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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드콜 투자를 말리는 이유 1 (최인사 부장은 누구를 채용해야 할까?)

오렌지사과키위 2025. 3. 13. 14:30

개인적으로 장기 투자자에게 커버드콜 투자를 적극 말리는 편입니다. 커버드콜이 왜 기초자산 대비 유리한 투자가 아닌지 설명하는 책 <당신이 커버드콜에 장기 투자하면 안되는 이유 - 매년 100만원씩 손해보지 않는 방법>도 냈습니다. 블로그 글이나 책을 쓰면서 한 번씩 저렴한 커피라도 한 잔 할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에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책을 구매해 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커버드콜에 투자하면 안 되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하면, 일부는 수긍하고 다른 일부는 반감을 표현합니다. 주된 반론은 "기초자산에 비해 수익률이 조금 낮더라도, 안정성은 더 높고 장기 투자를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주는 배당금을 꾸준히 주는 커버드콜이 나에게는 더 적합한 투자 상품인데, 왜 커버드콜이 나쁘다고 하느냐"는 것입니다.

이는 커버드콜이 왜 투자에 유리하지 않은지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커버드콜에 대한 평가를 본인이 선택한 투자 방식에 대한 비판으로 여겨 반감이 발생한 것입니다. 감정은 행동을 유도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지나치게 감정을 앞세우면 합리적인 판단을 하기 어려워집니다.

반론과는 달리 커버드콜은 기초자산보다 안정성이 더 높은 상품이 아니었습니다. 현금은 배당금으로도 만들 수 있지만, 자산을 매도해서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만든 현금으로 재투자하든 생활비로 소비하든 커버드콜은 기초자산보다 더 위험하면서 수익률이 낮았습니다. 그 근본적인 이유에 대한 설명과 지수 개발사가 제공한 최대 10년치 백테스트 데이터 결과 분석이 제 블로그 글과 책에 실려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투자 자산을 비교할 때 사용하는 평균-분산(Mean-Variance) 그래프로 커버드콜이 왜 기초자산보다 투자에 유리하지 않은지 살펴봅니다. 두 편 또는 세 편에 걸쳐 연재합니다.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 또는 특정 전략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수치는 과거에 그랬다는 기록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분석 대상, 기간,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 가공, 해석 단계에서 의도하지 않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부 설명은 편의상 현재형으로 기술하지만, 데이터 분석에 대한 설명은 모두 과거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최인사 부장의 신입 사원 채용을 위한 평가

최인사 부장은 제일유통의 인사 실무 책임자입니다. 나신입씨와 전대리씨가 있는 영업1팀에서 요청한 신규 인력 채용을 위해 3명의 최종 후보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철수, 영희, 그리고 민수입니다. 세 사람을 평가한 결과는 다음 그림과 같습니다.

철수, 영희, 민수의 평가 점수

평가 항목은 영어와 수학 두 가지입니다. 이 두 과목 성적이 영업 업무 능력과 가장 상관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영어와 수학이라고 했지만 다른 것으로 대체해도 됩니다. 예를 들어 학교 성적과 사교성(대외 활동 점수나 면접으로 받은 점수)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영업 사원은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일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사교성은 무척 중요할 수 있습니다.

회사마다 각 부서에 적절한 신입 사원 채용 평가 기준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그걸 영어와 수학으로 적어둔 것뿐입니다. 영어와 수학은 어떤 중요한 두 가지 점수의 이름일 뿐입니다.

인사 담당자라면 신입 사원 채용을 위한 평가 방식을 명확하게 이해해야 합니다. 제일유통이 채용에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두 가지는 이미 평가표에 올려 두었습니다. 나는 발로 뛰어야 하는 영업 사원은 체력을 추가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 항목을 추가해서 평가표를 만들면 됩니다. 중요한 고려 사항은 모두 올리면 됩니다.

이 예에서는 그 고려 사항이 수학(또는 학수)과 영어(또는 어영) 점수 두 가지인 것으로 가정한 것입니다. 인사 담당자는 최종 평가 결과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평가 기준을 입맛대로 뜯어고쳐 채용 결과를 바꾸면 안 됩니다.

우위 관계를 이용한 상대 평가

수학과 영어 모두 점수가 높을수록 좋습니다. 영희와 민수의 수학 점수는 동일하지만, 영어 점수는 영희가 높습니다. 최인사 부장이 영희와 민수 중 한 명을 뽑아야 한다면 누굴 선택해야 할까요?

이견이 생길 수 없습니다. 영희를 뽑아야 합니다. 만일 최인사 부장이 영희 대신 민수를 뽑는다면, 분명히 뒷말이 나올 것입니다. 왜 채용 기준대로 평가 점수가 더 높은 영희를 채용하지 않았냐는 것입니다. 만일 회사에 파벌이 있다면, 반대파벌에게 공격을 받아 불이익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물론 최인사 부장이 민수를 선택하더라도 결과적으로 항상 틀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수학과 영어 점수가 업무 능력과 상관성이 높다는 의미이지, 절대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평가표의 의미는 영희의 업무 능력이 민수보다 높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뜻입니다. 이런 경우 영희는 민수보다 확률적 우위에 있다고 말합니다. 최인사 부장은 확률적 우위를 고려해서 영희를 채용하는 것입니다. 참고: 이 글에서 말하는 우위는 모두 확률적 우위입니다.

우위 관계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

영업1팀이 필요로 하는 신입 사원이 1명이라면 어떻까요? 민수는 후보에서 탈락했기에 철수와 영희가 최종 후보자가 됩니다. 두 사람 중에서 철수는 상대적으로 영어 성적이 좋고, 영희는 수학 성적이 좋습니다. 두 가지 고려 요소 모두 업무 능력과 상관성이 높기에 최인사 부장은 고민하게 됩니다. 반대파벌에 공격 빌미를 주지 않을 합리적인 기준을 적용해야 합니다.

회사에서는 이런 경우에 대비해서 신입 사원 채용을 위한 총점 계산 방식을 미리 정해 둡니다. 예를 들어 수학과 영어의 동일 비중 합산 점수를 보는 것입니다. 아래는 이렇게 계산한 각 후보자들의 점수입니다.

철수, 영희, 민수의 종합 점수

제일유통의 신입 사원 채용을 위한 종합 점수 평가 방식에 따르면 철수와 민수는 160점입니다. 영희는 이보다 높은 170점입니다. 그러니 최인사 부장은 영희를 채용합니다.

신입 사원 채용과 투자 자산 선정

신입 사원 채용을 위해 후보자를 비교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우위 관계의 파악입니다. 두 번째는 우위 관계가 불명확할 때, 종합적으로 비교하여 우위를 가릴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합니다.

투자할 자산의 선택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위 관계가 있는지를 먼저 파악하고, 우위 관계가 명확하지 않으면 우위를 가릴 수 있는 방법을 각자 자신의 투자 목적에 맞게 고안해서 적용해야 합니다. 신입 사원 채용과는 달리 투자는 반반씩도 가능합니다. 철수와 영희 모두 영업에 적절하고 우위를 가리기 어렵다면, 철수 50%, 영희 50%의 파트타임으로 채용할 수 있는 것이 투자입니다.

영희와 민수의 우위 관계는 일반적인 선형 종합 평가에서는 변하지 않습니다. 영어의 배점을 수학의 10배로 두거나, 반대로 수학의 배점을 영어의 5배로 두더라도, 영희는 항상 민수보다 우위에 있습니다.

철수와 영희의 관계는 다릅니다. 영어의 배점을 수학의 3배로 두면, 철수의 종합 점수는 70점 + 90점 × 3 = 70점 + 270점 = 340점, 영희의 종합 점수는 90점 + 80점 × 3 = 90점 + 240점 = 330점이 됩니다. 철수가 신입 사원으로 채용됩니다. 우위 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종합 점수 계산 방식에 따라 선택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투자 자산의 선택에서 우위 관계가 발견되면, 투자자는 만세를 부르고, 신을 믿고 있다면 감사의 기도를 드려야 합니다. 그만큼 발견하기 힘들고, 만일 발견되었다면 강력한 효과를 가지는 것이 우위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참고: 이어지는 글에서도 설명하겠지만, 우위 관계는 그 관계가 지속될 수 있는지도 따져 보아야 합니다.

정리하며

최인사 부장의 신입 사원 채용 문제를 살펴보았습니다. 평가 기준이 여럿 있을 때, 적어도 한 평가 기준으로 A가 B보다 낫고, 나머지 평가 기준은 낫거나 같다면, A는 B에 비해 우위에 있습니다. 최인사 부장은 이런 경우 A를 채용해야 합니다. 현실의 채용에서는 명확하게 우위가 드러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판단이 어려운 경우를 대비하여 종합 점수 계산 방식을 정의하여 순위를 가리게 됩니다.

투자할 자산의 선택도 동일한 형식을 띠고 있습니다. 두 자산 간에 우위 관계가 있고, 그 관계가 앞으로도 유지될 수 있다면, 열위에 있는 자산은 투자 고려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습니다.

참고: 투자는 하나의 자산을 선택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여러 자산에 분산 투자하면 평균보다 더 높은 성과(수익률만 의미하지 않습니다)를 얻을 수도 있기에, 열위의 자산이라고 무조건 제외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마치 최인사 부장이 10명의 신입 사원을 뽑는다면, 1, 2명 정도는 종합 점수가 충분히 높지 않지만, 특정 분야에 강점이 있는 사람을 포함하여 채용하는 것이 인적 다양성을 통한 효율 증대로 회사에 도움이 될 수도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어지는 글: 커버드콜 투자를 말리는 이유 2 (투자자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출간 안내: 이 글을 포함하여 커버드콜에 투자하면 안되는 이유를 조목조목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책 <커버드콜 투자를 말리는 이유 - 커버드콜에 대한 흔한 오해>를 출간하였습니다. 서평 이벤트도 함께 진행하고 있으니 참고하기 바랍니다.

참고 도서: 이 글의 설명에 대한 이론적 배경과 구체적인 분석 방법에 대해서는 아래 두 책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서평 이벤트: <당신이 커버드콜에 장기 투자하면 안되는 이유 - 매년 100만원씩 손해보지 않는 방법> PDF 전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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