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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적 시장에서 초과 수익은 불가능한 것일까? - 예측이란 무엇일까? 독점적 정보와 초과 수익

오렌지사과키위 2024. 9. 30. 15:33

유진 파마효율적 시장 가설은 정보가 충분히 노출되면, 해당 정보를 이용하여 시장 대비 초과 수익을 얻을 수 없다고 설명합니다. 삼삼전자가 수익 개선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신규 대형 수주 계약을 했습니다. 이 정보를 알고 있거나 어떤 경로로든 유추한 투자자는 초과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계약이 공시되면 해당 공시를 먼저 입수한 발 빠른 투자자도 초과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충분히 많은 투자자에게 공시 내용이 알려지면 초과 수익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습니다. 주가 변동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이 될 수 있습니다.

효율적 시장 가설은 강도에 따라 세 단계로 나뉩니다. 그중에서 약형(weak form) 효율적 시장은 과거 주식 거래 가격과 같이 모두에게 즉시 공개되는 정보로는 초과 수익을 얻을 수 없는 시장입니다.

이 시장에서는 장시작전에 어제까지의 주가 정보만 살펴보고, 당일 매수 또는 매도 포지션을 결정하는 투자자는 초과 수익을 얻을 수 없습니다. 시장은 이미 알려진 정보를 반영하여 적절한 가격으로 주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나단타씨는 이동평균선RSI(Relative strength index; 상대강도지수)를 이용하여 매매합니다. 두 신호는 과거 주가 정보를 가공하여 생성합니다. 효율적 시장에서 나단타씨는 초과 수익을 얻을 수 없습니다. 누구에게나 알려진 정보로 매매하기 때문입니다. 참고: 이러한 기술적 지표가 효용이 실제 있거나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효율적 시장이라고 해서 주가가 안정적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새로운 정보가 투입되면 이를 반영하여 주가가 움직입니다. 정보의 중요도에 따라 움직이는 정도가 다를 수 있으며, 확산 정도에 따라 서서히 또는 급격히 움직일 수 있습니다. 이를 미리 알 수 없을 뿐입니다.

나단타씨는 오늘의 종가 또는 종가로 도출(derive)되는 수익률을 예측할 수 없습니다. 본인이 알고 있는 정보는 다른 투자자도 알고 있으며, 본인이 모르는 정보까지 주가에 반영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나단타씨의 눈으로 본 주가 흐름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혼돈의 극치입니다.

전기본씨는 매분기 모든 기업의 보고서가 공개되면 저 PBR + 고배당률에 해당되는 50 종목을 기계적으로 골라 동일가중으로 리밸런싱 합니다. 기업의 보고서 공시 마감 시한을 넉넉하게 잡아 누구나 알 수 있는 4월말(12월 결산 기업의 사업보고서), 5월말, 8월말, 11월말에 리밸런싱을 합니다.

전기본씨도 투자자에게 정보가 공개된 지 한참 뒤에 매매합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정보라고 봐도 큰 무리는 없습니다. 시장이 효율적이라면 전기본씨 역시 나단타씨처럼 초과 수익을 거둘 수 없습니다.

효율적 시장에서 나단타씨와 전기본씨가 초과 수익을 얻을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널리 알려진 정보로는 지금과 다른 주가 예측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투자는 미래를 보는 행위입니다. 미래를 보기 위해서는 예측이 필요합니다. 예측은 정보에 기반합니다. 충분히 알려진 정보는 예측에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이미 주가에 반영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특정 종목을 매수하는 것은 해당 종목이 미래에 시장 대비 초과 수익을 거둘 거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효율적인 시장에서는 남들이 아직은 알지 못하는 정보를 알고 있어야 초과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투자에서 예측이란 무엇일까요? 남들도 알고 나도 알고 있는 정보로는 예측에 변화를 줄 수 없다면, 초과 수익은 발생하지 않는 것일까요?

주의: 이 글은 학술적으로 엄밀한 설명이나 논리 전개가 아닙니다. 학계에서 이 주제와 관련한 진지한 논의가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한 글이니 참고만 하기 바랍니다.

일기예보와 예측

휴대폰의 일기 예보 앱을 실행해 봅니다. 나단타씨가 살고 있는 지역의 내일 날씨 예보를 보니 최고 기온이 28도, 비가 올 확률은 50%라고 합니다. 28도와 50%는 내일 날씨에 대한 예측입니다.

내일 최고 기온이 28도라는 예측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내일 최고 기온은 절대 28도를 넘길 수 없다는 뜻일까요? 그렇다면 내일 최고 기온이 26도가 될 수 없는 것일까요?

이 세상의 모든 데이터는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진실이라고 믿는 과거 데이터도 불확실성을 떨쳐버리지 못합니다. 참고: 퀀트 투자 용어 (데이터와 불확실성) - 나의 진짜 몸무게는 얼마일까? 내일 아침의 몸무게는 어떻게 변할까?

사업보고서에 부채가 100억원이라고 공시한 기업이 있습니다. 이듬해에 분식회계가 발견되었습니다. 실부채는 300억원이었습니다. 100억원으로 알고 있던 재무제표의 수치는 사실일까요?

미래에 대한 예측 데이터는 과거 데이터에 비해 불확실성이 더 높은 경향이 있습니다. 28도는 예측한 여러 최고 기온 중에서 대표로 선정된 수치입니다. 가장 가능성이 높거나 오차가 가장 낮을 것으로 기대되는 수치입니다.

비가 올 확률을 살펴보면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기상청은 0.1mm 이상의 강수량을 비라고 정의합니다. 비가 올 확률 50%라는 의미는 0.1mm 이상 강수량이 발생할 가능성이 50%라는 뜻입니다.

비가 올 확률 50%는 비가 올 수도 있고, 오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 가능성은 반반이라는 뜻입니다. 비가 올지 않을지 알 수 없다는 이야기로 이해되기도 합니다.

기상청이 비가 올 확률이 50%라고 말하면, 비를 예측할 수 없다는 의미일까요? 아니면 비가 올 가능성이 절반이라고 예측한 것일까요?

예측 불가능한 효율적 시장에서의 초과 수익

예측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효율적 시장에서 초과 수익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예측은 중의적인 단어입니다. 글자 그대로 미래에 대한 예측도 있고, 시장 초과 수익을 가능하게 하는 유용한 예측을 말하기도 합니다. 참고: 학술적으로는 어떻게 정의되는지는 모릅니다.

나단타씨가 참여하는 시장에는 무수히 많은 투자자가 있습니다. 나단타씨의 거래 규모는 시장 전체 거래 규모에 비해 미미합니다. 나단타씨의 거래는 시장에 영향을 주는 참여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참고: 현실에서의 주식 시장은 복잡계이기에 나단타씨의 거래는 어떠한 강도로든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나단타씨는 친구 전기본씨의 조언을 수용해서 장기 투자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제 1년에 한 번씩만 거래합니다. 주식 시장에 상장된 모든 종목을 시총 가중으로 투자하는 DAITSO라는 ETF가 있습니다. DAISO가 아닙니다. DAITSO는 년단위로 25% 상승하거나 -20% 하락합니다.

DAITSO의 다음 해 주가는 알 수 없습니다. 말하자면, 주식의 신이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상승하고, 뒷면이 나오면 하락합니다. 25% 상승과 -20% 하락은 복리 수익률로 상쇄되어 장기 수익률은 0%입니다. (1 + 25%) × (1 - 20%) = 1.

DAITSO에 대해 나단타씨가 알고 있는 정보는 25% 또는 -20% 수익률이 반반의 확률로 무작위로 나타난다는 것뿐입니다. 마치 기상청이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다음날 비가 올 확률이 50%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DAITSO의 다음 해 수익률이 무엇인지 예측할 수 없으니 효율적 시장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단타씨는 초과 수익을 거둘 수 없는 것일까요? 참고: 구체적인 수치가 아닌 수익률 분포만 알고 있어도 효율적 시장이 아닐 수 있습니다. 정보와 정의에 따라 달라집니다. 

나단타씨가 매년 100만원씩 투자하면 어떻게 될까요? 25만원 수익을 거두거나 -20만원 손실을 보게 됩니다. 기대 수익은 (25만원 - 20만원) / 2 = 2.5만원입니다. 장기적으로 나단타씨는 매년 평균 2.5만원의 수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다음 해 수익률을 예측할 수 없지만, 나단타씨는 시장 대비 초과 수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나단타씨는 DAITSO의 다음 해 주가는 분명히 모릅니다. 다만 수익률의 분포는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예측의 정의가 잘못된 것일까요? 기상청이 비가 올 확률이 50%라고 예보하는 것은 모른다는 의미일까요?

정보와 예측이란 무엇일까?

수익률 분포를 아는 것도 예측이라고 하겠습니다. 이제 나단타씨는 미래에 대해 완전히 깜깜한 상황입니다. 나단타씨는 앞의 방법으로는 더 이상 시장 대비 초과 수익을 거둘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미래가 깜깜한데 투자자는 왜 투자를 하는 것일까요? 삼삼전자의 계약 공시는 왜 주가를 움직이는 것일까요? 계약 공시라는 신규 정보가 주가가 움직였다면, 예측에 영향을 주었다는 뜻입니다.

투자자는 끊임없이 예측을 하면서 투자합니다. 그 예측은 무작위일까요? 그렇다면 예측의 균형점이라 할 수 있는 주가는 결정될 수 없습니다. 매수하고 즉시 아무런 이유 없이 마음이 바뀌어서 바로 팔지도 모릅니다.

추가된 정보도 아무런 의미를 가질 수 없습니다. 삼삼전자의 신규 계약 공시는 다시 철회될지 모릅니다. 마치 숫자 0에 다른 숫자를 곱하는 것과 행위입니다. 현실에서는 투자자가 합리적으로 기대하는 사건의 발생 확률이 있습니다. 삼삼전자의 신규 계약 공시가 철회될 수 있지만, 그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주가가 오르게 됩니다. 

투자자들은 각자 합리적인 추론을 통해 예측을 하고, 그 예측들이 모여 불안정하면서도 안정적인 주가가 결정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투자자들의 주가 예측은 어떤 분포를 형성하게 됩니다. 미래의 주가도 이와 상관성이 있는 분포를 만들 것입니다.

나단타씨처럼 모두에게 알려진 주가 데이터를 가공하면 미래 수익률의 분포와 같이 유용하든 유용하지 않던 어떤 정보를 생성할 수 있습니다. 다른 투자자는 아직 이를 모른다면 초과 수익을 거두는 것은 과연 불가능한 일일까요? 참고: 수익률 분포가 도출하기 어려운 정보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남들은 아직 알지 못하는 어떤 정보를 생성한 간단한 사례입니다.

정리하며

효율적 시장에서 예측이라는 용어는 조금 모호한 단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투자는 예측을 기반으로 하기에, 투자자는 모두 저 나름대로의 예측을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시장 대비 초과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예측을 지칭하기도 합니다.

모두에게 알려진 정보로는 초과 수익을 얻을 수 없다면, 나단타씨는 투자자의 예측이 종합된 주가의 흐름과 그 결과인 과거 수익률 분포를 이용해서 초과 수익을 거둘 수 없습니다. 나단타씨는 이 불가능한 일을 해내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한 편으로는 DAITSO의 수익률 분포를 다른 투자자는 아직 모르고 있기에, 나단타씨가 독점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관점에서 나단타씨는 남들이 모르는 정보를 알고 있기에 초과 수익을 얻은 것입니다. 기초 데이터는 공개되어 있지만, 이를 가공한 수익률 분포 데이터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상황인 셈입니다.

공개된 데이터를 가공하여 생성할 수 있는 2차 데이터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그중에서 일부는 나단타씨의 경우처럼 널리 알려져 있지 않기에 초과 수익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충분한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모두가 알게 될 것입니다. 효율적 시장에서 말하듯 장기적으로는 초과 수익을 거둘 수 없게 될 수 있습니다.

수십년 후, 운이 좋게도 나단타씨의 투자 비밀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나단타씨가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본인의 무용담을 밝히면 되면 어떻게 될까요? 다른 투자자도 나난타씨의 전략을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나단타씨의 전략이 공개되면, 알파(초과 수익)는 어떻게 될까요? 줄어들까요? 아니면 소멸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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