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봉씨는 친구들 사이에서 인간 고점 판독기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명예로운 별명은 아닙니다. 최고봉씨는 주가가 신고가일 때 매수하는데, 항상 그 다음날부터 주가는 하락합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신비로운 현상입니다.
최고봉씨가 친구들과의 단톡방에 "나 오늘 드디어 SPY 샀어. 요즘 SPY 주가가 너무 좋거든."이라고 올리면 난리가 납니다. 내일부터 하락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에 친구들은 서둘러서 보유 주식을 매도합니다.
직장에서도 동료들이 묻곤 합니다. "최고봉씨, 언제 주식 매수할 계획이세요?", "주가가 폭락하고 있는데, 혹시 최고봉씨 매수하셨어요?"라고 말입니다. 대표 이사도 최고봉씨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고봉씨는 정년까지 회사를 다니는데 큰 문제가 없을 듯합니다. 누구나 인간 고점 판독기 최고봉씨와 친해지려 하기 때문입니다. 최고봉씨가 TV에 출연한다면, 어떤 의미로든 상당한 인기를 끌 듯합니다.
최고봉씨는 평행우주에 살고 있습니다. 평행우주에 따라 조금씩 성격이 다른 최고봉씨가 살고 있습니다. 5번 평행우주에 사는 최고봉5는 주식을 매수하고 평가 손실이 -5% 이상이 되면 손절하는 심약한 최고봉씨입니다. 30번 평행우주에 사는 최고봉30은 조금 대범합니다. -30%까지는 이를 악물고 버팁니다. 물론 그 이상 하락하면 최고봉30은 손절합니다.
최고봉씨가 주식을 손절한 것은 과연 바람직한 일이었을까요? 과거 데이터를 통해 통계적으로 살펴봅니다.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 또는 특정 전략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수치는 과거에 그랬다는 기록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분석 대상, 기간,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 가공, 해석 단계에서 의도하지 않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부 설명은 편의상 현재형으로 기술하지만, 데이터 분석에 대한 설명은 모두 과거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SPY의 DD와 최고봉씨
다음은 1993년 1월 29일부터 2025년 3월 5일까지 약 32년 2개월간 SPY의 누적 수익률 그래프입니다. SPY(달러)는 달러로 본 수익률이고, SPY(원화)는 원화로 본 수익률입니다. 환율도 함께 표시했습니다.
1997년 외환 위기와 2007 ~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당시 환율이 급등했던 상황이 나타나 있습니다. 모든 최고봉씨는 환노출 SPY인 SPY(원화)에 투자한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참고: SPY(달러)를 매수하는 Mr. Peak도 분석하려고 계획했는데, 한국인에게는 큰 의미가 없을 듯해서 제외했습니다.
그래프를 보면 SPY(원화)는 1998년경부터 2012년경까지 14년 정도의 긴 횡보 기간이 있었습니다. SPY(달러)도 2000년경부터 2012년경까지 12년 정도의 만만치 않은 횡보 기간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10년이 넘는 긴 기간이면, 수십%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기에, 원금이 유지되었더라도 실질 가치는 줄어듭니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실질 횡보 기간은 이보다 몇 년 더 길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음은 SPY(원화)의 지난 최고점 대비 하락률인 DD를 나타낸 것입니다. 252거래일을 1년으로 가정했습니다.
2002년 7월 23일 SPY(원화)의 DD는 -46%였습니다. 당시 SPY(달러)의 DD도 높았지만, 환율의 DD도 높았기에 원화로 본 SPY(원화)의 DD는 증폭되었습니다. 세계 금융 위기 때와 코로나 사태 당시에도 -30% 정도의 DD가 나타났음을 알 수 있습니다.
모든 평행우주에서 친구들과 직장 동료들에게 사랑받는 최고봉씨는 항상 하락하기 전날 신고가로 매수합니다. 최고봉씨의 계좌는 오늘은 신고가라서 매수 직후 DD는 0%지만, 다음날이면 SPY(원화)가 하락하여 평가 손실이 발생합니다. DD로 보면 마이너스가 되기 전날 매수하는 것입니다.
최고봉씨는 주식을 계속 보유하려 하지만, 평행 우주에는 심약한 최고봉씨도 있고, 대범한 최고봉씨도 있습니다. 최고봉20은 매수 후 DD가 -20%를 이상이 되는 날,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모두 매도합니다.
만일 최고봉20이 좀 더 버텨서 1년간 더 보유했다면 어떤 결과를 얻었을까요? 손절했던 것보다 나았을까요?
최고봉씨의 손절
참고: 이 글은 조금씩 확장 보완하며 진행하는 연재의 일부입니다. 투자 후 시장에서 특정 위험이 발생하면 투자자가 손절을 하는 경우와 지속 보유하는 경우를 비교해 보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어떤 방식으로 투자를 하고, 어떤 경우에 손절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다른 여러 시나리오가 됩니다. 일부는 현실적이거나 그럴듯한 시나리오지만, 또 다른 일부는 비현실적일 수 있습니다. 단순 참고로만 읽으시기 바랍니다.
DD 그래프로 보면 최고봉20은 다음과 같이 매수와 손절을 하게 됩니다.
그래프에서 상단 초록색으로 표시된 동그란 점이 매수 지점이고, 하단 빨간색 가위표(×) 점이 손절 지점입니다. 2020년 1월부터 6월까지 기간으로 확대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최고봉씨는 1월 또는 2월에 SPY(원화)를 매수할 수 있습니다. 3월 또는 4월초에 손절을 하게 됩니다. 현실성 있는 조합 중 하나는 연이어 나오는 초록색 점과 빨간색 점입니다. 그래프에서는 2월 마지막 초록색 점과 3월 첫 빨간색 점에 해당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분석한 결과는 이어지는 연재글에서 살펴보기로 하고, 여기서는 간단하게 모든 빨간색 점에서 매도를 할 수 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참고: 코드를 작성하다 머리가 복잡해져서 간단한 방식부터 설명하는 것입니다.
DD를 -k%까지 견딜 수 있는 최고봉k는 다음과 같이 매매합니다.
- SPY(원화)가 하락하기 전날 신고가에서 매수합니다.
- 우연히 계좌를 살펴보다 DD 즉 평가 손실이 -k% 이상이면 당일 손절합니다.
- DD가 -k% 이상까지 내려가지 않고 신고가를 갱신하면, 이후 하락 직전 신고가에서 매수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최고봉씨가 수익이 발생했더라도 이를 고려하지 않게 됩니다.)
- DD가 -k% 이상인 날은 언제나 손절할 수 있다고 가정합니다. DD가 더 커진 날이나, 추가로 하락했다가 어느 정도 회복되었지만 DD가 여전히 -k% 이상인 날에도 손절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도 설명했다시피, DD가 처음으로 -k% 이상이 되는 날에 손절하는 것은 이어지는 연재에서 살펴봅니다.
다음은 최고봉씨가 아닌 친구들이 보게 되는 DD의 분포입니다.
DD가 0%일 확률은 대략 8.3%였습니다. 신고가를 달성한 날의 확률이라 볼 수 있습니다. DD가 -10% 이상일 확률은 대략 40%였습니다.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던 것처럼 보이지만, DD는 투자자의 손실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투자자가 임의의 시점에 투자를 하고, 계좌를 열어 보면서 "어? 지난번에 봤을 때는 계좌 평가액이 얼마까지 올랐었는데, 거기에서 -10% 이상 떨어졌네"라는 것도 포함하기 때문입니다. 계좌 평가액은 이익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투자금이 1만원이고, 중간에 2만원까지 되었다가, 오늘 열어보니 1.8만원이라면, 오늘자 DD는 -10%입니다.
최고봉씨는 손절이 유리했을까?
다음은 최고봉씨가 손절 후 1 ~ 12개월 후 평균 수익률입니다.
초록색 DD ≥ -20%는 최고봉20이 DD가 -20% 이상에서 손절했을 때, 1 ~ 12개월 후 SPY(원화)의 평균 반등 수익률을 보여주는 선입니다. 범례에는 DD ≥ -20%로 했지면, 의미는 -20%보다 더 많이 하락한 경우를 말합니다.
최고봉5부터 최고봉40까지 모든 최고봉씨가 손절을 하면, 1 ~ 12개월 후에 주가가 평균적으로 반등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중에서 최고봉20까지의 1년 반등 수익률은 점선으로 표시된 SPY(원화)의 전체 기간 1년 평균 수익률 14.3%에 미치지 못했지만, 반등하여 수익이 발생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최고봉25가 손절하면, SPY(원화)는 전체 기간 평균 수익률 수준으로 반등했습니다. 참고: 최고봉씨의 계좌가 평가 손실 상태인 상황에서 반등한 수익률입니다. 계좌는 여전히 평가 손실일 수 있습니다.
이보다 과하게 하락한 경우인 최고봉30부터 최고봉40까지는 전체 기간 평균 수익률보다 크게 반등했습니다. 물론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빈도는 크지 않았지만, SPY(원화)가 과하게 하락했다면, 반등을 기대하고 매수 또는 추가 매수하는 것은 좋은 전략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리하며
인간 고점 판독기 최고봉씨가 손절을 하면 주가는 어떻게 변했는지 평균적인 특성을 살펴보았습니다. 추가 하락하는 경우도 분명히 많았겠지만, 평균 수익률만 따진다면 반등했습니다. 참고: 여기서는 산술 평균으로 수익률을 계산했기에, 기하 평균으로 수익률을 계산하면 반등에 성공하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최고봉씨가 매수하면 주가는 하락할 것이 확실합니다. 최고봉씨의 친구와 직장 동료들은 보유 주식을 매도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최고봉씨가 손실을 버티지 못하고 손절을 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반등을 기대하고 매수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습니다.
최고봉씨는 인간 고점 판독기이면서 인간 저점 판독기였던 것입니다. 참고: 좀 더 엄밀하게 본다면, 최고봉씨가 손절 후 반등 수익률은 SPY(원화)의 평균 수익률에 미치지 못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인간 저점 판독기라는 설명은 과장되 표현입니다. 다만, 최고봉씨의 손절은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어지는 글: 내가 손절하면 무슨 일이 생길까? (인간 고점 판독기 최고봉씨 - 후편)
함께 읽으면 좋은 글:
- 장기 투자할 ETF 선택에 배당성장률은 의미가 있을까?
- [자산 배분] SPY + VIG(미국 배당성장주 ETF) + 환율 (평균-분산 그래프 분석)
- 구글 시트로 시작하는 투자 포트폴리오 분석: 부록 A 퀀트 투자 전략 분석 기초 (오렌지사과의 불친절한 워크북) 출간에 부쳐 (샘플북 포함)
- [서평 이벤트] PDF 전자책 <당신이 커버드콜에 장기 투자하면 안되는 이유> 무료 [네이버 블로그]
- 주가 및 관련 데이터 가져오는 법 (구글 Colab - 파이썬 클라우드 서비스)
- [자산 배분] SCHD + SPY + 환율 (평균-분산 그래프 분석)
- 삼슬라(TSL3, 3TSL)는 1년에 얼마나 녹았을까?
- 당신이 커버드콜에 장기 투자하면 안되는 이유 (매년 100만원씩 손해보지 않는 방법) 출간에 부쳐 (샘플북 포함)
- 당신이 JEPI/JEPQ를 사면 안되는 이유 (해외 상장 인컴 ETF의 배당소득세와 양도소득세)
- 기업에 투자한다는 착각 (주식 투자금은 어디로 흘러갈까? 발행시장과 유통시장)
'주식투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커버드콜 투자를 말리는 이유 1 (최인사 부장은 누구를 채용해야 할까?) (0) | 2025.03.13 |
---|---|
내가 손절하면 무슨 일이 생길까? (아무 때나 매수하는 나항상씨) (0) | 2025.03.12 |
내가 손절하면 무슨 일이 생길까? (신고가에 매수하는 신고점씨) (0) | 2025.03.11 |
내가 손절하면 무슨 일이 생길까? (인간 고점 판독기 최고봉씨 - 후편) (0) | 2025.03.10 |
장기 투자할 ETF 선택에 배당성장률은 의미가 있을까? (2) | 2025.03.07 |
[자산 배분] SPY + VIG(미국 배당성장주 ETF) + 환율 (평균-분산 그래프 분석) (1) | 2025.03.06 |
주가 및 관련 데이터 가져오는 법 (구글 Colab - 파이썬 클라우드 서비스) (0) | 2025.02.18 |
[데이터 분석 부록 B4] 투자 전략 간 상관성과 분산 투자 효과를 살펴보자 (구글 시트 편, feat. 퀀트 투자) (0) | 2025.0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