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성과 분석 기초편에서 우위(dominance) 관계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철수, 영희, 민수가 수학과 영어 시험을 치고, 누구의 시험 점수가 높은지에 설명하는 이야기였습니다. 지난 글: [기초 8] 수익률과 위험을 함께 고려해 보자! 왜 어려울까?
평가 기준이 두 개인 경우 우위를 판별할 수 있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영희와 민수는 비교할 수 있습니다. 영희와 민수의 수학 점수는 동일하지만, 영희의 영어 점수가 민수보다 높기 때문입니다. 아래와 같이 쓸 수 있습니다.
영희 > 민수
철수와 영희는 우위 관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수학 점수는 영희가 높지만, 영어 점수는 철수가 높기 때문입니다.
평균-분산 그래프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합니다. 우위를 판별할 수 있는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아래는 예금을 포함한 4가지 자산을 평균-분산 그래프에 나타낸 그림입니다.
왼쪽 아래 자산 A(예금)을 기준으로 시계 방향으로 자산 B, C, D입니다. 자산 간의 우위는 어떻게 판별할 수 있을까요?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 또는 특정 전략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수치는 과거에 그랬다는 기록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분석 대상, 기간,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 가공, 해석 단계에서 의도하지 않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부 설명은 편의상 현재형으로 기술하지만, 데이터 분석에 대한 설명은 모두 과거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평균-분산 그래프에서 자산 간의 우위
평균-분산 그래프는 두 가치 척도(metric)를 사용합니다. x축은 표준 편차이고, y축은 평균 수익률입니다. 평균 수익률은 높을수록 좋고, 표준 편차는 낮을수록 좋습니다. 좌표상의 한 점에서 왼쪽으로 갈수록 그리고 위로 갈수록 더 좋은 투자 자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참고: 철수네 반 시험 성적의 경우 오른쪽으로 갈수록 그리고 위로 갈수록 더 좋은 성적입니다.
확실한 우위 관계가 성립하는 경우는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자산 B(저변동 고수익)와 자산 D(고변동 저수익)입니다. 자산 B가 자산 D의 왼쪽 위에 있기 때문입니다. 자산 B는 자산 D보다 낮은 변동성으로 더 높은 수익률이 기대할 수 있는 자산입니다. 아래와 같이 쓸 수 있습니다.
B > D
다른 경우는 어떻까요? 얼핏 봐서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프에서 자산 A는 변동성이 없는 은행 예금입니다. 따라서 자산 B, C, D에 자산 A를 혼합하면 현금(예금) 혼합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습니다. 참고: 예금 혼합 포트폴리오라고 해야 보다 정확하지만, 편의상 현금 혼합 포트폴리오라고 칭합니다.
자산 D에 현금을 혼합하여 만들 수 있는 모든 포트폴리오는 빨간색 선 AD 위에 있습니다. 빨간색 선 AD 상의 모든 포트폴리오는 왼쪽으로 수평 이동하면 초록색 선 AC와 만납니다.
그래프에서 x축에 평행인 수평선 위의 모든 지점은 동일한 기대 수익률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동일한 수익률을 더 낮은 변동성으로 달성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가 초록색 선 위의 항상 존재합니다. 초록색 선 AC은 빨간색 선 AD 보다 우위에 있습니다.
초록색 선 AC > 빨간색 선 AD
이 수식은 자산 C와 자산 D에 자산 A를 혼합할 경우, 자산 C가 자산 D의 우위에 있다는 조건부 우위입니다.
빨간색 선 AD와 오렌지색 선 AB는 어떻까요? 빨간색 선 AD 상의 모든 포트폴리오는 왼쪽으로 가면 오렌지색 선을 만납니다. 빨간색 선 상의 어떤 포트폴리오라도 더 낮은 변동성으로 동일한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가 오렌지색 선 상에 있습니다. 따라서 아래와 같이 쓸 수 있습니다.
오렌지색 선 AB > 빨간색 선 AD
오렌지색 선 AB와 초록색 선 AC는 어떻까요? 초록색 선 AC 상의 포트폴리오 일부는 왼쪽으로 이동하면 오렌지색 선 AB와 만나지만, 일부는 그렇지 않습니다. 우위를 판별할 수 없습니다. 부분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렌지색 선 AB > 초록색 선 AC (기대 수익률이 20% 이하인 경우)
우위에 있다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우위에 있는 자산은 항상 열위에 있는 자산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얻는다는 뜻일까요?
평균-분산 그래프에서 우위의 의미
평균-분산 그래프에서 자산 B는 자산 D에 우위에 있습니다. 자산의 y축 위치는 평균 또는 기대 수익률입니다. 자산 B의 수익률이 항상 20%가 아니듯, 자산 D의 수익률도 항상 10%가 아닙니다. 평균 수익률이 20%와 10%입니다. 수익률의 불확실성 정도는 x축의 표준 편차로 표현됩니다.
자산 B와 자산 D의 수익률은 정규 분포를 따르므로 아래와 같이 표현할 수 있습니다.
자산 D가 자산 B보다 높은 수익률을 얻는 구간은 대략 [40%, 60%]입니다. 그 차이는 빨간색 영역인데 넓어 보이지 않습니다. 반대로 20% 수익률 근처에서 자산 B가 자산 D보다 높은 수익률을 얻는 오렌지색 영역은 커 보입니다.
얼핏 보기에 자산 B가 항상 자산 D보다 높은 수익률을 거두는 것은 아니지만, 꽤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자산 B와 D의 상관성에 따라 달라집니다. 두 자산의 수익률이 독립이라 가정해 보겠습니다. 독립인 두 정규 분포를 더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독립인 두 정규 분포를 빼도 정규 분포가 됩니다. 수학은 아름답습니다.
N(20%, 10%²) - N(10%, 20%²) = N(20%, 10%²) + N(-10%, 20%²) = N(20% - 10%, 20%² + 10%²) = N(10%, 4% + 1%) = N(10%, 5%) ≒ N(10%, 22.4%²)
평균이 10%이고 분산이 5%인, 즉 표준 편차가 22.4%인 정규 분포가 됩니다. 아래의 초록색 선과 같은 형태가 됩니다.
그래프에서 초록색으로 칠해진 영역이 자산 B가 자산 D보다 낮은 수익률을 거두는 구간입니다. 자산 B가 자산 D에 비해 평균 수익률은 2배이고, 변동성은 절반이지만, 자산 B가 더 낮은 수익률을 보일 확률은 상당히 높습니다.
평균-분산 그래프에서 우위는 절대적 우위가 아닙니다. 확률적 우위입니다. 확률적 우위 정도는 두 자산 간의 상관성에 따라 달라집니다. 두 자산의 수익률을 독립으로 가정하고 코파일럿에게 물어보면, 자산 B의 수익률이 자산 D보다 낮을 확률은 32.7%입니다. 약 1 / 3입니다.
서로 독립인 경우처럼, 완전히 같은 방향 또는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우도 수익률의 차이는 정규 분포를 따릅니다. 아래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두 경우를 추가하여 그린 그래프입니다.
초록색 선으로 표시된 독립인 경우에 비해 파란색 선으로 표시된 +1의 상관성이 있는 경우는 자산 B의 수익률이 더 높을 확률이 커졌습니다. 반대로 상관성이 -1인 보라색 분포의 경우 자산 B가 더 높은 수익률을 거둘 확률이 낮아졌습니다. 참고: 세 분포 모두 정규 분포이고 평균은 양수인 10%로 동일하므로, 평균의 높이가 낮아질수록 자산 B가 더 낮은 수익률을 거둘 확률이 높아집니다.
정리하며
평균-분산 그래프에서 우위는 상대적인 위치로 판별합니다. 그래프에서 위로 갈수록 평균 수익률은 높아지고, 왼쪽으로 갈수록 표준 편차는 줄어듭니다. 그러한 위치에 있는 자산을 투자에 더 유리한 우위에 있다고 말합니다.
평균-분산 그래프에서 우위는 확률적 우위입니다. 우위에 있는 자산이 항상 열위에 있는 자산에 비해 더 높은 수익률을 거둔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다만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평균 수익률 대비 표준 편차가 감소하는 큰 수의 법칙 효과가 발생하기에, 우위에 있는 자산이 더 높은 수익률을 얻을 가능성이 점차 높아집니다.
평균-분산 그래프는 1회 투자에 대한 자산의 기대 수익률과 불확실성을 표현하는 동시에, 충분히 오랜 기간 투자했을 때 어떤 자산이 명확하게 더 유리한지 손쉽게 비교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그런데 궁금합니다. 자산 B에 비해 열위에 있는 자산 D는 투자에 고려할 필요가 없는 자산일까요?
이어지는 글: [초급 18] 꼴찌 자산의 반란 (나도 쓸모가 있을 수 있다고! 개똥도 약이 될 수 있다!)
목차: [연재글 목차] 투자 성과 분석 (기초편, 초급편): 순서대로 차근차근 읽으면 좀 더 이해가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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