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currency)는 특이한 자산입니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고 그 대가로 지불(교환)할 수 있습니다. 투자에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예금이나 RP/발행어음에 가입하면 이자를 받습니다. 예금/RP/발행어음은 투자 상품입니다. 주식이나 부동산을 매수하는데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갑돌이가 주식에 투자하고 싶다고 해서, 배추 3포기와 주식 1주를 교환할 수는 없습니다. 갑돌이는 먼저 배추를 원화로 바꾸어야 합니다.
미국 달러 역시 통화입니다. 예금이나 RP/발행어음에 가입해서 이자를 받을 수도 있고, 미국에 상장된 주식을 매수할 수도 있습니다. 매수한 투자 상품을 매도하면 그 가치만큼 다시 달러로 받습니다.
튀르키예(터키)의 기준 금리는 2024년 11월 13일 현재 연 50%입니다. 철수가 원화 100만원을 튀르키예 리라로 환전하고 고금리를 주는 튀르키예 예금에 가입합니다. 1년간 50% 이자를 받았다고 하겠습니다. 철수는 이득을 본 것일까요?
철수는 한국에 살고 있습니다. 철수가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하기 위해 필요한 통화는 원화입니다. 철수가 리라로 얼마를 벌었든 원화로 환전해야 소비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철수의 투자 수익률은 리라가 아닌 원화로 평가해야 합니다.
자산의 가격은 최종적으로 투자자가 소비에 사용할 통화로 환산해서 평가해야 합니다. 미국인은 달러로, 한국인은 원화로, 튀르키예인은 리라화로 평가해야 합니다. 어떤 통화로 거래되는 자산인지는 관계가 없습니다.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ETF로 미국장에 SPY가 있고, 국내장에 KODEX 미국S&P500TR(이하 KODEX)이 있습니다. SPY는 달러로 매매하는 상품이고, KODEX는 원화로 매매하는 상품입니다.
투자 시작 시점에 각각 100만원 가치의 해당 통화로 매매했습니다. SPY는 10% 오르고 KODEX는 15% 올랐다면, KODEX의 수익률이 더 높은 것일까요? 아닙니다. KODEX의 수익률이 높게 나온 이유는 투자 이후 환율이 5%가량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SPY와 KODEX의 원화 환산 투자 수익률은 15%로 동일합니다.
서로 다른 통화의 교환비를 환율이라고 합니다. 대개 환율 또는 원달러 환율이라고 하면 1달러와 원화의 교환비를 의미합니다. 환율이 1,400원이라면, 1달러를 1,400원으로 바꿀 수 있다는 뜻입니다. 참고: 글 작성 시점인 2024년 11월에 환율이 많이 올랐습니다.
환율은 투자 위험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 또는 특정 전략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수치는 과거에 그랬다는 기록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분석 대상, 기간,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 가공, 해석 단계에서 의도하지 않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부 설명은 편의상 현재형으로 기술하지만, 데이터 분석에 대한 설명은 모두 과거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미국 주식과 환율의 관계
아래는 SPY와 원달러 환율(USD/KRW)의 흐름입니다. SPY는 배당 재투자가 가정되었고, 환율은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참고: KOSEF 미국달러선물과 같은 ETF의 가격으로 배당(이자)을 어느 정도 고려할 수 있지만, 상장 기간이 길지 않아 환율을 대신 사용합니다. 기준 금리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환율은 보유한 달러에 대한 원화 가치입니다. 환율은 주식에 비해 장기적인 우상향이 크게 눈에 띄지 않습니다. 환율의 장기적인 우상향이 눈에 보일 정도라면 한국의 경제 체력이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저하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SPY와 환율은 2004 ~ 2012년의 기간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강한 음의 상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SPY가 오르면 환율은 내리고, SPY가 내리면 환율은 오르는 현상이 보입니다. 음의 상관성은 자산 배분에서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두 자산의 장기 수익률이 다르니 최근일수록 상관성을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1년(250거래일) 수익률로 비교하면 좀 더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프를 간결하게 표시하기 위하여 3개월(60거래일) 이동 평균으로 나타냈습니다. 2012년 이후에도 주식과 환율의 강한 음의 상관성이 눈에 띕니다.
두 자산과 혼합 포트폴리오를 평균-분산 그래프에 나타내면 아래와 같습니다.
이 그래프에서 각 자산의 통화는 다릅니다. SPY는 달러 기준이고, 환율은 원화 기준입니다. 통화는 다르지만, 두 자산의 특성과 관계를 파악하는 데는 도움이 됩니다.
환율은 통화이기에 이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림에서 환율은 은행 예금의 이자율과 같은 2% 수익률을 받는다고 가정하고 +2%로 보정한 것입니다. 환율이 보정치 +2% 이상으로 평균 수익률이 높은 이유는 지난 21년간 장기적으로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환율의 표준 편차는 12% 정도입니다. 위험 자산이라 할 수 있는 SPY의 2 / 3 정도로 변동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달러도 변동성 관점에서는 위험 자산인 셈입니다.
SPY와 환율 둘 다 위험 자산이지만, 혼합하면 덜 위험한 자산이 됩니다. 혼합 포트폴리오인 빨간색 점선은 독립을 가정한 초록색 점선보다 더 왼쪽에 있습니다. SPY와 환율 혼합하면 변동성이 크게 상쇄되기 때문입니다.
환노출과 환헤지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ETF에는 환노출 상품과 환헤지 상품이 있습니다. 환노출 상품은 원화 투자금을 달러로 환전해서 투자하는 상품이고, 환헤지 상품은 환전하면서 환율을 고정하는 환헤지도 함께 하는 상품입니다.
투자금을 회수할 때 환율이 올라가 있다면 환노출 상품의 수익률이 높고, 환율이 내려가 있다면 환헤지 상품의 수익률이 높습니다. 참고: 환헤지는 비용이 발생합니다. 환헤지 비용은 한미 금리 차이에 영향을 받습니다.
두 자산의 수익률을 함께 그려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SPY (KRW)가 환노출이고, SPY (USD) 환헤지입니다.
SPY를 매수하고 계좌에서 수익률을 볼 때, 달러 기준으로 보면 환헤지 수익률이고, 원화 기준으로 보면 환노출 수익률입니다. 분석 데이터 기간 동안 환율이 올랐기에 환노출의 최종 수익률이 조금 높게 나옵니다.
앞서와 마찬가지로 1년 수익률을 비교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환헤지와 환노출 모두 비슷한 방향으로 수익률이 발생하지만, 그 변동폭은 환노출이 작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환노출은 덜 상승하고, 덜 하락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환헤지의 변동성 일부를 환율이 흡수한 결과가 환노출입니다.
평균-분산 그래프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환율 상승효과로 환노출의 수익률이 환헤지보다 조금 높습니다. 변동성은 환노출이 더 낮습니다.
보수적으로 환율은 장기적으로 안정권 내에서 움직인다고 가정할 수 있습니다. 환노출과 환헤지의 장기 수익률은 동일할 것입니다. 장기 수익률은 동일하지만 변동성은 환노출이 낮습니다. 그러니 우위 관계가 성립합니다.
SPY (KRW) > SPY (USD)
표로 비교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자산 | 평균 수익률 | 표준 편차 |
SPY (USD) - 환헤지 | 12.8% | 17.2% |
SPY (KRW) - 환노출 | 13.1% | 12.5% |
환헤지와 환노출의 장기 수익률이 동일하다고 보고 장기 투자에서의 위험이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두 자산의 장기 수익률은 동일하지만 (동일하다고 가정했지만) 표준 편차는 환노출이 낮습니다. 우위 관계에 의해서 환노출의 위험이 환헤지에 비해 항상 낮습니다. 참고: 평균-분산 그래프에서 우위는 확률적 우위입니다. 환노출이 환헤지보다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이지, 환노출의 수익률이 환헤지보다 높다는 뜻이 아닙니다. 장기 수익률은 거의 동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4년간 투자했을 때, 환헤지의 하위 10%의 기대 수익률은 예금 금리인 2% 정도입니다. 환노출은 5% 정도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환헤지 비용까지 추가로 고려한다면, 한국인은 S&P 500 지수에 대해 환노출로 투자하는 것이 더 안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참고: 한국의 기준 금리가 미국보다 높은 경우 환헤지로 인해 오히려 수익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환율로 인해 수익률 분포가 어떻게 변하길래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일까요? 1년 수익률 분포를 그려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속이 채워친 파란색 히스토그램은 환헤지입니다. 가운데로 수익률 분포가 몰려 있지만, 왼쪽 -40% 위치에도 작은 분포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세계 금융 위기 때 발생한 수익률입니다. 오른쪽으로는 80% 이상까지 수익률 분포가 있습니다. 환헤지의 수익률 분포는 꽤 넓게 퍼져 있습니다.
오렌지색으로 표시된 확률 분포는 환노출입니다. -40% 부근과 80% 부근의 수익률 분포가 사라졌습니다. 가장 낮은 1년 수익률도 -20%를 넘지 않습니다. 낮은 수익률이 발생하거나 높은 수익률이 발생했을 때, 환율은 반대 방향인 경우가 많아 변동폭이 축소된 것입니다.
환율은 항상 변동성을 줄여주기만 할까요? 자산의 종류에 따라 다릅니다. 아래는 미국 시장에 상장된 시가 총액 상위 25개 ETF의 환율 효과를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출처: 한국인은 미국인에 비해 투자에 얼마나 유리할까? (환율로 인한 변동성 감소 효과)
장기적으로 환율은 안정적이라 가정하고, 환율에 의한 자산 가격 상승분을 제거한 결과입니다.
빨간색 화살표는 환율에 의해 변동성이 감소하는 ETF입니다. 앞에서 살펴본 SPY를 비롯하여 나스닥 100 지수를 추종하는 QQQ, 미국외 주식에 투자하는 VXUS 등 주식형 ETF는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변동성이 줄어듭니다.
파란색 화살표는 반대로 환율에 의해 변동성이 증가하는 ETF입니다. 그래프에는 두 가지 자산이 이런 효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채권(BND) ETF와 금(GLD) ETF입니다. 채권과 금은 환율과 양의 상관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주식과 채권, 주식과 금은 음의 상관성을 가지고 있거나 상관성이 낮다는 뜻이 됩니다.
정리하며
한국인이 투자할 때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환율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환전한 달러로 해외 자산에 투자하지만 한국인은 원화로 생활하기에, 자산의 수익률은 원화로 평가해야 합니다.
해외 자산에 따라서는 환율이 변동성을 감소 또는 증가시키는 효과를 만듭니다. 장기 투자에는 기대 수익률이 높으면서 변동성이 낮은 자산이 유리하기에, 환율이 해외 자산의 수익률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알아야 합니다.
아쉽게도 자산 배분 전략을 소개하는 투자 입문서의 상당수는 환율 효과에 대한 언급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외국인은 자국 통화로 자국 자산 위주로 투자하기에 외국인이 쓴 책에서는 환율을 고려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국내 투자자가 쓴 책에서도 환율에 대한 언급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자산 배분 또는 투자 전략을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경우는 그다지 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국인에게 환율은 투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안정적인 근로 또는 사업 소득이 있고, 대출이 남아있더라도 자기 집이 있는 한국인은 국내 주식과 채권에 투자할 필요가 거의 없습니다. 참고: 본업에 집중하면서 가능한 신경을 쓰지 않고 장기 투자하려는 개인 투자자를 말합니다. 제일 전자와 같은 특정 종목이 투자에 유리할 거라 생각하는 투자자는 제일 전자에 투자하면 됩니다.
근로/사업 소득과 자기 집은 국내 경기에 영향을 받기에 원화로 된 주식형 자산과 채권형 자산의 효과를 만듭니다. 이미 충분한 원화 자산을 보유한 상태이기에, 나머지 금융 자산은 해외 특히 달러 자산 위주로 투자하는 것이 위험 회피 측면에서 한국인에게 좀 더 적절한 장기 투자 방법입니다. 참고: 자산 배분 투자는 왜 하는 것일까? (직장인은 국내 주식, 원화 채권에도 투자해야 하는 걸까?)
두 개의 자산을 혼합하는 이야기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남습니다. 투자 가능한 자산이 세 개, 네 개, 다섯 개로 계속 늘어나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포트폴리오 최적화'에 대해 알아봅니다.
이어지는 글: [초급 22] 포트폴리오 최적화란? (세 가지 이상의 자산을 섞으면? 점 + 점 = 선, 선 + 점 = 면)
목차: [연재글 목차] 투자 성과 분석 (기초편, 초급편): 순서대로 차근차근 읽으면 좀 더 이해가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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