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 보면 간혹 책의 제목과 내용이 어울리지 않아 의아한 경우가 있습니다. 대개 번역서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원서의 제목은 책의 내용을 명확하게 소개하는데, 번역서의 제목은 특정 부분만 강조하거나, 눈길을 끌기에 좋은 제목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자가 한국인인 경우에는 이런 경우가 흔하지 않습니다. 이효석의 <나는 당신이 주식 공부를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는 책의 제목과 내용이 부합하지 않는 드문 사례입니다.
(책의 주요 내용에 대해서는 다른 서평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이 책은 한 번씩 생각해 볼만한 투자와 관련한 여러 가지 주제를 읽기 쉬운 글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이야기를 전달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면, 저자가 생각하는 몇 가지 주제를 중구난방으로 나열해서 묶은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책 내용에 가치가 없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분명히 흥미롭게 도움이 되는 내용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책이라고 하기에는 통일된 주제를 담고 있지 않습니다. 책의 주제는 제목으로 표현되는데, 내용은 주식 공부와 별 관계가 없어 보입니다. 참고: 책의 제목이 늦게 정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몇 가지 저자와 생각이 다른 부분을 정리합니다. 생각이 다르다는 것이지, 제 의견이 옳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ARK가 운용하는 다섯 개 ETF는 모두 2021년 2월 초 이후, 20% 넘게 하락했는데 이유는 당분간 지속될 줄 알았던 저금리에 대해 의구심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 미국이 기준 금리를 0.25%에서 0.5%로 올린 것은 2022년 3월입니다. 2022년 5월에는 1%로 올렸습니다. 1년 뒤에 있을 미미한 금리 인상을 투자자들이 미리 예상했고, 그 정도의 소소한 금리 인상이 기업 가치에 대단한 영향을 미칠 거라 예측했다는 뜻입니다. 이를 합리적인 설명이라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돈을 저장할 곳이 더 이상 없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마이너스 금리 채권에 투자하고 있는 것입니다.
- 마이너스 금리 채권을 발행하는 이유는 유동성 공급에 있습니다. 마이너스 금리 채권을 사는 이유는 금리가 더 하락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매매 차익을 기대하기 때문이지,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투자하는 것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애플의 PBR이 높은 이유를 무형자산에서 찾고 있습니다.
- 애플의 PBR이 높은 이유는 높은 영업 이익률을 예상하고 공격적인 자사주 매입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대개의 기업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서 이익의 일부를 자산으로 쌓아둡니다. 애플은 그러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보유 자산을 극도로 줄였기에 PBR이 높은 것입니다. 그 자신감은 안정적인 높은 영업 이익률에서 나오는 것이지 무형자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생산 공장을 팔고 임대로 전환한 후 남은 현금으로 자사주 매입을 해도 PBR을 높일 수 있습니다. 참고: [매경의 창] 극단적인 애플의 재무제표 [문병로]
리얼 옵션
- 책의 마지막에 리얼 옵션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리얼 옵션은 콜옵션의 수익 구조처럼 주가를 설명하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바이오 기업의 주가는 임상의 성공과 실패 가능성에 따라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보다는 불확실한 큰 이벤트를 앞둔 기업의 가치를 추정하는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 투자 입문서에 가까운 책에서 리얼 옵션을 소개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습니다. 리얼 옵션은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미래의 불확실성을 표현하는 한 가지 방법입니다. 기업을 밸류에이션 한다면, 매출에 대한 기대치를 하나로 고정해서 분석하지 않습니다. 합리적인 상황에서의 최선의 경우와 최악의 경우를 그 가능성과 함께 분석해야 합니다. 대개의 (가치) 투자자는 최악과 최선의 편차가 작거나, 최악의 경우에도 손실률이 낮은 종목에 투자하려고 합니다.
- 리얼 옵션을 밸류에이션에 사용하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면, 성공과 실패 가능성에 대한 분석 방법과 분산 투자의 필요성을 함께 설명해야 합니다. 리얼 옵션 성격을 가진 종목은 손실 가능성이 크고, 손실이 발생했을 때 손실률도 높을 수 있습니다. 벤처 캐피털처럼 많은 종목에 분산 투자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전략입니다.
정리하며
책의 내용은 흥미롭고 곰곰이 생각해 볼만한 주제를 여럿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책의 내용과 구성은 책의 제목과 달라 읽는 사람을 당황스럽게 합니다. 다 읽고 나서 이 책의 내용이 무엇인지 기억하기 쉽지 않습니다.
개별 주제에 대해서 다양한 데이터를 제시하면서 쉽고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검증이 어렵거나 논리적이라 보기 어려운 저자의 주장을 이곳저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 삼성 S&P500 ETN - ETF보다 제가 조금 더 잘하거든요.
- 숫자에 약한 사람들을 위한 통계학 수업 (데이비드 스피겔할터) - 현실에서 통계란 무엇인지 설명하는 책 (서평)
- 인도 니프티(Nifty) 50 국내 ETF는 무엇이 좋을까? (국내 상장 ETF 3종 비교와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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