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서 자산의 수익률 분포는 정규 분포와 비슷해 보임을 확인했습니다. 피타고라스 학파의 일원이라면 지금 고개를 끄덕거릴 것입니다. 정규 분포를 가정하고 자산의 장기 수익률을 추정하면 현실을 일부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과거 데이터를 적절히 모델링한 분포로 변환하고 합리적으로 추론한다면, 그 결과는 현실과 어느 정도 유사한 면이 있을 거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전 글: 투자 성과 분석의 초급 - 6. 정규 분포로 보는 큰 수의 법칙 (S&P 500 지수의 수익률 분포는 정규 분포와 유사할까?)
정규 분포를 정의하는 수치는 단 두 가지입니다. 평균과 표준 편차(또는 분산)입니다. 자산의 평균 수익률과 수익률의 표준 편차는 각각 정규 분포의 평균과 표준 편차가 됩니다.
금융 자산을 운용하는 특정한 방식을 포트폴리오라고 정의하겠습니다.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SPY에 100% 비중으로 투자하는 것은 하나의 포트폴리오입니다. SPY에 50%, 미국 장기 국채 ETF인 TLT에 50% 투자하고, 매년 고정 비율로 리밸런싱 하면서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것은 또 다른 포트폴리오입니다. 참고: 투자 전략이 배재된 자산의 비중 현황만을 포트폴리오라고 부를 수도 있습니다.
정규 분포로 모델링 된 포트폴리오에 어떤 변형을 가하면 평균과 표준 편차 모두 변하게 됩니다. 두 가지 변화를 모두 추적하기 어려우니 표준 편차의 변화 한 가지만 생각해 보겠습니다.
어떤 포트폴리오의 평균 수익률을 상수(constant)로 보고, 표준 편차에만 영향을 주는 변형을 가한다면, 큰 수의 법칙 효과에는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주의: 노파심에 주의 사항 몇 가지를 정리합니다.
- 개별 종목의 수익률 분포는 정규 분포와 크게 다를 수 있습니다. 시장 전체 지수는 상대적으로 조금 더 정규 분포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 평균 수익률, MDD, 모델링한 정규 분포와 같은 모든 통계량은 과거 데이터에 대한 요약입니다. 미래에 대한 예측이 아닙니다. 다만 과거와 미래는 연속되기에, 일부 통계량의 특성이 미래에도 어느 정도 나타날 거라 기대하는 것입니다. 투자자가 투자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어떠어떠한 특성이 미래에도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지 판단해야 합니다. 예: 최근 3년 순이익 성장률과 주가와의 관계
- 자산의 수익률은 로그 정규 분포로 모델링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이 연재에서는 이해의 편의를 위해 정규 분포를 사용합니다.
- 이 연재는 투자 수익률을 높이는 방법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며, 소개할 수도 없습니다. 알 수 없지만 이미 고정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 장기 평균 수익률에 대한 특성을 살펴봄으로써, 투자자 각각의 투자 목표에 조금 더 적절한 투자 결정을 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 이 연재의 목적입니다.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 또는 특정 전략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수치는 과거에 그랬다는 기록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분석 대상, 기간,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 가공, 해석 단계에서 의도하지 않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부 설명은 편의상 현재형으로 기술하지만, 데이터 분석에 대한 설명은 모두 과거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표준 편차가 줄어들면?
아래는 1년 수익률을 N(10%, 20%²)으로 모델링한 어떤 포트폴리오의 최대 20년간 투자 수익률의 분포입니다. 수익률 분포는 간결하게 10%, 50%(중앙값), 90% 분위수로 표시했습니다. 1년 평균 수익률은 10%이며, 1년 수익률의 표준 편차는 20%입니다.
왼쪽 그래프는 누적 수익률을, 오른쪽 그래프는 평균 수익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계속 설명해 온 큰 수의 법칙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지의 그리고 신비한 방법으로 표준 편차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N(10%, 10%²)이 됩니다. 이 둘을 함께 그려 비교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각각 N20, N10으로 표시합니다.
N10의 수익률 분포는 N20의 절반으로 좁아졌습니다. N10은 N20보다 기대 수익률로 수렴하는 속도가 빠르다는 의미입니다. 얼마나 빨라진 것일까요?
오른쪽 그래프를 보면 대략 짐작할 수 있습니다. N20는 8년이 지나면 초록색 실선으로 표시된 상위 90%(하위 10%) 순위의 수익률이 0%를 넘어갑니다. N20에 8년간 투자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확률이 10% 이하가 됩니다.
동일한 현상이 N10에서는 2년째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표준 편차가 1 / 2로 줄면, 기간은 1 / 4로 줄어들거라 추정할 수 있습니다. 수식으로 살펴보면 명확합니다.
N20을 k번 더하면 아래와 같은 수식으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평균과 분산 모두 k배가 됩니다. 표준 편차는 √k배가 됩니다. 이를 이용하면 왼쪽 그래프를 그릴 수 있습니다. 참고: 투자 성과 분석의 초급 - 6. 정규 분포로 보는 큰 수의 법칙 (S&P 500 지수의 수익률 분포는 정규 분포와 유사할까?)
ΣₖN(10%, 20%²) = N(k × 10%, k × 20%²)
오른쪽 그래프는 위의 정규 분포를 k로 나누어주면 됩니다. 평균은 다시 10%가 되고, 표준 편차는 1 / √k배가 됩니다.
N(k × 10%, k × 20%²) / k = N(10%, 1 / √k × 20%²)
투자 기간과 관계없이 평균은 그대로지만, 표준 편차는 점차 줄어듭니다. 1년 투자 시 표준 편차는 20%입니다. 4년 투자 시 표준 편차는 1 / √4 = 1 / 2로 절반이 됩니다. 16년 투자 시 표준 편차는 1 / √16 = 1 / 4로 다시 절반이 됩니다.
N10의 표준 편차는 10%로 N20의 절반입니다. 따라서 N20은 4년째가 되어야 N10의 1년째 표준 편차가 됩니다. N10의 2년째 표준 편차는 1 / √2 × 10%입니다. N20는 8년째가 되면 1 / √8 × 20% = 1 / 2√2 × 20% = 1 / √2 × 10%가 되어 N10의 2년째 표준 편차와 동일해집니다.
N10의 4년째 표준 편차를 N20는 16년이 되어야 달성할 수 있습니다. N10은 1 / √4 × 10% = 1 / 2 × 10% = 5%의 표준 편차를 가지게 되고, N20도 1 / √16 × 20% = 1 / 4 × 20% = 5%의 표준 편차가 되기 때문입니다.
동일한 수준의 표준 편차에 도달하는데 N20는 N10의 4배의 시간이 걸립니다. 표준 편차를 절반으로 줄이면, 위험의 정의에 따라서는 동일한 위험을 벗어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1 / 4로 단축됩니다.
참고: 위험의 정의에 따라 단축 기간은 달라집니다. 왼쪽 그래프에서 50% 이상의 누적 수익률을 얻을 확률이 90% 이상이 되는 기간을 보면, N20는 대략 15년, N10은 대략 9년이 소요됩니다. 10년 정도의 기간으로 자산을 안정적으로 1.5배로 불리려고 하는 투자자라면 N10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참고: 높은 수익률을 얻지 못하는 것을 위험이라 하면, 반대로 표준 편차가 큰 N20이 유리합니다. 대개의 투자자는 낮은 확률로 높은 수익률을 얻기보다는, 높은 확률로 낮은 수익률을 회피하고자 하기에 표준 편차는 낮을수록 유리합니다.
표준 편차가 늘어나면?
N20보다 표준 편차가 두 배 큰 N40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위의 경우와 정반대 현상이 발생합니다.
왼쪽 그래프를 보면, N20에 6년 정도 투자하면, 원금 손실 가능성이 10% 이하가 됩니다. N40은 20년간 투자하더라도 원금 손실 가능성이 10%를 넘습니다. N40의 원금 손실 가능성을 10% 이하로 낮추려면, 6년 × 4 = 24년 이상 투자해야 합니다.
낮은 확률이라도 높은 수익률을 기대한다면 N40은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20년간 투자하면 N20으로 300% 이상의 수익률을 거둘 확률이 10%를 넘습니다. 같은 기간 N40에 투자하면 비슷한 확률로 400% 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며
정규 분포로 모델링한 자산의 수익률 분포는 현실과 차이가 있지만, 통계학적 추론을 통해 특성을 파아하여 투자에 참고하는 데는 도움이 됩니다.
정규 분포를 정의하는 수치의 하나인 표준 편차는 수익률의 불확실 정도를 나타냅니다. 장기 투자를 정규 분포의 합으로 계산해 보면, 표준 편차는 수익률 분포가 장기 수익률로 수렴하는 속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표준 편차가 절반으로 줄어들면, 위험의 정의에 따라서는 회피에 소요되는 기간이 1 / 4로 단축될 수 있습니다. 표준 편차가 두 배로 늘어나면, 그 위험을 회피하는데 필요한 기간이 4배로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위험은 완전히 회피할 수 없습니다. 원금 손실 가능성 < 10%와 같이 확률적으로 회피합니다. 투자 목적의 정의에 따라서는 높은 표준 편차가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표준 편차가 크면 횡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일반적으로는 낮은 표준 편차가 장기 투자에 유리합니다. 현실에서 표준 편차를 줄일 수 있는 체계적인 방법이 있다면, 동일한 기대 수익률을 조금 더 안정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이어지는 글: 투자 성과 분석의 초급 - 8. 불확실성을 낮춰 보자 (현금과의 혼합, 장기 투자에서 왜 예금은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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