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고도성장기에 현대그룹을 설립하고 성장시킨, 고 정주영 현대그룹 초대 회장에게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아버지가 소를 판 돈을 훔쳐 가출한 (세 번째 가출) 사건입니다. 1998년에 소떼 1,001마리(이자 1,000마리)를 몰고 방북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소를 판 돈이 그룹의 자본이 된 것은 아니겠지만 (아버지에게 붙잡혀 고향으로 끌려갔습니다), 이 당시 경험이 이후 사업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서울(당시 경성)에서 농업 위주인 사회에서 다른 산업이 급격히 성장하는 시대의 변화를 느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소를 판 돈은 얼마가 되었을까?
당시 소를 판 돈이 70원이었다고 하는데, 이 자금이 현대그룹의 초기 자본이라면, 정주영 초대 회장은 얼마나 벌었던 것일까요? 한 번 계산해 보겠습니다. (1933년에 마지막 네 번째 가출을 하는데, 이때에는 친구에게 빌린 50전으로 상경했다고 합니다)
1995년 포브스 기사를 인용한 한국경제 기사에 따르면, 당시 정주영 초대 회장의 재산은 62억 달러 정도였다고 합니다. 해당 기사는 1995년 7월 초에 나온 것인데, 1995년 6월 말 환율이 761원이었습니다. 그러니 대략 4.7조 원 정도였습니다.
1996년 소값 파동을 다룬 조선일보 기사에 따르면 당시 소 한 마리의 가격은 대략 300만원이었습니다.
소를 판 돈을 훔쳐 가출할 때의 나이는 17세인 1932년이었습니다. 63년 동안 300만 원을 4.7조 원으로 불린 거라 할 수 있습니다. 소값을 1996년도로 계산했으니 물가 상승률을 어느 정도 고려한 셈입니다.
4.7조 / 300만은 대략 157만 배가 나옵니다. 이를 CAGR로 계산하면 대략 25.4%입니다. 물가상승률을 어느 정도 감안했고, 수입의 일부는 계속 소비했을 테니 명목 수익률은 이보다 더 높았을 것입니다.
1996년이면 김밥이 한 줄에 1,000원 하던 때입니다. 지금은 김밥 천국의 가장 저렴한 원조 김밥이 2,500원이니 물가가 2.5배 정도 올랐습니다. 4.7조원은 지금 가치로 대략 11.7조원 정도에 해당됩니다.
복리로 수익률을 계산하다 보면 깜짝깜짝 놀라는 경우가 있습니다. 1년 동안 겨우(?) 평균 25% 정도씩 자산을 불렸음에도 엄청난 결과가 나타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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