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와 관련한 책이나 동영상 콘텐츠를 보면, 기초적인 내용임에도 잘못된 설명을 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독자나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춰 정보를 쉽고 간략하게 해설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납득할만한 왜곡이지만, 일부는 콘텐츠 작성자가 충분히 제대로 알지 못한 상황에서 설명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오류입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 주식 시장에서 주식을 매수하는 것은 해당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참고: 기업에 투자한다는 착각 (주식 투자금은 어디로 흘러갈까? 발행시장과 유통시장)
- 자사주를 소각하면 주가가 오른다. 참고: 자사주를 소각하면 주가가 오를까? (주주환원: 재투자, 배당, 자사주 매입, 자사주 소각)
- 대주주는 배당 소득세율이 높아서 배당을 하지 않는다. 참고: 대주주는 정말 배당소득세율이 높아서 배당을 싫어하는 것일까? (대주주와 배당 그리고 자사주 매입)
- 리밸런싱을 하면 포트폴리오 수익률이 높아진다.
대개 이런 오해는 깊은 탐구 없이 그럴듯해 보이는 설명으로 끼워 맞추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이해하기 쉽지 않은 현상을 명쾌하게 설명하거나, 어려운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명확한 기준을 만들어주는 듯 하니 수긍하는 것입니다. 하나씩 따져 생각해 보면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흔한 오해 중 하나가 ETF의 배당성장률입니다. 배당성장률이 높은 ETF에 투자하면 상대적으로 안전하면서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은퇴할 시점이 되면 늘어난 배당금만으로도 생활비를 상당 부분 충당할 수 있을 것처럼 설명합니다.
배당성장률은 종목을 선별할 때 고려할 수 있는 척도의 하나입니다.
여러분이 어떤 기업의 경영자라고 하겠습니다. 경영을 잘해서 기업의 이익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습니다. 어떤 행동을 취할까요?
- 재투자를 합니다. - 공장을 확장하고, 사원을 추가 모집하고, 연구개발비를 증액하고, 광고를 늘립니다.
- 배당을 합니다. -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현금으로 배당합니다.
앞으로 시장이 더 커져서 투자를 통해 이익을 증가시킬 수 있다면, 재투자 위주로 선택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배당 위주로 선택할 것입니다. 충분한 수준으로 재투자하고도 돈이 남을 것 같으면 배당을 병행하게 됩니다. 합리적인 경영자의 목표는 기업을 안정적으로 성장시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상황이 안 좋으면, 재투자와 배당 모두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배당을 한다는 것은 기업의 영업이익이 꽤 많이 발생해서 재투자비를 제하고도 돈이 남는다는 의미입니다. 앞으로도 기업의 전망이 좋아 영업이익이 꾸준히 증가할 거라 기대한다면, 경영자인 여러분은 배당을 조금씩 늘릴 것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어떻까요? 여러분이 경영하는 기업은 매년 배당을 조금씩 늘리고 있으니, 투자하기 괜찮은 기업으로 1차 선별될 수 있습니다. 주식을 매수했을 때 폭락하거나, 갑자기 망하지는 않을 거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기업이 어느 정도 여유가 있으니 꾸준히 배당을 늘리고 있는 것일 테니까요.
이처럼 배당성장률은 수많은 종목 중에서 투자 가치가 나쁘지 않은(투자 가치가 높다는 뜻이 아닙니다) 종목을 추리는 기준의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기업을 100개 정도 모아서 분산 투자하면 어떻게 될까요? 시장 평균보다 좋은 성과를 보일까요?
아닙니다.
역으로 생각해 보면 됩니다. 배당성장률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면 시장 평균보다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면, 기관 투자자들이 가만히 있을까요? 너도나도 배당성장률이 높은 종목에 투자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배당성장률이 높은 종목의 장기 수익률은 시장 평균과 별 차이가 없다는 뜻입니다. 오히려 조금 더 안정적이지만, 시장보다 수익률은 낮을 수 있습니다.
투자자가 배당성장률이 높은 기업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미래에 배당을 더 많이 받기 위해서일까요? 앞에 투자자의 논리를 설명했습니다. 위험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배당을 점점 더 많이 받기 위해 배당성장률을 보는 것이 아니라, 배당성장률이 높으면 장기 성장성이 나쁘지 않을 거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배당을 포함한 총수익률(Total Return)이 안정적이면서 시장에 비해 크게 뒤처지지 않을 것으로 기대되는 종목을 추리기 위해 배당성장률을 보는 것입니다. 투자 과정에서 늘어나는 배당은 투자의 기쁨을 맛보게 해 주고, 투자를 지속하는데 격려하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총수익률 관점에서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경제 자체가 장기적으로 우상향 한다고 보면, 시장 전체에 투자하는 ETF에 투자해도 배당은 꾸준히 늘어납니다. 배당성장주를 모은 ETF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만일 어떤 투자자가 높은 미래 배당을 기대하거나 장기 수익률이 높을 거라 생각해서 배당성장률을 보고 종목을 선택한다면, 주객이 전도된 결정일 수 있습니다. 투자 가치가 높은 종목의 상당수는 충분한 배당을 할 수 없습니다. 황금을 캘 수 있는 시장에 재투자해야 할 돈을 배당으로 돌릴 여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배당성장률이 높은 ETF에 투자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따지고 보면 별 의미가 없습니다. 시장보다 조금 더 높은 안정성에 시장과 비슷한 또는 조금 낮은 장기 수익률이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안정성도 시장과 큰 차이가 없을 수 있습니다. 분산 투자하는 과정에서 개별 종목의 위험이 서로 상쇄되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환율과 장기 투자로 변동성이 더욱 낮아지면, 배당성장률로 얻을 수 있는 안정성의 크기는 더 줄어들게 됩니다.
배당성장률은 소수의 개별 종목에 집중하여 투자하는 분들에게는 폭탄을 피할 수 있기에 의미를 가지는 지표지만, ETF로 장기 분산 투자하는 분에게는 큰 의미가 없는 지표입니다. ETF에 장기 투자하는 것 자체에 폭탄 제거 또는 약화 기능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배당성장률이 높은 ETF에 투자하면 시장 수준 또는 그 이상의 수익률과 시장 이상의 안정성을 모두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일 수 있습니다.
배당과 관련한 오해에 대해서는 아래 두 편의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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