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시장에서 매매는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종목의 상승을 예상하고 매수하거나, 반대로 하락을 예상하고 매도하는 것입니다. 매매는 반대되는 포지션을 취하는 거래 대상이 있기 때문에 성사됩니다. 어떤 투자자가 특정 종목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보고 매도했다면, 다른 투자자는 해당 종목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고 매수한 것입니다.
순자산 이상으로 매수하면 대출을 이용한 신용거래가 됩니다. 순자산 이상으로 매도하면 대여를 이용한 공매도가 됩니다. 신용거래가 해당 종목을 낙관하고 취한 행동이듯, 공매도는 해당 종목을 비관하고 취한 행동입니다. 간혹 공매도를 부정적으로 보는 분들도 있는데, 공매도는 신용거래와 형식상 차이가 없습니다. 단지 방향만 반대일 뿐입니다.
매수 포지션을 롱(Long) 포지션이라 부르고, 매도 포지션을 숏(Short) 포지션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롱과 숏의 유래는 확실하지 않습니다만, 이름 그대로 매수 포지션은 장기로, 매도 포지션은 단기로 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식은 장기적으로는 상승하는 경향이 있기에, 매도 포지션을 장기로 가져가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입니다.
롱숏 전략(Long-Short Equity)은 일부 자산에 대해서는 롱 포지션을, 대응되는 다른 자산에 대해서는 숏 포지션을 취하는 투자 전략입니다. 변동성을 줄이고 안정적인 수익률을 얻기 위해 사용합니다. 헤지펀드(Hedged Fund)라는 이름은 롱숏 전략으로 위험을 회피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롱숏 전략이 어떻게 변동성을 줄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얻는지 가상의 사례를 들어 설명합니다.
주의: 이 글은 특정 투자 전략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글에 등장하는 종목 및 수익률 분포 등은 롱숏 전략의 설명과 이해를 돕기 위한 가상의 사례입니다.
하일닉스와 오성전자의 신제품
하일닉스와 오성전자는 반도체 메모리를 생산하는 전문 기업입니다. 두 회사는 시장을 반반씩 점유하고 있습니다. 하일닉스는 생성 AI에 특화된 신형 HBM(High Bandwidth Memory; 고대역폭 메모리)인 aHBM(Advanced Bandwith Memory)를 개발했습니다. (회사와 상품은 모두 가상입니다)
제일헤지펀드의 매니저인 민영이는 aHBM의 시장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aHBM을 개발한 하일닉스와 주요 수요처의 하나인 엔씨디아에 접촉해서 상황을 파악하니, 대규모 aHBM 구매를 위한 계약이 성사 직전임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하일닉스의 주가가 오를 것이고, 상대적으로 오성전자의 주가는 부진할 것입니다. 팀원들과 밤새워 정리하여 분석한 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은 예상이 적혀 있습니다.
종목 | 3개월 후 기대 수익률 |
하일닉스 | +20% |
오성전자 | -10% |
하일닉스가 20%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 이유는, 마진이 높은 aHBM의 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오성전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10% 정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생성 AI 분야가 크게 확장되고 있어, 구형 HBM에 대한 수요가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오성전자도 aHBM 개발이 상당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일헤지펀드는 하일닉스에 롱 포지션을 취하거나, 오성전자에 숏 포지션을 취할 수 있습니다. 거래 수수료를 포함한 각종 비용을 무시한다면, 하일닉스를 매수하면 20% 수익률을, 오성전자를 공매도하면 10%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참고: 레버리지로 그 이상의 수익률도 가능하지만, 여기서는 자기 자본만큼만 포지션을 취한다고 가정합니다.
제일헤지펀드는 기대 수익률이 높은 하일닉스를 매수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하지만 저 보고서는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 대한 분석이지 미래를 예언하는 것이 아닙니다.
시장 변동성
하일닉스가 오성전자에 비교 우위를 가질 것이라는 예상은 신뢰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개별 종목의 주가에는 다른 요소들이 영향을 미칩니다.
지금은 예상하지 못한 어떤 이유로 전 세계에 갑작스러운 불황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생성 AI 분야가 기대 이상으로 호평을 받아 반도체 수요가 급증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법안이 통과되어 주요 수요처의 하나인 특정 국가에 수출 제약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하일닉스와 오성전자가 소재한 한국이 반도체 육성을 위해 각종 세제 혜택을 줄 수도 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하일닉스와 오성전자에 함께 영향을 미치는 모든 요소를 시장 요소라고 하겠습니다. 시장 요소는 하일닉스와 오성전자에 -20 ~ 20%의 변화를 줄 수 있습니다. 이를 고려하여 표를 다시 그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참고: 설명과 이해의 편의를 위해 산술합으로 계산합니다.
시장 \ 종목 | 하일닉스 (매수) | 오성전자 (공매도) |
호황 (+20%) | 40% | -10% |
유지 | 20% | 10% |
불황 (-20%) | 0% | 30% |
하일닉스를 매수하면 [ 40%, 0% ]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오성전자를 공매도한다면 [ -10%, 30% ]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하일닉스를 매수하는 것이 더 우월한 투자 전략입니다.
반반씩 섞으면 어떻게 될까요?
시장 \ 종목 | 하일닉스 (매수) | 오성전자 (공매도) | 롱숏(반반) |
호황 (+20%) | 40% | -10% | 15% |
유지 | 20% | 10% | 15% |
불황 (-20%) | 0% | 30% | 15% |
절반의 자금으로는 하일닉스를 매수하고, 나머지 절반의 자금으로는 오성전자를 공매도하는 롱숏 전략을 쓴다고 하겠습니다.
롱숏 전략을 사용하면,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15% 수익률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일닉스를 매수할 때의 기대 수익률인 20% 보다는 낮지만, 안정적으로 수익률을 올릴 수 있기에,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한 전략입니다.
헤지펀드 투자자들은 어떤 상황을 더 좋아할까요? 자금을 헤지펀드에 넣어두고 평생 꺼내 쓰지 않는다면 고수익률에 좀 더 눈길이 가겠지만, 언젠가 자금을 회수할 계획이 있기에,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거두는 것을 선호할 수도 있습니다.
헤지펀드 매니저의 입장도 비슷할 수 있습니다. 수익률의 20%를 인센티브로 받는다고 하겠습니다.
시장 \ 종목 | 하일닉스 (매수) | 오성전자 (공매도) | 롱숏(반반) |
호황 (+20%) | 8% | 0% | 3% |
유지 | 4% | 2% | 3% |
불황 (-20%) | 0% | 6% | 3% |
하일닉스를 매수하면 헤지펀드 매니저는 평균 4%의 인센티브를 받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못 받을 수도 있습니다. 롱숏 전략을 쓰면 안정적으로 3%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습니다.
롱숏 전략을 사용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을 시장 경기에 따라 그려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파란색의 하일닉스와 노란색의 오성전자는 각각 하일닉스를 매수하거나 오성전자를 공매도한 경우입니다. 초록색은 반반씩 섞은 롱숏 전략입니다. 시장 경기에 관계없이 수익률이 안정적입니다.
빨간색과 보라색은 롱숏 비중을 7 : 3 또는 3 : 7로 둔 경우입니다. 모든 선은 시장 경기가 -5% 일 때, 15% 수익률을 가집니다.
종목 변동성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시장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일닉스의 aHBM의 생산이 원활하지 않을 수도 있고, 신규 주문이 쏟아져서 웃돈을 주고 팔 수도 있습니다. 오성전자의 aHBM 개발이 예상보다 빠를 수도 있고, 기존 HBM의 가격을 낮추어서 팔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개별 종목에도 변동성이 발생하게 됩니다. 개별 종목의 변동성은 ±10%라고 두면, 하일닉스 주가는 20% 상승으로 고정되지 않고 [ 10%, 30% ] 범위가 되며, 오성전자의 주가는 -10% 하락이 아니라 [ -20%, 0% ] 범위가 됩니다.
시장 변동성과 종목 변동성을 조합하여 수익률을 표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습니다.
시장 \ 종목 |
하이닉스 (매수) | 오성전자 (공매도) |
||||
호황 | 유지 | 불황 | 호황 | 유지 | 불황 | |
호황 (+20%) | 50% | 40% | 30% | -20% | -10% | 0% |
유지 | 30% | 20% | 10% | 0% | 10% | 20% |
불황 (-20%) | 10% | 0% | -10% | 20% | 30% | 40% |
표에서 '유지' 칼럼이 기존 표에 있던 내용입니다. 오성전자는 공매를 하기에, 오성전자가 호황이면 수익률이 저하되고, 불황이면 수익률이 높아집니다.
동일한 수익률에 대해서 확률을 정리해 보면, 롱숏 전략의 효용을 보다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수익률 | 하일닉스 (매수) | 오성전자 (공매도) | 롱슛 (반반) |
50% | 11% | ||
40% | 11% | 11% | |
30% | 22% | 11% | |
25% | 11% | ||
20% | 11% | 22% | 22% |
15% | 33% | ||
10% | 22% | 11% | 22% |
5% | 11% | ||
0% | 11% | 22% | |
-10% | 11% | 11% | |
-20% | 11% |
하일닉스를 매수하면 수익률은 [ 50%, -10% ] 사이에 있게 되며, 평균 수익률은 20%입니다. 오성전자를 공매도하면 수익률은 [ 40%, -20% ] 사이에 있게 되며, 평균 수익률은 10%입니다.
반반씩 투자하는 롱숏 전략을 사용하면 수익률은 [ 25%, 5% ] 사이에 있게 되며, 평균 수익률은 15%입니다. 수익률 범위가 상당히 좁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종목 변동성과 시장 변동성의 범위를 ±2σ인 정규분포로 가정하고, 최종 수익률을 모델링하면 다음과 같이 됩니다.
하일닉스만의 매수 수익률은 N(20%, 5%²), 오성전자만의 수익률은 N(-10%, 5%²), 시장 변동률은 N(0%, 10%²)이 됩니다. 오성전자를 공매도한다면 수익률은 N(10%, 5%²)으로 평균의 부호가 바뀝니다.
하일닉스 매수 비중을 w, 오성전자 공매도 비중은 1 - w로 두면, 헤지펀드의 수익률은 아래와 같이 추정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항이 하일닉스 매수 수익률이고, 두 번째 항이 오성전자 공매도 수익률입니다. 세 번째 항은 시장 수익률로 w에 따라 일부 서로 상쇄되기 때문에 |1 - 2w|배가 됩니다.
$$ \begin{align} &wN(20\%, 5\%^2) + (1 - w)N(10\%, 5\%^2) + |1 - 2w|N(0\%, 10\%^2)\\&= N(w20\% + (1 - w)10\%, w^25\%^2 + (w - 1)^25\%^2 + (2w - 1)^210\%^2) \\&= N(w10\% + 10\%, 18w^25\%^2 - 18w5\%^2 + 5(5\%^2)) \\&= N(w10\% + 10\%, w^24.5\% - w4.5\% + 1.25\%) \end{align} $$
아래는 이러한 가정하에 롱숏 전략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의 분포입니다.
롱숏 전략을 사용하면 하일닉스를 매수하거나 오성전자를 매도하는 전략에 비해,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며
헤지펀드의 태동이 된 롱숏 전략은 일부 자산에 대해서는 매수 포지션을, 대응되는 자산에 대해서는 매도 포지션을 취하는 투자 전략입니다.
롱숏 전략은 개별 자산과 자산 간의 관계에 대한 신뢰성 높은 미래 추정이 가능한 경우, 시장 변동성을 일부 또는 전부 제거하여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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