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초급 20] 주식과 금을 섞어 보자 (배추와 사과를 교환하러 오일장에 간 갑돌이)

오렌지사과키위 2024. 11. 13. 15:05

금(Gold)은 인류의 역사에서 오랫동안 화폐로 사용되어 온 금속의 하나입니다. 지금은 지폐나 동전 또는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상품 또는 서비스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과거 물물교환의 어려움을 상상하기 쉽지 않습니다.

먼 옛날 갑돌이가 오일장에 나왔습니다. 밭에서 재배한 배추 3포기(1망)를 임신한 갑순이가 먹고 싶어 하는 사과와 교환하기 위해서입니다. 사랑받는 남편이 되기 위해서는 오늘 꼭 사과를 구해야 합니다.

시장을 둘러보니 개똥이가 사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갑돌이는 개똥이에게 다가가서 배추와 사과를 바꾸자고 합니다. 개똥이는 거절합니다. 개똥이도 작은 텃밭에서 키우는 배추가 있기 때문입니다. 개똥이는 사과를 쌀과 교환하러 시장에 나왔습니다.

맞은편에 마당쇠가 쌀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당쇠는 쌀을 배추와 교환하려고 합니다. 갑돌이는 마당쇠가 원하는 배추를 가지고 있지만, 쌀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혹시라도 갑돌이가 배추를 쌀과 교환해서 돌아가면 집에서 쫓겨날 것입니다.

갑돌이, 개똥이, 마당쇠 각자가 가지고 있는 상품과 필요한 상품은 아래와 같습니다.

사람 보유한 상품 필요한 상품
갑돌이 배추 사과
개똥이 사과
마당쇠 배추

단 세 명이지만, 교환하고자 하는 상품의 관계가 복잡합니다. 보유한 상품을 가나다 순서로 나열하면 {배추, 사과, 쌀}입니다. 필요한 상품도 나열하면 {배추, 사과, 쌀}입니다. 세 명이 보유한 상품과 필요한 상품은 동일합니다. 하지만 1 : 1 교환을 고집한다면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대표 상품이 있으면 교환이 수월해집니다. 장기적으로 누구에게나 필요하고 오랜 기간 가지고 있더라도 덜 상하는 상품이 적절합니다. 여기서는 쌀입니다. 쌀은 누구나 필요하기에 구하려는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이번 오일장에서 다른 상품과 교환하지 못하더라도 다음번 오일장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갑돌이는 마당쇠에게 배추를 주고 쌀을 받습니다. 이어서 개똥이에게 쌀을 주고 사과를 받습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면 갑순이에게 칭찬을 받을 것입니다. 갑순이는 슬기로운 남편을 둔 것입니다.

오일장에 온 사람들은 가져온 상품을 쌀과 바꾸고, 바꾼 쌀로 원하는 상품과 교환하는 것이 무난합니다. 갑돌이가 운이 좋게도 사과를 가지고 배추와 교환하려는 삼월이를 시장 입구에서 만나지 않는 한 그렇습니다.   

쌀은 물물 교환을 위한 중간 매개체로 사용하기에 괜찮은 편이지만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무겁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면 품질이 저하되거나 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문제점이 적은 다른 매개체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금입니다.

금은 시간이 지나도 상하지 않으며, 부피나 무게에 비해 가치가 높은 상품 중 하나입니다. 물론 그 가치라는 것은 거래 당사자간 합의가 필요합니다.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면, 산속에서 검소하게 살며 도를 닦는 수행자에게도 금은 가치 있는 상품이 됩니다. 수행자에게 금은 사용 가치가 없는 상품입니다. 하지만, 사회적 합의에 의해 수행자에게 사용 가치가 있는 쌀이나 배추와 바꿀 수 있는 교환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주식에 금을 혼합하면 어떤 효과가 날까요?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 또는 특정 전략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수치는 과거에 그랬다는 기록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분석 대상, 기간,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 가공, 해석 단계에서 의도하지 않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부 설명은 편의상 현재형으로 기술하지만, 데이터 분석에 대한 설명은 모두 과거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자산으로서의 금

1944년 2차 세계 대전의 승리가 확고해지자 연합국들은 브레턴우즈 회의에서 금 1온스(28.35그램, 8.3돈)를 미국돈 35달러에 고정하는 브래턴우즈 체계를 출범시켰습니다. 이후 수십년간 달러에 묶여있던 금은 1971년 닉슨 쇼크에 의해 풀려났습니다.

닉슨 쇼크로 금의 화폐로서의 보편성을 일부 상실했지만, 과거의 관습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금만큼 전 세계적으로 가치가 안정적이면서 다른 상품과 교환하기에 편리한 자산을 찾기란 어렵습니다.

아래는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SPY와 대표적인 금 현물 ETF의 하나인 GLD의 수익률 그래프입니다.

SPY vs GLD
SPY vs GLD

GLD의 장기 수익률은 SPY에 비해 크게 낮지 않습니다. 금의 가격이 인플레이션 이상으로 상승했다는 뜻입니다. GLD와 같은 금 현물 ETF는 금을 사서 금고에 보관하기만 합니다. 마치 땅을 사서 어떤 용도로도 활용하지 않고, 누구에게 빌려 주는 것도 아닌데, 땅값이 오른 것과 비슷합니다. 참고: 개인적으로 신기한 자산이라 생각합니다.

주식과 금의 혼합

SPY와 GLD를 혼합한 포트폴리오를 평균-분산 그래프에 나타내면 아래와 같습니다.

SPY와 GLD를 혼합하는 경우
SPY와 GLD를 혼합하는 경우

이전 글에서 살펴본 주식 + 주식, 주식 + 채권과는 조금 다른 현상이 눈에 띕니다. SPY + GLD 포트폴리오는 독립을 가정한 경우와 거의 흡사한 모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초록색 곡선과 빨간색 곡선이 겹쳐져 있습니다. 주식과 금의 수익률이 독립에 가깝다는 의미입니다.

두 자산의 장기 수익률과 변동성은 비슷합니다. 장기 수익률과 변동성이 비슷하면서 서로 독립에 가까우니 분산 투자 효과가 크게 발생합니다.

혼합 포트폴리오 중에서 표준 편차가 가장 낮은 지점은 P라고 두고, 두 자산과 비교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포트폴리오 평균 수익률 표준 편차
SPY 11.4% 16.3%
GLD 9.9% 16.9%
SPY : GLD = 52 : 48 10.7% 11.8%

대략 반반씩 혼합하면 표준 편차가 가장 낮아집니다. P의 평균 수익률은 두 자산의 평균 정도가 되었지만, 표준 편차는 크게 낮아졌습니다. 무슨 의미일까요?

점 P와 예금과의 선을 그어보면 아래와 같이 됩니다.

SPY : GLD = 52 : 48인 포트폴리오와 예금과의 혼합
SPY : GLD = 52 : 48인 포트폴리오와 예금과의 혼합

SPY와 GLD를 혼합한 포트폴리오 P도 하나의 자산으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 P를 예금과 혼합하면 빨간색 점선이 됩니다. 빨간색 점선 위의 모든 점도 포트폴리오이기 때문에 다른 점선과 비교할 수 있습니다.

P는 GLD보다 왼쪽 위에 있습니다. P는 GLD보다 우위에 있습니다.

P > GLD

GLD + Bank상의 모든 포트폴리오는 보다 우위인 포트폴리오가 P + Bank에 존재합니다. 따라서,

P + Bank > GLD + Bank

P와 SPY는 우위를 비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P + Bank의 상당수 포트폴리오는 SPY + Bank 포트폴리오보다 우위에 있습니다.

P + Bank > SPY + Bank (if 목표로 하는 평균 수익률 ≤ P의 평균 수익률)

혼합 포트폴리오에 장기 투자하면 어떻게 될까?

평균-분산 그래프에서 우위는 확률적 우위입니다. 우위에 있는 자산이 더 높은 수익률을 거둘 가능성이 높고,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 가능성이 점차 높아집니다. 마찬가지로 우위에 있는 자산은 동일한 수준의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낮고,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 가능성이 점차 낮아집니다. 참고: [초급 17] 평균-분산 그래프에서 우위 관계 (내가 더 나아! 아니야! 불확실해!)

SPY, GLD, P의 위험이 투자 기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그래프로 그려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SPY, GLD, P의 투자 기간에 따른 위험의 변화

장기 평균 수익률은 SPY > P > GLD입니다. 그래프에서 수평선으로 그려진 세 실선입니다.

그래프에 있는 사선 형태의 세 점선은 상위 90%(하위 10%) 순위에 해당되는 수익률입니다. 위험의 변화를 선형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x축은 변형되어 있습니다. 참고: [초급 13] 장기 투자에서의 위험의 변화를 쉽게 표현하고 비교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SPY와 GLD의 표준 편차는 크게 차이 나지 않습니다. 투자 기간이 길어지면 파란색 점선의 SPY와 오렌지색 점선의 GLD의 위험은 모두 감소하지만, 평생에 가까운 64년간 투자하더라도 상대적 격차는 여전합니다.

P는 GLD보다 평균-분산 그래프상에서 우위에 있습니다. P의 평균 수익률은 GLD보다 높습니다. P의 위험 역시 GLD보다 항상 낮습니다. 평균-분산 그래프에서 우위의 의미입니다.

눈여겨보아야 하는 것은 SPY와 P의 관계입니다. SPY의 평균 수익률은 P보다 높습니다. 위험은 어떻까요? P의 위험은 장기간에 걸쳐 SPY보다 지속적으로 낮습니다. 위험한 두 자산을 혼합했더니 덜 위험한 포트폴리오가 된 것입니다. 64년 정도 투자해야 P의 위험이 SPY와 비슷해집니다. 참고: 역으로 SPY가 높은 수익률을 얻을 가능성이 P보다 큽니다.

64년간 투자한다면 P보다는 SPY에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만일 4년이나 9년 정도를 계획하고 있다면 어떻까요? 주의: 이는 과거 데이터의 특성이 미래에도 재현된다는 불합리한 가정에 기반을 둔 것입니다. 다른 글에서 추가 설명을 하겠지만, 이는 현실적인 가능이 아닙니다.

아래는 4년 또는 9년간 투자했을 때 SPY, GLD, P의 평균 수익률과 하위 10% 순위의 수익률입니다.

포트폴리오 평균 수익률 하위 10% (4년) 하위 10% (9년)
SPY 11.4% 1.0% 4.4%
GLD 9.3% -1.0% 2.7%
P 10.7% 3.2% 5.7%

4년간 투자한다면, GLD는 10% 이상의 확률로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SPY는 원금 손실 확률이 10% 이하이지만, 예금 이율 2%보다 낮을 확률은 10% 이상입니다. P는 예금 이율 2% 이하일 확률이 10% 이하입니다.

16년간 투자한다면, SPY, GLD, P 모두 은행 예금보다 높은 이율을 받을 확률이 90% 이상입니다. P는 그중에서 위험이 가장 낮습니다.

참고: 평균-분산 그래프에서 자산 비중 100%를 넘어서는 레버리지 투자선을 그릴 수 있습니다. 레버리지 투자선 상에 SPY와 동일한 수준의 변동성으로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레버리지 투자를 권유하지 않는 초급 연재의 특성을 고려하여 이에 대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정리하며

금과 같은 귀금속은 인류 역사상 화폐로서 큰 역할을 담당해 왔습니다. 무협지에는 항상 은자금원보가 등장합니다. 금과 주식의 수익률은 방향이 꽤 다릅니다. 자산 배분에서 장기 채권과 함께 금을 고려하는 주된 이유의 하나입니다.

분석한 기간의 데이터로 한정한다면, 금과 주식은 비슷한 기대 수익률과 변동성을 가지고 있었으며, 수익률은 서로 독립에 가까웠습니다. 이로 인해 두 자산을 혼합하면, 변동성이 일부 서로 상쇄되는 분산 투자의 긍정적인 효과가 여실히 드러납니다. 참고: 거듭 강조하지만, 이는 과거의 경향이지 미래에 대한 예측이 아닙니다.

주식과 금에 분산 투자한다고 해서 장기 수익률이 높아지지 않습니다. 장기 수익률은 두 자산 수익률의 가중 평균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분산 투자로 변동성이 낮아지면 이점이 하나 발생합니다. 투자 기간이 충분히 길지 않을 때, 위험을 낮출 수 있습니다.

자산 배분에서 주로 다루는 자산으로 주식, 예금(단기 채권), 장기 채권, 금 이외에도 부동산이 있습니다. 거래소에서 매매 가능한 부동산 ETF는 대개 상업용 부동산을 활용하여 임대 수익과 차익을 얻는 리츠(REITs)입니다.

리츠의 장기 수익률도 주식에 비해 낮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리츠는 사무실/물류 센터/데이터 센터 등을 매입하여 임대 사업을 하기에, 주식처럼 경기에 민감합니다. 금이나 장기 채권과는 달리 주식과 리츠는 혼합해도 그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자산 배분을 이용한 장기 투자에 대한 이야기는 대략 이 정도입니다. 주된 자산으로 주식에 투자하되, 주식의 변동성을 일부 상쇄할 수 있으면서 기대 수익률도 충분히 높은 자산을 적절히 섞으면, 중단기 위험을 어느 정도 회피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인에게는 자산 배분 시 고려할 수 있는 특이한 자산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바로 '환율'입니다.

이어지는 글: [초급 21] 자산 배분에서 환율은 어떤 효과를 만들까? (한국인에게 해외 자산 투자가 필요한 이유)

목차: [연재글 목차] 투자 성과 분석 (기초편, 초급편): 순서대로 차근차근 읽으면 좀 더 이해가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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