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의 장기 투자에 대한 분석은 거치식을 기준으로 하였습니다. 현실적으로 개인 투자자 대부분은 주기적인 근로 또는 사업 소득을 이용하여 적립식 투자를 합니다. 거치식과 적립식은 은행 상품으로 따지면, 예금과 적금에 해당됩니다. 적금의 실수익률이 예금의 절반 정도이듯, 적립식의 기대 수익률도 거치식의 절반으로 낮아집니다. 변동성은 어떻까요? 장기에 걸쳐 나누어서 투자하니 변동성이 줄어들까요?
적립식이 장기 수익률과 변동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봅니다.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 또는 특정 전략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수치는 과거에 그랬다는 기록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분석 대상, 기간,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 가공, 해석 단계에서 의도하지 않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부 설명은 편의상 현재형으로 기술하지만, 데이터 분석에 대한 설명은 모두 과거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적립식에 대한 모델링
매년 동일한 금액을 적립식으로 투자한다고 하겠습니다. k년까지 투자한다면, 총 k회 거치식 투자를 한 것과 동일합니다. 자산의 1년 수익률이 평균 m, 표준 편차 s인 정규 분포를 따른다면, 마지막 투자를 기준으로 거슬러가면서 매회 투자를 아래와 같이 모델링할 수 있습니다.
- k번째 해 투자 수익률: Nₖ(m, s²)
- k - 1번째 해 투자 수익률: Nₖ₋₁(m, s²) + Nₖ(m, s²)
- k - 2번째 해 투자 수익률: Nₖ₋₂(m, s²) + Nₖ₋₁(m, s²) + Nₖ(m, s²)
- ...
- 2번째 해 투자 수익률: N₂(m, s²) + ... + Nₖ₋₂(m, s²) + Nₖ₋₁(m, s²) + Nₖ(m, s²)
- 1번째 해 투자 수익률: N₁(m, s²) + N₂(m, s²) + ... + Nₖ₋₂(m, s²) + Nₖ₋₁(m, s²) + Nₖ(m, s²)
마지막 해(k번째) 투자는 한 번 수익률 변동이 발생하고, 그 직전 해(k - 1번째) 투자는 두 번 수익률 변동이 발생합니다. 첫 해 투자는 k번 수익률 변동이 발생합니다. 같은 해의 수익률 변동은 동일하기에 구분을 위해 Nᵢ로 표시했습니다.
모두 합하면 아래와 같이 됩니다.
N₁(m, s²) + 2N₂(m, s²) + ... + (k - 1)Nₖ₋₁(m, s²) + kNₖ(m, s²) = ∑iNᵢ(m, s²)
매년 수익률이 독립이라면, 최종 투자 수익률의 평균과 분산은 다음과 같이 계산할 수 있습니다.
- 평균: m × k(k + 1) / 2
- 분산: s² × k(k + 1)(2k + 1) / 6
복잡한 계산은 아닙니다. 1 + 2 + ... + k = k(k + 1) / 2이고, 1² + 2² + ... + k² = k(k + 1)(2k + 1) / 6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친구 코파일럿이 계산해 주었습니다.
k회 동일 금액으로 투자하였으니, 전체 투자금을 1로 환산하려면 k로 나누면 됩니다.
- 평균: m × k(k + 1) / 2k = m × (k + 1) / 2
- 분산: s² × k(k + 1)(2k + 1) / 6k² = s² × (k + 1)(2k + 1) / 6k
k가 충분히 크면 k + 1 ≒ k이고, 2k + 1 ≒ 2k입니다. 그러니 적립식의 평균과 표준 편차는 아래 값을 향하여 수렴합니다.
- 평균: m × k / 2
- 분산: s² × k / 3
- 표준 편차: s × √k / √3
거치식과 적립식의 수익률과 변동성
k년 거치식 투자의 평균과 표준 편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평균과 분산은 k배, 표준 편차는 √k배 증가합니다.
- 평균: m × k
- 분산: s² × k
- 표준 편차: s × √k
거치식과 적립식을 비교하면, 장기적으로 적립식의 평균 수익률은 거치식의 절반이 되고, 표준 편차는 √3 ≒ 1.73배 작아지게 됩니다.
그래프로 그리면 아래와 같이 됩니다. 1년 평균 수익률은 10%, 표준 편차는 20%로 가정하였습니다.
뭐가 더 나은지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사실 거치식(Lump Sum)과 적립식(DCA)은 직접 비교할 수 없습니다. 장기 투자에서는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투자 전략이라기보다, 투자금 확보 방식에 따라 강제되기 면이 크기 때문입니다.
조금 억지스럽긴 하지만 평균 투자금이 동일하다고 가정하고 비교해 보겠습니다. 거치식으로 1,000만원을 투자했다면, 적립식으로는 대략 2,000만원을 투자하는 것입니다. 적립식으로 더 많은 금액을 투자해야 기간 대비 평균 투자금이 비슷해집니다.
5년 동안 적립식으로 매년 100만원을 투자하면 총투자금은 500만원입니다. 하지만 각 100만원의 거치 기간이 다릅니다. 첫 번째 적립은 5년, 두 번째 적립은 4년, 이렇게 최근일수록 거치 기간이 줄어듭니다. 500만원을 투자했지만, 100만원당 평균 거치 기간은 (5 + 4 + ... + 1) / 5 = 15 / 5 = 3년입니다.
5년간 적립식 총 500만원의 평균 거치 금액은 300만원이니, 거치식 300만원과 비교해야 합니다. 수식으로는 적립식 k년 평균 거치 기간은 k (k + 1) / 2k = (k + 1) / 2입니다. 거치식 거치 기간은 k년이니, 거치식과 적립식의 평균 거치 금액을 동일하게 맞춰주기 위해 거치식 금액을 (k + 1) / 2k배로 조정해야 합니다.
5년 거치식인 경우라면, 100만원 × 5년 × 6 / 10 = 300만원이 적립식 매년 100만원과 평균 거치 금액이 동일해집니다.
아래는 이렇게 거치식을 적립식과 동일한 평균 투자금이 되도록 조정한 후의 평균 수익률과 표준 편차입니다.
평균 거치 금액이 동일해지면 왼쪽 그래프와 같이 평균 수익률도 동일해집니다. 평균 거치 금액이 동일하고, 매년 수익률도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오른쪽 그래프는 표준 편차입니다. 고개를 갸웃거릴 수 있습니다. 거치식에 비해 적립식의 표준 편차가 더 높습니다. 적립식은 투자 기간을 분산하기에 거치식으로 변동성이 낮을 거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 반대의 결과가 나옵니다.
동일한 기간에 대해 거치식과 적립식의 평균 수익률이 동일하고, 표준 편차는 거치식이 더 작기에, 거치식이 우위에 있는 투자 전략이 됩니다. 참고: 확률적 우위입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다른 각도로 보면 자연스러울 수 있습니다. 5년간 투자한다고 하겠습니다. 매년 적립식 100만원 총 500만원은 거치식 300만원에 해당됩니다.
거치식 300만원의 첫 해 투자 수익률은 이후 4년에 걸쳐 변동성이 일부 상쇄됩니다. 100만원을 기준으로 보면, 3 × 4 = 12회의 변동성 상쇄 기회가 있는 셈입니다.
적립식의 경우 첫 100만원은 4회, 두 번째 100만원은 3회의 변동성 상쇄 기회가 있습니다. 총 4 + 3 + 2 + 1 = 10회가 됩니다. 거치식의 12회보다 적립식은 10회로 더 작습니다. 이 때문에 적립식은 거치식보다 좀 더 높은 변동성을 가지게 됩니다.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변동성의 차이가 커지는 것은 투자 기간에 정비례해서 변동성이 증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규 분포에서 표준 편차는 투자 기간 k에 대해 √k배로 늘어납니다.
거치식은 모든 투자금이 가장 긴 기간인 √k배로 변동성이 늘어나지만, 적립식은 일부는 긴 기간에, 일부는 짧은 기간에 걸쳐 있습니다. 투자 기간이 짧은 적립금은 투자 기간 대비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늘어납니다.
정리하며
거치식과 적립식 투자의 평균 수익률과 변동성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장기 투자에서 거치식과 적립식은 대개 선택할 수 있는 투자 전략은 아닙니다. 개인 투자자는 꾸준히 발생하는 근로 또는 사업 소득을 이용하여 적립식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거치식과 적립식의 수익률을 비교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습니다. 다른 자산에 투자했던 자금이나 모아둔 목돈으로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 적립식으로 신규 자산을 매수할 수는 있지만, 그 자금을 10년 또는 20년에 걸쳐 분할 매수한다는 것은 현실적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거치식과 적립식을 굳이 비교하겠다면, 전체 기간 대비 평균 투자금을 동일하게 맞추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마저도 인플레이션이나 소득 상승을 고려하지 않으면 유의미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참고: 이 글에서도 인플레이션과 소득 상승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평균 투자금을 동일하게 맞추어서 거치식과 적립식을 비교해 보면, 투자자의 기대와는 다르게 적립식의 변동성이 더 높게 나타납니다.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자산의 변동성이 시간상으로 상쇄되는 효과가 적립식에서 낮게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개인 투자자는 적립식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지만, 가능한 일찍 그리고 많은 금액을 투자하는 것이 장기 투자에 유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참고: 시황을 고려하지 않고 한꺼번에 모든 자금을 투자하는 게 옳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어지는 글: [초급 부록 B3] 환율의 변동성 상쇄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미국 장기 채권 ETF나 금보다 높을까? 한국인에게 적절한 포트폴리오는 무엇일까?)
목차: [연재글 목차] 투자 성과 분석 (기초편, 초급편): 순서대로 차근차근 읽으면 좀 더 이해가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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