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자산을 혼합하면, 평균-분산 그래프에서 두 자산을 잇는 포트폴리오 선이 만들어집니다. 두 자산의 수익률 방향이 완전히 일치하거나, 한 자산의 변동성이 없으면 선분이 됩니다. 두 자산의 수익률 방향이 완전히 반대이면, 끝이 뾰족한 삼각형이 됩니다. 대부분의 자산은 그 중간 정도의 관계이기에 왼쪽으로 치우친 곡선이 됩니다.
두 자산의 관계를 5단계로 나누어서 각각의 혼합 포트폴리오를 나타내면 아래와 같습니다. 출처: [초급 16] 서로 독립이면 혼합 포트폴리오는 어떤 형태가 될까? (독립이 아니면 어떻게 될까?)
세 가지 이상의 자산을 혼합하면 어떻게 될까요? 주식, 채권, 금에 분산 투자하면 어떻게 될까요?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 또는 특정 전략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수치는 과거에 그랬다는 기록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분석 대상, 기간,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 가공, 해석 단계에서 의도하지 않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부 설명은 편의상 현재형으로 기술하지만, 데이터 분석에 대한 설명은 모두 과거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세 자산이 서로 독립인 경우
아래는 세 자산 A, B, C가 서로 독립일 때, 자산 두 개씩 짝을 지운 혼합 포트폴리오의 형태입니다. 혼합 포트폴리오는 두 자산을 잇는 곡선을 이룹니다.
두 자산을 혼합한 포트폴리오는 또 다른 자산으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 A + B를 절반씩 혼합한 포트폴리오를 P라고 하겠습니다. P와 C의 수익률은 서로 독립이기에 P + C 혼합 포트폴리오는 아래와 같은 초록색 점선을 만듭니다. 참고: 편의상 P = A + B로 표기했지만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P = A × 0.5 + B × 0.5입니다.
A와 B의 혼합 비율에 따라 P의 위치는 파란색 점선을 따라 움직입니다. A의 비중이 높아지면 A쪽으로, B의 비중이 높아지면 B쪽으로 움직입니다. P와 C를 혼합한 초록색 점선은 P와 C를 양 끝단으로 합니다. A와 B 비중을 조금씩 조절하면, P + C는 조금씩 이동하면서 면이 만들어집니다.
A, B, C가 서로 독립일 때 만들어질 수 있는 모든 포트폴리오를 좌표 평면상에 나타내면 아래와 같은 모양이 됩니다
아마 예상한 것과 비슷할 것입니다. 두 자산으로 만들 수 있는 포트폴리오 선을 외곽선으로 채워진 도형이 만들어집니다. 맨 왼쪽 자산 A는 오른쪽으로 살짝 들어가 있었는데, 주변 포트폴리오를 적절히 조합하면, 모서리가 부드러워집니다.
효율적 투자선 (Efficient Frontier)
실제 자산을 혼합하면 어떻게 나타나는지 살펴봅니다.
아래는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SPY, 미국 장기 국채 ETF인 TLT, 금 현물을 보유하는 GLD를 평균-분산 그래프에 나타낸 그림입니다. SPY와 두 자산의 관계는 이전 글에서 살펴보았습니다.
파란색, 오렌지색, 빨간색 점선은 각각 두 자산을 혼합한 포트폴리오입니다. 초록색 영역은 세 자산을 혼합한 포트폴리오입니다. 바다에서 어선들이 물고기를 잡기 위해 그물을 끌고 가는 듯한 모양입니다.
세 자산을 혼합한 초록색 포트폴리오 집합은 두 자산을 혼합한 포트폴리오 집합의 모든 원소(포트폴리오)를 포함하기에 항상 우위 또는 대등한 관계에 있습니다. SPY + TLT 또는 GLD + TLT 상의 포트폴리오와 동일하거나 우위에 있는 포트폴리오가 항상 초록색 영역에 있습니다.
SPY + GLD의 경우 일부 포트폴리오가 그물의 경계선에 있지만, SPY + GLD도 초록색 영역의 부분 집합입니다.
초록색 영역은 수많은 포트폴리오가 점으로 존재하는 영역입니다. 일부 포트폴리오는 다른 포트폴리오보다 열위에 있습니다. 열위에 있는 모든 점은 연하게 나타내고, 우위에 있는 점은 보라색으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이 됩니다.
초록색 영역의 왼쪽 상단 외곽선을 따라 보라색 선이 그어집니다. 보라색 포트폴리오 집합 내 포트폴리오는 서로 우위 관계를 판별할 수 없습니다. 평균이 높으면 표준 편차도 높기 때문입니다. 이 보라색 선을 효율적 투자선(Efficient Frontier)이라 부릅니다.
투자를 고려하는 자산에 모든 투자금을 분산 투자해야 한다면, 효율적 투자선 상의 포트폴리오중에서 고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주의: 과거 데이터에 기반한 통계량이기에 '합리적이었다'는 과거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포트폴리오 최적화
멋지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디에 쓸 수 있는 것일까요?
5년 뒤 내 집 마련을 위해 투자하는 나신입씨와 한경력씨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5년 뒤에 집 장만을 위해 보유한 자금을 굴리려고 한다.
예금 수익률은 연 3%이니, 5년 뒤에는 15%를 기대할 수 있다.
가능하면 안전하면서 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얻고 싶다.
아래와 같이 위험을 회피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싶다.
- 제약 조건 1: 기대 5년 예금 수익률 15%를 밑돌 확률이 10% 이하여야 한다.
- 제약 조건 2: 원금 손실 가능성은 5% 이하여야 한다.
위의 조건을 모두 만족하면서 기대 수익률이 가장 높은 자산 배분 비중은 무엇인가?
초록색 영역의 모든 포트폴리오에 대해 1년 평균 수익률과 표준 편차를 알고 있습니다. 이를 이용하면, 5년 평균 수익률과 표준 편차도 계산할 수 있습니다. 연수익률이 서로 독립인 정규 분포를 가정하면, 5년 기대 수익률은 1년 평균 수익률의 5배가 되고, 표준 편차는 √5배가 됩니다.
참고: 이 글은 포트폴리오 최적화가 무엇인지 개략적으로 소개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해의 편의를 위해 매년 동일한 금액을 투자하는 단리 투자를 가정합니다. 예금도 투자 가능한 자산이지만 배제합니다. 단기(1년) 수익률이 정규 분포를 따르고, 중기(5년) 수익률은 1년 수익률이 독립적으로 이어진다고 간주합니다. 이러한 가정은 실제와 상당히 다를 수 있습니다.
정규 분포의 평균과 표준 편차를 구했으니 5년 수익률이 15% 이하가 될 확률과 원금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SPY에 87%, TLT에 0%, GLD에 13%로 분산 투자하면, 5년 기대 수익률은 56%입니다.
이 포트폴리오의 5년 수익률이 15%를 밑돌 확률은 10%이고, 원금 손실 가능성은 4%입니다.
선정된 포트폴리오는 아래와 같이 효율적 투자선 상에 위치합니다.
주어진 제약 조건(constraint)을 만족하면서 어떤 값을 최대화 또는 최소화하는 경우(해; solution)를 찾는 것을 최적화(optimization)라고 합니다. 나신입씨와 한경력씨의 투자 목표인 두 제약 조건과 기대 수익률 최대화를 통합해서 수치로 계산 가능하게 만들면 목적 함수(objective function)가 됩니다.
평균-분산 최적화와의 관계는?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Modern portfolio theory)을 소개하는 글에서 설명하는 평균-분산 최적화(Mean-Variance Optimization; MVO)는 목적 함수를 샤프 비율(Sharpe Ratio)로 두는 특정 사례입니다. 동일한 자산에 대해 평균-분산 최적화를 하면 아래와 같이 초록색 별 위치의 포트폴리오가 선택됩니다.
평균-분산 최적화로 찾은 포트폴리오 역시 효율적 투자선에 놓여 있습니다. 평균-분산 최적화는 샤프 비율이 가장 높은 포트폴리오를 찾는 것과 동일합니다. 왼쪽 (0%, 3%)에 해당하는 예금을 한 점으로 기울기가 가장 큰 효율적 투자선 상의 포트폴리오입니다.
앞서 맞춤 최적화로 찾은 포트폴리오와 비교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항목 \ 포트폴리오 | 맞춤 최적화 | 평균-분산 최적화 |
SPY 비중 | 87% | 51% |
TLT 비중 | 0% | 10% |
GLD 비중 | 13% | 39% |
평균 | 11.2% | 10.1% |
표준 편차 | 14.4% | 10.7% |
5년 15% 이하 수익률을 얻을 확률 | 10.0% | 4.0% |
5년 원금 손실 확률 | 4.0% | 1.7% |
5년 기대 수익률 | 56.2% | 50.6% |
두 포트폴리오 모두 5년 투자 시 15% 이하의 수익률을 얻을 확률이 10% 이하이고, 원금 손실 가능성은 5% 이하입니다. 두 제약 조건을 모두 만족합니다. 5년 기대 수익률은 맞춤 최적화 결과가 더 높기에 나신입씨와 한경력씨의 투자 목표에 좀 더 적절한 포트폴리오라 볼 수 있습니다.
정리하며
투자 가능한 자산이 여럿 있을 때 어떤 비중으로 투자하는 것이 투자 목표 달성에 유리할까요? 투자 목표를 구체화하면 최적화 문제로 바꿔 해를 구하려는 시도를 해 볼 수 있습니다. 참고: [기초 11] 투자 성과 비교를 위해 전략과 목표를 구체화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장기 투자에는 기대 수익률이 높으면서, 변동성이 낮은 자산이 유리하다고 말해왔는데, 포트폴리오 최적화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투자자마다 투자 목표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30년을 투자하면서 기대 수익률을 높이고 싶은 투자자도 있겠지만, 4년을 투자하면서 적절한 수익률에 위험을 어느 정도 회피하고 싶은 투자자도 있을 것입니다. 전자에게는 기대 수익률이 중요하지만, 후자는 위험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투자 가능한 자산이 동일하더라도 투자자마다 투자 목적이 다르기에 각자에게 적절한 포트폴리오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이를 찾아내는 작업을 포트폴리오 최적화라고 합니다.
포트폴리오 최적화는 만능이 아닙니다. 단순하게 말하면 그냥 과거 통계량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계산이 복잡해 보이고, 그 결과가 과거 데이터와 부합되어 그럴듯해 보이기에 오해하기 쉽습니다. 실은 지난 10년간 애플과 엔비디아에 반반씩 투자했다면, 시장 이상의 수익률을 거두었을 거라 말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과거 데이터를 이용하여 분석한 결과에 내재된 경향을 발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경향이 미래에도 충분히 나타날 것인지를 신중하게 판단해서 투자 결정을 해야 합니다. 시장 전체에 투자하는 이유는 과거 시장 전체의 우상향 경향이 미래에도 비슷하게 나타날 거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10년간 어떤 국가의 종합 주가 지수가 연 15%씩 상승했다면, 앞으로의 10년도 그럴 거라 가정해도 될까요? 만일 그렇다면 항상 지난 10년간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인 국가에 투자하면 될 것입니다.
투자자라면 대개 알고 있다시피, 장기간 선진국 증시가 좋았던 때도 있었고, 개발도상국 증시가 활황이었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주식의 수익률이 장기간 높았을 때도 있었고, 금이나 채권 수익률이 앞섰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지금까지의 분석에서 기대 수익률의 평균과 표준 편차가 고정되어 있다는 가정에 정면으로 반하는 사실입니다. 투자에 참고하는 과거 데이터에 기반한 통계량은 항상 불확실한 값이고 유통 기한이 있는 것입니다.
이어지는 글: [초급 23] 통계량을 예측으로 생각해도 될까? (통계량의 불확실성)
목차: [연재글 목차] 투자 성과 분석 (기초편, 초급편): 순서대로 차근차근 읽으면 좀 더 이해가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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