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마법공식은 유효한가? (언제부터 유효성이 사라졌을까? 저PER + 고ROE)

오렌지사과키위 2024. 7. 3. 17:06

마법공식가치투자 스타일의 펀드 매니저인 조엘 그린블라트의 저서 주식시장을 이기는 작은 책에 소개된 종목 선정 전략입니다. 이 책은 가치투자의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여 있습니다. 영문판은 2005년에 출판되었고, 한글판은 2006년에 출판되었습니다. 한글판은 2011년에 개정판이, 2021년에 특별판이 발간된 적이 있습니다.

마법공식은 저자의 투자 스타일처럼 가치투자 스타일로 종목을 선정합니다. 전략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PER(Price-to-Earnings Ratio; 주가수익비율)ROA(Return on Assets; 총자산이익률)로 종목을 각각 정렬합니다. 정렬된 순위를 합산하여 최종 순위를 만듭니다. 상위 종목순으로 n개의 종목에 동일가중으로 투자합니다. 일정 주기로 리밸런싱 합니다.

종목 선정 조건을 변경한 다양한 변종이 있습니다. PER 대신 EBIT/EV, ROA 대신 ROE(Return on Equity; 자기자본이익률)ROC(Return on capital; 총자산이익률)를 쓰기도 합니다. 어떤 지표를 사용하든 핵심은 두 지표가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관계가 있느냐는 것입니다.

관점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 있지만, PER와 EBIT/EV는 기업이 얼마나 싸게 거래되고 있는지를 나타냅니다. ROA, ROE, ROC는 기업이 얼마나 잘 벌고 있는지를 나타냅니다. 잘 버는데 싸게 거래되는 종목을 선정하겠다는 의도입니다. 두 종류의 지표는 다른 관점에서 종목을 평가하기에, 조합했을 때 효용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그럴듯하게 들리고, 실제 효용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투자에 사용하는 많은 지표가 과거에 대한 요약이라는 점입니다.

은퇴한 갑돌이가 치킨집을 하나 인수하고 싶어 합니다. 어떤 치킨집을 인수하면 좋을까요? 작년에 얼마나 수익을 남겼느냐도 고려해야 하지만, 올해 그리고 내년에 얼마나 벌 수 있을지가 더 중요합니다. 투자는 미래를 보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해당 지역에 치킨 장사가 잘된다는 소문이 나서, 주변에 우후죽순으로 치킨집이 생기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올해와 내년에는 이전보다 수익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갑돌이가 살펴보고 있는 치킨집이 저렴한 가격으로 나온 이유일 수 있습니다.

작년 수익에 비해 현재 가격이 싸고, 현재 투자금 대비 작년 수익도 높았지만, 올해와 내년에도 같은 경향이 이어진다고 보장할 수 없습니다.

대중이 쉽게 투자 정보를 획득하기 어려웠던 과거에는 유용했던 지표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효용성이 줄어들거나, 상실되는 경우는 빈번합니다. 지표는 그 자체로 저평가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과거 경향이 미래에도 이어진다는 비현실적일 수 있는 가정하에, 저평가일 가능성이 높을 뿐입니다.

이 글에서는 저 PER와 고 ROE를 조합한 마법공식의 백테스트 결과를 분석해 봅니다. 주의: 이 글은 특정 투자 전략을 추천하는 것이 아닙니다. 투자 전략의 백테스트 결과를 어떤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 마법공식 사례로 설명합니다.

업데이트(2024-07-14): 마법공식 관련 백테스트 데이터와 KODEX 200 데이터 간에 1개월 시차 오류가 있었습니다. 글의 내용은 이를 반영하여 수정하였습니다. 글의 전개에 큰 내용 변화는 없습니다. 이에 대해 알려주신 퀀트킹 카페 회원님께 감사드립니다.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 또는 특정 전략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수치는 과거에 그랬다는 의미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분석 대상, 분석 기간, 분석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 가공, 해석 단계에서 의도하지 않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부 설명은 편의상 현재형으로 기술되어 있지만, 데이터 분석에 대한 설명은 모두 과거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투자 환경과 투자 목적에 따라 특정 상품 또는 특정 전략의 유불리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마법공식 백테스트 결과

마법공식에 대한 백테스트는 퀀트킹을 이용하였습니다. 해당 제품에 대한 특별한 선호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퀀트킹의 경우 추천 로직 중에서 "1. 마법공식 (저PER + 고ROE)"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기본 설정이 무난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추천 로직만 선택한 후 실행하였습니다.

아래는 마법공식으로 백테스트 결과에 대한 요약입니다. 

마법공식 백테스트 결과 요약

20년간 연평균 성장률(CAGR)은 15.38%로 매우 높습니다. 아래에 최근 1, 3, 5, 10년간의 CAGR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기간이 긴 순서로 보면 15.38%, 4.14%, 0.59%, -16.18%, -15.87%입니다. 과거에는 유용했지만, 최근 10년간은 그다지 성과를 좋지 못했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아래는 마법공식을 KOSPI 지수와 함께 표시한 누적 자산비입니다. 1을 빼면 누적 수익률이 됩니다.

마법공식 vs KOSPI 누적 수익률
마법공식 vs KOSPI 누적 수익률

비교의 편의를 위해 세로축은 로그 스케일로 표시했습니다. 2⁰ = 1이 원금입니다. 2의 지수승이기에, 한 칸 위로 가면 자산이 2배로 증가하고, 한 칸 아래로 가면 자산이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마법공식의 성과는 대단해 보이지만, 석연치 않습니다. 2016년을 보면, 마법공식과 KOSPI는 3칸이 조금 안되게 차이가 납니다. 2024년을 보면 3칸에서 조금 더 많이 모자랍니다. 마법공식은 2016년부터 KOSPI 지수보다 초과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적절한 벤치마크는 무엇일까?

KOSPI 지수는 국내 주식 투자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시장 대표 벤치마크의 하나입니다. 벤치마크는 투자자마다 그리고 투자 목적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KOSDAQ 위주로 투자한다면 KOSDAQ 지수가, 미국 주식에 투자한다면 S&P 500 지수나스닥 지수가 적절한 벤치마크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벤치마크를 설정할 때에는 투자 가능성과 배당을 고려합니다. 대개의 지수는 이를 추종하는 ETF가 있습니다. KOSPI의 경우 KODEX 코스피가 있고, S&P 500의 경우 SPY가 있습니다. 국내 배당주 위주로 투자한다면 ARIRANG 고배당주가 있습니다.

ETF를 이용하면 실투자도 가능하지만, 배당도 쉽게 고려할 수 있습니다. 지수의 경우 배당이 고려된 TR(Total Return) 지수를 따로 찾아야 하지만, ETF는 PR(Price Return)과 TR 데이터 모두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습니다.

퀀트 투자자라고 해서 모든 자산을 퀀트 투자로만 운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절반은 지수를 추종하는 몇 가지 ETF에 분산 투자하고, 나머지 절반은 여러 퀀트 투자 전략으로 나누어서 투자할 수 있습니다.

마법공식의 경우 KOSPI와 KOSDAQ 시장 전체에서 종목을 선정합니다. KRX 300 지수를 추종하는 KODEX KRX300과 같은 ETF가 무난한 벤치마크가 될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KODEX KRX300은 상장된 지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경우에는 2002년에 상장된 KODEX 200을 사용합니다.

아래는 KODEX 200을 포함하여 누적 수익률을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마법공식 vs KOSPI vs KODEX 200 누적 수익률
마법공식 vs KOSPI vs KODEX 200 누적 수익률

KODEX 200이 KOSPI보다 조금 더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배당이 고려된 점도 있고, 상대적으로 대형주가 더 많이 성장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이하에서는 KODEX 200을 시장 수익률로 간주합니다. 참고: 마법공식의 백테스트 결과는 배당이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마법공식은 여전히 유효한가?

특정 퀀트 전략이 벤치마크 대비 우위에 있는지, 그리고 그 우위가 지속되는지 살펴보는 간단한 방법의 하나는 자산비를 추적하는 것입니다. 위의 그래프에 있는 마법공식의 수치를 KODEX 200의 수치로 나누어서 표시하면 아래와 같은 그래프를 얻을 수 있습니다.

마법공식의 KODEX 200의 상대적 유용성의 변화
마법공식의 KODEX 200의 상대적 유용성의 변화

파란 선은 앞에서 본 그래프의 수치를 그대로 나눈 결과이고, 노란 선은 3년 이동평균입니다. 세로축의 수치는 KODEX 200 대비 자산의 비입니다. 수치가 3이라면 처음(20년전)부터 마법공식으로 그때까지 투자했다면, KODEX 200 대비 3배의 자산을 만들 수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참고: 이 수치는 원금 대비가 아니라 벤치마크 대비입니다.

마법공식은 2016년까지 시장 대비 6배까지 자산을 불렸습니다. 엄청난 성과입니다. 이후 2020년대 초반까지 하락합니다. 이 기간 동안 마법공식은 시장보다 수익률이 낮았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다시 시장 대비 자산을 6배까지 불렸지만, 이후에는 수익률이 낮아졌습니다. 지금은 시장 대비 3.5배 정도의 자산을 가지고 있습니다.

참고: 보다 세밀하게 분석하고자 한다면, 퀀텀 점프가 일어났던 두 번의 시기를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도 괜찮을 수 있습니다. 이때가 마법공식이 특히 잘 먹힌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마법공식은 2016년 이후로는 KODEX 200에 비해 나은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현재와 자산비가 유사했던 최장 기간을 보면, 10년 정도 시장 대비 초과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백테스트 요약 표에서 10년 CAGR이 4.14%로 나온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시장의 CAGR은 5.3%였습니다.

노란색의 3년 이동평균을 보면 대략적인 추세를 알 수 있습니다. 정점을 찍은 2018년쯤 즉 2015년쯤에 마법공식으로 투자를 시작했다면, 그 이후로는 시장보다 높은 성과를 거두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언제부터 유효성이 상실되었을까?

투자자는 시간순으로 데이터를 해석하는 것이 편리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시간 역순으로 데이터를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시간 역순으로 살펴보면, 언제쯤부터 마법공식이 시장 수준으로 수익률이 낮아졌는지 좀 더 명확하게 추정할 수 있습니다.

마법공식 vs KODEX 200의 CAGR 변화 (시간 역순과 시간 순)

왼쪽 그래프는 시간 역순으로 CAGR을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해당 시점부터 투자를 시작했다면, 지금까지 어느 정도 수익률을 거두었을지를 나타냅니다. 마법공식은 2013년경에 KODEX 200과 교차합니다. 마법공식의 시장 대비 유효성이 2013년부터 사라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참고: 2013년부터 지금까지 투자했을 때 시장 대비 초과 수익이 없었다는 의미입니다. 시간 순으로 보면 마법공식은 2016년까지 초과 수익이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시장 대비 저조한 수익률로 인해, 이때 벌어들인 초과 수익을 모두 반납한 것입니다. 보수적으로는 2013년부터 초과 수익이 사라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오른쪽 그래프는 시간 순으로 CAGR을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CAGR이 점차 낮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시장 CAGR도 함께 낮아지고 있어서 유효성 변화를 쉽게 인지하기 어렵습니다.

참고: 시간 역순으로 데이터를 살펴보면, 최근의 변화가 전체 데이터에 민감하게 반영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해석하기 어려워지거나, 잘못된 판단을 할 수도 있습니다.

퀀트 분석에서는 특정 지표나 방법론의 유효성이 계속해서 유지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거에는 유효했더라도 최근에는 그렇지 않다면,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이상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 본 누적 수익률도 동일한 방식으로 그려볼 수 있습니다. 아래는 각각 최근 시점을 원점으로 맞춘 경우와 과거 시점을 원점으로 맞춘 그래프입니다. 

마법공식 vs KODEX 200 누적 수익률 (시간 역순, 시간 순)
마법공식 vs KODEX 200 누적 수익률 (시간 역순, 시간 순)

왼쪽의 최근 시점을 원점으로 맞춘 경우에는 위에 있는 선이 낮은 수익률입니다. 특정 선이 아래에 있다면, 더 적은 투자금으로 현재 동일한 자산을 만들 수 있었다는 뜻이 뜻이 됩니다. 마법공식은 2013년 이후로 지금까지 시장 대비 초과 수익이 발생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시간순으로 표시한 오른쪽 그래프에서는 앞서 CAGR의 비교와 같이 유효성 변화를 쉽게 인지하기 어렵습니다. 이 경우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상대비를 계산하여 그 변화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정리하며

전통적인 퀀트투자 전략의 하나인 마법공식을 백테스트 결과로 살펴보았습니다. 국내 시장에도 여전히 유효한 전략인지, 아니며 유효성이 사라진 상태인지 추정해 보았습니다.

몇 가지 방식으로 살펴보면, 마법공식은 2013년 이후로는 의미 있는 유효성이 관찰되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2013년 이후로도 두 번의 퀀텀 점프가 있었는데, 그 이유에 대해서는 분석해 볼 가치가 있어 보입니다.

이 글은 마법공식을 사례로 퀀트 전략의 백테스트 결과를 분석해 보는 첫 번째 글입니다. 마법공식을 사례로 두 편 정도 추가로 작성할 계획입니다.

하나는 마법공식의 변동성(위험)을 살펴보고, 위험을 고려하여 벤치마크와 비교하는 것입니다. 다른 한 편은 마법공식의 두 지표를 따로 떼어내어 살펴봄으로써, 유효성 상실의 주된 원인이 무엇인지 추정해 보는 것입니다.

이어지는 글:

함께 읽으면 좋은 글:

도움이 되었다면, 이 글을 친구와 공유하는 건 어떻까요?

facebook twitter kakaoTalk naver 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