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급편 부록에서는 기초편과 초급편에서 설명한 내용을 활용하여 자산을 비교 분석해 보는 몇 가지 사례와 소개할 필요가 있지만 연재 흐름과 어울리지 못해 생략했던 주제를 묶었습니다. 먼저 커버드콜(covered call) ETF가 기초 자산에 비해 어떤 투자 가치가 있는지 살펴봅니다.
커버드콜 ETF는 보유한 기초 자산을 담보로 콜옵션(call option)을 발행하는 상품입니다. 커버드콜 ETF는 기초 자산의 배당금과 콜옵션을 발행하여 받은 프리미엄을 재원으로 투자자에게 현금을 안정적으로 분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인컴(income)형 상품입니다.
커버드콜 ETF는 장기적으로 기초 자산에 비해 수익률이 낮아지는 구조적인 압력을 받습니다. 커버드콜의 장기 수익 구조에 대한 설명은 아래 두 편의 글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 커버드콜 ETF 수익 구조의 본질 - 프리미엄(배당금)이 대출금이라고? (커버드콜 ETF가 기초 자산보다 수익률이 낮은 이유에 대한 잘못된 설명들)
- 커버드콜 ETF 수익 구조의 본질 두 번째 이야기 - 변동성을 전가하려면 돈을 내야 한다고? (투자를 받으려는 엔비디냐의 황사장)
커버드콜 ETF는 기초 자산의 변동성을 낮추기 위해 수익률 일부를 콜옵션 매수자에게 넘깁니다. 형식상으로는 콜옵션을 판매하여 프리미엄이라는 현금을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조건부 대출금이라 볼 수 있습니다.
여러 종류의 커버드콜 ETF가 국내 증시에 상장되어 있습니다. 그중에서 다우 존스 미국 배당 100 지수(Dow Jones U.S. Dividend 100 Index; 미국배당다우존스 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월만기(monthly) 콜옵션을 발행하는 ETF가 인기 있는 상품의 한 종류입니다.
이들 커버드콜 ETF에 어떤 투자 가치가 있는지 기초 자산과 비교해 봅니다.
주의: 이 글은 특정 상품 또는 특정 전략에 대한 추천의 의도가 없습니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수치는 과거에 그랬다는 기록이지,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예상이 아닙니다. 분석 대상, 기간,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데이터 수집, 가공, 해석 단계에서 의도하지 않은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부 설명은 편의상 현재형으로 기술하지만, 데이터 분석에 대한 설명은 모두 과거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다우 존스 미국 배당 100 지수와 커버드콜 지수
다우 존스 미국 배당 100 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하지만, 목표 분배율에 따라 커버드콜 지수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3%, 7%, 또는 10%의 수준의 추가 분배금 마련을 위해 각각 기초 자산의 15%, 40%, 50% 정도의 비중으로 콜옵션을 발행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지수를 개발한 S&P Global 사이트에서 가면 각 지수에 대해 최근 10년치 백테스트용 데이터를 받을 수 있습니다. 아래는 이 데이터로 살펴본 누적 수익률 비교 그래프입니다. 배당 재투자를 가정했으며 세로축은 로그 스케일입니다.
Basic, P+3%, P+7%, P+10%는 각각 0%(기초 자산만 보유), 3%, 7%, 10% 수준의 추가 분배율을 추구하는 지수입니다. 10년 누적 수익률을 보면 기초 자산이 가장 높고, 콜옵션 발행 비중이 늘어나면 수익률이 낮아집니다.
조금 더 직관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기초 자산 대비 자산의 증감 비율로 그려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기간에 따라 약간씩 등락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우하향하고 있습니다. 콜옵션 발행 비중이 높을수록 손실의 기울기가 큽니다. P+3%, P+7%, P+10%는 10년간 기초 자산 대비 -8%, -18%, -25% 작은 자산이 되었습니다.
평균-분산 그래프에 각 지수를 나타내면, 커버드콜 전략으로 수익률과 변동성이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커버드콜은 기초 자산의 수익률과 변동성을 교환한다는 것을 확연히 알 수 있습니다. 세 커버드콜 지수 모두 기초 자산 대비 수익률과 변동성이 감소했습니다.
문제는 교환 비율입니다. 그래프에서 점선은 지난 10년간 미국 평균 기준 금리인 연 1.7%를 가정한 예금과 개별 지수를 혼합한 포트폴리오 선입니다. 변동성이 없는 예금과 혼합했으니 포트폴리오는 직선의 형태가 됩니다.
기초 자산과 예금의 혼합은 파란색 점선입니다. 그 아래에 콜옵션 발행 비중이 점자 높아지는 순서로 점선이 배열되어 있습니다.
평균-분산 그래프에서 예금과 자산을 혼합한 포트폴리오 선을 상대적인 위치를 비교하면, 두 자산의 우위를 판별할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커버드콜과 예금을 혼합하여 만들어진 모든 포트폴리오는 왼쪽으로 이동하면 자신보다 콜옵션 발행 비중이 낮은 포트폴리오 및 파란색 점선과 만나게 됩니다. 따라서 아래와 같은 우위 관계가 성립합니다.
Basic + 예금 > Basic + P+3% > Basic + P+7% > Basic + P+10%
커버드콜 지수 < 기초 자산 + 예금
커버드콜 ETF 투자자는 기초 자산에 비해 커버드콜 ETF의 변동성이 더 낮으니, 안정적일 거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평균-분산 그래프는 그 생각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기초 자산에 예금을 혼합하면 커버드콜 ETF보다 더 낮은 변동성으로 동일한 수준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위의 그래프에서 십자(+) 표시의 점은 각 커버드콜보다 낮은 변동성으로 동일한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기초 자산과 예금을 혼합한 포트폴리오입니다.
각 점의 평균 수익률과 표준 편차를 표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습니다.
포트폴리오 | 평균 수익률 | 표준 편차 |
기초 자산 | 12.5% | 14.1% |
P+3% | 11.4% | 13.5% |
기초 자산 (90%) + 예금 | 11.4% | 12.7% |
P+7% | 9.9% | 12.8% |
기초 자산 (76%) + 예금 | 9.9% | 10.7% |
P+10% | 8.9% | 12.6% |
기초 자산 (66%) + 예금 | 8.9% | 9.4% |
P+3%, P+7%, P+10%는 각각 기초 자산에 90%, 76%, 66%를 투자하고 나머지는 예금에 두는 포트폴리오와 동일한 수준의 평균 수익률을 보였습니다. 표준 편차는 모두 현금 혼합 포트폴리오가 더 낮았습니다.
투자자의 기대와는 달리 더 낮은 위험으로 동일한 수준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자산 배분이 가능했다는 뜻입니다. 참고: 과거 데이터를 보고 대응되는 포트폴리오를 찾은 것입니다. 미래에는 적절한 투자 비중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투자 기간에 따른 커버드콜 지수와 기초 자산 + 예금 포트폴리오의 위험 변화
투자 기간이 길어지면, 위험이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그래프를 간결하게 표현하기 위해 P+7%는 생략하였습니다. 맨 위에 있는 파란색, 오렌지색, 빨간색의 세 수평선은 기대 수익률입니다.
대각선(/) 실선은 투자 기간에 따른 상위 90%(하위 10%) 순위에 해당되는 수익률입니다. 투자 운이 꽤 나쁜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파란색 대각선은 노란색 대각선 위에 있고, 노란색 대각선은 빨간색 대각선 위에 있습니다. 투자 기간에 관계없이 위험은 콜옵션 발행 비중이 높아질수록 증가합니다.
커버드콜은 기초 자산에 비해 위험이 더 높아지는 자산이지, 낮아지는 자산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평균-분산 그래프에서도 확인했다시피, 콜옵션 발행으로 줄어드는 변동성보다 더 큰 비율로 수익률이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참고: 이는 확률적 우위입니다. 기초 자산의 수익률이 항상 커버드콜 ETF보다 높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대각선 점선은 앞에서 본 기초 자산의 투자 비중을 조절하여 커버드콜과 동일한 수익률을 가지도록 구성한 포트폴리오입니다.
기초 자산에 예금을 혼합하면, 커버드콜 지수와 수익률을 동일해지지만, 위험은 낮아지기에, 각 점선은 대응되는 실선보다 위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4년간 투자했을 때 P+10%가 예금 이하의 수익률을 얻을 확률은 10% 이상이지만, 기초 자산에 66%를 투자한 빨간색 점선은 10% 이하입니다.
간혹 이러한 일반론적 설명을 증시 하락 시에는 커버드콜이 유리할 수 있지 않냐고 합리적인 반론처럼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말 자체로는 맞습니다. 하지만 시장 수익률을 반대 방향으로 추종하는 인버스(inverse) ETF도 증시 하락 시 유리합니다. 그렇다면 인버스 ETF에 투자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일까요? 특정 환경하에서 유불리를 따지는 것과 일반적인 유불리를 살펴보는 것은 다른 주제입니다.
백테스트 데이터로 살펴본 위험 변화
백테스트 데이터로도 살펴봅니다. 아래는 1 ~ 5년까지 각 상품에 투자했을 때, 상위 10%, 중앙값, 하위 10% 순위에 해당되는 수익률을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참고: 세로축은 산술 평균 수익률이 아니라 CAGR입니다.
정규 분포로 모델링하여 추정한 결과보다 빠른 속도로 평균 수익률로 수렴하고 있습니다. 정규 분포 모델에서는 3년쯤 되는 해에 P+10%의 하위 10% 순위는 원금 보존 수준에 근접하고, 나머지 지수는 2% 정도의 수익률을 기대하였습니다. 백테스트 데이터로 살펴본 이 그래프에서는 2년이 되기 전에 동일한 수준을 달성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규 분포 모델보다 수렴 속도가 빠르지만, 자산 간의 순위 관계는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기초 자산 > P+3% > P+7% > P+10% 순으로 위험도가 높았습니다. 평균 수익률과 상위 10%에서도 같은 우위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3.5년이 되면 기초 자산의 하위 10% 순위 수익률이 P+10% 수익률 중앙값에 근접했습니다. 기초 자산에 투자하고 중간 정도의 성과를 얻은 투자자의 수익률은 P+10%에 투자한 운 좋은 투자자보다 높아집니다.
4.5년이 지나면 기초 자산의 하위 10% 순위 수익률이 P+7%의 수익률 중앙값에 근접합니다. 기초 자산에 투자하고 중간 정도의 성과를 얻을 투자자의 수익률은 P+7%에 투자한 운 좋은 투자자보다 비슷해집니다.
1년 이상의 투자에서는 그럴 수 있지만, 단기 투자에는 커버드콜의 위험이 눈에 띌 만큼 낮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래는 1년 이내 수익률을 살펴본 결과입니다.
모든 상품의 1년 이내 단기 위험은 비슷한 수준입니다. 왼쪽 그래프에서 1개월 투자의 경우 기초 자산과 P+10%간에 5% 이상의 수익률 차이가 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는 수익률을 CAGR로 환산했기에 과장되어 표시된 것입니다. 오른쪽 누적 수익률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 그 차이는 1%가 채 되지 않습니다.
기초 자산은 커버드콜 지수보다 1년 이내 투자 시에는 위험은 거의 비슷하면서, 평균적인 수익률은 더 높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환율에 의한 변동성 감소 효과
한국인에게는 환율이라는 주식에 강한 음의 상관성을 가지는 자산이 있습니다. 특별히 고려하지 않아도 환노출로 투자하면 그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기초 자산과 커버드콜 지수에 환율을 적용하여 원화로 환산하면 어떤 변화가 발생하는지 살펴봅니다. 참고: [초급 21] 자산 배분에서 환율은 어떤 효과를 만들까? (한국인에게 해외 자산 투자가 필요한 이유)
왼쪽 그래프는 기초 자산과 커버드콜 지수를 원화로 환산했을 때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환율이 우상향 했기에 평균 수익률이 높아졌습니다. 변동성은 낮아졌습니다. 변동성의 변화만 살펴보기 위해 환율 상승분을 제거한 그래프가 오른쪽입니다.
기초 자산과 커버드콜 지수 모두 환율에 의해 변동성이 감소했습니다. 감소폭은 다릅니다. 기초 자산의 변동성이 가장 많이 감소했고, 커버드콜 지수는 콜옵션 발행 비중이 높아질수록 더 적게 감소했습니다. 환율에 의한 변동성 감소 효과와 콜옵션 발행으로 인한 변동성 감소 효과가 일부 중첩되기 때문입니다.
원화로 환산하면, 기초 자산과 커버드콜 지수의 변동성이 크게 차이 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P+10%는 P+3%보다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변동성을 낮추기 위해 수익률을 희생하고 콜옵션을 발행한 것인데, 환율 효과로 그 필요성이 거의 사라진 것입니다.
한국인의 경우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 커버드콜 ETF에 투자할 이유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콜옵션 발행으로 낮출 수 있는 변동성은 환율로 거의 대부분 커버되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며
2023년 중반부터 국내장에 커버드콜 ETF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자산운용사는 매달 따박따박 높은 분배율의 배당금(분배금)을 지급하는 안정성이 높은 상품이라 홍보합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투자자의 자금을 끌어 모읍니다.
자산운용사가 내세우는 장점은 근거가 희박합니다. 찾아보면 장점이 없지는 않겠지만, 단점을 함께 고려하면, 적어도 장기 투자자에게는 큰 의미가 없는 상품입니다. 투자에 신경을 덜 쓰고 마음이 편하도록 커버드콜 ETF를 선택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은 커버드콜 ETF가 더 불편한 상품입니다.
다우 존스 미국 배당 100 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커버드콜 지수의 과거 10년치 백테스트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커버드콜은 변동성을 줄이긴 하지만 수익률이 더 많이 낮아지는 기초 자산 대비 열위에 있는 자산입니다. 여기에 환율에 의한 변동성 감소 효과를 고려하면, 커버드콜 ETF는 위험은 더 높고, 수익률은 더 낮은 자산이라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참고: 변동성이 동일하더라도 평균이 낮으면 위험이 더 높습니다.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위해 다우 존스 미국 배당 100 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커버드콜 ETF에 투자할 계획이라면, 기초 자산을 매수하고 조금씩 매도하는 전략에 비해 유리했는지를 분석한 아래 글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이어지는 글: [초급 부록 A2] 커버드콜 ETF는 기초 자산(본주)보다 좋을까? (초단기 콜옵션을 발행하는 3세대 커버드콜 지수편)
목차: [연재글 목차] 투자 성과 분석 (기초편, 초급편): 순서대로 차근차근 읽으면 좀 더 이해가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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