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트 투자 전략을 백테스트할 때, 선정한 종목을 동일한 비중으로 투자하는 동일가중을 전략을 가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투자에서도 종목별 투자금을 균등하게 지정할 수 있다는 편리함도 있고, 장기적으로 동일가중이 시총가중보다 조금 더 나은 성과를 얻었기 때문인 경우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대개의 퀀트 투자 전략은 종목 선호도를 계산하기 위해 지표 또는 지표 조합을 사용합니다. 저 PER 순으로 정렬해서 상위 종목을 고를 수도 있고, 저 PBR와 고배당률 순위를 합산하여 선별할 수도 있습니다. 여러 지표를 동시에 사용하는 복잡한 수식을 만들어서 점수를 매기고, 그 점수에 따라 선별할 수도 있습니다.
종목 선정에 사용한 지표 또는 지표의 조합은 장기적으로 효용이 있기에 또는 있다고 믿기에 사용합니다. 자연히 높은 점수를 받은 종목에는 보다 많은 투자금을 할당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동일가중으로 투자하는 것일까요? 참고: 많은 스마트 베타 ETF는 지표(팩터) 가중 또는 이를 고려한 시총가중 방식을 사용합니다.
동일가중은 실제 투자와 백테스트의 비교에도 이점이 있지만, 리밸런싱 과정에서 추가 수익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에 대해 살펴봅니다.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 또는 특정 전략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수치는 과거에 그랬다는 의미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분석 대상, 분석 기간, 분석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 가공, 해석 단계에서 의도하지 않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부 설명은 편의상 현재형으로 기술되어 있지만, 데이터 분석에 대한 설명은 모두 과거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동일가중으로 추가 수익률이 발생하는 예
개인 투자자 영희는 퀀트 투자 전략으로 20개 종목을 선정했습니다. 1년간 개별 주식은 25% 상승하거나 -20% 하락합니다. 어떤 종목이든 매수해서 계속 보유한다면, 장기 수익률은 √((1 + 25%) × (1 - 20%)) - 1 = 0%가 됩니다. 참고: 이 설명에서는 이해의 편의를 위해 시장의 기저(평균) 수익률을 고려하지 않습니다. 시장이 장기적으로 상승하는 기저 수익률이 있기에, 실제로는 수익이 발생합니다. 글에서 설명하는 25%와 -20%는 기저 수익률 대비 변동성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개별 종목의 장기 수익률은 0%이므로, 아무리 많은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더라도 계속 그대로 보유하기만 한다면, 포트폴리오의 장기 수익률은 0%가 됩니다. 종목 간의 상관관계 정도에 따라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은 낮아질 수 있습니다.
영희가 매년 동일가중으로 리밸런싱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종목 간에 상관관계가 0이라면, 절반은 25% 상승하고, 절반은 -20% 하락할 것입니다. 기대 수익률은 25% × 50% - 20% × 50% = 12.5% - 10% = 2.5%가 됩니다. 영희는 동일가중으로 연 2.5%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습니다.
시총가중인 시장 수익률은 어떻까요? 20개 종목을 교체 없이 그대로 가지고 간다면, 개별 종목이 상승하든 하락하든, 종목 비중을 조절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니 장기 수익률은 0%가 됩니다.
현실에서는 종목 간의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시장 상황에 따라 80%의 종목이 한 방향으로 같이 움직인다면, 두 가지 중 하나가 발생합니다. 80% 종목이 25% 상승하고, 20% 종목이 -20% 하락하거나, 80% 종목이 -20% 하락하고, 20% 종목이 25% 상승하게 됩니다.
각각의 경우에 대해 기대 수익률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앞의 경우에는 25% × 80% - 20% × 20% = 20% - 4% = 16%가 되고, 뒤의 경우에는 25% × 20% - 20% × 80% = 5% - 16% = -11%가 됩니다. 반반의 확률로 두 가지 상황이 발생한다면, 동일가중 리밸런싱으로 √((1 + 16%) × (1 - 11%)) - 1 = 1.6%의 연 수익률을 얻을 수 있습니다.
시장 수익률은 어떻까요? 리밸런싱이 필요하지 않으니, 종목 간 상관관계에 관계없이 장기 수익률은 여전히 연 0%입니다.
동일가중과 시장 수익률 간의 차이가 발생하는 예
동일가중은 리밸런싱 과정에서 추가 수익률이 발생하니, 시총가중보다 유리한 방식인 듯합니다. 항상 그렇지는 않습니다. 시장이 시총이 큰 종목 위주로 성장하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저하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 전체 시총의 절반을 차지하는 슈퍼빅테크라는 종목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시장에 총 21 종목이 있는 셈입니다. 모든 종목의 상관관계는 0입니다. 21 종목을 동일가중으로 투자하면 앞서와 같이 매년 2.5%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습니다. 참고: 21은 홀수이지만, 슈퍼빅테크A와 슈퍼빅테크B라는 상관관계가 1인 두 종목이 각각 시총 25%씩 차지하고, 종목수가 충분히 많다고 보면 됩니다.
시장 수익률은 슈퍼빅테크가 상승하느냐 아니면 하락하느냐에 큰 영향을 받게 됩니다. 슈퍼빅테크를 제외한 나머지 20 종목은 서로 상관관계가 0이므로 시장 수익률에 영향이 없습니다. 슈퍼빅테크가 25% 상승하면, 시장은 25% × 50% = 12.5% 상승하게 됩니다. 슈퍼빅테크가 -20% 하락하면, 시장은 -20% × 50% = -10% 하락하게 됩니다.
2.5%의 수익률을 올리는 동일가중의 입장에서 보면, 시장 수익률을 -10% 하회하기도 하고, 12.5% 상회하기도 합니다. 슈퍼빅테크가 상승하면, 시장은 이렇게 잘 나가는데, 내 포트폴리오의 성과는 왜 이럴까 하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2년 연속으로 슈퍼빅테크가 상승하면 상황은 조금 심각해집니다. 참고: 설명의 편의상 슈퍼빅테크 한 종목으로 설명했지만, 대형주 또는 초대형주의 집합이라 생각해도 됩니다.
지난 상승으로 슈퍼빅테크의 시총은 50%에서 25%가 늘어난 62.5%입니다. 여기서 다시 슈퍼빅테크가 상승하면, 시장은 25% × 62.5% = 15.7% 상승하게 됩니다. 동일가중의 2.5%와 13.2% 차이가 나게 됩니다.
2년간 수익률을 보면, 동일가중은 (1 + 2.5%) × (1 + 2.5%) - 1 = 5.1% 수익률을 거둡니다. 시장은 (1 + 12.5%) × (1 + 15.7%) = 30.1% 수익률을 거두게 됩니다. 시장과 수익률 차이가 25%에 달하게 됩니다. 참고: 반대의 상황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퀀트 투자자의 마음은 조급해질 수 있습니다. 장기 백테스트 결과로 시장 대비 초과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믿고 투자를 시작했지만, 운이 좋으면 시장 대비 수십%의 초과 수익이 나고, 운이 나쁘면 시장 대비 -수십%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참고: 다소 과장된 설명일 수 있습니다.
현실에서는 어떻까?
시총가중으로 투자하는 ETF가 일반적이지만, 같은 기초 지수에 편입된 종목을 동일가중으로 투자하는 ETF도 몇 가지 있습니다. 시총가중 ETF와 비교해 보면, 최근 경향을 어느 정도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왼쪽은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에 가격가중(시총가중이 아님)으로 투자하는 DIA와 동일가중으로 투자하는 EDOW의 약 7년간의 성과 그래프입니다. 가격가중이 동일가중에 비해 좀 더 좋은 성과를 보였습니다. 데이터 출처: EDOW vs DIA
오른쪽은 S&P 500 지수에 시총가중으로 투자하는 SPY와 가격가중으로 투자하는 RSP의 약 21년간의 성과 그래프입니다. 상당 기간 동일가중의 성과가 좋았지만, 최종적으로는 그 차이가 거의 없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동일가중의 변동성이 조금 더 높기 때문에, 21년간 시총가중이 더 불리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데이터 출처: RSP vs SPY
왼쪽은 나스닥 100 지수에 대해 시총가중으로 투자하는 QQQ와 동일가중으로 투자하는 QQEW를 비교한 그래프입니다. 성장주가 대거 포함되어 있고, 초대형주의 성장세가 컸기 때문인지, 시총가중의 성과가 월등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데이터 출처: QQEW vs QQQ
오른쪽은 소형주 지수라고 할 수 있는 러셀 2000 지수에 대해 시총가중으로 투자하는 IWM과 동일가중으로 투자하는 EQWS를 비교한 그래프입니다. 시총가중이 동일가중보다 더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EQWS는 2019년에 상장 폐지되었습니다. 데이터 출처: EQWS vs IWM
한국에도 시총가중과 동일가중으로 투자하는 ETF가 모두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KOSPI 200 지수에 시총가중으로 투자하는 KODEX 200과 동일가중으로 투자하는 KODEX 200동일가중을 비교한 그래프입니다. 8년 정도의 기간 동안 시총가중의 성과가 더 좋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데이터 출처: KODEX 200동일가중 vs KODEX 200
최근 10년 또는 최근 20년 정도만 본다면, 시장 대표 지수에 대해서는 동일가중이 시총가중보다 성과가 좋았다는 뚜렷한 증거는 없습니다. 다만 S&P 500 지수의 경우 동일가중이 시총가중 대비 상당 기간 우위를 점하기는 했습니다.
어떤 조건이 이러한 차이를 만드는지 불확실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일부 지수에 대해서는 동일가중으로 투자하는 전략도 고려해 볼 만합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7월 23일 TIGER 미국S&P500동일가중 ETF를 상장한다고 합니다. 이 상품에 대해 살펴보면서, 조금 더 자세히 다뤄볼 계획입니다. 관련 기사: "엔비디아 폭락에도 굳건"…'아시아 최초' S&P500 동일가중 ETF 출시
정리하며
동일가중은 퀀트 투자자에게 익숙한 종목 비중 결정 방법입니다. 편의상 동일가중을 많이 사용하긴 하지만, 퀀트 투자의 본래 취지에 비추어 본다면, 마냥 합리적인 선택은 아닐 수 있습니다. 종목을 선정할 때 고려된 지표(또는 팩터)의 적합도가 반영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동일가중은 장기적으로 시총가중으로 계산할 수 있는 시장 수익률 보다 수익률이 높을 수 있습니다. 리밸런싱 과정에서 발생하는 초과 수익률 때문입니다. 참고: 장기적으로 그러하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나스닥 100의 경우 시총이 큰 종목 위주로 장기 상승했기에, 동일가중과 시총가중 간에 상당한 차이가 발생했습니다. QQEW vs QQQ
동일가중으로 장기적인 초과 수익률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마냥 좋은 전략은 아닐 수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시장 수익률과 상당한 괴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형주 또는 초대형주 위주의 장세가 지속되면, 동일가중의 상대 수익률은 낮아질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시장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고, 투자를 계속할 수도 있겠지만, 투자자의 마음에 회의가 싹틀 수도 있습니다. 투자 비중 결정 방식에 의한 일시적인 차이인지, 투자 전략의 효용이 상실되었기 때문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어지는 글: TIGER 미국S&P500동일가중 ETF는 성공할 수 있을까? (빅테크의 성장과 동일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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