 높습니다. 또한 매매 스프레드가 ETF보다 클 수 있습니다.
삼성 S&P 500 ETN의 만기는 아래와 같이 2033년 6월 29일입니다. 애초에 10년을 만기로 두고 상장한 것입니다. 참고: 제비용이 0%로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10년은 길지 않은 기간이기에 장기 투자에 큰 무리는 없습니다. 필요하다면 중간중간 다른 상품으로 갈아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여러 이유로 인해 조기 상장 폐지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21년에 상장된 삼성 코스피 200 ETN은 2023년 12월 15일 상장 폐지되었습니다. 대신 2023년 12월 19일에 삼성 코스피 200 TR ETN이 신규 상장되었습니다. 참고: 상품성이 있는 ETN이라면, 해당 증권사는 대체 가능한 ETN을 상장할 수 있습니다. 투자자는 신상품으로 교체 매매할 수 있습니다.
아래는 앞서 살펴본 4가지 ETN과 각각에 대응되는 ETF의 시가 총액과 거래 금액입니다. 데이터 출처: ETF CHECK, 거래 주수는 60거래일 평균입니다.
종목명(ETF) | 시가 총액 (억원) | 거래 주수 (만주) | 종목명(ETN) | 시가 총액 (억원) | 거래 주수 (만주) |
KODEX 200TR | 22,798 | 22.33 | 삼성 코스피 200 TR ETN | 111 | 1.11 |
KODEX 코스닥150 | 9,309 | 857.59 | 삼성 코스닥 150 TR ETN | 297 | 13.45 |
KODEX 미국S&P500TR | 16,409 | 157.27 | 삼성 S&P500 ETN | 134 | 0.14 |
KODEX 미국나스닥100TR | 11,734 | 133.53 | 삼성 나스닥 100 ETN | 103 | 0.17 |
ETF 대비 ETN의 시가 총액은 1 / 100 수준이며, 거래 금액은 종목에 따라서는 1 / 1,000 정도에 불과합니다. ETN의 주당 가격이 1만원 정도라고 보면, 미국 대표 지수에 투자하는 ETN의 하루 평균 거래 금액은 2천만원이 되지 않습니다.
ETN은 증권사가 발행도 하지만, 유동성 공급자(LP; Liquidity Provider) 역할도 담당합니다. 증권사가 ETN을 유지하면서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장기 수익률이 높거나, 거래 금액이 커야 합니다. 특히 인버스 상품은 장기 수익률이 우하향할 가능성이 높기에, 거래 금액이 충분하지 않으면, 유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아래는 KODEX 미국S&P500TR과 삼성 S&P500 ETN의 2024년 8월 21일 장마감 호가입니다. 데이터 출처: 미래에셋증권 MTS
KODEX 미국S&P500TR의 호가는 0.12% - 0.09% = 0.03% 차이가 납니다. 삼성 S&P500 TR은 호가 차이가 0.09%로 3배에 달합니다. KODEX 미국나스닥100TR의 호가 차이는 0.03%이지만, 삼성 나스닥 100 TR의 호가 차이는 0.15%입니다.
ETN은 장기 수익률이 조금 더 높을 거라 기대할 수 있지만, 종목에 따라서는 호가 차이가 꽤 나기에 어느 정도 이상의 물량으로 매매하면 약간의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습니다. 거래 금액이 많지 않고, 호가 스프레드는 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며
증권사가 책임지는 ETN은 ETF로는 만들 수 없는 상품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KOSDAQ 150 지수의 일일 2배 인버스 레버리지 상품은 ETN으로만 상장되어 있습니다.
ETN의 또 다른 장점은 비용이 낮다는 점입니다. 동일한 기초 지수를 추종하는 ETF와 ETN이 있다면, 장기적으로 ETN의 수익률이 조금 더 좋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본문에서 살펴본 S&P 500 지수의 경우 삼성 S&P 500 ETN은 KODEX 미국S&P500TR 대비 연 0.3% 정도 높은 수익률을 보였습니다. 참고: 엄밀하게는 ETF의 비용이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좋아 보이는 것입니다.
장기 투자에 있어 ETN의 가장 큰 단점은 미리 지정된 만기와 상황에 따른 조기 상장 폐지 가능성입니다. 상장 폐지되더라도 순자산 가치로 청산되기에 투자자가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지만, 신경이 쓰이게 됩니다.
거래 금액이 크지 않은 ETN의 경우 매매 스프레드가 꽤 있기에, 중간중간 비중을 조절하거나 종목을 변경하고자 한다면, 그때까지 조금씩 모아두었던 상대적인 초과 수익률 일부를 반납해야 할 수 있습니다.
동일한 지수를 추종하는 경우, ETN에 상대적인 장점이 있지만, 단점 때문에 투자하기로 마음먹기는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마치 계륵(鷄肋)과 같은 상품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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