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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식이 포함된 PDF 책을 만들기에 무엇이 좋을까? (구글 문서 vs 마이크로소프트 365 온라인 워드)

오렌지사과키위 2024. 11. 24. 13:43

투자 성과 분석 기초편과 초급편을 묶어 책으로 출판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할지까지는 계획하지 않았지만, 일단 원고부터 책의 흐름에 맞게 정리하면서 다듬고 있습니다. 참고: [연재글 목차] 투자 성과 분석 (기초편, 초급편)

신규 투자 서적은 계속해서 출판되고, 소비자인 투자자의 관심도 높지만, 제가 다루었던 주제는 상품성이 높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수식, 그래프, 표를 잔뜩 활용하여 뭔가 열심히 설명하는 듯 하지만, 따지고 보며 단 한 줄의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장기 기대 수익률이 높은 주식 위주로 상관성이 낮은 자산을 적절히 혼합하여 변동성을 낮춰 장기 투자하라. 이를 뒷받침하는 수학적 배경은 "큰 수의 법칙"이다.

앞으로 어떤 자산이 투자에 유망할지, 시장보다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은 무엇인지를 알고 싶어 하는 투자자에게는 실망스럽습니다. 이미 충분히 알고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시장 수익률을 목표로 투자하라는 책도 시중에 차고 넘칩니다.

투자 업계의 대가가 이런 이야기를 한다면 귀를 기울이는 사람도 있겠지만, 투자 이력을 밝히지 않는 개인 블로거가 각종 수식을 보여주면서 하는 이야기는 설득력을 가지기 쉽지 않습니다.

수식, 그래프, 표가 많은 관계로 종이책이 좀 더 적절한 매체이지만, 출판사에서 선뜻 나설지 확신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자가 출판을 하려고 하니 초기 비용이 부담스럽습니다. 직접 편집해서 전자책 형태로 진행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처음에는 그래프나 표의 크기가 작더라도 확대 축소가 가능한 스마트폰에서도 읽을 수 있게, EPUB 형식을 시도해 보았지만, 수식을 제대로 표현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구글 문서(Google Docs)는 수식을 지원하고, EPUB 형식으로 파일을 내보낼 수 있지만, 몇몇 EPUB 뷰어로 결과물을 살펴보니, 수식이 모두 저화질 이미지로 대체되어 표시됩니다. 따로 편집 전문가에게 의뢰하지 않는다면, PDF 형식이 현실적인 듯해서 이 방향으로 진행해보고 있습니다.

원고를 정리하면서 시험 삼아 사용해 본 구글 문서와 마이크로소프트 365 온라인 워드의 장단점을 간단하게 살펴봅니다. 

구글 문서와 마이크소프트 365 온라인 워드

구글 문서는 제가 초창기부터 사용해 온 툴입니다. 간편하고 빠릅니다. 구글 문서의 가장 큰 장점은 무료이면서 높은 수준의 협업 기능을 지원한다는 점입니다. 한 문서에서 각자 구역을 나눠 작업할 수도 있고, 다른 작업자가 작성한 글을 수정하거나 코멘트를 남길 수도 있습니다. 여럿이 함께 작업해 보면, 얼마나 편리한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365 온라인은 구독형 서비스인 마이크로소프트 365의 무료 웹버전입니다. 구글 문서와 같은 포지션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워드는 제가 학창 시절부터 애용하던 프로그램이기에 친숙합니다. 온라인 무료 버전은 유료 버전의 일부 기능만 제공합니다.

일반적인 작업에는 두 제품 모두 훌륭하지만, PDF로 책을 만들고자 하는 경우에도 부족한 부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주로 편집과 관련된 사항입니다.

한글 서체

구글 문서에 사용할 수 있는 한글 서체는 마이크로소프트 365 온라인 워드(이하 365 온라인 워드)보다 많습니다. 365 온라인 워드도 사용할 수 있는 서체 개수는 많지만, 한글 서체는 몇 개 없습니다.

책을 만들 때 다양한 서체가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명조(serif)체와 고딕(san-serif)체 각 한 종류씩 두 종류면 시작할 수 있습니다. 대개의 책은 본문은 명조체로 작성하고, 제목은 고딕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외의 서체는 데코레이션 용도로 많이 사용됩니다.

아래는 윈도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해 온 바탕 서체와 최신 서체의 하나인 마루 부리 가는 서체로 작성한 글입니다.

명조 vs 마루 부리 가는

바탕도 괜찮은 서체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마루 부리와 같은 최근 한글 서체는 가독성이 좀 더 좋습니다. 위의 글을 보면, 글자수는 같습니다. 하지만 아래쪽 마루 부리로 작성한 문장의 폭이 더 좁습니다. 폭은 더 작은데 글자는 눈에 더 잘 들어옵니다. 영문이나 기호와 같은 한글 이외의 글자가 섞여 있을 때, 이질감도 상대적으로 덜 할 수 있습니다.

구글 워드는 마루 부리 같은 서체를 사용할 수는 없지만, 나눔 명조 서체는 지원합니다. 365 온라인 워드는 명조체로는 바탕 서체 이외의 대안이 없습니다.

양쪽 정렬

온라인상에서는 왼쪽 정렬로 글을 작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마트폰의 폭이 좁기 때문에 양쪽 정렬을 하면, 단어 사이 간격이 지나치게 벌어져서 가독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책으로 편집할 때 한글은 양쪽 정렬을 사용합니다. 폭이 충분히 넓기도 하지만, 한글은 단어가 아닌 글자 단위로 양쪽 정렬을 하기 때문입니다.

왼쪽 정렬, 단어 단위 양쪽 정렬, 글자 단위 양쪽 정렬

첫 번째 문단은 왼쪽 정렬입니다. 오른쪽 끝이 가지런하지 않습니다. 두 번째 문단은 단어 단위 양쪽 정렬입니다. 첫 줄의 단어 사이 간격이 다른 두 줄보다 좀 더 넓습니다. 세 번째 문단은 글자 단위 양쪽 정렬입니다. 상대적으로 빈칸의 크기 차이가 작습니다.

아쉽게도 구글 문서는 양쪽 정렬을 지원하기는 하지만 단어 단위입니다. 365 온라인 워드는 글자 단위 양쪽 정렬을 지원합니다.

수식

문서에 수식이 포함되면, 책으로 작성할 때 신경 써야 하는 점이 늘어납니다. 최근에는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과거에는 수식 하나하나를 그림으로 캡처해서 넣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구글 문서와 365 온라인 워드 모두 수식을 지원합니다.

편의성 측면에서는 구글 문서가 조금 더 낫습니다. 최종 PDF본과 비슷하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아래 그림에서 상단은 글 작성 시 보이는 화면이고, 하단은 PDF 결과입니다.

365 온라인 워드는 글 작성 시 보이는 화면과 PDF 결과가 다릅니다.

글 작성 시 보이는 화면에서는 수식이 큰 글자로 나타납니다. PDF 결과는 정상적으로 보이지만, 수식과 다음 글자 사이에 간격이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k년, k배는 띄워져 있고, √k는 붙어 있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다음날 작성하던 문서를 다시 열어보면, 편집이 엉망으로 보입니다.

수식만 보면 구글 문서가 괜찮아 보이지만, 항상 그런 것도 아닙니다. 긴 수식을 문장 내에 넣으면 구글 문서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365 온라인 워드는 아래와 같이 한 줄을 넘어가는 수식을 작성해도 화면에는 좀 이상하게 보이지만, PDF로는 적절히 변환이 됩니다.

구글 문서는 화면에서도 PDF에서도 수식이 잘려서 나옵니다. 구글 문서에서 수식은 글과 달리 중간에 자를 수 없는 객체로 취급하기 때문입니다.

구글 문서가 수식 사용에 항상 불편하냐면 그건 또 아닙니다. 구글 문서는 이미 작성한 수식을 복사해서 다른 곳에 붙여 넣을 수 있습니다. 365 온라인 워드는 수식 복사가 붙여 넣기가 안 됩니다. 이전에 작성한 수식이 남아있는 창에서 수정하여 입력하거나 다시 작성해야 합니다.

스타일

책을 만들기 위해 원고를 편집할 때 가장 요긴하게 사용하는 워드 프로세서의 기능 중 하나는 스타일입니다. 본문, 제목, 소제목, 각주 등 책에서 나타나는 문장을 목적에 맞춰 미리 스타일로 지정해 두면, 일괄 변환할 수 있습니다.

본문을 바탕 서체로 작성했지만, 마루 부리 서체로 바꾸고 싶다며, 본문 스타일만 바꾸면 모두 함께 바뀝니다. 소제목과 다음 문단과의 간격을 일괄적으로 늘리고 싶으면, 소제목 스타일에서 다음 문단과의 간격을 조정하면 됩니다. 티스토리와 같은 블로그라면 CSS를 조정하는 셈입니다.

이미 작성해 둔 초고를 옮겨서 편집한다면, 핫키(hot key)를 쓰면 편리합니다. Ctrl+Alt+1은 제목 1 스타일, Ctrl+Alt+2는 제목 2 스타일로 현재 문단을 바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구글 문서는 제목 1부터 제목 6까지 모두 핫키를 지원합니다. 여기에 Ctrl+Alt+0는 본문 스타일입니다. 365 온라인 워드도 제목 1부터 제목 6까지 핫키를 지원합니다. 참고: 티스토리의 경우에도 Ctrl+Alt+1을 누르면 제목 1부터 제목 3까지 돌아가며 스타일이 변경되며, Ctrl+Alt+2를 누르면 본문 1부터 본문 3까지 돌아가며 스타일이 변경됩니다.

구글 문서는 사용자 정의 스타일을 만들 수 없습니다. 본문 이외에 수식이나 그림의 캡션(caption)용으로 스타일을 만들 수 없습니다. 365 온라인 워드는 사용자가 스타일을 만들 수 있습니다.

스타일과 관련하여 구글 문서의 또 다른 단점 하나는, PDF로 변환하면 썸네일(thumbnail) 목차만 만들어진다는 점입니다. PDF는 썸네일로 된 목차와 함께, 글자로 된 일반적인 목차도 넣을 수 있습니다. 365 온라인 워드는 둘 다 지원합니다.

정리하며

어떻게 하면 비용을 들이지 않고, PDF 책 원고 작성에 사용할 수 있을까 이리저리 테스트해 보았습니다. 결론은 그런 것은 없다입니다. 세세하게 설명하지 않았지만, 나열한 내용 이외에도 이런저런 불편함이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365를 결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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