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국장은 미장에 비해 얼마나 위험한가? (불확실성과 위험)

오렌지사과키위 2024. 2. 29. 12:48

이전글 말미에 국내 시장(이하 국장)이 미국 시장(이하 미장)보다 2배 가까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이전글: 국장은 미장보다 정말 어려운 것일까?

이 글에서는 어렵다는 기준은 무엇이며, 국장이 과연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위험(risk) 측면에서 살펴봅니다.

주의: 투자에서 위험은 다양한 방식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변동성을 위험으로 간주하여 비교합니다. 위험도과 수익률은 반비례 관계가 아닙니다. 높은 위험도를 가진 자산에 적절한 투자 전략을 사용한다면, 낮은 위험도를 가진 자산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도 있습니다. 

위험이란 무엇일까?

투자에 있어 위험이란 다양한 방식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정의가 다양한 것은, 투자자마다 생각하는 또는 느끼는 위험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저마다 다르게 느끼는 위험

투자자 A가 있습니다. 여유 자금 2,000만원을 은행에 1년간 예금해 두려고 합니다. 1금융권 은행은 연 3% 금리를, 2금융권 은행은 연 4% 금리를 준다고 합니다.

1금융권 은행에 예금하는 것과 2금융권 은행에 예금하는 것은 위험도가 다릅니다. 2금융권 은행이 원금과 이자를 돌려주지 못할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더 높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두 은행 간에 예금 금리 차이가 발생합니다.

그런데 예금자 보호 제도가 있습니다. 한 금융 기관마다 1인당 최대 5,000만원까지 보장해 주는 것입니다. 은행은 이를 위해 일종의 보험을 들어 둡니다.

투자자 A의 여유 자금 2,000만원은 예금자 보호 한도 이내이니, 어느 은행에 예치하나 동일한 위험도를 가지게 됩니다. 따라서, 2금융권 은행에 예금하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입니다.

투자자 B도 2천만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2년 뒤 전세금이 올라가는 상황에 대비하여 준비한 자금입니다. 단기적으로만 여유 자금인 셈입니다.

2금융권 은행에 예금하면 연 4% 이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2년이니 160만원의 이자가 생깁니다. 주식에 투자하면 평균적으로 그 두 배인 연 8%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320만원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비중으로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일까요? 미래를 안다면 쉽게 결정할 수 있겠지만,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투자자 B가 안정적인 직장에서 월급을 받는 분이라면, 다소 위험하더라도 주식의 비중을 높일 수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라 하더라도, 오른 전세금을 월세로 바꾸고 월급을 아껴 쓰면 되기 때문입니다. 

평균 소득은 비슷하지만, 자영업을 하는 분이라면, 주식 비중을 높이는 것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업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경기가 나빠져서 주가와 가게 매출이 함께 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있다면, 위험도는 더 높아집니다. 이사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좁아지기 때문입니다.

참고할 수 있는 위험도 척도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누구에게나 꼭 맞는 위험도 척도는 없습니다.

변동성

투자자마다 위험에 대한 기준이나 위험을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릅니다만, 기준을 선택해야 투자 상품을 비교할 수 있습니다. 금융공학에서 많이 쓰이는 위험도의 하나가 변동성입니다.

변동성은 기대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을 가능성이 어느 정도 불확실한지에 대한 척도입니다. 주식의 1년 기대 수익률이 8%라면, 4% 투자 수익률을 달성하거나, 12% 투자 수익률을 달성하면, 둘 다 4%의 변동성이 있다고 봅니다.

기대 수익률에 미달하는 경우는 위험이 맞는데, 초과 달성한 경우는 위험이 아니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는 위험을 변동성으로 정의했기 때문일 뿐입니다.

1년 후에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 위험이라고 생각한다면, 위험을 그렇게 정의하면 됩니다. 1년 내에 -20%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를 위험이라 생각한다면, 역시 위험을 그렇게 정의하면 됩니다.

위험도 척도는 여러 가지 있습니다. VaR(Value at Risk)은 특정한 통계적 신뢰 수준에서 일정 기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최대 손실입니다. 분석 결과 1년 95% 수준 VaR이 -10%라면, 1년간 -10% 이상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5%라고 추정된다는 의미입니다.

이 글에서 변동성을 위험으로 간주하는 이유는, 다른 위험도 척도에 비해 직관적이며 계산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국장과 미장의 대표 지수의 변동성

위험도를 1년 수익률에 대한 1표준편차로 정의하여 비교합니다. 1년 산술평균 수익률이 8%인데, 1표준편차가 20%라면, 1년 수익률은 [ -12%, 28% ] 구간에 속할 가능성이 68%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1년 수익률이 정규 분포를 따른다는 가정을 둔 것으로, 현실과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이전의 분석과는 달리 지수를 이용하여 비교합니다. KOSDAQ 지수와 같이 지수를 추종하는 ETF 상품의 상장 시기가 다른 지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은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KOSPI 200과 KOSDAQ 150 지수인 줄 알고 분석했었는데, KOSPI와 KOSDAQ 지수였습니다. KOSPI 200과 KOSDAQ 150 지수는 각각 KOSPI와 KOSDAQ 지수에 비해 성과가 조금 더 좋습니다. KOSPI는 KOSPI 200으로 대체했습니다. 경향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KOSDAQ 150 지수는 다소 늦은 2010년부터 데이터가 존재하기에 KOSDAQ 지수를 그대로 이용합니다.

비교에 사용한 지수는 배당이 고려되어 있지 않습니다. KOSPI 200과 S&P 500은 연 2%가량, KOSDAQ과 Nasdaq 100은 연 0.5% 정도의 배당률이 있습니다. 실질 수익률은 표에서 제시한 수치보다 조금 높습니다.

2003년 12월 1일부터 2024년 2월 27일까지의 데이터를 사용했으며, 기간은 대략 20년 3개월입니다. 1년은 250거래일로 가정했으며, 한국, 미국, 그리고 환율 데이터까지 있는 날만 고려했습니다. CAGR은 연단위가 맞지만, 다른 값들은 1년보다 조금 더 긴 기간입니다. 대략 12개월 18일쯤 됩니다.

S&P 500과 Nasdaq 100은 달러화 기준이며, S&P500 (KRW)와 Nasdaq 100 (KRW)은 원화 기준입니다.

지수 CAGR 연평균 수익률 표준편차 샤프 비율 최대 손실률
KOSPI 200 6.2% 8.6% 21.9% 0.39 -51.9%
KOSDAQ 3.1% 7.2% 25.0% 0.29 -66.4%
S&P 500 8.0% 9.1% 16.2% 0.56 -51.9%
Nasdaq 100 13.3% 15.5% 20.4% 0.76 -52.3%
S&P 500 (KRW) 8.6% 9.1% 11.3% 0.81 -22.7%
Nasdaq 100 (KRW) 13.8% 15.5% 15.8% 0.98 -29.2%

이 글에서는 위험도 위주로 살펴보기 때문에, CAGR 또는 연평균 수익률은 참고 자료입니다만, 변동성을 설명하기 위해 표시해 두었습니다.

CAGR은 기하평균이고, 연평균 수익률은 산술평균입니다. 이 둘의 차이는 변동성이 높을수록 커집니다. KOSPI 200의 경우 이 차이가 2.4%p인데 비해, KOSDAQ은 두 배에 가까운 4.1%p에 달합니다. S&P 500은 KOSPI 200의 절반인 1.1%p에 불과합니다.

표준편차를 비교해 보면 이를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표준편차가 큰 순서대로 나열하면 KOSDAQ > KOSPI 200 > Nasdaq 100 > S&P 500입니다.

미국 주식과 환율은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을까?에서 분석한 바와 같이 미국 주식과 달러 환율은 음의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원화로 환산한 S&P 500 (KRW)와 Nasdaq 100 (KRW)의 변동성은 더 낮아집니다.

샤프 비율(Sharpe Ratio)은 연평균 수익률 / 표준편차로 계산된 값입니다. 무위험 수익률은 0%로 가정하였습니다. 샤프 비율은 투자 효율을 나타내는 척도의 하나입니다. 이 값이 높을수록 위험 대비 수익률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Nasdaq 100 (KRW)는 KOSDAQ에 비해 3배 정도의 투자 효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분석 기간 동안 1/3 정도의 자금으로 Nasdaq 100 (KRW)에 투자했다면, KOSDAQ과 동일한 수준의 위험으로 비슷한 수익률을 얻을 수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직관적인 위험도를 살펴보는 다른 척도의 하나는 최대 손실률(MDD)입니다. KOSPI 200의 MDD는 -51.9%로 반토막입니다. 이에 비해 S&P 500 (KRW)는 -22.7%로 1/4 토막에 그쳤습니다. (표에서의 수치는 1년 수익률의 MDD입니다. 전체 기간으로 보면 이 보다 더 높습니다)

MDD를 비교할 때에는 손익 비대칭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KOSDAQ의 MDD -66.4%는 Nasdaq 100 (KRW)의 MDD -29.2%의 66.4% / 29.2%  2.1배가 아닙니다. 다음과 같이 로그로 계산해야 합니다.

$$ \frac{\log{(1 - 29.2\%)}}{\log{(1 - 66.4\%)}} \approx 3.2 $$

정리하며

국장과 미장의 대표 지수를 추종하는 경우 위험 정도를 살펴보았습니다. 미장에 비해 국장의 위험도가 더 높았습니다. 환율 효과를 고려하면 미장의 위험도는 더 낮아짐을 확인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위험도 관점에서만 설명하였습니다. 투자 상품은 위험 대비 수익률로 비교해야 합니다. 동일한 위험하에 수익률 차이가 얼마나 되는지, 또는 동일한 수익률을 거두기 위해 감당해야 하는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를 비교해야 합니다.

위험도 그 자체만으로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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